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했다. 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skip. 다만 심란하여 소설책들 주섬주섬 챙겨 읽었노라 영화 띄엄띄엄 보았노라 얘기해본다. 머릿 속이 복잡할 때는 책 읽고 영화 보면서 다른 생각 못하게 머리를 채우는 게 시급하다. 나는 그동안 그렇게 지냈다.


 

 

 

 

 

 

 

 

 

 

 

 

 

 

 

 

미뤄 두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소설들을 챙겨 읽었다. <흑백>은 사 둔 지 꽤 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안주>를 읽어야 하는.. 그러니까 시리즈물 비스므레하다고 해서 둘다 아껴서 봐야지 하며 두었던 책들이다. 개인적으로 <흑백>은 좀 그랬고 <안주>는 두꺼웠지만 꽤 잘 나가는 작품이었다. 둘다 미시마야라는 상점의 조카딸인 오치카가 괴담 이야기를 듣는 내용인데.. 꽤 재미나고, 미야베 미유키는 이 책을 시리즈물로 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오치카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이렇게 생활해나가면서 괴담들도 진화시켜보겠다는 욕심이 있다고.

어쨌거나 미미여사의 에도물들은 흡인력이 있을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이나 정을 놓지 않고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이 시기의 나에겐 꽤 도움이 되었다. 뭐랄까. 속에 점점 가라앉아 가고 있는 사람의 대한 정을, 신뢰를 그렇게 버리지 말라고 은근히 종용한달까. 그래서, 이 시리즈물에 대한 기대는 자못 크다.

 


 

맛에 대한 에세이라고나 할까. 오늘 집어들었다. 박찬일 셰프에 대해서는 이 책을 고르면서 알게 되었는데, 기자 생활 하다가 문득, 이탈리아 음식에 꽂혀서 이탈리아에 가 요리를 배우고 돌아와 셰프를 하던 중 이렇게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된, 누가 보면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하나의 대상에 몰입해본 사람은 그 속에서 반드시 인생을 알게 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다.

 

생각해보면, 이 책의 제목처럼 추억의 많은 부분이 맛과 관련된 것 같다... 책을 읽다보니 나도 그런 내용으로 에세이를 쓸 수 있겠구나, 아 그러고보면 누구나 그런 이야기로 에세이를 쓸 정도는 되겠구나. 그러니까 이런 소소한 생각들을 참으로 맛깔스럽게 쓰는 사람이구나, 이 사람. 이런 생각을 주르륵 하게 된다. 병어 이야기를 쓰고, 옛 중국집(중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중.국.집.)의 짜장면 이야기를 쓰고 그렇게 추억에 켜켜이 묻어져 있던 음식과 맛과 사람 이야기를 쓰는 이 책은, 문자 그대로 내게 훈훈함의 정서를 안긴다.

 

우리는 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맛의 강물을 건넌다. 당신 삶 앞에 놓인 강물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때로 혀가 진저리치게 신맛도 있어야 하고, 고통스러운 늪 같은 쓴맛도 결국은 인생의 밥을 짓는 데 다 필요한 법이 아닐까. 밥의 욕망, 밥에 대한 욕망, 그것이 우리를 살린다.

- 작가 서문 중.

 

나는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내는 책을 사랑하고 있다. 우리나라 말로 쓰는 글들은 번역물보다 때로 아주 강렬하게 내 마음에 꽂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대상으로라도 글을 쓰고 그 글을 읽고 그랬으면 좋겠다. 모국어가 주는, 매우 섬세한 감정결들이 우리의 감성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거라 믿기 때문에. 그리고 요즘 보면, 참 좋은 글들을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좋다.. 싶다.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극장에 걸렸을 때도 보고 싶기는 했었는데..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렀었다. 미미여사의 책 <화차>를 무지하게 감명깊게 본 나로서는,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많이 궁금했더랬다.

