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침에 눈을 떠 처음보는 사람이 너라면...
“한 점의 빛이 떠오르니, 한 세상이 펼쳐진다.”
멀리서 해가 뜨고 있다.
아직 그렇게 눈부시지는 않은...
그 빛은 아직 가시지 않은 어둠의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와 또 다른 하루를 밝히고 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빛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35078133589115.jpg)
소
소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소녀를 내려보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방금 눈을 뜬 듯한 한 소녀의 얼굴과 만나게 된다.
아직 눈이 부신 듯 왼손을 이마 위에 올려 놓고 쏟아지는 햇살을 피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열린 입속에서는 상쾌한 웃음이 ‘사랑의 세레나데’처럼 흘러나오고 있는 듯하다.
오른손은 길게 늘어뜨려진 그녀의 금발 위에 제멋대로 놓아두고
편해보이는 드레스를 치켜올리며 왼쪽 다리를 세우고 있다.
젊음과 아름다움의 다리가 새벽 햇살 속에 빛난다.
테라스에 놓인 하얀 기둥 두 개에 스민 빛들이 기둥의 명암을 만들어내고
그것은 손에 잡힐 듯한 질감을 느끼게 한다.
주고 받는 두 눈빛이 시선을 잡아당긴다.
성인이라고 하기엔 아직 소년과 소녀티를 벗어내지 못했고
소년과 소녀라기엔 그 몸의 굴곡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육체적으로는 이미 남녀의 모습을 갖춘 두 사람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속세의 욕정에 물들지 않은 듯한....
그래서인지 주고받는 두 눈빛에 욕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지극히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그러나 또 그 눈빛을 사랑의 감정이라 아니할 수도 없다.
사랑을 하면서도 존재에서 우러나는 크나큰 사랑...그것은 우정과도 같다.
Maxfield Parrish(1870~1966)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에 이상주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그림을 그린 국보급 화가이다.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풍경과 사람을 그렸으며 빛과 색채를 다루는 그의 독특함을 사람들은 ‘Parrish Blue'라고 불렀다. 그는 리디아라는 여인과 결혼하여 55년동안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었고 그 우정 속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녀가 죽고나자 그는 그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때는 봄일 것이다.
테라스의 기둥을 따라 내려오는 무성한 잎새들과 그 사이를 가득히 채우고 있는 꽃들....
아마 한창의 봄일 것이다.
봄의 야외테라스에서 맞는 아침.
그 첫 세상의 눈길이 사랑하는 이의 눈길과의 마주침이라...
내가 바라는 행복한 하루의 시작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