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13 개봉 / 12세 이상 / 115분 / 공포 / 한국

감 독 김 지운 

출 연 임 수정(수미), 문 근영(수연), 염 정아(은주), 김 갑수(무현)



인적이 드문 시골, 이름 모를 들꽃들이 소담하게 피어 있는 신작로 끝에 일본식 목재 가옥이 홀로 서 있다. 낮이면 피아노 소리가 들려 올 듯 아름다운 그 집은 그러나 어둠이 내리면 귀기 서린 음산함을 뿜기 시작한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서려 있는 이 집에서 어른도 아이도 아닌 아름다운 두자매. 수미.수연이, 아름답지만 신경이 예민한 새엄마와 함께 살게 된 그날. 그 가족의 괴담이 시작된다.



수연.수미 자매가 서울에서 오랜 요양을 마치고 돌아 오던 날. 새엄마 은주는 눈에 띄게 아이들을 반기지만, 자매는 그녀를 꺼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함께 살게 된 첫날부터 집안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가족들은 환영을 보거나 악몽에 시달린다. 수미는 죽은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 무현과 동생 수연을 손수 챙기려 들고, 생모를 똑 닮은 수연은 늘 겁에 질려 있다. 신경이 예민한 은주는 그런 두 자매와 번번히 다투게 되고, 아버지 무현은 그들의 불화를 그저 관망만 한다. 은주는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며 집안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고, 동생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수미가 이에 맞서는 가운데, 집안 곳곳에서 괴이한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기 시작하는 데...



*



고전비극 <장화홍련전>의 복원.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은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두 자매가 계모의 음모로 억울하게 죽어 원혼이 된다는 전형적인 계모형 가정 비극. 영화<장화, 홍련>은 고전<장화홍련전>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현대에 복원시킨다. 그러나 영화는 원작의 번안이나 각색이 아니라, 모티브만 차용해 완전히 재창조한 새로운 이야기. 순진하리만치 단순한 선악대립구조의 원전과는 달리, 새엄마는 젊고 아름다우며, 자매를 미워하지만 완벽한 가정을 꿈꾸기에 계략따윈 꾸미지 않는다. 두 자매는 어딘지 음울하고 당돌하며, 사춘기 소녀 특유의 불안정한 심리로 가득하다. 원전의 모티브는 그대로 살렸지만, 캐릭터들은 완전히 재창조됐다. 전형과 비전형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이들 주인공들은 그래서 원전의 전형적인 플롯을 따르지 않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전개한다. 원전이 비극적인 가족사와 권선징악의 내러티브를 강조했다면, 영화<장화, 홍련>은 선악이 모호한 가족관계 속에 도사린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공포와 미스터리를 강조한다.



'가족관계 속의 숨은 공포'를 벗겨내는 이야기 - 가족괴담

" 한밤중에 거실에 앉아있는 엄마에게 '엄마 뭐해'라고 묻는데, 돌아본 엄마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 " 우스개처럼 떠돌지만 어쩐지 섬뜩한 이 괴담은 영화<장화, 홍련>의 핵심적인 공포를 대변한다. 소녀답지 않게 음울하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친밀한 두 자매. 병적으로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젊은 새엄마. 표정 없이 늘 가족들을 관찰하는 아버지. <장화, 홍련>의 가족 관계는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표면적으론 계모와 전처 자식 간에 벌어지는 전형적인 신경전으로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그들의 증오는 엽기적이고 의뭉스런 비밀 투성이다. 그 비밀이 서서히 벗겨지면서 그들 사이의 긴장이 섬뜩한 공포로 대체되고,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로 돌변한다. <장화, 홍련>은 가족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관계가 훼손되면서 가장 공포스런 관계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족괴담이다.