원작과는 좀 다른 분위기, 다른 결말이긴 하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을 놓지 않게 하는 짜임새가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한 편이고. 특히나 (누구나 느끼겠지만) 김민희의 괄목할 만한 성장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나를 지우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여야 했고 그 시체를 조각조각 내어 버려야 했던 그 작업을 할 때의 김민희는... 정말 그 역에 빙의된 듯 했다. 그 절절함이, 그 구역질남이, 그 괴로움이 마음에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극장에 가서 <도둑들>을 봤다. 사진을 올리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 <오션스 일레븐>의 우리나라 버전 정도? 엄청나게 인기가 많은 건, 킬링타임용으로 매우 적당하고, 배우들이 대부분 쭉쭉빵빵하고, 시나리오 완성도도 나쁘지 않은 덕분인 것 같고.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김윤석이라는 배우에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매 죽여주는 전지현이나 김혜수, 얼굴 작고 어리고 잘생긴 김수현, 마초적인 이미지로 변모 중인 이정재, 나이 들어도 어느 역이나 잘 소화해내는 김해숙, 여전히 진부하지 않은 코믹 캐릭터 오달수.. 들만 모였으면 조금 싸보이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김윤석이 무게중심을 잡으니 영화가 왠지 있어보이는 느낌이었다. 한 사람의 아우라가 그렇게 영화를 격상시킬 수 있다는 것. 그 내공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를 생각하게 한다.

 

 

.............................

 


 

 

뭐 이렇게 지냈다. 이제 9월이고. 심란함도 좀 가셔졌고. 그래서 잘 지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주말을 보냈다. 남 일에 신경쓰지 않는다 해도, 취직한 후배가 한턱 내겠다고 하면 반가운 마음에 나가게 되고, 사촌동생들 군대 간다고 하니 문자 하나 날려 격려하게 되고, 여전히 졸업 못 해 허덕이는 후배 힘내라고 연락해서 웃게 하고.. 그런 시간들의 파편도 내 주말엔 포함되어 있었다. 사람은 어쨌거나 사람에게서 위안을 얻고 사람을 통해 구원을 받을 수 밖에 없겠지. 오지랖을 넓게 하는 건 자랑이 아니겠지만, 사람간의 정감을 남기는 건 내게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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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일요일이 끝나가니까 괜히 뒤척뒤척. 왜 일요일 저녁만 되면 시간이 아깝고 심란하고 그런 걸까. 사실, 더 일찍 자고 가뿐한 마음과 몸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암튼, 각설하고. 들고 있던 책이 재미가 없어서 근간에 좀 뜸했던 스릴러 소설이나 한번 읽어보자 하고 든 게 이 책. '차일드 44'

 

완전 호평인 이 책. 사다놓고 한참을 묵혔다가 이제야 꺼낸 이유는.. 왠지 찝찝한 내용일 것 같아서였다. 요즘은 일상이 고단해서인지, 좀 힘든 주제는 자꾸 피하고 싶어지는 비겁함이 내 맘에 늘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어제는 왜 이 책에 손이 갔을까. 안 그래도 싱숭생숭이었는데....

처음 장면부터 충격이었다. 아 정말... 대기근에 먹을 게 없어 초목 껍질뿐 아니라 책상다리까지 이빨로 뜯어 먹어야 할 상황에서 발견된 말라 비틀어진 고양이. 그것은 생명이라기보다 고기. 정말 오랜만의 고기. 발견한 소년은 엄마에게 금새 고하고 남들 몰래 잡기 위해 여덟살짜리 동생 손을 잡아 끌고 깊은 숲속으로 향한다. 그리고, 결국 천신만고 끝에 고양이를 잡게 되고... 잡아서 목을 비틀어 죽이는 10살짜리 소년..ㅜㅜ 남들이 보면 난리가 날 것이니 (굶주린 자들은 사람이 아니라 좀비 쯤 되는 거지..) 나뭇단 속에 넣어 가자고 열심히 나뭇단을 모아대는 형제... 그렇게 모으다가 둘 사이가 벌어지고... 그러다가 형이...

 

아.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얘기까지 읽고 그 담에 일어나는 연쇄살인의 전조를 읽고 있으니... 속이 메슥메슥. 책을 덮었다. 나가서 물을 한 컵 먹고. 다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쓴다. 시간은 새벽 1시.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메슥거리고 한 이야기를 왜 난, 하필이면 일요일 밤에 읽은 것일까. 핑크빛 무드의 경쾌한 책이나, 자기계발서나, 철학이나. 역사서나, 등등이 책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왜. 왜..? 라고 스스로를 질책하며 뒤척뒤척. 꿈자리가 뒤숭숭. 뭐가 악귀 같은 게 나왔다가 사라졌다가 후다닥 깨면 아직 20분 지나있고.. 그렇게 잠자리를 설치고 정신을 차리니 5시. ㅜㅜ 지금 난 내 정신이 아닌 거다.

