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고프닉의 <파리에서 달까지>를 읽다보니, 문득 파리라는 곳에서 혹은 파리라는 곳에 살면서 혹은 파리라는 곳을 여행하면서 쓴 책들이 궁금해졌다. 가끔씩 읽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파리(Paris)라고 하면 뭔가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뭔가 우리랑은 다른 지적인 분위기가 있을 것 같고 뭔가 좀 멋질 것 같은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것을 보면, 분명 사람들의 글들도 많겠지..라는 생각에 다다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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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시들한 내 삶에 선사하는 찬란하고 짜릿한 축제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3년 11월 1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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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드 파리- Theme Voyage 03
박유하 지음 / 황소자리 / 2008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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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쯤은 파리지앵처럼
황희연 글.사진 / 예담 / 2008년 7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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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파리를 만나라- 와인과 떠나는 파리문화기행
민혜련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5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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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1-22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랜만에 파리스케치 함 열어봐야겠네요^^.. 그 유들거리면서도 정감가는 스케치라니..^^

비연 2010-01-22 09:22   좋아요 0 | URL
장 자크 쌍뻬의 글과 그림은 참 정감스럽죠~ 저도 하나 마련할까봐요^^
(어제 대박으로 책 사놓고 또 살 궁리중인 비연 ㅜㅜ)

머큐리 2010-01-2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책들이 몇권 있네요...ㅎㅎ

비연 2010-01-22 11:15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ㅋㅋㅋㅋ
 


예전에는 이상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 탄 소설들을 참 열심히 읽었더랬다. 연초나 연말에 뽑히는 신춘문예 중단편소설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빼놓지 않고 읽었었고. 요즘엔 뭐가 뽑혔는 지도 잘 모르는 일이 허다하고...신춘문예는 본 기억이 가물가물. 흠..세상이 바뀌고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되는 건가.

올해 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나왔다. 박민규의 단편 <아침의 문>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고. 난 박민규의 소설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전작들을 보면 꽤 흥미로와 보이는 작가이기는 하다. 찾아보니, 알라디너들이 자주 올렸던 책목록들이 눈에 보인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나 <카스테라> 혹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등. 요즘 이상문학상 당선작의 경향은 어떠한지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감명깊게 읽었던 이상문학상 당선작은 여러 작품이 있다. 조금 오래전 것들을 좋아했었는데, 요즘 활동이 뜸하신 분들도 계시고 아직도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계시고. 어쨌거나 이상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은 한 사람의 소설가가 사회에서 작가라는 이름을 올곧게 내세울 수 있는 하나의 관문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1987년 수상작인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두말할 나위없는 작품이었다. 읽고나서 꽤나 충격을 받았었던 작품이고. 한때 연극무대에도 자주 올려졌었다. 그 이후로 이문열이 줄기차게 낸 작품들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글빨과 내용들이 주로였고 잘 쓴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가끔 하는 말들이 어이없어서 탈이다...1991년 조성기의 <우리 시대의 소설가>나 1992년 최인호의 <깊고 푸른밤>도 재밌게 읽었었다. 조성기는 예전에 이런 문학상의 단골 수상대상자이곤 했는데, 지금은 교수로 계시고 기독교에 심취하셔서 그에 관한 글들을 많이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최인호의 글을 좋아하는 편인데, 따뜻한 에세이에도 능하고 역사물이나 현대물에도 능한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암이 악화되어 요즘 절필한 상태인데 쾌차하시기만 빌 뿐이다.




