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맛과 향이 뛰어난 특급 와인을 생산해온 프랑스 보르도 지방.
그중에서도 예술적인 가치를 지녔다고 칭해질 만큼 최고 퀄리티의 와인을 선보이는 5대 샤토를 소개한다.
 

보르도(Bordeaux) 와인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샤토(Ch뎥eau)’라는 단어는 와인 용어로 사용될 경우 포도를 재배하여 와인을 만드는 포도원을 뜻하는 것으로, 보르도에서는 예부터 이 지방의 귀족이나 자본력을 지닌 상인들에 의해 경영되어왔다.
보통 샤토 와인은 고급 와인의 대명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든 샤토 와인이 다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르도에는 샤토라고 자칭하는 포도원이 4000여 곳이나 있고, 그 품질 또한 최상급에서 최하급까지 존재하는 것이 현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공식적으로 등급이 매겨져 있는 샤토나, 그에 버금가는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의 지정을 받고 있는 샤토의 와인을 선택한다면 와인을 즐길 때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 것이다. 이들 와인의 라벨에는 반드시 ‘Mis en Bouteille au Ch뎥eau’ 또는 ‘Mise du Ch뎥eau’ 즉 샤토 산지라는 의미의 표기가 있으며, 이는 와인의 재료가 된 포도가 그 밭에서만 나왔다는 표시이므로 신용할 수 있다.
보르도 지방의 와인 산지 중 메독(M럅oc)의 샤토 등급은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보르도 상공회의소가 특히 평가가 좋은 샤토를 대상으로 토양의 질, 지명도, 거래 가격 등에 따라 5급까지 나누어 등급을 매긴 것으로, 1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권위 있는 등급으로 통용되고 있다. 등급에 오른 샤토의 수는 당초 58개였으나, 그후 분할이나 합병 등의 변화를 거쳐 지금은 61개이며, 메독 이외 지역에서는 단 한 곳 그라브(Graves)의 샤토 오 브리옹이 예외적으로 1급으로 선정되어 있다. 또한 2급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샤토 무통 로칠드가 1973년에 1급으로 승격된 것이 유일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1급에서 5급까지 등급을 매기면 때로는 ‘겨우 5급 와인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나 적어도 이 등급 분류의 범주에 들어간 샤토의 와인은 비록 4급이든 5급이든 결코 2류, 3류 와인이 아니며 이 또한 훌륭한 품질이라고 봐야 한다. 이들 와인의 가격은 2급에서 5급까지는 거의 차이가 없으나, 1급은 대개 2급의 2배에서 3배 정도여서, 1급에 선정된 5대 샤토의 평가가 얼마나 특별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1등급에 해당되는 와인은 무엇일까? 보르도 메독 지구의 ‘샤토 라피트 로칠드(Ch.Lafite-Rothschild)’, ‘샤토 라투르(Ch.Latour)’, ‘샤토 무통 로칠드(Ch.Mouton-Rothschild)’, ‘샤토 마고(Ch.Margaux)’, 여기에 조금 전 언급한 ‘샤토 오 브리옹(Ch.Haut-Brion)’이 말하자면 보르도 5대 샤토에 해당된다. 이들 샤토의 와인 맛은 대단히 뛰어나며 만약 지금 다시 보르도 레드 와인의 등급을 매긴다고 해도 의심할 여지 없이 이들 5대 샤토는 톱의 자리를 차지할 것임에 틀림없다.
1855년 등급 분류에서 1급에 선정된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18세기 중엽 베르사유 궁전 연회에서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후, 몇 명의 소유주를 거친 뒤 1868년 유명 은행가인 프랑스계 로스차일드가(家)의 소유가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좋은 빈티지의 라피트는 색의 깊이, 풍부한 향, 섬세하고 매끄러운 맛, 부드럽고 여성적인 우아한 와인으로, 완벽한 밸런스를 지닌 이상적인 클라레(Claret)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수명이 긴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어 1800년대 와인이 자주 경매에 등장, 기록적인 가격으로 낙찰되어 화제를 낳고는 한다. 샤토의 셀러에는 오래된 와인의 컬렉션이 있으며,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1797년 와인으로 지금도 소중하게 보존되어 있다.
