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람들은 와인의 색깔을 가리켜 ‘옷’이라는 표현을 쓴다.
음식의 시각적인 부분 또한 놓치지 않는 프랑스인다운 면이 아닐 수 없다. 언뜻 보기에는
같은 것 같지만 와인의 미묘한 색깔 속에는 그 와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는 여러 가지 힌트가 숨어 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나름대로의 동기 혹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처음 와인이 지닌 신비로운 색깔에 끌려 와인 애호가가 된 이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달에는 와인의 컬러를 통해 특별한 와인 여행을 떠나보자.

밀짚색 잔에 담겨 있는 화이트 와인의 색깔을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흰색이라고 대답한다. 이는 와인이 화이트, 레드, 로제 등 색에 따라 분류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소수이기는 하나 ‘밀짚색’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이들은 와인에 상당히 정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의 색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흰색이기는 하나 투명하지 않으며 약간 황색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황색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밀짚모자 색에 가깝다. 그래서 와인 세계에서는 화이트 와인의 황색을 ‘밀짚’이라는 단어로 자주 표현한다.
사실 와인의 색을 그렇게까지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이는 대단히 중요하다. 와인의 색을 보면 그 와인의 연령을 대강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효를 막 끝낸 화이트 와인은 색이 흐리고 투명에 가까우며 옅은 푸른빛이나 황색 빛을 띠기도 한다. 그후 2~3년 정도 숙성하면 황색이 짙어지면서 밀짚색으로 변해간다. 눈앞에 밀짚색을 띤 와인이 있고, 만약 올해가 1997년이라고 가정하면 그 와인이 태어난 해는 대개 94~95년 정도라고 추측할 수 있다.
게다가 와인 색은 연령뿐만 아니라 출신지에 대한 힌트까지 제공해준다. 서늘한 북쪽 산지와 온난한 남쪽 산지의 포도를 비교하면, 남쪽 산지의 열매 숙성도가 높아 와인 색도 그만큼 짙어진다. 색이 흐리고 푸른빛을 띠고 있으면 북쪽 태생 와인, 황색이 강하면 남쪽 태생 와인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같은 지역이라도 기후가 좋은 해일수록 와인 색이 짙게 나온다는 사실 역시 알아두면 좋다.

황색 화이트 와인의 색을 표현하는 단어인데, 와인 전문가들은 ‘골드’라는 영어식 표현보다는 ‘황금색’이라고 약간 고풍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래 숙성한 고급 화이트 와인(드라이한 맛)이나 귀부 와인(단맛)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색으로, 황색이 짙게 나오는 좋은 와인을 일컬어 ‘빛이 나는 황금색’이라고 표현한다.
화이트 와인은 숙성될수록 황색이 짙어지는데, 황금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짙은 색 와인에는 숙성에 이용되는 나무통의 색소도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나무통에 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프랑스에서는 보통 나무통 재료로 오크를 사용하는데 통의 곡선을 만들 때 불을 이용하기 때문에 통 내부에 탄 자국이 남는다. 와인은 이 탄 부분이 통 속에 남아 있는 소량의 공기와 접촉하면서 약간씩 산화 숙성하여, 황색이 짙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황금색 와인은 부르고뉴 지방의 ‘Meursault’, ‘Montrachet’, ‘Corton-Charlemagne’등이며, 보르도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귀부 와인 ‘Sauternes’도 숙성함에 따라 훌륭한 황금색을 띠게 된다. 어느 와인이든 통에서 숙성하는 동안 인건비나 그 밖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연히 값은 비싸지게 된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화이트 와인 색의 변화

푸른빛을 띤 흐린 황색 → 밀짚색 → 황금색 → 갈색(화학적으로 와인이 열화현상을 일으킬 때)

시간의 경과에 따른 레드 와인 색의 변화
중심부 색 붉은색/보라 → 루비 → 가넷 → 벽돌색→촮 갈색( 마호가니/ Mahogany 혹은 토니/ Tawny)
가장자리 색 보라 → 분홍 → 오렌지 → 앰버 브라운(Amber Brown)

루비색 최근 와인바에 가면 많은 여성 고객들을 볼 수 있으며, 와인 스쿨에 다니는 비율도 여성이 많다고 한다. 왜 여성들은 와인을 좋아하는 것일까? 와인 세계에서는 레드 와인 색을 흔히 보석에 비유하는데, 색이나 빛의 정도에서 볼 때 분명 레드 와인의 색은 보석 색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보석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석과 같은 색을 띤 와인에도 끌리는 것이 아닐지.
그럼 여기서 ‘루비(Ruby)’색에 대해 살펴보자. 글라스 속의 레드 와인을 보면 중심부는 붉은색을 띠고 있으나, 가장자리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보랏빛이나 분홍빛, 혹은 오렌지색을 띠고 있다. 이 가장자리 색은 와인의 숙성 정도를 나타내는데, 젊을 때는 옅은 보라색을 띠고 숙성함에 따라 분홍→오렌지→갈색으로 서서히 변화한다. 처음에는 옅은 색을 띠던 과일이 점점 붉어지고, 이윽고 썩어서 갈색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루비’는 가장자리가 아직 보랏빛을 띠면서 전반적으로 밝은 붉은색인 단계를 가리켜 사용된다. 부르고뉴의 일반적인 레드 와인이나 보르도 지방의 젊은 레드 와인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색이다.
레드 와인의 색을 표현할 때 주의할 점은 단순히 ‘루비’라고만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가장자리 색도 함께 표현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가장자리가 보랏빛을 띤 밝은 루비색’등으로 표현한다. 보다 완벽한 표현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보라색의 비율을 보니, 비교적 젊은 와인인 듯하다’고 덧붙이면 될 것이다.
보졸레(Beaujolais) 등 신선한 과일 맛을 즐기기 위해 젊은 시기에 마시는 타입의 와인은 되도록 가장자리가 보랏빛을 띠고 있는 시기에 마시도록 한다.

가넷 ‘가넷(Garnet)’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레드 와인이 왜 붉은색을 띠고 있는지를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포도 껍질에는 색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와인에 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즉, 포도를 껍질째 발효시키면 레드 와인이 되고, 껍질을 제거하고 과즙만 발효시키면 화이트 와인이 된다.
자, 이제 가넷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루비’가 빛이 나는 밝은 붉은색이라면, ‘가넷’은 붉은빛이 더욱 늘어나 검은빛을 띤 깊은 적색(가장자리 색도 붉은색이 강해져서 오렌지색)을 말한다.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 품종을 중심으로 만든 보르도 와인은 숙성하면서 점점 이 가넷색에 가까워진다.
또 한 가지, 대부분의 레드 와인은 기후가 좋았던 해일수록 포도색이 잘 들며, 그만큼 색이나 떫은 맛도 진한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앞으로는 가넷색의 와인을 보게 되면 ‘타닌 성분이 강하겠다'라고, 가넷색이 아주 짙은 와인을 보면 ‘좋은 빈티지의 와인’이라고 표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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