 

 

 

 

 

 

 


이 시리즈는 오래 전 작품들이지만, 지금 읽어도 참 좋은 글들이다. 1981년 수상작인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박완서의 글들을 꽤 읽은 편인데, 이 소설을 접하고, 아 계속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었다. 체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소설로 옮길 때 어떤 작가들은 참 그 감정을 다 정리하지 못하고 내어서 보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곤 하는데..박완서는 이미 감정이 바닥을 쳐서 좀더 타자화해서 보는 데 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4년 최윤의 <하나코는 없다>. 서강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셨는데, 몇 편 좋은 소설을 낸 후 요즘은 아주 뜸하다. 이 <하나코는 없다>는 참 괜챦은 소설이었었는데. 우리 엄마랑 가끔 이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닥 환타스틱한 소재가 아니라도 사람 마음을 이렇게 잘 그릴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글이다 그러면서..(엄마랑 나랑은 독서취향이 좀 비슷한 편이라서~). 1990년 김원일의 <마음의 감옥>.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이다. 이 소설의 제목인 <마음의 감옥>은 내가 가끔 인용하는 말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 마음 속에 집짓고 사는 숨겨진 많은 감정들에 대해서 되짚어 보았던 기억이 있다. 이 외에도 <슬픈 시간의 기억>이나 <마당깊은 집>도 꼭 읽어볼 만한 작품들이다.

이밖에도 많다. 다 올리기 힘들어서 여기서 그만두지만 말이다...^^;; 최근에 신진 작가들의 좋은 글들도 계속 발굴되고 있는 것 같고. 34회나 되었으니 정말 역사가 오래 되었지 않은가. 여기 글한번 올리지 않은 작가들은 이 시대를 담아내는 글을 쓴다고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좀 비약일 지는 모르지만. 생각난 김에 이번 이상문학상 당선자인 박민규의 소설을 한번 챙겨서 볼까 싶다...라고는 하나....

참 볼 건 많고 시간은 없고. 사실 일한다고 앉아서도 책에 정신 팔려 벌써 시간이 1시..ㅜㅜ 이제부터 하자니 졸리고. 자고 나서 하자니 그냥 자버릴 것 같고. 암튼 독서여행이 필요하다, 나에겐. 오늘도 도착해버린 몇 권의 책과 더불어 책장 미어터지게 차지하고 있는 저 책들을 다 내 머릿속에 넣어버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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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0-01-22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그래도 이상문학상 얘기 쓰다가 시간이 없어서 비공개로 돌려놓았는데 찌찌뽕 ㅋ
박민규는 저도 몇 권 읽어보았는데 삼미 슈퍼스타 강추해요. 비연님 야구도 좋아하시니 쓰러지실 듯. ㅎㅎ 그 외 몇 개 읽은 작품들은 그저그랬습니다. 저도 왕년에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매년 샀었는데 어느 작품(?)을 계기로 손 뗐지요;;; 요즘 대상작들보다 예전 작품들이 더 좋은거 같아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상문학상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ㅎ 뭐 제가 다 읽은건 아니지만요 ^^;;;

비연 2010-01-22 09:24   좋아요 0 | URL
앗. 찌찌뽕, 키티님^^ 저도 박민규 작품 중에 <삼미슈퍼스타즈..>가 가장 보고 싶다는..ㅋㅋㅋ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정말 명작이죠~ 저도 예전작품들에 더 정이 가요. 정서에 더 맞는다고나 할까~

머큐리 2010-01-2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매년 이상문학상이 출간되면 사서 읽었는데...어느 사이엔가 멀어져 버렸어요... 90년대를 넘어서면서 무언가 소설들의 감성들이 바뀌기 시작한 그 시점인 것 같은데..이상문학상하면 마치 떠나간 옛사랑의 추억같은 느낌이.. --;