 

물론, 오늘 가서도 읽을 거다..(미쳐) 궁금하니까. 이게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고 하니까. 더욱 그 전개가 궁금하다. 스릴러니 추리니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들 넘 읽어대서 이젠 왠만하면 식상한 판에 이런 신선한(?) 소재에 갈급했었다...라지만 아무래도 예측되는 섬짓한 내용에 좀 그렇다.. 암튼 밤에 늦게까진 읽지 말아야겠다고 결심결심하고 있다.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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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7-1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완전 관심가는 소설이긴 해요...저도 휴가때에 본격적으로 함 읽으려구요...

비연 2012-07-16 15:34   좋아요 0 | URL
다 읽고 다시 감상을 올릴 참이긴 한데... 아무래도 재밌을 듯..ㅎ
그래서 섬찟한 기운에도 계속 읽게 되요..이번 주 잠자긴 글른 듯 흑!

다락방 2012-07-1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국 밤에 끝까지 다 읽고 잤답니다! 도저히 뒷장을 넘기지 않을수가 없더라구요! 어휴.

비연 2012-07-16 17:0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도 오늘 불안불안해요..ㅜㅜ

비연 2012-07-17 10:5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저 어제 결국 새벽 3시까지 해서 다 읽었어요..ㅜ 지금 졸림..ㅜ

비로그인 2012-07-16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오들오들 떨면서도 궁금해서 읽지 않고 못 배기는 그런 맛이군요!! 아 근데 비연님이 설명해주신 대목만 봐도 속이 울렁울렁거리는 것 같아요. 열 살짜리 애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ㅠㅠ <모방범>이 그렇게들 무섭다고 하던데 저는 결국 안 읽었고, 이 책도 결국 안 읽을 것 같은데 지금 갈등되요 무지... <스노우맨>을 읽을까도 생각중이네요. 음, 저는 요새 너무 평이한 소설들만 읽고 있는 듯. 좀 파격적이고 스릴 넘치는 소설을 하나 골라봐야겠어요.

비로그인 2012-07-16 19:36   좋아요 0 | URL
어, 도서관에 <차일드 44> 대출가능이에요 ㅋㅋㅋㅋ 아 어쩌지 내일 빌릴까....... 고민 되요 ㅠㅠ

비연 2012-07-16 21:52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 <모방범>과 <스노우맨>은 제가 누구에게나 강력! 추천하는 책들인걸요! 좀 잔인한 구석도 있지만, 정말 잘 된 작품들요!^^ <차일드 44>도 어째 예감이 그래요. 막 추천하게 될 것 같은 ㅎㅎㅎ;;; 대출할 수 있다니, 인연이신 듯. 같이 읽어 보아요~

야클 2012-07-1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은 나는데 숫자 '44'가 무슨 의미였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네요.

비연 2012-07-17 09:37   좋아요 0 | URL
44는... 사람(?)...수...요... 이 일이 시작되는 계기가 된. 어제 새벽까지 해서 다 읽었는데. 재미는 있는데 좀 불쌍하고 섬찟하고 그래서 마음이 안 좋아요..ㅜㅜ

라로 2012-07-17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연님의 리뷰로 대신할께요,,^^;;

비연 2012-07-17 09:37   좋아요 0 | URL
흠..뤼야켈레벡님...재미있긴 해요. 잔인한 거 싫어하시면 그냥 pass 하셔도 될 듯...;;;;;
 

 

1. 아침부터 바빴다. 오전부터 내게 조언을 구하겠다는 사람을 만나 에너지 쓰고. 이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팔자인지. 그렇게 알려줄만한 꺼리가 있는 나의 상태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은 있지만, 여전히 난 인생이 뭔지 모르겠고 내 인생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갈팡질팡인데... 내게 조언이란 걸 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좀 그렇다. 그렇다고 냉정하게 뿌리치긴 그렇고 해서 보기는 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이상을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택도 없는 오지랖이고.

 

2. 강남역에서 만났기 때문에 근처에 간 김에.. 하면서 교보문고에 들렀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하는 거지..ㅋㅋㅋㅋ 약속이 또 있어서 금새 나오긴 했지만, 역시 책구경은 언제 해도 좋다. 조언이라는 걸 하면서 마음이 찝찝했었는데.. 금방 잊어먹을 정도로.