같은 포이약 마을에서 선정된 샤토 라투르는 오래 전부터 ‘가장 남성적인 힘있는 와인’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젊은 시기에는 타닌 성분이 많아 떫고 딱딱함이 느껴지므로 좋지 않고, 마시기에 적당한 시기가 오기를 기다리는 데 상당한 인내가 필요해 ‘죽기 전에 마셔볼 수 있을까’라고 말할 정도로 숙성에 시간이 걸리는 와인이었다. 하지만1963년 영국에서 자본이 들어와 설비를 근대화함으로써, 종래 라투르의 특징을 간직하면서도 숙성이 빨리 진행되는 와인 만들기에 성공했다. 라투르 와인의 장점은 일반적으로 흉작이나 평작 빈티지일 때도 다른 샤토에 비해 훌륭한 와인이 만들어지며, 결코 애주가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샤토라는 점이다.
메독의 마고(Margaux) 마을에서 선정된 샤토 마고는 라투르와는 대조적으로 나긋나긋하며 여성적인 상냥한 와인으로, 세계적인 문호 헤밍웨이가 제일 좋아했던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후 영화배우로 활약했던 손녀의 이름을 따 와인명을 마고 헤밍웨이라 지은 것은 유명한 일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보르도의 와인 상인인 제네스테가(家)가 경영했지만 1973년 보르도의 와인업계에 닥친 불황으로 매물시장에 나와, 한때는 미국 자본가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허가하지 않았고, 결국 프랑스의 대형 슈퍼체인 소유주인 맨츠로프로스가(家)가 구입, 그의 정열에 힘입어 샤토 마고의 1978년과 79년 빈티지는 최고의 평가를 받았으며 예전의 영광을 되찾아가고 있다.
1855년 등급 책정 당시, 메독 이외의 지구에서는 유일하게 그라브의 샤토 오 브리옹이 1급을 받았다. 현재의 소유주는 1935년에 이 샤토를 구입한 미국의 금융업자이면서 대부호인 데이론가(家)로, 보르도에서도 가장 이른 1961년에 스테인리스 발효탱크를 사용하는 등 근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와인 스타일도 오래되고 메마른 와인보다는 젊고 특징적이며, 마시는 시기가 빠른 와인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작황이 좋은 해의 오 브리옹은 그라브 지구의 양질 토양으로 탁월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오 브리옹이 아니면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는 골수 팬들도 많다.
샤토 무통 로칠드는 1853년 영국의 로스차일드가(家)에 팔려, 2년 뒤 메독의 등급 결정 때 당연히 1급에 선정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주의 변화와 기타 이유로 2급 필두라는 순위로 밀렸다. 1922년 무통의 4대 주인인 바론 필립은 남에게 맡겨두었던 샤토의 관리개선에 힘을 쏟고, 품질향상을 도모함과 동시에 1급으로의 승격을 호소했다. 제1급 승급이 공식 인정된 것은 그후 반세기가 경과한 1973년. 바론 필립의 아이디어는 품질관리와 판매정책 양면에 걸쳐 발휘되었다. 이전까지 샤토에서는 와인을 나무통 속에 담긴 채 출하하고 중개상인들에 의해 병 속에 담겨졌는데 샤토에서 직접 병 속에 넣는 작업을 선구적으로 실시했다. 와인 에티켓에 브라크, 다리, 미로, 샤갈, 피카소 등 초일류 화가의 작품을 등장시킨 것도 그의 아이디어. 이제까지 동양인으로는 일본 작가의 작품만이 채택되었으며, 채택된 작가에게는 현금이 아니라 그해의 와인으로 답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통의 특징은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비율이 다른 샤토보다 높고, 색이 짙은 중후하고 단단한 장수 와인이며, 좋은 해의 것은 매혹적이고 풍부하며 무게가 있는 향으로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이상이 이른바 보르도 지방의 1급 5대 샤토 와인이다.
이러한 와인들은 다른 명품과 마찬가지로 그 가치를 알고 소중히 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훌륭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이들 명품 와인을 즐기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겠지만,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와인을 발견하는 것도 또 다른 기쁨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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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레스 코로나스(Coronas, Torres)·1만6천원 토레스는 스페인 와인을 세계 시장에 부각시킨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제는 점차 사라져가는 스페인 전통 품종 템프라닐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이 섞여 맛깔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촌스럽다고 느낄 수 있으나 어딘가 품위가 있는 와인. 신동 와인 수입.