또 하나의 주연, '귀신들린 집' - 최초의 한국형 하우스호러

<아미타빌의 저주>, <헌티드힐>, <더 헌팅>, <디아더스>... 많은 서구 공포 영화들에서 '귀신들린 집'은 단골소재이자 집 자체가 공포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그러나 기존 국내 공포 물에서 '귀신들린 집'은 주인공인 귀신이 활약하는 배경 정도의 역할이 고작. 영화<장화, 홍련>은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집 자체를 공포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외딴 시골 마을, 저수지와 숲으로 둘러싸인 음습한 장소에 자리한 일본식 목재가옥. 철저히 고립된 <장화, 홍련>의 집은 집 안팎의 모양새가 몹시 그로테스크하고 요기가 서려있는 '귀신들린 집'이다. 이 집은 두 자매의 가족을 공포로 자극하고, 마침내는 가족들 사이에 감춰진 공포스런 비밀을 들춰내는 주체적인 공간으로 작용한다. 영화<장화, 홍련>은 '귀신들린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공포에 의해 몰락하는 한 가족을 그린, 최초의 한국형 하우스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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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포스트가 인상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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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13 개봉 / 18세 이상 / 118분 / 스릴러,미스터리 / 한국

감 독 장 윤현

 

출 연 한 석규(조형사), 심 은하(채수연), 염 정아(오승민)

 



핏빛 미궁 속, 피할 수 없는 대화. 살인만큼 잔혹한, 죽음만큼 두려운...

도심의 일상적인 공간에 어느 틈엔가 놓여진 검은 비닐봉지. 봉지가 터지며 사람들의 비명 사이로 피가 쏟아지고 토막시체가 나뒹구는 공포스러운 풍경..

 

세기말의 서울, 두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첫 번째 사체에는 팔이, 두 번째 사체에는 몸통이 유실된 상태다. 범인이 남긴 유일한 단서는 사체 절단의 정교함에서 유추할 수 있는 의학적 지식과 사체토막에서 발견된 고정액. 범인은 사체의 일부분을 방부처리하여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조형사가 난제의 사건 앞에서 고전하고 있을 무렵, 그를 비웃듯 세 번째 사체가 나타난다. 다행히 희생자가 인공치아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진은 신원파악에 성공, 조형사는 희생자의 연인인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그녀에게서 밝혀진 놀라운 사실.



세명의 희생자는 모두 그녀의 과거 혹은 현재의 애인이었다. 비로서 풀린 하나의 실마리. 이제 사건은 그녀를 중심으로 한 연쇄 살인사건으로 재규정된다. 그녀의 이름은 채수연. 프랑스 유학 후 박물관 유물복원실에서 일하는 미모의 재원이다. 수사망에 포착된 그녀의 주변인물들은 화가인 아버지, 대학동기이자 박물관 동료인 기연, 친구 승민 정도... 유력한 용의자는 기연이다. 오랫동안 수연에게 흠모해 왔고 해부학 공부한 적도 있는 인물.



결정적 단서인 그의 헥사메딘 구입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진은 기연을 연행한다. 하지만 취조도중 수연이 누군가로부터 습격받는 사건이 발생하고 풀려난 기연은 종적을 감춘다. 그가 돌아온 것은 다음 날 새벽, 고속도록 위에 붉은 피 위에 흩어져있는 사체 조각으로 였다.

양팔과 다리, 몸통, 그리고 심장. 이제 범인은 머리를 제외한 4개의 시체토막을 가지고 있다. 수연은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 앞에서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수연과의 거듭되는 만남 속에서 조금씩 수연에 대한 연민이 쌓여갈 무렵 조형사를 다섯 번째 희생자로 예고하는 범인... 유일한 단서인 여자의 기억, 이제 그 기억을 여는 잔혹한 대화가 시작된다... tell me something...



*

 

멜로물에서 공포물이라는 전환도 전환이지만 토막토막 살해된 신체를 리얼하고도 여과 없이 보여준 것도 화제였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장르인 하드고어를 표방했지만, 공포 영화가 엽기적인 토막 시체를 보여주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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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8 개봉 / 18세 이상 / 123분 / 코미디 / 미국,헝가리



감 독 알렉산더 페인

출 연 폴 지아매티(마일즈), 토마스 해이든 처치(잭), 버지니아 매드슨(마야), 산드라 오(스테파니)



와인과 사랑에 흠뻑 취해서, 그들이 다시 충만해진다!

