장엄한 법당에서 우렁찬 종소리

새벽 하늘을 진동하니,

꿈 속을 헤매는 모든 생명들이

일제히 잠을 깹니다.

 

찬란한 아침 해가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니,

빨리 눈을 뜨고 이 종소리를 들으소서.

 

영원과 무한을 노래하는

이 맑은 종소리는

시방세계에 널리 퍼져서

항상 계속되어 그침이 없습니다.

 

이 종소리는

천지가 생기기 전이나 없어진 후에나

모든 존재들이 절대임을 알려줍니다.

 

이 종소리는

아무리 악독한 생명이라도

본디 거룩한 부처임을 알려줍니다.

 

무서운 호랑이와 온순한 멍멍이는

이 종소리에 발을 맞추어

같이 춤을 춥니다.

독사와 청개구리, 고양이와 생쥐들이

이 종소리에 장단 맞춰

함께 즐겁게 뛰놉니다.

 

피부 빛깔과 인종의 구별없이

늙은이. 젊은이. 아이. 어른. 남자. 여자

잘사는 사람. 가난한 사람

모두 함께 뭉쳐서 이 종소리를 찬미합니다.

 

아무리 극한된 대립이라도

이 종소리 한 번 울리면,

반목과 갈등은 자취없이 사라지고,

깨끗한 본모습을 도로 찾아

서로서로 얼싸안고 부모형제가 됩니다.

 

이 신비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나무장승 노래하고 돌 사람 달음질합니다.

넓은 우주의 모든 존재들이

이 종소리에 흥겨워서 즐겁게 뛰노니,

천당과 극락은 부끄러운 이름입니다.

 

이 거룩한 종소리를 듣지 못함은

갖가지 욕심들이

두 귀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인 갖가지 욕심을 버리고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광대무변한 우주 속의 우리 지구는

극히 미소하여, 먼 곳에서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기에서 모든 성현. 재사. 영웅. 호걸들이

서로 뽐내니,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진시황의 육국 통일,

알렉산더. 나풀레옹의 세계 정벌 등은

거품 위의 거품이라 허황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기 욕심에 사로잡혀

분별없이 날뛰는 이들이여!

허망한 꿈속의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고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맑은 하늘 둥근 달빛 속에

쌍쌍이 날아가는 기러기 소리 우리를 축복하니,

평화와 자유의 메아리 우주에 넘쳐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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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05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철스님의 진리의 말씀을 귀담아 읽고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한 주가 시작이 되네요. 행복하시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달팽이 2007-03-05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늦은 시각, 앉아서 세상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세상엔 소리의 너무 많은 층이 존재한다고 느꼈습니다.
마음을 그 모든 소리 너머의 소리에 맞춰보았습니다.
아이 숨소리, 사물에서 나는 작은 소리, 빗소리, 자동차 소리, 나무가 내는 소리, 산이 내는 소리 너머의 그 소리...
문득 그 절대의 소리는 절대의 풍경이기도 하고 절대의 감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형인지 동생인지...

매일 서재에서

책꽂이에 꼽힌 책을 한뭉텅이씩 끄집어내서 방을 어지르는 두 놈.

이 생에서 내게 무엇을 주고받기 위해 왔는지...

보기엔 닮아보여도..(닮았나?)

전혀 다른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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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0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량줄이셔서 꼭올려 주세요. 보고 싶네요. 그래도 서재실을 책으로 어질러 놓다는 것이 책좋아하는 사람들의 행복이 아닐런지요. 주말 잘보내고 계신 거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프레이야 2007-03-04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만한 나이때 한참 그러죠.ㅜㅜ 에고 두 아들 얼굴도 보고싶어요. ^^

달팽이 2007-03-05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올리는 데 성공한 듯 하군요..