2 산 페드로 35 사우스 카르메네르(San Pedro 35 South Carmenere)·2만3천원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와인으로 칠레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카르메네르는 멸종된 줄 알았다가 우연히 칠레에서 발견된 포도 품종. 부드러움과 진한 맛이 기존의 메를로트와 비슷하지만, 힘과 감미로움은 한 수 위. 풍부한 과실 느낌이 나면서도 입 안의 촉감이 부드러운 와인이다. 금양 인터내셔널 수입.

3 돈나 푸가타 안칠리아(Anthilia, Donna Fugata)·1만8천원 시칠리아 섬의 따가운 햇살을 머금은 포도 맛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주는 와인. 아로마가 훌륭하며, 담백한 단맛 안에 감도는 적절한 신맛의 조화가 가장 큰 장점. 시원하게 보관했다 마시면 식전 주로도 좋고, 가벼운 육류나 생선·치즈·파스타 등에 잘 어울린다. 나라 식품 수입.

4 루이막스 부르고뉴 피노누아(Bourgogne Pinot Noir, Louis Max)·3만2천원 부르고뉴 와인을 처음 접할 때 ‘시큼, 물큰’하던 당혹감을 기억한다. 하지만 황제들이 왜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했을까. 향에 취하고, 색에 유혹되고, 여운에 아쉬움이 남는, 이 가격에서는 최상의 와인. 적당히 묵직한 보디에 체리·자두 등의 과일 향이 나며, 부드러운 타닌과 라인&민트 향이 조화롭다. 고려양주 수입. 5 장모로

5 장모로 보졸레 누보(J. Moreau Beaujolais Nouveau)·2만5천원 11월 말부터 12월까지 한창 마시게 되는 보졸레 누보 중에서 선택한다면 추천할 만한 와인. 밝은 보랏빛을 띠고 있으며, 포도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마치 포도 주스를 마시는 느낌이다. 첫 맛이 떫지 않아 초보자에게도 좋으며, 웬만한 한식과 마시기에도 부담 없다. 금양 인터내셔널 수입.

6 레스페레 지비보(Le Sfere Zibibbo)·2만원 와인을 잘 모르는 초보자라면 꼭 권할 만한 와인. 약간 스파클한 톡 쏘는 느낌과 함께 달콤함이 느껴지며 꿀과 과일, 꽃 향기가 향기롭게 퍼진다. 가벼운 신맛과 단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청포도 맛이 강하다. 식후나 식전에 마시기 좋은, 달콤하고 기분 좋은 이탈리아 와인. 리커랜드 수입.

7 키안티 가비아노(Chianti, Gabbiano)·2만9천원 키안티 와인은 신맛이 적절히 느껴진다는 장점이 있으나, 어찌 보면 와인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옅은 빛깔 안에 키안티 특유의 신맛과 화사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바쿠스 수입.

8 게부르츠트라미너(Phaffenheim, Gewurztraminer)·3만원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무대가 된 알자스 지방에서 생산된 화이트와인. 맛은 달콤한 열대 과일의 단맛이다. 얼마나 정제되어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 가격에서라면 제법. 향기로움이 오래 입에 맴돌아, 애피타이저나 냄새가 짙은 음식과 잘 어울린다. 아간 코리아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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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들은 와인의 색깔을 가리켜 ‘옷’이라는 표현을 쓴다.
음식의 시각적인 부분 또한 놓치지 않는 프랑스인다운 면이 아닐 수 없다. 언뜻 보기에는
같은 것 같지만 와인의 미묘한 색깔 속에는 그 와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는 여러 가지 힌트가 숨어 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나름대로의 동기 혹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처음 와인이 지닌 신비로운 색깔에 끌려 와인 애호가가 된 이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달에는 와인의 컬러를 통해 특별한 와인 여행을 떠나보자.

밀짚색 잔에 담겨 있는 화이트 와인의 색깔을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흰색이라고 대답한다. 이는 와인이 화이트, 레드, 로제 등 색에 따라 분류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소수이기는 하나 ‘밀짚색’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이들은 와인에 상당히 정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의 색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흰색이기는 하나 투명하지 않으며 약간 황색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황색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밀짚모자 색에 가깝다. 그래서 와인 세계에서는 화이트 와인의 황색을 ‘밀짚’이라는 단어로 자주 표현한다.
사실 와인의 색을 그렇게까지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이는 대단히 중요하다. 와인의 색을 보면 그 와인의 연령을 대강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효를 막 끝낸 화이트 와인은 색이 흐리고 투명에 가까우며 옅은 푸른빛이나 황색 빛을 띠기도 한다. 그후 2~3년 정도 숙성하면 황색이 짙어지면서 밀짚색으로 변해간다. 눈앞에 밀짚색을 띤 와인이 있고, 만약 올해가 1997년이라고 가정하면 그 와인이 태어난 해는 대개 94~95년 정도라고 추측할 수 있다.
게다가 와인 색은 연령뿐만 아니라 출신지에 대한 힌트까지 제공해준다. 서늘한 북쪽 산지와 온난한 남쪽 산지의 포도를 비교하면, 남쪽 산지의 열매 숙성도가 높아 와인 색도 그만큼 짙어진다. 색이 흐리고 푸른빛을 띠고 있으면 북쪽 태생 와인, 황색이 강하면 남쪽 태생 와인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같은 지역이라도 기후가 좋은 해일수록 와인 색이 짙게 나온다는 사실 역시 알아두면 좋다.