와인 애호가인 영어 교사 마일즈(폴 지아매티)는 이혼의 후유증을 와인으로 달래는 남자. 늘 소심하고 무미건조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완벽한 와인을 맛볼 때에는 활기가 넘친다. 대학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그의 단짝 친구 잭(토마스 헤이든 처치)은 주가가 폭락 중인 배우로서, 치마만 둘렀다면 작업 들어갈 만큼 여자에게 중독된 선천적인 플레이보이다. 성격도 외모도 천지 차이인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면서 우정을 지속시켜 왔다.

자작 소설을 출판사에 보낸 후 출간 결정을 기다리고 있던 마일즈는 결혼을 일주일 앞둔 잭의 총각파티를 겸해 산타 바바라 지대의 와인농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마일즈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아름다운 웨이트리스 마야(버지니아 매드센)와 재회하여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된다. 총각시절의 마지막 자유를 만끽하려는 잭도 결혼식을 망각한 채 와인 시음실에서 일하는 섹시한 스테파니(샌드라 오)와 뜨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잭의 결혼 계획을 비밀로 한 채 네 사람은 더블 데이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마일즈는 소설 출간이 무산되어 낙담하고, 전처를 잊지 못해 마야와의 사랑을 망설인다. 설상가상으로 잭의 결혼 얘기를 무심코 꺼내서 마야의 화를 돋군다. 마일즈의 실수는 곧바로 연인 못지않은 관계로 발전한 잭과 스테파니 커플에게로 불똥이 튄다. 이제, 최고의 와인을 가능한 한 많이 맛보고 싶어했던 마일즈와 가능한 한 많은 여자들과 즐기고 싶었던 잭의 여행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두 사람은 선택의 기로에 서는데…



*

2005년 골든 글로브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수상 !
뉴욕, L.A.,시카고, 보스턴 비평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석권 !

「일렉션」에 이어 「어바웃 슈미트」로 최고의 찬사를 받은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 알렉산더 페인이 그의 드림팀과 함께 다시 한번 그 저력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기지로 미국 중산층의 교양과 도덕성을 파헤치면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페인 감독은 <사이드웨이>에서, 흔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영역인 중년 남자의 사랑과 우정, 지긋지긋한 외로움과 끝없는 꿈을 총각파티 대신 떠난 엉뚱한 와인 탐험으로 전개하여 전미 주요 영화비평가협회의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을 휩쓸었다. 게다가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골든 글로브 7개 부문에 노미네이션 되었고, 결국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하여 2005년 아카데미 영화상에서도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미국 주간지 '피플'이 선정한 '동시대 가장 독보적인 영화감독'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세계를 뒤흔든 젊은 거장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어바웃 슈미트> 팀이 또 다시 만들어낸
2005년 최고의 감동, 눈물 그리고 웃음 !!!

<사이드웨이>는 렉스 피켓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어바웃 슈미트」의 각본을 맡았던 짐 테일러와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팀을 이루어 각색한 영화이다. 「어바웃 슈미트」 의 조감독을 맡았던 조지 파라가 공동제작으로 참여하였으며, 의상의 웬디 척은 「일렉션」과 「어바웃 슈미트」에 이어, 재즈 선율이 가득한 음악에 롤페 켄트와 편집을 맡은 케빈 텐트, 미술을 담당한 제인 앤 스튜어트는 「어바웃 슈미트」, 「일렉션」, 「시티즌 루스」에 이어 또 한 번 페인과 손을 잡아 골든 글로브 7개 부문에 노미네이션 되었을 뿐만 아니라,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다.



