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일요일이 끝나가니까 괜히 뒤척뒤척. 왜 일요일 저녁만 되면 시간이 아깝고 심란하고 그런 걸까. 사실, 더 일찍 자고 가뿐한 마음과 몸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암튼, 각설하고. 들고 있던 책이 재미가 없어서 근간에 좀 뜸했던 스릴러 소설이나 한번 읽어보자 하고 든 게 이 책. '차일드 44'
완전 호평인 이 책. 사다놓고 한참을 묵혔다가 이제야 꺼낸 이유는.. 왠지 찝찝한 내용일 것 같아서였다. 요즘은 일상이 고단해서인지, 좀 힘든 주제는 자꾸 피하고 싶어지는 비겁함이 내 맘에 늘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어제는 왜 이 책에 손이 갔을까. 안 그래도 싱숭생숭이었는데....
처음 장면부터 충격이었다. 아 정말... 대기근에 먹을 게 없어 초목 껍질뿐 아니라 책상다리까지 이빨로 뜯어 먹어야 할 상황에서 발견된 말라 비틀어진 고양이. 그것은 생명이라기보다 고기. 정말 오랜만의 고기. 발견한 소년은 엄마에게 금새 고하고 남들 몰래 잡기 위해 여덟살짜리 동생 손을 잡아 끌고 깊은 숲속으로 향한다. 그리고, 결국 천신만고 끝에 고양이를 잡게 되고... 잡아서 목을 비틀어 죽이는 10살짜리 소년..ㅜㅜ 남들이 보면 난리가 날 것이니 (굶주린 자들은 사람이 아니라 좀비 쯤 되는 거지..) 나뭇단 속에 넣어 가자고 열심히 나뭇단을 모아대는 형제... 그렇게 모으다가 둘 사이가 벌어지고... 그러다가 형이...
아.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얘기까지 읽고 그 담에 일어나는 연쇄살인의 전조를 읽고 있으니... 속이 메슥메슥. 책을 덮었다. 나가서 물을 한 컵 먹고. 다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쓴다. 시간은 새벽 1시.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메슥거리고 한 이야기를 왜 난, 하필이면 일요일 밤에 읽은 것일까. 핑크빛 무드의 경쾌한 책이나, 자기계발서나, 철학이나. 역사서나, 등등이 책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왜. 왜..? 라고 스스로를 질책하며 뒤척뒤척. 꿈자리가 뒤숭숭. 뭐가 악귀 같은 게 나왔다가 사라졌다가 후다닥 깨면 아직 20분 지나있고.. 그렇게 잠자리를 설치고 정신을 차리니 5시. ㅜㅜ 지금 난 내 정신이 아닌 거다.
물론, 오늘 가서도 읽을 거다..(미쳐) 궁금하니까. 이게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고 하니까. 더욱 그 전개가 궁금하다. 스릴러니 추리니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들 넘 읽어대서 이젠 왠만하면 식상한 판에 이런 신선한(?) 소재에 갈급했었다...라지만 아무래도 예측되는 섬짓한 내용에 좀 그렇다.. 암튼 밤에 늦게까진 읽지 말아야겠다고 결심결심하고 있다.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