황색 화이트 와인의 색을 표현하는 단어인데, 와인 전문가들은 ‘골드’라는 영어식 표현보다는 ‘황금색’이라고 약간 고풍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래 숙성한 고급 화이트 와인(드라이한 맛)이나 귀부 와인(단맛)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색으로, 황색이 짙게 나오는 좋은 와인을 일컬어 ‘빛이 나는 황금색’이라고 표현한다.
화이트 와인은 숙성될수록 황색이 짙어지는데, 황금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짙은 색 와인에는 숙성에 이용되는 나무통의 색소도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나무통에 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프랑스에서는 보통 나무통 재료로 오크를 사용하는데 통의 곡선을 만들 때 불을 이용하기 때문에 통 내부에 탄 자국이 남는다. 와인은 이 탄 부분이 통 속에 남아 있는 소량의 공기와 접촉하면서 약간씩 산화 숙성하여, 황색이 짙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황금색 와인은 부르고뉴 지방의 ‘Meursault’, ‘Montrachet’, ‘Corton-Charlemagne’등이며, 보르도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귀부 와인 ‘Sauternes’도 숙성함에 따라 훌륭한 황금색을 띠게 된다. 어느 와인이든 통에서 숙성하는 동안 인건비나 그 밖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연히 값은 비싸지게 된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화이트 와인 색의 변화

푸른빛을 띤 흐린 황색 → 밀짚색 → 황금색 → 갈색(화학적으로 와인이 열화현상을 일으킬 때)

시간의 경과에 따른 레드 와인 색의 변화
중심부 색 붉은색/보라 → 루비 → 가넷 → 벽돌색→촮 갈색( 마호가니/ Mahogany 혹은 토니/ Tawny)
가장자리 색 보라 → 분홍 → 오렌지 → 앰버 브라운(Amber Brown)

루비색 최근 와인바에 가면 많은 여성 고객들을 볼 수 있으며, 와인 스쿨에 다니는 비율도 여성이 많다고 한다. 왜 여성들은 와인을 좋아하는 것일까? 와인 세계에서는 레드 와인 색을 흔히 보석에 비유하는데, 색이나 빛의 정도에서 볼 때 분명 레드 와인의 색은 보석 색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보석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석과 같은 색을 띤 와인에도 끌리는 것이 아닐지.
그럼 여기서 ‘루비(Ruby)’색에 대해 살펴보자. 글라스 속의 레드 와인을 보면 중심부는 붉은색을 띠고 있으나, 가장자리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보랏빛이나 분홍빛, 혹은 오렌지색을 띠고 있다. 이 가장자리 색은 와인의 숙성 정도를 나타내는데, 젊을 때는 옅은 보라색을 띠고 숙성함에 따라 분홍→오렌지→갈색으로 서서히 변화한다. 처음에는 옅은 색을 띠던 과일이 점점 붉어지고, 이윽고 썩어서 갈색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루비’는 가장자리가 아직 보랏빛을 띠면서 전반적으로 밝은 붉은색인 단계를 가리켜 사용된다. 부르고뉴의 일반적인 레드 와인이나 보르도 지방의 젊은 레드 와인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색이다.
레드 와인의 색을 표현할 때 주의할 점은 단순히 ‘루비’라고만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가장자리 색도 함께 표현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가장자리가 보랏빛을 띤 밝은 루비색’등으로 표현한다. 보다 완벽한 표현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보라색의 비율을 보니, 비교적 젊은 와인인 듯하다’고 덧붙이면 될 것이다.
보졸레(Beaujolais) 등 신선한 과일 맛을 즐기기 위해 젊은 시기에 마시는 타입의 와인은 되도록 가장자리가 보랏빛을 띠고 있는 시기에 마시도록 한다.

