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 속의 외침 - 2판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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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위화가 고민을 시작한 지점이 어디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처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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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9-0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2008년 2월 4일 (그것도 40자평!) 이후 첨이라니.
이렇게 게으른 비연이 있을 수 있나..ㅜㅜ
 
초상화 살인
이언 피어스 지음, 김흥숙 옮김 / 서해문집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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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하긴 하지만 얇아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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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의 심장 - 완전범죄 살인릴레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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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모두 평등하다는 건 환상일 뿐이라는 게 그의 오랜 철학이었다. 이 세상은 불공평과 차별로 가득 차 있다. 누구나 태어난 그 순간부터 다양한 계층으로 나눠진다. 언젠가 반드시 최상층의 인간이 된다. 지배자가 된다...그것이 다쿠야의 최종 목표였다. (p23)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어릴 때 엄마는 돌아가시고 술에 절어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경멸하며 소년 시절을 보낸 스에나가 다쿠야.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는 로봇개발자로서 MM정공에 입사하고 그 회사의 실질적 오너의 딸과 결혼할 수 있는 기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내연 관계에 있던 야스코가 임신을 빌미로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고민하다가 (알고보니 야스코가 동시에 내연 관계를 맺고 있던) 같은 회사의 다른 두 남자와 공모하여 그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완전범죄를 위한 살인 릴레이. 그러나 결국 발견된 시체는 그녀가 아니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1989년도 작품이다. 1985년에 데뷔했다고 하니 비교적 초창기 작품이고 20년만에 우리나라말로 번역되어 나왔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연도를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다. 게다가 추리소설적인 장치나 아이디어의 반짝임, 사회와 개인의 이면에 대한 정교한 묘사 등이 지금의 작품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짜임새 있고 재미있어서 다시한번 놀랐다.

스에나가 다쿠야의 주위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상처가 현재까지 이어져 독으로 품어지고 그래서 사람에 대한 신뢰나 인생에 대한 일상적인 재미는 잃은 채 그저 '상승'에 대한 욕망만으로 가득찬 숱한 사람들이 있다.  결국 그런 자신을 세차게 내몰다가 나락에 빠지는 것은 그들이고 살아남는 것은 그들이 동경해마지않는 사람들뿐이라는 현실. 그들 중 아무도 행복해지지 못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충복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로봇을 올려다보며 다쿠야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난번에 들은 무네가타의 말을 떠올렸다. 그런 일은 예외 중에서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로봇은 늘 인간에게 충실한 존재다. (p356)  
   


히가시노 게이고는 늘 어린 시절의 상처에 지배당하거나 펼쳐보지도 못한 꿈에 질식되어 있는 가련한 사람들에게 집중해왔다. <백야행>, <환야>가 그랬고 <용의자 X의 헌신>이 그랬다. 또 한편으로는 팜므 파탈적인 이미지의 여성을 등장시킴으로써 그 비극을 더욱 냉정하고 비극적으로 고조시키곤 한다. 이 책에서의 야스코가 그렇고 <백야행>, <환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그랬다. 또한 사회적인 문제들, 비단 일본만이 가지고 있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 매우 세부적으로 묘사를 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고 바둥거리는 인간들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서 지극히 제 3자적인 입장에서 동정심을 개입하지 않고 묘사해왔다. <호숫가살인사건>이 그런 류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 '브루투스의 심장'에는 이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줄곧 관심을 가져왔던 화두가 어디에서 시작했는가를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다.

이만큼 짜임새있는 추리소설을 만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저 일상적인 내용을 반복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재미는 줄 지 모르지만 읽고나면 뭔가 빠진 듯 허전한 추리소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많이 공부하고 많이 생각하여 얼개가 딱 들어맞게 쓰여진 덕분에 내용의 비정함에 씁쓸함은 느낄 지언정 책을 덮을 때 구성적인 시원함을 선사하는 책도 있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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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2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날렸다가 다시 썼더니 감흥이 안난다..ㅜㅜ 왜 날아간거야..쩝.