 

3. 서점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렇게 비올 줄 모르고 다들 놀러를 간 걸까. 그래도 한적하니 돌아다닐 수 있어서 난 좋았다. 여행을 갈 계획이라서 여행서적을 뒤적였고(오홋!ㅎㅎ) 신간들이 뭐가 있나 요즘 사람들은 뭘 읽나 두리번두리번.

 

내 눈에 띈 책들.

 

이 책, 우연히 봤는데 괜챦은 것 같다. 공간구성과 사람의 심리 뭐 이런 것을 연결해서 쓴 책인 듯. 그러니까 벽이 내 아래 있을 때 나와 마주보고 있을 때 내 위에 있을 때 각각 사람에게 주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 이런 개념들은 드라마나 영화, 연극의 셋트를 꾸밀 때도 유용하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라 찜.

 

 

 

 

 

 

 

 

리처드 도킨스가 추천한 책이라 한다. 라마찬드란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로 뇌과학자다. 미국의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뇌과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이룬 과학자인 라마찬드란 박사의 역작. 그가 이번에는 인간과 우주, 뇌와 정신의 궁극적인 기원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은 정말로 특별하다는 점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원숭이의 그것과 달리 엄청난 진화를 거듭했고, 그 결과 어떤 종도 따라올 수 없는 지적 능력을 갖게 되었다. 저자의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은, 진화를 통해 특별한 한계를 뛰어넘은 뇌의 비밀을 깨기 위한 위대한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알라딘 책소개 중) ... 내게는 늘 관심의 대상인 뇌과학과 진화 영역의 책이라 찜. 들춰보니 구성은 좀 지루하게 되어 있었지만, ...

 

 

으으... 한참을 더 쳤는데, 글쎄 쓴 게 날아갔다..ㅜㅜ 이런 비극이. 내가 뭐라고 썼었지..ㅜㅜ

 

<논어>를 읽겠다고 썼었다. 그러고도 몇 권 더 쓴 거 같은데.. 귀챦아지네. 암튼 나이들면 <논어> 정도는 읽어야겠다 싶다. <중용>이나 <채근담>이나는 접했었는데, <논어>는 정독한 적이 없는 듯. 어떤 논어 책을 살 지 아직 결정은 못 했고..워낙 많아서. 이 책은 잡다구레한 얘기 없이 논어 자체에 충실한 것 같아 일단 찜.

 

 

 

 

 

 

 

 

 

 

4. 비가 갑자기 엄청 오네. 요즘 장마(?)라 그런지 수시로 비가 온다. 비가 오면, 이렇게 안에서 밖을 쳐다볼 때 기분이 좋다. 많이 쏟아지면 질수록 운치가 있다고나 할까. 막상 우산 들고 나가면 막 짜증이 날 지도 모르지만. 사는 게 그런 거 아니겠는가. 가까이에 접하면 힘들지만 멀리에서 바라보면 아련함인.... 맛난 거 먹으러 가야겠다. 친구가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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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7-1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나의즐거움, 이라는 태그가 새삼 싱그럽게 다가오네요. 비가 오는 날에는 책이랑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누군가를 만나도 좋지만~ :)

뇌과학 분야 도서랑 <논어>는 저도 찜해두고 있던 책이에요. 좋은 책은 언제 만나도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은 만날 때마다 그때 그때 다른데, 책은 한결 같은 무언가가 있어서 좋아요. 친구분과 같이 맛난 거 드시고 오시길!

비연 2012-07-15 17:27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 ㅋㅋㅋ 독서에 대한 생각은 알라디너라면 다 비슷할 듯^^
정말 책은 늘 한결같아서 사는 데 큰 위안이 된다고나 할까. 사람은 좋다가도 이해관계가 얽히면 배신도 하고 그래서 점점 믿음이 덜.해지는 반면에 말이에요. 친구랑 파스타 먹었었어요. 비오는 날 잘 어울리더라구요^^
 

 

 

 

 

 

 

 

 

 

 

 

 

 

얇고 문장도 많지 않고.. 그래서 오며가며 다 읽어버린 이 책. 근데 왜 이리 마음에 잔상이 남는 것인지. 역자인 김화영 교수와 평론가인 신형철이 극찬한 책. 카뮈의 <이방인>에 비긴다는. 21살의 남자가 쓴 처녀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던 책.... 하나 그른 말이 없었다.