가넷 ‘가넷(Garnet)’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레드 와인이 왜 붉은색을 띠고 있는지를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포도 껍질에는 색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와인에 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즉, 포도를 껍질째 발효시키면 레드 와인이 되고, 껍질을 제거하고 과즙만 발효시키면 화이트 와인이 된다.
자, 이제 가넷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루비’가 빛이 나는 밝은 붉은색이라면, ‘가넷’은 붉은빛이 더욱 늘어나 검은빛을 띤 깊은 적색(가장자리 색도 붉은색이 강해져서 오렌지색)을 말한다.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 품종을 중심으로 만든 보르도 와인은 숙성하면서 점점 이 가넷색에 가까워진다.
또 한 가지, 대부분의 레드 와인은 기후가 좋았던 해일수록 포도색이 잘 들며, 그만큼 색이나 떫은 맛도 진한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앞으로는 가넷색의 와인을 보게 되면 ‘타닌 성분이 강하겠다'라고, 가넷색이 아주 짙은 와인을 보면 ‘좋은 빈티지의 와인’이라고 표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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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리에나 빠지지 않는 존재가 된 와인. 이와 더블어 와인만을 위한 공간인 와인바가 함께 떠오르고 있다. 요즘 부쩍 많이 오픈하고 있지만 쏙 맘에 드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여기 와인바를 모아 그 특색을 소개하니 당신의 테이스트에 맞는 곳을 선택하는 데 참고하길.
 


분위기에 살고 분위기에 죽는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와인바를 고르라면 남산에 위치한 젤(Jell)을 망설임 없이 일순위로 꼽겠다.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1층과 지하에는 와인숍이, 2층에는 바가 마련되어 있다. 주인의 섬세한 손길이 하나하나 묻어나는 2층 바의 최고 명당은 바로 남산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전광판이나 어떠한 광고판도 눈에 걸리는 것 없이 남산과 남산타워를 감상하며 와인을 즐기는 것을 상상해보길. 생각만으로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비가 오면 더 운치 있고 멋집니다. 서울에서 이만한 경치를 자랑하는 곳, 아마도 거의 없을 겁니다.” 경치만이 다는 아니다. 어느 곳보다 다양한 와인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젤의 매력. “이곳에는 특별한 소믈리에가 없습니다. 그냥 직접 와인을 골라와 즐기는 것이지요. 정말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니까요.” 이제춘 사장은 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정말 그럴 만하다는 것은 직접 가본다면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뒤지지 않는 색다른 분위기의 와인바를 찾는다면 콩두, 101, 로마네 꽁띠 등 저마다 자기만의 컬러를 가진 바가 즐비한 삼청동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300여 가지의 와인 리스트가 갖춰져 있는 콩두(Congdu)의 경우 얼마 전 지하 콩두바를 새롭게 리노베이션해 낮에는 비스트로, 저녁이면 바로 운영한다. 이전 고가 와인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비스트로에 어울리는 중저가 와인과 글라스 와인도 늘렸다. 인테리어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작가적인 내음이 물씬 풍긴다고 할까? 배준성과 한수정 작가의 그림이 더해졌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전시를 병행한다고. 갤러리에 갈 시간이 여의치 않은 많은 이에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제화랑 위에 위치한 더 레스토랑 와인바(The Restaurant Wine Bar)도 ‘고혹적이다’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매력 만점.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태리 와인인 아이수마 바르벨라 다스티(Aisuma Barbera D’Asti)도 추천할 만하다.
도산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라뮤(La Mieux) 또한 근사한 전망으로 유명한 카페 겸 와인바. 저녁이면 도심의 불빛과 어우러져 한층 더 운치 있다. 저녁에는 가벼운 식사뿐만 아니라 차와 커피를 주문할 수 있어 와인을 즐기지 않는 이와 동행하기에도 적당하다. 70여 종의 와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트렌드에 발맞춰 앞으로 제3세계 와인을 많이 구비해놓을 예정이다.
Jell
Tel 797-6846
Congdu
Tel 722-0272
The Restaurant Wine Bar
Tel 735-8442