만신창이로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들의 달콤쌉싸름한 코믹 스토리는 현재까지 세 편의 영화로 찬사를 받은 작가 겸 감독 알렉산더 페인에게는 풍부한 이야기 소스가 되었다. 잭 니콜슨이 갑작스레 부인을 잃은 보험회사 중역을 연기한 영화 「어바웃 슈미트」 에서부터 리즈 위더스푼이 학생으로 나와 교사 역을 맡은 매튜 브로데릭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영화 「일렉션」 그리고 로라 던이 낙태권을 놓고 벌어진 분쟁의 한가운데로 느닷없이 몰린 임산부 역을 맡은 영화 「Citizen Ruth」에 이르기까지 페인의 도발적인 영화들은 날카로운 기지로 미국 중산층의 교양과 도덕성을 파헤치는 한편 유머를 잃지 않았다.

<사이드웨이>를 통해 페인 감독은 결국에는 희망을 찾게 되는 두 친구 마일즈와 잭의 이야기를 다룬다. 와인을 마시고, 골프를 즐기며, 햇빛을 만끽하며 한가로이 휴식을 즐기기 위해 떠난 이들의 여행은 주체할 수 없는 성욕과 노골적인 배신, 급기야 신체적인 손상으로까지 이어지다가 예기치 않은 화해의 순간과 마주한다.

인생의 갈림길에 선 평범한 두 남자가 결혼을 앞두고 떠난 와인 산지 여행에서 저지르는 실수는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저미며, 이들이 마주치는 갖가지 삶의 기복과 일탈, 뜻밖의 화해의 순간은 잔잔한 감동의 웃음을 머금게 한다.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호흡 !!
갈림길에 선 그들의 달콤쌉사름한 여행담!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유쾌한씨보다 더 유쾌한 슈미트씨'를 만들어냈듯이, 별볼일 없는 두 남자를, 캐주얼하고 알딸딸하고 달콤쌉사름한 와인처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 경쾌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하였다.

<사이드웨이>가 굳이 코미디 영화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데에는 폴 지아매티나 토마스 헤이든 처치, 버지니아 매드센, 샌드라 오 등과 같은 연기파 배우들의 실제 같은 완벽한 연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대 소년처럼 엄마의 옷장에서 돈을 훔쳐 달아난다든지, 골프장에서 패싸움이라도 벌일 듯이 골프채를 휘어잡고 달려든다든지, 유부녀와 통정하다 남편에게 현장 급습을 당한 잭이 벌거벗고 대로변을 뛴다든지, 한창 낯뜨거운 장면이 연출 중인 변태적인 부부 침실에서 잭이 떨어뜨리고 온 지갑을 주워 들고 줄행랑 치는 마일즈와 그 뒤를 전라로 쫓아오는 남편의 모습 등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사이드웨이>가 경박한 순수 코미디로 빠져 버리지 않은 것은 페인 감독과 배우들의 삶에 대한 통찰력과 휴머니티 때문이다. 마일즈와 잭은 신랄한 코미디를 보여주면서도 영화에 나오는 모든 허튼 소리가 단순한 코미디를 초월해 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관객들이 자연스레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관객들은 그런 그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그들이 잘 되기를 어느 순간부터 바라게 되는 것이다. 마일즈가 시음룸에 있는 와인 뱉는 통을 통째로 뒤집어 쓰는 장면이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아내이자, 한국인 태생인 샌드라 오(스테파니 역)가 오토바이 헬멧으로 잭의 코를 박살내는 장면 등에서 웃음과 함께 찝찔한 눈물 맛이 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오묘한 맛과 향에서 묻어 나오는 아이덴티티
<사이드웨이>의 또 다른 주인공: 와인

"와인은 살아있는 거나 다름없어요……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오묘한 맛을 내니까요. 와인이 그 절정에 이르면, 마치 우리가 61살이 되는 것처럼, 맛은 서서히,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기울기 시작하죠. 그럴 때, 그 맛이란…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워요.." - 극중 마야의 독백 중 -


