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금 책사기를 자중하는 중인지라, 더더더더욱 책이 사고 싶어진다는. 역시 금지하는 것은 욕망을 불지르는 지름길. 다시한번 깨달으며...일단 사고 싶은 책들을 골라놓고...일주일 쯤 뒤에나 살까..한달에 두번만 사기로 했쟎아! 라고 다시 타이르는 비연. 이번달, 벌써 세번 정도 구매. 3월 1일날 구매해야 하나. 흠흠.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이 저자라면 또 읽지..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에 보니 그런 분들의 책이 몇 권 나왔다는.




 

 

 

 

 

 

  
<인텔리전스>. 아인슈타인 아저씨의 얼굴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이 책. <생각의 지도>를 지은 리처드 니스벳 이 쓴 책이란다. 당장 사고 싶다! 예일대학교 심리학 교수를 지냈었다는 저자는 전문적인 내용을 어렵지 않게, 그러나 알려줄 건 똑바르게 알려주는 글재주를 가지고 있다.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설명한 이 책 <생각의 지도>는 읽으면서 이 정도는 되어야 교양서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쓴 책. 따라서 이 분이 쓴 다른 책이라니.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텔리전스>는 문화와 지능간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지능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문화다? 흠!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헌법의 풍경>을 지은 법학자 김두식의 책이다.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저자가 법조계에 대해서 느끼는 점, 왜곡된 법조문화에 대한 소견 등이 담겨져 있었던 <헌법의 풍경>은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자기성찰이나 자기고백 정도의 글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글빨 좋고 논리정연하고 그러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아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었다. 이번에 나온 책은 교회에 대한 책이란다. '종교'가 아니라 '교회'다. 이제 소공화국의 폼까지 잡고 있는 교회에 대한 얘기. 물을 수 없었던 물음들에 대한 대답이라고 하신 로드무비님의 리뷰(http://blog.aladin.co.kr/roadmovie/3424156)를 보니 더더욱 읽고 싶어진다.



 

 

 

 

 

 

 
<마크 해던의 소문난 하루>. 마크 해던이 지은 책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읽을 때의 그 느낌이 다시 생각난다. 오호. 이런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그러면서도 성장이라는 주제가 잘 드러나게 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뭐 그런 느낌이었는데. 상당히 독창적인 소설이라는 것을 인정. 따라서 이번에 나온 이 책 <마크 해던의 소문난 하루>는 좀더 일반적인(?) 소재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성애와 재혼과 불륜 등..이젠 그닥 새롭지도 않은 문제들을 가족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지 기대되는 작품이다.




 

 

 

 

 

 

 







<허수아비>. 두말할 것없는 마이클 코넬리 의 작품이다.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랑 <시인>, <블러드워크>는 좋았고 <실종>은 보통 정도, <시인의 계곡>에서는 약간 실망..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어떨까 궁금하다. 마이클 코넬리의 이름만으로도 일단 책은 사고 볼 일이긴 하다.



 

 

 

 

 

 


 

 

 

 
하이드님 신간소개(http://blog.aladin.co.kr/misshide/3424775)에서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뻐했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9월의 빛>. <바람의 그림자>라는 걸출한 명작을 이미 맛본 터라. 이건 두말 않고 사게 될 것 같다. <천사의 게임>은 <바람의 그림자>보다 조금 못하다는 평이 있어서 아직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 신간이 또 나왔으니 피하지 말고 다 읽어봐야겠다. 사실 <바람의 그림자>같은 책을 쓰는 게 어디 쉽겠는가. 넓은 마음으로 사폰의 소설 세계에 풍덩 해보련다.


아. 정말 일 빨리 끝내고 책 읽어야겠다. 이거이거...신간 자꾸 나오니 맘만 급해진다.
우울함을 떨치기 위해서는 독서도 묘약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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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0-02-18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링컨차, 시인, 블러드워크는 좋았는데 시인의 계곡은 좀 그랬어요.
허수아비는 어떨지 궁금해져요 ㅎㅎㅎ
정말 저도 일 빨리 끝내고 책 읽어야겠어요 ㅠㅠ
읽기가 무섭게 쌓여가니 ㅠ_ㅠ

비연 2010-02-19 00:04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ㅋㅋ 우리 같이 읽어보고 어땠나 말해보기로 해요^^
근데 정말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무진장 많다..뭐 이런 기분이에요..ㅜ