물만두 2007-08-29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수록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연 2007-08-29 20:04   좋아요 0 | URL
저도 첨엔 그냥 그랬는데 요즘 나오는 책들 계속 읽다보니
점점 괜챦아지는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7-08-29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깔끔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글인데요.^^

비연 2007-08-29 20:05   좋아요 0 | URL
칭찬이신거죠? 감솨!^^ 일단 책 자체가 매우 흥미롭답니다~^^

프레이야 2007-08-3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렸다가 다시 쓰신거에요? 그럼 노고에 추천 두번 드릴 순 없나요? ^^
잘 읽었습니다, 비연님.^^

비연 2007-08-30 20:56   좋아요 0 | URL
우헤헤. 혜경님..말씀만으로도 감솨~
그냥 키 하나 잘못 눌렀는데, 싸악 사라져버리더라는..ㅜㅜ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존 르 카레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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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 르카레가 참 좋다. 그리고 그가 창조해낸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와 그의 동료들을 좋아한다. 열린 책들에서 나온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읽고나서 이 하얀 표지의 느낌좋은 책들을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는 가끔씩 펼쳐보곤 한다. 책 선전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가디언의 그 문구, 르카레는 현재 영국에서 글을 쓰는 그 어떤 소설가보다도 뒤지지 않는 작가이다, 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말이다.

이 책,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는 존 르카레의 처녀작이다. 따라서 조지 스마일리가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인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조지 스마일리를 고대 독일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냉전시대에 여러 나라에서 첩보원을 한, '땅딸막한 체구에 조용한 성격의'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1960년대 영국의 정보국에 근무하던 스마일리는, 며칠 전 이름없는 투서로 스파이라고 고발되어 본인이 직접 면담을 했던 외무국의 새뮤얼 페넌이라는 사람이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그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서 페넌의 집에서 아내인 엘자 페넌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새뮤얼 페넌이 그 전날 신청해둔 모닝콜을 받게 되고, 이를 의아하게 여겨 이것저것을 조사하면서 그 의혹감은 커져만 간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우울한 진실들.

이 책은 다른 존 르카레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스파이소설'이라고 분류하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물론 스파이소설이라는 것을 우습게 보아서는 아니고, 그렇게 범주화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지게 될 편견들을 방지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스파이라고 하면, 바로 생각나는 것이 007의 제임스 본드이고 그래서 멋지고 잘생기고 마초적인 유머를 즐기며 여자를 좋아라 하지만, 첩보전에서는 기가 막힌 활약으로 '악당'들을 물리치는 그 007을 생각하고 이 책을 봐서는 안된다. 내가 존 르카레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파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사람에 대해서, 이념 속에 끼여 어딘가에 마음 붙이지 못하고 회색지대에 머물며 서성이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서이기 때문이다.

냉전 시대를 그저 선과 악으로, 미국과 독일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분류하여 사람들도 똑같이 저쪽과 이쪽,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려고만 한다면 많은 중요한 것들이 간과되어지지 않을까.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은, 자신의 배경에 따라 혹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무언가'(우리는 이런 것을 '꿈'이라고 이야기한다)를 실현하기 위해 애썼을 뿐이고 존 르카레는 그래서인지 그들을 굳이 모두 좋은 넘 모두 나쁜 넘으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설사 영국의 정보국이라 할 지라도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에 의해 잘못된 일을 저지르기도 하고 사람들이 희생되기도 한다. 또한, 정보국도 조직이므로 멍청한 상사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부하가 있을 수 있고 같은 동료끼리의 갈등도 일어난다. 그렇게 존 르카레는 냉전 시대의 정보국과 그 속에 몸담고 있는 '첩보원'들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지 사실은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에 나온 존 르카레의 책들에 비해서는 데뷔작이라 그런지 그 짜임새가 아주 정밀하지는 않지만, 스마일리와 이후에 계속 등장하게 될 멘델이나 피터 길럼이라는 사람들이 선보인다는 점에서 소중한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추리소설의 기법을 쓰고 있고 하나하나 연결고리가 벗겨지면서 드러나는 진실과 거기에 대처하는 스마일리의 모습들은 흥미진진하여 다 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못 떼게 하는 재미까지 있다.

뱀꼬리. 그런데, 번역이 좀 매끄럽지 않은 점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그렇게 봐서인지, 군데군데 조금 어색한 부분들이 있어서 당혹스러웠다. 예를 들어 p198의 마지막 '이 곳은 템스 강의 단호한 팔에서...' 라는 부분처럼 번역자의 의도가 있는 번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런 식의 불편함이 있어서 읽는 재미를 조금 방해했다는 걸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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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7-09-2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나라..> <팅거, 테일러..> <죽은 자...> 단 세 권만으로 르카레가 좋아졌답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진 <콘스탄틴 가드너>나 <러시아 하우스>를 보지 않고 있습니다. 나중이라도 책읽기의 즐거움을 해칠까봐요. 근데 책출간은 세월아... 내월아... 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ㅠㅠ

비연 2007-09-24 00:34   좋아요 0 | URL
모든 작품이 주옥같은 작품이죠..^^ 근데 정말, 책출간은 왜 이리 더딜까요?
 