비연 2010-01-22 11:13   좋아요 0 | URL
아..정말 떠나간 옛사랑의 추억이라는 말씀이 딱 와닿네요.
그러게요..요즘엔 정말 안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야구장 습격사건 - 엽기발랄 오쿠다 히데오 포복절도 야구장 견문록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동아일보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목 '야구장 습격사건'에 낚이지 않는 사람 별로 없을 것 같다. 특히나 '공중그네'와 같이 재미있는 소설을 쓴 오쿠다 히데오가 쓴 소설이라면 더더욱. 게다가 이 사람, 주니치 드래곤즈의 열렬한 팬이며 따라서 야구에 대한 에세이도 많이 쓰고 있다니까 읽을 만하지 않겠어? 라고 적어도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어제 오늘 다 읽고 난 소감. 우선 하하하. 무지하게 깊이 있는 글을 원한다면 절대 권하고 싶지 않으나 그냥 잡지책에 실린, 스윽 한번 읽고 말 이야기를 원한다면 강추이다. 사실 요즘 날씨도 우울하고 여러가지 일로 심란했는데, 읽으면서 무지하게 유쾌했다. 이 사람, 현실에 존재하는 이라부의사 아니야? 뭐 그런 느낌. 큭. 또 하나는 맥주가 너무나 먹고 싶어졌다는 거다. 어딜 가나 오리온 맥주를 먹어대는 이 아저씨의 맛깔스런 글을 보다보면 안 좋아하는 맥주라도 한번 먹어봐? 할 판에 나처럼 좋아라 하는 사람은 그냥 바로 가서 맥주 몇 캔을 안고 올 수 밖에 없다는. 물론 난 아사히로.

이 글은  어느 해 1년동안 오키나와, 시코쿠, 타이완, 도호쿠, 히로시마, 규슈를 다니면서 야구장을 찾아다닌 지은이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읽어보면 이건 야구 관람기라기 보다는,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니면서 먹고 마시고 마사지 받고 자고 가끔 야구장 찾아다닌 이야기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일본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그 곳의 맛난 음식과 좋은 경치를 소개하는 여행 에세이로서도 자리매김할 수 있겠다 싶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은 야구, 맞다. 야구를 사랑하고 그 야구를 하는 선수들을 사랑하고 그 야구를 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관객들과의 호흡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글들.

곳곳에 지은이의 유쾌한 문장들이 엿보이는 것이 이 책의 진가라면 진가다. 1959년생이니까 아마도 그 당시엔 40대 후반이었을테고 독신이며 프리랜서인 아저씨가 툭툭 내뱉는 말이 기발하면서도 촌철살인인지라 읽으면서 푸푸풋 하고 웃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텔레비젼 뉴스에서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의 취업률이 최악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특히 오키나와는 30퍼센트로 전국 최저라고 한다. 아나운서가 불경기를 탄식한다. 참고로 전국 최고는 내 고향인 기후, 80퍼센트이다. 그럼 물어보자. 기후는 경기가 좋고 오키나와는 경기가 나쁜가? 그렇지 않다. 기후는 백수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고, 오키나와는 백수를 받아들이는 사회일 따름이다. 좋잖아, 그거. 오키나와 만세! (p46)


크. 백수들에게 이렇게 희망어린 말을 이렇게 유쾌하게 주는 글은 또 뭐란 말인가.  


그런데 나는? 자리에 앉아 식은 땀을 흘리고 있다. 갑자기 똥이 마렵다. 그것도 노도와 같은 기세로. 우웃, 빨리 가줘, 제발. 순간, 버스에서 내려 풀숲에서 실례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말도 안 돼. 무슨 기념할 일이 있다고 오노미치 변두리까지 와서 풀숲에다 똥을 싸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여기서 싸버리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게 평생 심리적 외상으로 남아 나를 괴롭힐 것이다. 아아, 왜 여행같은 걸 하는 거야. (p227)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가는 곳마다 그곳의 정에 취해 그곳의 음식에 취해 그곳의 경치에 취해 그곳에 살고 싶다고 한다. 도쿄라는 삭막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곳을 떠나 여기 정착하고 싶구나 라며 여행의 흥취를 더하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구를 잊지 않는다.