라로 2010-02-19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를로스의 바람의 그림자 정말 재밌게 잘 읽었는데,,,마이클 코넬리의 책은 다 좋아요!!저는 특별히 링컨차와 시인이 가장 좋았어욥!!
저도 요즘 책 안사려고 무지 애를 쓰는데요,,,,금욕은 욕망을 불지른다에 백표입니다.엉엉

비연 2010-02-19 21:46   좋아요 0 | URL
저도 링컨차와 시인이 젤로 좋았답니다! 바람의 그림자는 왕짱이구요!
책을 안 사려고 하면 이렇게 눈에 띄는 책이 많아지는 건..무슨 법칙일까요..흑!

조선인 2010-02-19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비연님과도 참 오래된 사이에요. 분홍돼지는 여전히 잘 크고 있답니다. ^^

비연 2010-02-19 21:5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조선인님~^^ 분홍돼지 아직도 잘 크고 있다니 왠지 넘 좋아요^^
제가 첨 조선인님 알았을 때는 마로가 아주 어렸고 해람이는 나오기도 전이었는데..시간이 흐른 것 같네요, 그간~ 조선인님은 (글로만 뵙지만) 늘 한결같으세요. 그래서 참 든든하다고나 할까~

머큐리 2010-02-1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나오고 읽지는 않고...소장욕구는 커지고...ㅠㅠ
허수아비하고 9월의 빛...아아아~~~

비연 2010-02-19 21:47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

2010-02-19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9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김없이 아무리 바빠도 (절대절명의 위기 속에 오늘 밤을 새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책을 체크해본다. 오늘 눈에 제일 먼저 띈 것은 이것.


 

 

 

 

 

 


닉 혼비의 신간. '슬램(SLAM)' 이다. 닉 혼비. 다들 칭찬이 자자한 작가인데, 난 심지어 책을 한 권도 사본 적도 없다는 사실이 머리에 꽂힌다.


  

 

 

 

 

 

 

<어바웃 어 보이>는 영화로도 나왔었는데. 그것도 안 봤구나! 넘 무심했던 거 아냐..라고 궁시렁. 이번 기회에 한번 사서 볼까나 싶다. 제일 먼저 볼 것은 역시나...<어바웃 어 보이>????


 













영국인 문화인류학자가 쓰는 영국인에 대한 이야기라. 꽤 흥미롭다. 자기나라 사람이든, 다른나라 사람이든 관찰자적 입장에서 민족성 내지는 국민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은 늘 관심이 간다. 그건 꼭 그 나라 사람을 알고 싶어서라기 보다, 문화라는 것이 지역이라는 것이 역사라는 것이 인간의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어떤 심리적 frame을 만드는가가 흥미롭다는 거다...(그나저나 이 얘길 하다 보니 갑자기 왜..<일본은 없다>가 생각나는 거지? 갑자기 열이 솟구친..ㅜㅜ)


 













'작고한' 이라는 말이 아직도 어색하기만 한 장영희교수를 비롯 기타 문인들이 자신이 만나고 싶었던 작품 속의 사람들과 가상의 인터뷰를 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흠..나는 누굴 만나고 싶지? 좀 고민해보게 된다는. 그 문학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질 것만 같은 책...장영희교수의 이름이 눈에 들어와서 한번 더 보게 된다. 아쉬움이..뒤이어.


 

 

 

조카가 있다보니 이런 DVD에도 흥미가 가게 된다. 3세~7세에 속하는 아이들에게 적합하다니. 우리 조카가 6세이니 좋아할 것 같아서. 엘모는 아이들 대부분이 좋아하는 것이니. ㅋㅋ 하긴 나도 좋아한다. 내 놋북 가방에 일본에서 산 엘모 마스코트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니까...(주책..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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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2-0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이 페이퍼 보지 말걸 그랬어요. 갑자기 닉 혼비의 책이 사고싶어 지잖아요. 저는 어바웃어 보이와 하이 피델리티와 그 책읽기 에세이가 모두 좋았거든요!

비연 2010-02-09 00:58   좋아요 0 | URL
헉. 정말 다 좋았단 말씀이세요? ㅜㅜ 다락방님 댓글 보니 저 닉 혼비 책 다 사고 싶어지쟎아요! (이 새벽..지름신 강림중..홋!)