추천하고 싶은 일본소설 베스트는?
유리 망치 -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10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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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의 소설은 '검은집' 이후로 두번째다. '검은집' 자체가 워낙 인상적이어서(그러니 영화개봉하자마자 날름 가서 보지 않았겠는가. 결과는 대실망이었지만서두..쩝쩝) 이 책도 주저않고 샀다. '유리망치'. 제목이 대단히 있어보이고 게다가 북디자인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부는 범인을 좇는 자와 살해된 사람의 주변자들 이야기, 2부는 범인과 범인의 주변자들 이야기.  어느 간병회사의 사장이 일요일 대낮에 완전히 밀폐된 집무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고 그 날 회사에 있었던 부사장,비서들, 직원들 모두는 알리바이가 있거나 살해 시각에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진다. 단 한 사람, 히사나가 전무만이 아무도 모르게 그 방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이유로 살인자로 몰리는데 변호사 아오토 준코는 전무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조금 독특한 탐정 비스무레한, 액면가로는 방범컨설턴트이나 전직은 매우 의심스러운 에노모토 케이라는 남자와 함께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 추리소설의 묘미는, 역시 이제까지 우리가 아연실색하며 보았던 자르고 붙이는 엽기시체콘테스트는 하나도 없이 그저 밀실추리라는 본격추리형식을 띠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정말이지, 사람 하나 가볍게 머리에 타박상 맞아 죽는 사건을 접한 지가(역시 추리소설 계속 보면 이렇게 잔인해진다니까..;;;) 한 수십년은 된 듯 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약간의 구역질이나 미간의 찌푸림 없이 그저 어떻게 이런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는가에 집중하게 한다. 그리고 모든 가능성들이 봉쇄되다가, 결국 에노모토가 진상을 섬광처럼 알게 된 순간 2부로 넘어가 바로 범인의 육성을 접하게 하는 숨가쁜 진행을 연출한다.

범인의 트릭은 대단히 놀라왔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트릭. 아니 그보다는 절대절명으로 몰린 사람이 죽을 힘을 다해 지혜를 그러그러 모아 만들어낸 살인. 그래서 그(혹은 그녀)를 100% 미워할 수는 없는 그런 사건. 이런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읽게 된다. 물론, 에노모토의 그 해박한 지식들, 특히 방범에 관한 그리고 방범 시설에 대한 듣도보도 못했던 많은 기술들이 쫘악 펼쳐지는 것도 (조금 지루할 수는 있겠지만) 의외로 재미나게 읽힌다.

에노모토의 캐릭터 또한 주목할 만 하다. 추리를 하고 범죄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돈이나 재물에 눈독을 들이지 않고 그 비밀을 풀어나가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상을 받으리라, 혹은 죄를 응징함으로 정의구현에의 바램을 이루리라 는 등의 기존 관념에 정면 도전하여 그저 속물적인 모습을 가감없이 들어낼 때는 웃기기까지 하다.

"아닙니다. 실은 전무님의 가족인데, 조건을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일당이 2만엔. 이 가게의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데 하루 1만엔, 교통비, 사용한 기자재는 실비입니다. 지불을 3일마다 현금으로. 그리고 별도로 조사 결과에 따라 10만~50만엔의 보수를 받습니다."
일당은 그렇다 치고 아르바이트비는 바가지인 것 같고, 무엇보다도 최종적인 보수라는 게 단기간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비싸다. 변호사 보수와 비교해도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책 p68-p69)

사건 컨설팅을 부탁하자마자 바로 봇물터지듯이 이어지는 이 돈 액수의 향연(?). 이 추세는 책의 마지막까지 주욱 이어지니까 기대해도 좋다. 특히 마지막 대사 몇 마디는 압권이다. 푸하하. 약간 심심한 맛을 주는 이 책에 그래도 생명력을 더해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제목처럼 망치로 나를 가격하는 듯 충격적인 결말은 없다 하더라도 길고 긴 페이지내내 4년 반의 공백기간동안 성실히 이야기를 그려나갔을 작가 기시 유스케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안고 있는 사회문제들에 대해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톤은 읽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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