이 코미디 영화의 전반에, 그리고 <사이드웨이>의 복잡한 감정 사이를 가르고 흐르는 것이 있다면 갖가지 와인 즉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싸구려 와인, 진귀한 와인 등 친구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하고 우리를 중독시키며 남녀 사이에선 키스를 부르는 바로 이 와인이다. 마일즈의 진열장에 슬픈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는 1961년산 슈발 블랑(Cheval Blanc)에서부터 마야와 함께 맛을 나누던 피들헤드 소비뇽 블랑(Fiddlehead Sauvignon Blanc), 그리고 스테파니의 자랑이자 손도 댈 수 없는 리쉬부르(Richebourg)에 이르기까지 <사이드웨이>는 어떤 와인 애호가라도 애태우게 만드는 와인 리스트를 자랑한다.



복잡하고도 다양한 맛을 가진, 생산이 까다로운 '피노(Pinot)'와 한층 묵직하지만 술술 넘어가는 기분 좋은 맛의 '까베르네(Cabernet)'를 놓고 벌어지는 오랜 논쟁은 마일즈와 잭의 양립하는 라이프스타일에도 깊숙하게 반영되어 있다. 매사 모든 것이 복잡하기만 한 마일즈가 마야에게 왜 그가 그토록 피노를 좋아하는지를 말할 때 그는 어느 정도 그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결혼을 앞두고도 다른 여자와의 만남에 열을 올리고 고민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잭은 어디서도 생산될 수 있고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는 까베르네에 가까운 사람이다.

페인 감독의 전작 영화들에 비해 <사이드웨이>는 좀 더 유쾌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이 유쾌한 분위기는 다름 아닌, 아름다운 와인 산지의 풍경들과 침이 절로 넘어가는 음식들 그리고 무엇보다 와인들의 아름다움이 영화의 외양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영화 전체의 분위기에 아주 잘 반영된 데에 기인한 것이다. 마야와 마일즈를 가깝게 해준 것 또한 와인이며, 마일즈와 잭이 그들의 삶의 "곤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운 것도 결국 그들이 함께 한 와인 산지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Location-

보기만 해도 훌쩍 떠나고 싶은 와인 산지로의 여행
때묻지 않은 자연과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가득한 곳 : 산타네즈 밸리

페인 감독의 고향인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와 그 주변을 배경으로 한 세 편의 전작 영화와는 달리 <사이드웨이>는 그림 같은 또 다른 미국 중부 전원 도시, 예스러운 고장, 좁은 시골길과 햇빛에 얼룩진 포도밭과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 농장이 있는 산타네즈 밸리를 배경으로 한다. 시리즈물인 와 잭 니콜슨, 제시카 랭 주연의 리메이크 영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등 두 어 편의 유명 영화를 제외하고 산타네즈는 LA에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별로 눈길을 주지 않던 곳으로, 개발되지 않은 자연과 분위기로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사이드웨이> 촬영을 위하여 제작진은 산타 마리아, 롬팍(Lompoc), 산타 바바라, 골레타(Goleta)는 물론이고, 재미있는 네덜란드 마을 솔뱅(Solvang) 및 분주한 부얼튼(Buelton), 아티스트의 공동체인 로스 올리보스(Los Olivos) 등을 포함한 이 지역의 명소들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또한 La Purisima Mission, Hitching Post 레스토랑 등 제작진과 스탭들이 그 곳을 여행하면서 발견한 진짜 장소들로 대본을 꽉 채웠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건 그들에게도 이 지역은 처녀지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며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처럼 이 지역을 파헤치고 탐험하며 여행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지는 몰라도 <사이드웨이>에는 마치 피크닉을 가는 마냥 유쾌하고 설레는 분위기가 묻어 나온다.

이 영화의 핵심적인 로케이션 가운데 하나는 10주 동안의 제작기간 동안 촬영진과 출연진이 3주 동안 머무른 캘리포니아 부얼튼(Buellton)에 있는 기묘한 윈드밀 여관이었다. 미술 담당인 제인 앤 스튜어트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러한 진짜 관광객들이 찾는 장소를 실감나게 되살리는 것이었고, 페인 감독은 결국 이와 같이 완벽한 장소를 찾아내서 상징적인 요소들을 담아 이리 저리 뒤트는데 성공하였다.


