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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종문제일서' 벽암록 완역

아침 늦게 TV를 켜니 6.10 항쟁 기념식이 끝나고 있었다. 이게 원래 TV로도 방영된 기념식인지 올해가 20주년이어서 처음 방영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학생의 상당수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는 사건이니만큼 이젠 '기념'할 때도 된 듯하다('6월 혁명'이라고 부르자는 '오버'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을 터이다). 관련기사들이 쏟아지는 틈바구니 속에 선불교의 정수라고 일컬어지는 <벽암록> 완역 소식이 묻혀 있었다. 불교 신자도 아니고 선(禪)에도 평균치 이상의 관심은 갖고 있지 않은 터여서 이 '장서용' 책을 서가에 꽂아놓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생각날 때 도서관에서라도 들춰볼 완역서가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책은 각권 500쪽 내외로 전체 12만원이라 한다). 역자인 지현 스님의 10여년의 노고가 온축됐다고 하니까 더욱 기릴 만하다. 관련기사 두 개를 옮겨놓는다. 알라딘에는 아직 이미지가 뜨지 않는다.

문화일보(07. 06. 08) 禪 불교의 정수… 10여년 걸쳐 완역 출간

'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 원나라 초기(1314~1320), 거사 장명원이 불타 버린 ‘벽암록(碧巖錄)’을 되찾아 복간하면서 책 머리에 붙인 말이다. 여기서 ‘종문’이란 ‘선문(禪門, 禪家)’을, ‘제일서’란 첫 번째로 꼽는 책이란 뜻이다. 그만큼 선불교의 정수가 모여 있는 책이 바로 벽암록이다.

‘불립문자(不立文字)’로 시작한 선불교는, 그러나 언어와 문자를 통한 탐구로 전승될 수밖에 없었다. 이 언어 문자를 통한 탐구는 송나라 때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렀는데, 선어록(禪語錄)은 이미 당나라 때부터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었다. ‘조주록(趙州錄)’, ‘임제록(臨濟錄)’등이 당대에 출간된 책이라면, ‘조당집(祖堂集)’(전20권), ‘전등록(傳燈錄)’(전30권)과 같은 방대한 공안사서(公案史書)는 송대에 출간된 책들이다. 이런 책들이 출간된 뒤 공안에 대한 본격적인 주석서가 쏟아져 나왔는데, 이들 가운데 가장 윗자리에 있는 책이 벽암록이다. 벽암록이 나온 뒤 벽암록만큼 불교 선 수행자와 유교 사대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책은 없었다.

벽암록은 완전히 불타 없어졌다 다시 살아난 부활의 책이기도 하다. 벽암록을 쓴 원오극근(1063∼1135)의 제자 대혜종고(1089∼1163)가 벽암록이 출간된 지 30년쯤 뒤 판각과 잔본을 모두 회수해 소각해 버렸다. 수행자들이 벽암록의 본 뜻을 저버린 채 언어만을 익히고 수행은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벽암록은 불에 타거나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벽암록이 불탄 190년 뒤, 거사 장명원이 벽암록을 되살린 것이다.

벽암록은 100개의 공안(公案), 즉 본칙을 중심으로 일종의 머리말인 수시(垂示), 촌평이라 할 본칙 착어(著語), 해석격인 본칙 평창(評唱), 공안에 대한 깨달음을 예지와 영감에 찬 시로 읊은 송(頌), 송의 착어, 송의 평창 등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된 벽암록치고, 수시에서 송의 평창에 이르기까지를 완전히 번역한 책은 없었다. 본칙은 모두 번역했으되, 수시나 착어, 평창 등은 빼고 번역했다.