La Mieux

Tel 515-4664
와인과 음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와인이 붐을 타면서 청담동 레스토랑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와인에 어울리는 메뉴를 개발하는가 하면 저녁이면 조금 더 분위기 있게 조명과 음악을 바꾸는 등 말이다. 그런 변화를 가장 먼저 시도한 곳은 바로 시안 타파스 라운지(Xian Tapas Lounge). 청담동의 퓨전 바람을 몰고 왔던 시안이 얼마 전 미국과 유럽의 최신 트렌드인 타파스라는 음식으로 또다시 새롭게 변신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타파스라는 음식을 선보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다름아닌 와인. 작은 접시에 내오는 부담 없는 가격의 갖가지 음식들은 와인과 아주 잘 어울린다. 또 마치 백과사전을 연상케 하는 와인 메뉴북도 매우 인상적이다. 150가지의 와인 리스트에 글라스 와인도 많이 선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 와인의 경우 가격 면에서 특별히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시안만의 독특한 인테리어와 요리 감각으로 많은 이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반면 청담동의 수많은 레스토랑 중 요즘 가장 호황을 누리는 주인공 타니(Tani)도 심혈을 기울여 와인과 그에 어울리는 타파스 형태의 메뉴를 내놓았다. 몇 개월에 걸쳐 타파스 형태의 여러 음식을 개발하고 이에 어울리는 3~4개 와인을 매치한 food & wine 메뉴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한 것. 저녁 9시 이후에 선보이는데 와인 또한 기존에 비해 30% 할인된 가격이다. 이외에도 와인과 관련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기획 중이다. 음악과 조명에도 변화를 주어 휴식과 역동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는 타니. 이제 점심이건 저녁이건 예약을 하지 않고는 자리를 잡기 힘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중국음식과 와인의 만남은 어떨까? 차이니스 레스토랑 친니(Chinne)도 저녁 9시 이후에는 테이블 세팅과 조명 모두 와인에 초점을 맞춰 바뀐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풍이 가미된 중국음식을 개발해 와인과 함께할 수 있게 하였다. 음식은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중국음식의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와인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칠레산 위주로 선보인다.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와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와인 뷔페.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바로 오리엔탈 다이닝 레스토랑 블루폰드(Blupond)에서 생각해냈다. 11월부터 시행된 이 행사는 매주 토요일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10여 종의 와인과 간단한 음식을 뷔페로 선보인다.

Xian Tapas Lounge
Tel 512-1998
Tani
Tel 3446-9982

Chinne

Tel 3448-4500
Blupond
Tel 511-8652

손수 고를 수 있는 즐거움
방배동에 자리한 뜨루 뒤 뱅(Tour du Vin)은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이 가장 편안한 복장과 마음가짐으로 찾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인숍이 함께 있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매력 포인트이다. 각종 치즈와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거리만 구입할 수도 있기에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의 와인바와는 조금 개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와인을 직접 보고 라벨을 확인하고 고르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대부분 와인 리스트만 봐서는 감이 안 잡히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직접 보고 고른 와인은 기억하기도 쉽고 기존에 자신이 마셨던 와인 이외의 또 다른 와인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죠.” 뜨루 뒤 뱅처럼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최충 와인 어드바이저의 의견에 와인 초보자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트렌디하고 힙한 인테리어보다 아늑하고 편안함을 선호한다면 뜨루 뒤 뱅의 단골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
신선하고 맛있는 베이커리로 유명한 정글짐과 와인나라가 합쳐져 새롭게 선보이는 비니위니(Viniwini)는 뜨루 뒤 뱅과 같이 서래마을 쪽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테이블이 약 5개 정도로 아담한 규모인 이곳은 베이커리도 함께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 지하에서 갓 구워낸 빵과 치즈를 곁들여 와인을 마셔보는 것은 어떨지. 소박한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이제 제3세계 와인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와인 선택의 폭도 함께 넓어지고 있다. 비노비노(VinoVino)는 90% 이상 이태리산을 선보이는 독특한 와인숍. 화가와 같은 개성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작은 농장을 소유해 선보이는 와인이 많은 것이 이태리의 특징이다. 그만큼 병과 라벨 모양도 개성적이다. 특히 에디터의 눈길을 끈 것은 페라가모의 와인 ‘일 보로(Il Borro)’. 페라가모의 고집과 전통이 스며든 이 와인은 매혹적인 컬러와 오묘한 향으로 이미 와인의 명품으로 자리잡았다. 비노비노에서 와인을 고른 후 바로 옆에 위치한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알 파르코(Al Parco)에서 코르키 차지(와인의 코르크를 따고 서빙하는 비용) 1만 원만 내면 기본적인 안주와 함께 매력적인 이태리 와인을 즐길 수 있다.