-Music-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관능적으로
오묘하고 신비로운 와인 같은 재즈 선율

와인 산지의 때로는 발랄하고 때로는 음울하며 때로는 관능적인 요소 또한 롤페 켄트의 재즈풍 영화 음악 속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알렉산더 페인의 전작 영화 「어바웃 슈미트」, 「일렉션」, 그리고 「Citizen Ruth」를 위해 독특한 음악을 작곡한 바 있는 켄트는 영화가 실질적으로 제작되기 한참 전부터 <사이드웨이>에 대한 이야기를 페인 감독과 나누었다.

<사이드웨이>의 음악들은 와인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재즈풍의 음악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옛날 레코드 기술을 사용한 모노톤의 재즈 선율들은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흐르면서 두 남자의 우스꽝스러운 코미디가 너무 경박하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보일 수 있도록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음악을 녹음하는 동안 완벽주의자인 켄트에게 있어 커다란 도전 거리는, 페인 감독이 원한 것은 정통 재즈가 아닌 그의 작곡 방식에 재즈적인 요소를 더한 혼합물이라는 것과 그 재즈라는 것이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무엇인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술과도 같은 아름다운 선율들을 만들어냈고, 이 작업이 완성되는 데는 녹음 내내 함께 하며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의 생기와 에너지라고 강조한 페인 감독의 격려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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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2-0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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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8 개봉 / 12세 이상 / 143분 / 드라마,로맨스,뮤지컬 / 미국,영국



감 독 조엘 슈마허

출 연 제라드 버틀러(팬텀), 에미 로섬(크리스틴), 패트릭 윌슨(라울), 미란다 리차드슨(마담 기리),
           미니 드라이버(카로타)

1870년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펼쳐지는 슬픈 마법의 판타지!

1919년,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의 경매장.. 휠체어 기대 앉은 노인은 원숭이가 장식된 뮤직박스를 낙찰 받게 되고 뮤직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회상에 잠기는 순간, 다 낡아 버린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며 1860년 화려했던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웅장한 무대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1870년 파리 오페라 하우스. 새로운 극단주 앙드레와 피르맹, 그리고 후원자인 라울백작은 새롭게 무대에 올릴 '한니발' 리허설을 감상하던 중 갑자기 무대장치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오페라의 유령이 한 짓이라고 수근대고, 화가 난 프리마 돈나 칼롯타는 무대를 떠나버린다.



발레 단장인 마담 지리의 추천으로 크리스틴이 새로운 여주인공을 맡게 되고, 공연은 대성공을 거둔다. 축하객들을 뒤로하고 대기실에 홀로 남은 뮤즈 크리스틴은 거울 뒤에서 반쪽 얼굴을 하얀 가면에 가린 채 나타난 팬텀을 따라 마치 마법에 홀린 듯 미로같이 얽힌 지하 세계로 사라지게 된다.

크리스틴의 실종으로 일대 혼란에 빠진 오페라 하우스에 팬텀의 경고장이 도착하고, 자신의 요구를 수락하지 않으면 크리스틴도 돌려보내지 않고 큰 재앙을 내리겠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기회를 주겠다며 크리스틴을 돌려보낸 팬텀과 달리 극단은 그의 협상을 모두 무시하고, 결국 오페라 하우스는 정체불명의 괴사건에 휘말리며 문을 닫기에 이른다.

한편, 지하세계에 끌려갔다 온 후 크리스틴은 팬텀의 공포에 날마다 시달리고 크리스틴을 위로하던 라울은 그녀와 사랑을 맹세한다.

이들의 대화를 엿들은 팬텀은 사랑과 질투에 싸여 복수를 결심하는데…
과연, 오페라 하우스와 팬텀에게는 어떤 비밀이 숨겨진 것일까?