프레이야 2007-03-05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기들 사진 보러 다시 들렀어요. 에궁, 느무느무 예뻐요. 작은 아이 얼굴에 님
얼굴이 많이 담겨있네요^^

파란여우 2007-03-07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큰 아가 시윤이고 작은 아 이름은 어찌되유?
아주 얼굴에 '장난, 장난'이라고 써 있어요.이마와 머리까지 땀에 젖은 것 봐요.
나도 따라서 달팽이님 서재를 잔뜩 어질러놓고 도망오고 싶어라. 하하

달팽이 2007-03-07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작은 녀석은 현우랍니다.
아주 장난이 난장이죠..ㅎㅎ
 

공교롭고도 오묘하지요. 이다지도 인연이 딱 들어맞다니! 누가 그런 기회를 만들었을까요? 그대가 나보다 먼저 태어나지 않고, 내가 그대보다 늦게 태어나지 않아 한세상을 살게 되었지요. 또 그대가 얼굴에 칼자국 내는 흉노족이 아니요. 내가 이마에 문신하는 남만 사람이 아니라 한날에 같이 태어났지요. 그대가 남쪽에 살지 않고 내가 북쪽에 살지 않아 한마을에 같이 살고, 그대가 무인이 아니고 내가 농사꾼이 아니라 함께 선비가 되었지요. 이야말로 크나큰 인연이요 크나큰 만남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말을 구차하게 해야 하거나, 억지로 상대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해야 한다면, 차라리 천 년전 옛 사람을 친구로 삼든가 일백 세대 뒤에 태어날 사람과 마음이 통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경보에게)

 

박규수의 상고도회문의례

벗들이 상봉하면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마음에 드는 일이 없을까  안달한다. 안부와 요즘 관심사를 묻고 나서 공부하다 새로 얻은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그러고 나면 그저 묵묵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옛사람은 차를 마시고 나서 논어를 풀이했다. "는 격으로 경전의 가르침을 따져보려 하지만 이전에 배운 공부가 보잘것없어 더 따지고 입증할 거리가 없다. 과거 답안지에 쓸 문장을 꺼내보지만 지루하고 허망하여 기분을 잡칠까 걱정이다. 결국에는 다 그만두고 다시 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음악을 듣고 기생을 희롱한 이야기, 나들이하고 놀이하는 즐거움에 대화가 이른다. 그러나 이따위는 옛사람이 취하지도 않았고, 내 성격에 맞지도 않는다. 이 밖에 향을 사르고 차를 품평하는 취미나 서화와 골동품을 감상하는 고상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을 기울이기에는 천박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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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0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퍼갑니다. 다시 한 번 우정을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네요. 행복한 3월이 되시기를......

달팽이 2007-03-02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님에 비하면 저는 그저 아주 간단하게 올리는 것이지요.
앞으로는 님의 태도를 좀 배워볼 생각입니다.
 

  이제까지 나는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주로 생각하며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젠 타인이 어떻게 볼까에 신경을 써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순전히 내가 생각하는 어떤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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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3-01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직접쓰는 페이퍼를 없앴습니다.
달팽이님의 살아온 시간의 숫자가 퍼드득 거리는뎁쇼.

달팽이 2007-03-0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면에서 여우님은 저의 또 하나의 모델입니다.
앞으로 여우님의 흔적이 내게 더욱 많아질런지도 모릅니다.
미리 신고하는 겁니다.
 
 전출처 : 느티나무 > 20070202 여행 기록2


월정사 금강문

 


새벽의 월정사 경내

 


월정사의 상징-팔각구층석탑[국보 48호 : 고려초기]

 


월정사 적광전의 추녀 끝

 


오대산의 정상-비로봉(해발 1,563m)

 


상원사 동종의 비천상[국보 36호 : 신라 성덕왕 24년(725)]

 

* 상원사의 또 다른 국보인 문수보살상(목조)은 '촬영금지'라 친견만 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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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3-01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라보는 시각에 설레임이 묻어납니다.
전나무 숲 속에 내가 뿌려 놓은 들국화 꽃씨는 피었을까 궁금함의 기억이 납니다.
사진으로 봄 날 아침에 이리 행복한 기억을 또 찾게되는군요.

달팽이 2007-03-0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쌓인 월정사 경내가 고요하면서도 투명합니다.
저 풍경 속에 나를 놓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