다락방 2010-02-09 08:18   좋아요 0 | URL
제가 읽은 순으로 하자면,

어바웃 어 보이>책읽기 에세이(제목이 생각 안나요 ㅜㅡ)>하이 피델리티 였어요.

비연 2010-02-09 09:44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다 사봐야 할 듯 싶어요..닉 혼비 궁금해져요..점점..^^

머큐리 2010-02-09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이거 병인거 아시죠? ㅋㅋ
책은 못봤는데..영화 어바웃 어 보이는 좋았던 느낌이 있어요..기회 되시면 꼭 함 보세요..ㅎㅎ

비연 2010-02-09 09:40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병 맞습니다..ㅜㅜ 치료약은 무엇일지..흑.
영화가 괜챦군요. 한번 구해서 봐야겠슴다..ㅋㅋㅋㅋ

라로 2010-02-09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이 피델리티를 지금 읽고 있는데 넘 좋아 미칠것 같아요~. 밑줄 작렬에다,,,ㅠㅠ
저도 이 페이퍼를 본걸 후회하지만 비연님의 페이퍼를 하나라도 읽지 않고 넘어가지 못하는게 죄라면 죕니다...그려,,,철푸덕
장영희선생님은 어느분을 만나고 싶어 하셨을지 궁금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라로 2010-02-09 09:17   좋아요 0 | URL
참 저는 영화도 봤는데 영화도 좋아요~. (어바웃어 보이도 그렇죠!!!)존 쿠색 별로 안좋아 했는데 이 영화보고 호감으로 전환~.ㅎㅎㅎㅎㅎ닉 혼비는 앞으로 챙겨보고 싶은 작가에요,,,젊어서 또 좋고~얼씨구

다락방 2010-02-09 09:24   좋아요 0 | URL
저도 하이 피델리티는 영화로 봤어요. 존 쿠삭 나오는 ㅎㅎ 하도 오래전에 봐서 기억은 희미하지만요. 어바웃 어 보이도 꼭 영화로 보고 싶습니다.

비연 2010-02-09 09:43   좋아요 0 | URL
하이 피델리티..! 어바웃어보이에 하이피델리티에..정말 다 읽어버려야할 듯~ 좋은 작가가 많다는 것은 너무나 좋지만서도, 이거 읽을 게 많다는 것도 너무나 좋지만서도, 만서도...(하면서 또 장바구니 기웃거리는 비연..ㅜㅜ) 그나저나 하이 피델리티가 영화로도 나왔었나요? 존 쿠삭..또 좋아라하는 배우라는..^^
저도 장영희선생님 글 많이 궁금해요. 아침부터 가슴이 괜히 저릿..

다락방 2010-02-09 10:19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서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란 제목으로 나왔었어요.

http://dvd.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6000208184

2010-02-09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0-02-09 13:02   좋아요 0 | URL
아..<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라는 영화 제목은 들어본 것 같네요..^^

2010-02-09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2-0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버 피치는 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으시나이까. 표지 때문?

비연 2010-02-09 14:29   좋아요 0 | URL
흠? 표지? 피버 피치 표지가 왜요..? 별루 안 이뻐서인가요?
예전에 마태님이 리뷰 쓰신 거 봤었던 것 같은데 (제 기억이 맞다면..) 재밌다고 하셨었는데..ㅋㅋㅋ

다락방 2010-02-09 22:51   좋아요 0 | URL
저는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연 2010-02-09 23:1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진화심리학이라든가 뇌과학에 관심이 있어 왔는데, 며칠 전에 <성격의 탄생>이라는 책을 사고 나서 한번 집중적으로 이것만 읽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알기 위한 노력들이 여기까지 온 것이겠지...따라서 한번 머릿 속에 정리해볼 만도 하다 싶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도 여러 권 있는데 말이다. 이것부터 읽어나가야겠지.


















사고 싶은 책들도 눈에 많이 뜨인다..(아 오늘도 한 보따리 와서 엄청 눈치받았는데...이걸 또 사면..좀 시간 간격을 두고, 한 권씩 사야 하나..ㅜㅜ)





















 

 

 

 

 



찾아보고 좀 흥미가 가는 것들은 이 정도. 다른 좋은 책들도 많겠지만...읽다보면 더 발견되겠지 라는 생각에 여기까지. 암튼, 워낙 두툼한 책들이라 다른 책들이랑 병행하다보면 (원래 3~4권을 함께 읽어나가는 게 일상적인 일인지라) 일년은 족히 걸릴 양이다.