 

어느 문장을 딱 뜯어다가 좋았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냥 그 흐름에 맡겨 주욱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속에 침잠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신과, 나라와, 종교와.. 그 모든 것들이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면서 결국 나라는 인간의 본연을 명징하게 바라보게 되는 그 흐름. 어쩌면 신을 부정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어쩌면 그렇지 않은. 무엇을 부정하고 긍정하고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를 아무 가림막없이 생각하게 하는 흐름. 망각 속에서 해방되는 인간의 마음.

 

수사들의 얼굴은 서서히 초췌해져갔다. 도미니크 수사의 뚱뚱하던 배가 들어갔고 수염에 이가 끓어서 면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카트린 수녀는 아름다웠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꾸만 그녀의 몸으로 갔다. 그 노인이 말했었다. "각각의 존재는 하느님의 집이지요."

 

멀리 떠나간 프랑스의 선교사들은 베트남에서 잊혀져갔다. 조국은 그들을 어느 틈엔가 잊었다. 그들이 보낸 편지도, 자료도 얼결에 불태워졌다. 그리고 잊고 싶어서 잊은 게 아니라 그냥 잊어야겠기에 잊혀졌다. 그 망각 속에서 그들은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은 스스로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도미니크, 우리는 진정으로 바딘의 농사꾼들을 개종시킨 것일까요?"

"나도 오랫동안 그 생각을 해봤어요, 카트린. 그들은 우리가 들에서 하는 일과 당신의 미소 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들이 과연 하느님만을 사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대화체가 거의 없는 책 속에서 따옴표 안에 든 말은 이 말들 뿐. 신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지. 들에서 하는 일과 미소 안에 머무는 것인지. 신이라는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인지.

 

그들은 고되고 절제된 생활을 했다. 저녁이면 한 자루 촛불의 불꽃 아래서 기도를 했다. 더는 진심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시편을 낭송하는 것도 습관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의 소망들은 베트남의 무기력 속에 지워졌다. 온갖 고난과 미셀 수사의 죽음이 그들에겐 마음의 짐이었다. 일체의 종교적 감정이 그들에겐 멀게만 느껴졌고 그들과 상관없는 일만 같았다.

 

그렇게 그들은 모든 이에게서 잊혀졌고 무용해졌다. 신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었고 그저 지치고 외롭고 공허할 뿐이었다. '베트남에서의 그들의 존재 의미는 비극적 사건들과 여러 계절 속에서 갈피를 잃어버렸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 단락. 그들의 마지막.

 

그들은 벌거벗은 채 서로 꼭 껴안고 잠들어 있었다. 남자는 젊은 여자의 젖가슴 위에 손을 얹어놓고 있었다. 여자의 배는 땀과 정액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했던 것이다. 깊은 정적만이 깃들어 있었다. 군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망설였다. 육체를 서로 나누는 법이 없이 눈이 매섭고 말씨가 공격적인 남자들과 여자들을 찾아내게 될 줄로 기대했던 것이다. 성직자들의 태연하기만 한 모습과 창백함에 군인들은 감동했다.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들은 다른 마을로 떠났다.

 

창백함이라는 말이 꽂힌다. 그리고 그들에게 감동했다는 말도. 말이 필요없는 마지막이다...


 

크리스토퍼 바타유의 책이 두 권 더 번역되어 있었다. 모두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시간의 지배자>와 <지옥만세>는 <다다를 수 없는 나라>와 비슷할 것 같으나 그 이후(1999년) 글쓰기 방식이 새로와졌다고 한다. 그 이후 작품은 알 수가 없으나 어떻게 변모했는 지도 궁금하다... 21살의 나이로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도 궁금하고. 

 

오랜만에 읽으면서 내 내면에 깊이 들어가는 느낌을 가져보았다. 그것은 우울이나 심란함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존재에 가까와지는 느낌이었다. 담백하고 짤막한 문장들로, 맑게 쓴 글이 '창백함'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숙연한 느낌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많은 것을 벗어던지는 느낌이었을 수도 있고.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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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2-07-1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16분에 글을 올렸고, 비연님은 17분에 글을 올렸어요 ^^

비연 2012-07-11 23:20   좋아요 0 | URL
홋! 같은 시간대에 글을 쓰고 있었네요! ㅎㅎ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왠지 선듯 안 읽게 되는 책이었다. 후지와라 신야의 이름보다... 제목이 아릿해서였던 것 같다.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 뭔가 내 맘을 종이에 벤 것처럼 아프게 할까봐 지레 겁을 집어먹었다고나 할까.