중견수 다카하시의 옛 동료 스즈키 이치로는 메이저 리그에서 MVP가 되었다. 투수 가토 히로토의 후배 이시이 가즈히사는 LA 다저스의 주전 투수다. 인생은 각양각색이다. 그 분기점은 어디든 있다. 그렇지만 모두가 야구 선수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프로야구 선수다. (p172)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스타 플레이어라서 좋아하고 1등 하는 팀이라고 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다. 야구에는 인생이 배여 있고 메이저든 마이너든 함께 뛰는 선수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게 하는 힘이 있어서 좋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모두가 소중하다는 느낌, 그래서 플레이 하나하나에 갈채를 보낼 수 있는 거다. 오쿠다 히데오가 느끼는 것이 바로 내가 느끼는 것.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에가와의 강속구에 경탄하고, 엔도의 포크볼에 입을 쩍 벌리고, 하라가 터뜨리는 홈런에 탄성을 내지른다. 나는 아름다운 것과 그것이 빛나는 순간이 좋다. 기록과 권위에는 관심이 없다. 자이언츠 따위를 어찌 응원하리. 결과 따위, 존중하지 마. 통산 91승의 이마나카가 지금도 팬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내게 큰 격려가 된다. (p273)


동감입니다, 오쿠다씨.

아. 야구가 보고 싶다. 땀흘리며 필드를 넘나드는 그들의 플레이에 환성을 보내고 싶고, 갈고 닦은 역량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것의 결과가 어떻든, 이기든 지든 열심으로 치고 달리고 던지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힘을 얻고 싶다. 그게 인생이니까.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그 공간. 그래서 나도 야구를 좋아한다. 문득, 오쿠다 히데오처럼 야구장 순례를 다니면서 우리나라 산천을 한번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만큼 재미있는 글들은 안 나와도, 내 맘 속에 따뜻한 바람이 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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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노블우드 클럽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존 딕슨 카의 작품들은 <황제의 코담뱃갑>, <세 개의 관>, <화형법정>, <모자광살인사건>, <구부러진 경첩> 정도를 읽어왔던 것 같다. "<벨벳의 악마>는 책장에 꽂혀있고. 어떤 작가이든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만, 존 딕슨 카는 고전추리소설의 대가로서 사모해마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내 경우엔, 뭐랄까 딱히 좋다 라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데 말이다, 쓰는 작품마다 고전의 명작이구나 라는 생각은 늘 가지게 되는 작가이다.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기드온 펠 박사의 서재에 모인 네 남자. 펠 박사, 해들리 총경, 캐러더스 형사, 허버트 암스트롱 경. 그들의 앞에는 살인사건의 증거물들이 놓여 있다. 요리책과 두 개의 가짜 수염, 석탄 덩어리를 던진 자국이 있는 벽의 사진, 구부러진 단검,..그 기묘한 증거물들 앞에서 펠 박사를 제외한 세 명의 사건 설명이 이어진다. 담장 위의 정신나간 노신사, 춤추는 박물관 안내원, 가짜 경찰관, 그리고 박물관 마차에서 튀어나온 난데없는 시체들...

제프 웨이드의 박물관. 흡사 아라비아의 궁전을 연상시키는 그 박물관에서 어느날 저녁 몇 명의 남녀들이 모여 모종의 연극을 꾸민다. 제프 웨이드의 딸인 미리엄 웨이드의 약혼자인 매너링을 골탕 먹이기 위해 모인 사람들. 제프 웨이드의 아들인 제리 웨이드와 딸인 미리엄 웨이드. 미리엄의 친구인 해리엇 커크턴, 집사인 로널드 홈스, 박물관 안내원인 프루언, 그리고 리처드 버틀러와 샘 벡스터. 이들은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이용하여 각자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매너링에게 조금 겁을 주는 연극을 꾸미기로 한 후 일을 진행시키는데, 그 와중에 조금씩 일이 꼬이고, 급기야 한 배역을 연기하기로 했던 펜드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급반전이 된다.