 

 

 

 

 

 



이건 진화심리학과 뇌과학과는 좀 다른 분야이긴 한데 (행동경제학이라고들 하두만) 인간의 심리- 예를 들어 편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함께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오바마가 이 원리를 도입했다고 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건 사실이지만, 그것 아니고라도 내용적으로 흥미가 가는 책인지라, 이것부터 쉬엄쉬엄 읽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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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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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선언하듯이 평가할 수 있는 책이 아주 많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잠시 한다. 추상적이고 난해한 문체를 구사하지 않고도 사람의 마음결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느끼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아마도 그것은, 작가 스스로 평생을 생각하고 느끼고 가슴아파하고 고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던 감정의 맥락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질적인 사회에서, 그것도 우월한 입장이라기보다는 소수자 혹은 타자의 입장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식을 성공시키기 위해 혹은 자기 본인이 공부하기 위해 어렵게 어렵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 살아가는 인도 사람들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같지 않은 구석이 있다.

누가 봐도 인도인라고 알아볼만한 외모를 가진 채, 부모는 벵골어를 사용하고 가르치고 인도의 음식을 고집하고 전통의상을 걸쳐입고 같은 민족끼리 오글오글 모여 지내는 반면, 자식은 이미 미국 사회에 동화가 되어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고, 벵골어를 어려워하고, 청바지와 티셔츠를 편하게 생각하고 미국 사람을 사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미국 음식을 먹는 게 더 편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부모나 자식이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 늘 본인이 아는 전혀 다른 문화가 수시로 충돌하는 뻐걱거림과 이를 억지로 외면해야 한다는 슬픔을 공유하는 동지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예전에 프랑스에서 가족과 함께 10년 넘게 살다가 귀국하셨던 어느 박사님이 그러셨었다. 2~3년은 적응하느라 한국보다 여러가지로 합리적이고 편해서 여행 온 기분으로 즐겁게 지냈지만, 그 이후부터는 그건 그냥 생활이었다고.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과 지내는 동안에 내내 뭔가 알 수 없는 얇은 벽이 느껴져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시끌벅적하고 서로 소리높이기 일쑤인 이곳이 더 좋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도 미국이나 유럽이나 곳곳에 여러가지 이유로 정착해 살면서 이들과 비슷한 느낌과 갈등 속에 살고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더랬다. 이국에 정착하기 위해, 가족의 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기만하고 감정을 포장하며 지내는 동안, 서로가 서로에 대해 모르게 되고 상처받게 되고 그래서 결국은 이질적인 문화 위에 가족간의 몰이해가 겹쳐 반목하게 되는 것. 때로 가족만한 상처가 있던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를 모셔야 한다는 중압감은 있으나 내키지 않아 고민하는 루마에게 같이 살지 않겠다고 나의 인생을 살겠다고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고, 그것은 긴긴 세월 이국에서 뿌리를 내리고자 애쓰며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일종의 반기였다 (길들이지 않은 땅) . 낯선 곳에서 만난 동족과 가족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고 어머니의 마음에서 사랑이 싹트기도 하지만, 결국 미국여자와 결혼하고 미국사회에 편입하기 위해 동족과 만나는 것을 멀리하게 된 프라납 삼촌 또한 행복한 인생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옥-천국) . 동생만큼은 미국인으로 키워보겠다며 미국적인 것만을 제공하고 미성년임에도 술을 알게 한 누나 수드하는 어느 새 똑똑했던 동생이 알콜중독 환자가 되고 점점 변해가는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며 자신의 실패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좋은 사람) .

헤마와 코쉭의 시점에서 이야기 되는 3편의 연작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냥 동족이라는 것 때문에 우정을 가장하여 친하게 지내던 두 인도가정은 너무나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결국 한 가정의 부인이 암으로 죽어가는 와중에 사실을 모른 채 미움을 키워나가게 된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이국 땅에서 공부를 하던 코쉭은 사진기자가 되어 험한 곳들을 전전하며 정착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되고 그 여정은 어느새 어머니의 죽음과 연결된 지점으로 향하게 된다.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는 교수로 성장한 헤마는 전형적인 미국여성으로 자랐으면서도 부모의 뜻에 따라 혹은 자신의 모순을 이기지 못해 순응하는 결혼생활을 선택하게 되고. 모두가 뿌리박지 못한 인생의 결과이다.