 

오늘 출근길에 첨으로 집어들고 나가서 한장 한장 찬찬히 읽어본다. 예상했던 것처럼 그저 마음이 아픈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그냥 먹먹하고 아릿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내 예상이 반 정도는 맞아들어간 모양이다.

 

세상의 따뜻한 구석들을 찾아내는 시선이 탁월한 후지와라 신야다. 사진도 매우 선명하고 매우 강렬하게 찍기보다 좀 비켜있고, 좀 흐릿하고..

 

 

"부끄러움에도 시효라는 게 있지요?"


사진을  제대로 찍어낼 것 같지 않던 미야마군의 사진들 중 유독 수국 사진만은 마음에 남는 게 의아해서, 수국 사진만 찍는 게 궁금해서 물어보았을 때 미야마군이 내놓은 말이다. 시효가 있는 부끄러움이라. 그저 찰나의 순간 지나친 인연을, 그 느낌을 계속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 신기하게도 그의 그 심약한 열정이 사진에 드러난다.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계산대에 서 있는 종업원은 복화술을 배운 인형처럼 매뉴얼대로 답변을 하고, 손님 또한 눈앞에 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없이 물건을 받아들고, 바람처럼 그 자리를 떠난다. 어쩌면 이런 무색, 무미, 무취의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장소에서는 사람끼리 마음을 교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어느 틈엔가 자기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돌이켜보니, 그런 것 같다.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져서 그게 누구이든 상관없이, 그냥 말없이 스캐너를 물건에 대고 가격을 집어넣고 얼마입니다를 이야기해주면 난 지갑에서 돈을 끄집어 내어 말없이 건네고. 그 와중에 불친절이나 정석대로 움직이지 않는 점이 발견되면, 그 때서야 감정이 발동한다. 불쾌감. 그러니까 그들과 나 사이에는 제로 아니면 마이너스의 감정만 존재하는 것일까.

 

도메 할머니는 모래사장으로 산책을 나와 제로를 보면 "구- 구- 구-" 하며 작지만 정말 자상한 목소리로 부른다. "이리 온, 이리 온, 이리 온" 이라는 뜻인 것 같다. 제로는 먼저 다가가려 하지는 않았지만, 도메 할머니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그런 광경을 보며, '그녀는 제로를 교통사고로 숨진 아들이 다시 태어난 것으로 여기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살아있는 것의 마음은 참으로 신묘하다.

 

날갯죽지가 꺾여 날지 못하는 갈매기와 아들을 잃어 마음의 한 쪽이 허물어진 할머니가 만나 교감을 나누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슬프고 아련하다. 동물과 사람이라 해도, 다 같은 생명일지라서 그들간에는 감정의 선이 이어지는 걸까.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는 소통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두 미물들간에는 저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본질적인 교감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

 

이렇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들이 사진들과 함께 보여지는 책.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나는 반가움을 느낀다. 차분해지고 고요해지고... 인생을 좀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된다. 세상이 아무리 삭막해도 사람 사는 모습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우리는, 작은 것에서 기쁨을 얻고 사랑 받는 것에서 존재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마음과 마음은 어디에선가 이어져 배려와 헌신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고.

 

 

 

 

 

 

 

 

 

 

 

 

후지와라 신야. 책도 좋지만, 아마도 .... 그 자신도 좋은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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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2-07-1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지와라 신지의 인도방랑은 인도여행을 앞두고 읽어본 책인데 재밌는 점은 오래전에 쓰여진 저 책과 현대의 인도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있더군요.

비연 2012-07-10 09:37   좋아요 0 | URL
아... 인도는 변함이 없는 걸까요..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은 꽤 유명한 책이라.. 저도 읽어볼까 해요^^

라로 2012-07-10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러움에도 시효가 있을까요???

비연 2012-07-10 09:38   좋아요 0 | URL
뤼야켈레벡님... 있을까요..? 저도 한참 생각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