이번에 나온 책은 국내 최초의 벽암록 완역 해설본으로, 벽암록 전문의 원문을 수록하고 토를 달았다. 벽암록 네개의 이본(異本)을 대조하고, 100칙 공안 하나하나마다 활구(活句·참선으로 깨달아야 할 부분)와 사구(死句·읽어서 이해할 부분)를 일일이 구분해 제시했다. 역주작업에 10년, 출판에 3년이 걸렸다고 한다. 벽암록, 속어 낱말 사전까지 합쳐 전5권에 이르는 대작이다. 불교출판이 난숙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김종락기자)

동아일보(07. 06. 07) 禪어록의 백미 ‘벽암록’ 완역 출간

“벽암록 번역에 착수하고 나서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긴 했네요. 최선은 다했는데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뤄 낸 일에 비하면 돌아온 답변이 매우 겸손하다. 벽암록(碧巖錄)은 선(禪)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출가한 스님들도 완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선어록의 백미다. 중국에서 나온 이 책의 번역을 시작한 지 9년, 교정과 편집에만 2년 반이 걸린 끝에 총 5권(사전 1권 포함)으로 펴낸 석지현(60·사진) 스님.

벽암록은 선의 문헌 가운데 첫 번째로 꼽는 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로 알려져 왔다. 당대 선승들의 선문답과 어록을 담은 ‘조주록’과 ‘임제록’, 송대에 발간된 ‘조당집’ ‘전등록’ 등의 방대한 사서에 대한 주석서가 바로 벽암록이다. 설두중현(980∼1052) 선사가 조당집과 전등록 등의 책에서 가려 뽑은 옛 공안(公案)을 바탕으로 송나라 원오극근(1063∼1135) 선사가 이 책에 수시(垂示·일종의 머리말), 착어(著語·속담과 속어 등으로 이뤄진 촌평), 평창(評唱·본문에 대한 설명과 주석)을 붙인 것이다. 원오의 제자 대혜종고 선사가 “수행은 하지 않고 책만 읽는다”며 나중에 벽암록 판각과 잔본을 모두 회수해 불살라 버렸지만 190년이 지난 뒤 거사 장명원에 의해 전10권으로 부활했다.

그러나 벽암록은 여전히 어렵고 정복이 힘들었다. “선 수행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마지막 관문이지요. 이 이상은 없습니다.” 지현 스님은 13세 때 충남 부여 고란사로 출가했다 명상에 심취해 1970년대 중반 인도를 방랑했다. 인도의 명상가 라즈니시의 서적들을 최초로 한국에 소개한 이도 지현 스님이었다. 그는 명상의 끝이 결국 선에 이를 것이라고 결론짓고 1980년 다시 송광사로 재출가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출가 후 덕산 스님에게서 선어록을 공부한 이래 거의 독학하다시피 해 ‘선시감상사전’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벽암록은 모두 당송 시대 평민들의 사투리인 속어로 돼 있습니다. 문장체가 아닌 구어체이고 생활용어들입니다. 속어를 공부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당송 때의 속어사전까지 원전을 구해 공부했지요.”

스님은 벽암록을 번역하면서 아예 ‘벽암록 속어낱말사전’을 출간했다. 책을 발간한 민족사 윤재승 사장은 “책 번역하면서 사전 한 권까지 만들어 냈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벽암록이 3, 4종 나왔으나 일부만 번역돼 있거나 해설 없이 출간됐다”며 “돈과는 전혀 관계없는 책이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윤영찬 기자)

07. 06. 10

P.S. 그간에 <벽암록> 번역으로 가장 많이 읽힌 건 안동림 역주의 <벽암록>(현암사, 1999)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아니고 대신에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은 김용옥의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통나무, 1998)이다. 불교에 문외한이더라도 교양서로 충분히 일독할 만한 책이다. 그밖에 '선'과 관련하여 내가 상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은 스즈키 다이세쓰나 토머스 머튼 같은 학자/명상가들의 이름이다. 찾아보니 스즈키의 <선이란 무엇인가>(이론과실천, 2006)가 작년에 다시 번역돼 나왔고, 머튼의 책은 <신비주의와 선의 대가들>(고려원, 1994) 등이 절판된 듯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토머스 머튼과 틱낫한>(두레, 2007)이 소개서로는 유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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