Tour du Vin
Tel 533-1846
Viniwini
Tel 592-9035
VinoVino
Tel 475-3880

Al Parco

Tel 483-7066
청담동의 와인바들
물론 위에 소개한 곳들 중에도 청담동에 위치한 와인바가 있지만 워낙 압구정과 청담동에 와인바들이 밀집해 있어 따로 소개해본다. 우선 신동가구 지하에 자리한 까사 델 비노(Casa Del Vino)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거품이 많았던 와인의 가격을 낮추는 데 큰 몫을 했음은 물론 와인바의 바람을 몰고 온 선두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구비한 와인 종류만 560종이다.
셀레브레떼(Célébrité)는 30대와 40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와인바. 요리도 훌륭해 저녁식사를 예약해 즐기는 이들 또한 많다. 주력으로 선보이는 와인은 이태리, 칠레, 오스트레일리아산 등.
매력적인 인테리어가 시선을 압도하는 레드(Red)도 지난달 문을 열었다. 각기 다른 컨셉으로 디자인된 7개의 공간은 마영범, 천재영 두 디자이너의 손길로 완성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음식은 3층의 타이 레스토랑 공에서 와인에 어울리는 간단한 메뉴가 공수된다고. 300여 종이 넘는 와인과 다양한 컨셉의 공간. 다채로운 우리의 감성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랄프로렌 건물 지하에 30, 40대를 위한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뻬뜨뤼스(Petrux),현대백화점 건너편에 높은 연령대를 겨냥한 클래식 와인바 라비뒤뱅 (La Vie du Vin)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만큼 크고 작은 와인바들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이렇게 많은 와인바의 홍수 속에서 말이다.◈
Casa Del Vino
Tel 542-8003
Celebrite
Tel 512-6677

Red

Tel 516-6949
Petrux
Tel 545-0233
La Vie Du Vin
Tel 3446-3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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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와인을 그녀 앞에서 테이스팅하는 남자. 하지만 단지 좋다는 한마디
외에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난감했던 상황,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좀더 멋지고 격조 있게 와인을 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단어들. 이제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어택(Attack)
배구경기 용어로 친숙한 ‘어택’이라는 단어가 와인 표현에도 사용된다. 와인의 어택은 입에 머금은 순간에 느끼는 자극, 즉 맛의 첫인상을 가리킨다. 와인을 입안에 머금으면 혀끝을 통해 안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러므로 어택은 혀끝부터 가운데쯤에서 느끼는 맛, 단맛과 신맛부터 먼저 느끼게 되는 종합적인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표현 방법은 ‘어택은 강하고…’, 혹은 ‘어택은 부드럽고…’등.

보디(Body)
보디란 와인의 감칠맛을 표현하는 단어이다. 감칠맛이 있는 무거운 와인은 ‘풀 보디(Full Body)’, 경쾌한 와인은 ‘라이트 보디(Light Body)’, 그 중간은 ‘미디엄 보디(Medium Body)’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왜 와인의 맛을 인간의 몸에 비유하게 된 것일까? 이는 와인 맛이 퍼지는 형태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와인을 입에 넣는 순간 한번에 맛이 펴지는 것이 아니라 중반부터 후반에 걸쳐 맛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고, 삼킨 후에도 기분 좋은 여운이 남는다. 즉, 어택이라 불리는 첫인상, 중반부터 후반에 걸쳐서 맞게 되는 클라이맥스, 그리고 여운 이 3단계로 나뉜다.
이는 머리가 있고, 가운데가 가장 부풀어 있으며, 마지막이 길게 뻗은 인간의 몸과 비슷하다. 중간 부분이 굵고 무거운 와인의 맛. 이것을 인간의 몸체에 비유해 보디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만약 와인의 중량감이 느껴진다면, 단순히 ‘풀 보디’라고 표현하기보다는 ‘Glamour’라든가 ‘골격이 단단하다’등 사람의 몸에 비유하고, 가볍고 프레시한 인상이라면 ‘날씬하고 귀엽다’등으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응축(Intensity)
와인의 맛을 표현할 때 역시 ‘응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좋다. 구체적으로는 ‘응축된 과일의 맛이 느껴진다’등으로 표현한다. 응축된 과일의 맛이라는 표현은 기후가 좋았던 해에 수확된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응축된 맛을 지닌 와인이란 살이 꽉 찬 맛있는 게에 비유할 수 있으리라. 만약 맛있는 게 요리와 응축감 있는 샤블리 그랑 크뤼(Chablis Grand Cru)의 화이트 와인을 함께한다면 와인에 있어 응축된 맛이 어떤 것인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여운(Length)
누구나 좋은 음악을 듣고 난 뒤, 혹은 훌륭한 영화나 연극을 감상하고 난 뒤 그 작품의 뒷맛에 취한 적이 있을 것이다. 와인에 있어서도 이와 같이 ‘그 맛의 여운을 즐긴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와인은 색, 향, 맛을 즐기는 술인데, 한 모금 마신 후 입안에 남는 감각, 이른바 여운이 상당히 중요시되며 여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따라 그 와인의 품질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운이 오래 남을수록 질 좋은 와인, 즉 고급 와인이다.
이는 이웃나라 일본의 술 정종의 기준과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데, 마치 물처럼 한 번에 목을 통하는 깔끔하면서도 드라이한 맛의 술이 일본에서는 고급술로 통하기 때문이다. 또한 맥주 역시 목으로 넘어가는 깔끔한 맛을 강조하곤 한다. 이러한 차이는 아무래도 깔끔한 맛을 중시하는 일본과 여운을 중시하는 서양 음식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만약 담백한 맛의 일본 요리에 짙은 맛의 술을 곁들이면 섬세한 요리의 맛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짙은 맛의 프랑스 요리에 깔끔한 술을 곁들여도 술 맛이 요리 맛에 희석되어 제대로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요리에 와인을 곁들일 때는 요리의 여운보다 약간 짧은 여운을 지니는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요리와 와인을 동시에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와인을 마신 뒤 최소 3초 이상 목젖에서 그 맛을 느낄 수 없다면 여운이라는 표현은 타당하지 않다.