각기 다른 태생(잉글랜드-스코틀랜드-아일래드)의 세 명의 화자가 사건에 관여를 하게 된다. 관련자들의 엇갈리는 진술들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과정들이 이어지고 뜻하지 않은 반전들도 연속된다. 그러면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윤곽과, 아 다 해결되었구나 라는 정점에서 다시한번 펠 박사의 날카로운 지적으로 사건이 급마무리되고, 하룻밤의 아라비안나이트는 그렇게 끝이 난다.

존 딕슨 카만이 창조해낼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밀실살인의 대가이고 지적이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는 소설의 배경에 시대상도 교묘하게 결합하는 재주가 있다. 특히나 이 책은 고대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박물관과, 하룻밤 계속 되는 이야기의 향연, 그리고 아라비아의 고대모습을 흉내낸 연극장면들이 모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신비하고 뭔가 기묘한 느낌을 가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또한 세 명의 각기 다른 화자가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절묘한 구성이 꽤나 잘된, 그래서 후대의 탐정소설 작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특히나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증거들이 나중에 하나의 범죄 스토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가 하나하나 밝혀지는 재미가 상당히 크다. 양파의 껍질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는 느낌. 혹은 지층의 한 층 한 층을 내려가면서 화석들을 캐내는 느낌.

사실 처음 읽을 때는 산만한 내용과 말도 안 되어 보이는 증거들에 조금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독서를 지탱하게 되지만, 점점 갈수록 빠져들게 되고 그 답답한 심정들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느낌을 확실히 부여한다는 점에서, 존 딕슨 카는 대단히 멋진 범죄소설 작가라는 것이 입증되는 셈이다. 나처럼 존 딕슨 카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 독자조차도 아 이 정도면 고전추리소설의 명작이지! 라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특히 난 이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든다.

박사가 가스불을 끄자 날카로운 수증기 소리를 한 번 내고 주전자는 잠잠해졌다. 그러고 나서 모두가 마음이 편안해져 식욕을 느꼈고 다 같이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추리소설의 마지막치고는 참 평온한 느낌을 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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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카는 남자아이로 며칠 전 만 5살이 된 장난꾸러기이다. 파워레인저를 무지하게 사랑해서 그것만 가지고도 몇 시간을 혼자 놀 수 있는 아이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남자애라 그런가, 인형보다는 로봇을 좋아하고 아니나 다를까..공룡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생일에 공룡을 사주었더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닥 관심 별로 없어하는 책이라도 공룡이라면 눈을 번쩍 뜨고 보길래 공룡책을 매주 사주고 있다. 공룡이름을 줄줄 외우고 있는 아이를 보면, 역시나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은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구나 싶어 참으로 흐뭇하다.

조카에게 사준 책들과 사주고 싶은 책들을 한번 모아본다. 한꺼번에 말고 조금씩 조금씩 사주면서 흥미를 유발해볼 생각이다. 벌써부터 좋아라 하는 녀석의 얼굴이 떠올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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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공룡 백과- 5~8세, 우리 아이 사고력과 관찰력을 쑥쑥!
HR 기획 지음, 최광섭 그림 / 효리원 / 2009년 11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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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공룡의 모습을 색감좋게 담아둔 책이다.
디스커버리 화제작! 공룡이 나타났다 (10Disc)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감독 / 랭귀지 타운 / 2009년 12월
48,000원 → 9,900원(79%할인) / 마일리지 10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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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디스커버리에서 만든 DVD라면 보여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블루레이] 아이스 에이지 3 : 공룡시대- 아웃케이스 없음
카를로스 살다나 감독, 레이 로마노 외 목소리 / 20세기폭스 / 2010년 2월
19,800원 → 19,800원(0%할인) / 마일리지 20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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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공룡만 좋아하기는 하는데..그래도 만화를 보면 재밌어하지 않을까. 아이스 에이지는 나도 보고 싶은 에니메이션이니까..ㅋ
다이너소어 공룡 색칠북- 지원 색칠 공부
도서출판 지원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지원 / 2009년 11월
5,500원 → 4,95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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