어쩌면 이런 감정들은 꼭 이국땅에 뿌리박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게다. 늘 마음 한 켠에서 두 세가지의 상반된 감정들이 꿈틀거리는 것이 인간이고 보면 그 모순과 갈등이 대부분의 보통사람을 파괴하지는 못 할지라도 쭈욱 뭔가 해결되지 않은 느낌을 지닌 채 살아가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나의 전 세대인 부모와는 늘 부딪히고, 가족간에 생길 수 있는 불화나 반목은 또한 가족이라는 미명 아래 애써 무시하려 하나 늘 상처받게 되고, 내 인생이 제대로 된 인생인지 내가 나의 인생을 사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회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담담하고 세밀한 어조로 그 감정을 똑바로 보기를 설득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들은 비단, 이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말꼬리) 난 원제인 <unaccustomed earth>가 제목으로 훨씬 맘에 든다. <그저 좋은 사람>도 좋았지만, 그래도 가장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번역하면 너무 상투적인 말이 될까봐 피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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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2-1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연님 글에 동감해요.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결혼하고 애 낳고 키우면서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라히리의 이민세대 이야기가 공감하는바가 컸던 것은 내가 처한 상황하고 비슷해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비연 2010-02-10 12:09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반갑습니다^^ 저는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아직인 영원히가 될 가망성이 크다는..ㅜㅜ) 나이먹을수록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평생을 마주하고 사는 사람들간의 애증이랄까 복잡미묘한 감정이랄까...그래서 이 책이 여러가지로 의미하는 바가 컸죠^^
 


책은 정말 매일매일 계속해서 쉼없이 나오고 있구나..라고는 하지만
더더더더더더더더더 * 100배 ! 많이 나오길 바라는 1人, 비연. 




예전에 <삼국지>보다는 <서유기>를 읽으라는 책이 있었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 나오는 만화로나 익숙하지만, 그 속에 철학이 있다고. <삼국지>처럼 권모술수나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고. 그래서 계속 관심을 가져왔었는데..새로 나오는 모양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올해가 월드컵의 해였던 거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문득문득 잊었다가 생각났다가를 반복할 정도였는데...이걸 보니 아 정말 하긴 하는구나 싶다. 4년 전만 해도, 8년 전만 해도 거리에 뛰쳐나가서 열심으로 거리응원도 하고 그랬었는데, 아..옛날이여. 이제 저질체력과 저질허리를 보유한 할매 비연이 되고 보니 그건 요원할 것 같고 그저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맥주나 먹으면서 리모콘 조정이나 해야 할 듯 싶다. 평소에는 축구에 전.혀.관심없다가 월드컵만 오면 불현듯 관심이 일어나는 이 축구행사.ㅋㅋ






사실, 이 책을 살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냥 <기적의 입버릇>이라는 단어가 꽂혀서 올려본다. 말하는 대로 살아지는 인생이라. 안 봐도 그 내용이 비디오처럼 스쳐지나가지는 책이지만, 서점에서 한번 휘익 넘기면서 자신을 다지는 용으로는 적절하지 않을까..(결코 책을 폄하해서가 아니라, 내 취향이 아니라는 얘기다). 가끔 일반론이 큰 위안을 주기도 한다.  

 

 

 
 

열린책들에서 장 자끄 쌍뻬의 책을 1월~2월에 걸쳐 4권이나 한꺼번에 내었다. 완전 작심하고 낸 폼이다. 장 자끄 쌍뻬가 최고로 기억에 남는 건, <좀머씨이야기>의 삽화인데. 그 책은 지금 봐도 가슴에 뭔가 남는 흔적이 있는 책이다. 장 자끄 쌍뻬의 그림도 그런 느낌에 한 몫을 더하고 말이다. 한번 사볼까나.   

 
인디고에서 나오는 책 7권이 묶여 나왔다. 1편 어린왕자, 2편 작은 아씨들, 3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4편 빨간 머리 앤,  5편 눈의 여왕, 6편 피노키오, 7편 오즈의 마법사인데...표지가 이쁘고 크기가 적당해서 서점 갈 때마다 한번씩 들춰보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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