밸런스(Balance)
맛의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란 대체 무엇과 무엇의 균형이 잘 맞는 상태일까? 우선은 화이트, 레드 와인의 맛의 구성 요소부터 살펴보자. 화이트 와인의 맛은 신맛과 단맛의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레드 와인은 신맛과 단맛 그리고 떫은맛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즉,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의 큰 차이점은 ‘떫은맛’의 유무이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밸런스에 관한 개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화이트 와인이라면 신맛에 대한 단맛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지, 레드 와인이라면 떫은맛과 신맛에 대한 단맛의 밸런스가 잡혀 있는지를 판단하면 된다. 그러나 여기서 ‘드라이한 맛의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은 완전 발효된 상태이기 때문에 포도 당분이 남아 있지 않아 단맛이 없지 않은가?’라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단맛’이란 포도에 포함되어 있는 당분의 단맛이 아니라 발효에 의해 생기는 알코올이나 글리세린이라는 성분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단맛을 가리킨다.

빌로드(Veludo)
와인의 감칠맛은 보디라는 단어로 표현되는데, 이처럼 몸이 있는 이상 와인도 옷을 입어야 하지 않을까? 와인 세계에서는 혀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을 옷의 소재에 비유해서 ‘빌로드’라고 표현한다. 숙성 타입의 레드 와인은 젊을 때 마시면 타닌의 자극이 강하고 톡 쏘는 듯한 인상을 받는데, 숙성이 진행됨에 따라 타닌이 순해지고 섬세하면서 부드러운 맛으로 변한다. ‘빌로드’란 레드 와인이 도달하는 최고의 혀끝 맛을 표현하는 단어이다. 또한 빌로드와 함께 ‘실키(Silky)’라는 단어도 자주 사용된다. 실크 역시 촉감이 부드러운 고급 소재이지만, 빌로드만큼 두께는 없다. 그러므로 혀끝 감촉이 부드러우면서, 약간 가벼운 보디의 레드 와인에는 실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복잡성(Complexity)
‘Simple is Best’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패션이나 인테리어에서 ‘심플한 디자인’이라고 말할 경우, 심플하다는 표현은 칭찬을 의미한다. 그런데 와인의 경우에는 이와 정반대의 의미가 되어버린다. 와인 세계에서는 ‘Simple is Best’가 아니라 ‘Complexity is Best’가 상식. 복잡한 와인은 이른바 ‘그레이트한(Great) 와인’이라고 평가되며, 반대로 향이나 맛이 심플한 와인은 ‘심플’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단순’, ‘평범’등으로 평가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복잡한 향이나 맛을 지닌 와인이란 어떤 와인일까. 솔직히 지극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나, 향에 관해 굳이 말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과일잼 향이나, 향신료의 향, 요오드 향이라든지, 초콜릿 향, 동물성 향 등이 마구 뒤섞여 있어서 다시 한 번 향을 확인하려고 코를 갖다 대면 또 새로운 향이 나는, 계속 변화하는, 손에 잡히지 않는 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는 와인 표현에 곤란함을 느낄 때 ‘복잡한 향’이라든지 ‘복잡한 맛’이라고 대답한다면 평균 이상의 표현은 될 것이라 본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사실들을 염두에 둔다면,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와인 테이스팅과 표현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와인도 긍정적으로 또한 좋은 점을 찾아 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면 그 와인과 같이하는 식사도 더욱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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