*

- 뮤지컬의 살아있는 신화! <오페라의 유령>

프랑스 작가 가스통 루르에 의해 1911년 발표된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천재적인 음악재능을 가졌으나 선천적인 기형 때문에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숨어살아야 했던 팬텀이 아름다운 뮤즈 크리스틴에게 매료된다는 내용의 작품이었다. 당시의 문예사조와는 사뭇 다른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가미된 구성으로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고 이후 수많은 영화와 TV 시리즈 등으로 끊임 없는 변신을 꾀해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오페라의 유령]이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영원한 베스트 셀러"로 자리잡게 된 것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名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거대한 흥행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6년 10월 런던의 허 마제스티스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로 18년간 꾸준히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기존 뮤지컬의 한계를 극복한 과감한 무대 연출과 유려하고 풍부한 음악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뮤지컬의 살아있는 신화로 평가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전세계 8,000만 명의 관객동원과 그 입장 수익만 3조 8400억 원을 기록하며 뮤지컬의 브랜드화를 이루기도 했다. 지난 2001년 국내 공연 당시 고가의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7개월간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회 매진이라는 진기록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뮤지컬계의 마이다스, 앤드류 로이드 웨버

1948년 영국 출신의 작곡가 겸 제작자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음악들을 접하면서 자라났다. 웨스민스터 - 옥스퍼드 - 로열 음악대학이라는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음악적 식견을 넓혀간 그에게 프레슬리와 비틀즈로 대변되는 록 음악의 전성기, 1970년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완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클래식과 록음악이 혼재 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데뷔작이자 본격적인 대중지향 뮤지컬의 탄생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다. 이후 뮤지컬 연출의 거장으로 추앙 받는 해롤드 프린스와의 만남을 통해 또 하나의 걸작 <에비타>를 제작하게 된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1979년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 7개 부문의 상을 휩쓸면서 뮤지컬 계의 신성으로 추앙 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은 그의 열정은 곧 이어 고양이들의 삶을 다룬 경쾌한 뮤지컬 <캣츠>와 이제는 뮤지컬의 영원한 고전으로 자리한<오페라의 유령>으로 이어지며 명실공히 뮤지컬 계의 대부로 올라서게 된다. 일부 편협한 평론가들은 클래식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며 그의 창작 태도에 비난을 던지기도 했지만,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브로드웨이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관객을 불러모았으며 그 누구보다도 많은 상을 석권했고 그로 인해 클래식과 대중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선구자임에 분명하다.




-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조엘 슈마허가 선사하는 단 하나의 名作!

<캣츠>,<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비타>등 주옥 같은 레퍼토리로 뮤지컬 계의 마이더스라 불리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 받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의 영화화는 모든 영화 제작자들의 꿈이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역사상 가장 뛰어난 뮤지컬'을 영화로 만드는데 대한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그 결과 원작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앤드류 로이드 웨버 자신만이 이 위대한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겨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되기까지 장장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1988년, 뉴욕 상연을 시작했던 첫해부터 <오페라의 유령>의 영화화를 염두 해 두고 있었다. 마침 를 개봉시키며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조엘 슈마허 감독의 뛰어난 시각적 센스와 음악 감각을 눈 여겨 보고 있던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그에게 <오페라의 유령>의 연출을 의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곧바로 착수될 것 같았던 영화 작업은 <오페라의 유령>이 낳은 세계적인 가수 겸 배우 사라 브라이트만과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결별로 인해 무기한 연기되기에 이른다. 그 동안 조엘 슈마허 감독은 <배트맨 포에버>,<타임 투 킬>,<8mm>,<폰 부스>와 같은 영화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 <선셋 대로>등의 신작을 통해 작품활동에 매진한다.

하지만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조엘 슈마허의 교류는 끊임없이 지속되었고 마침내 2002년 겨울, 런던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오랜 숙원이었던 <오페라의 유령>의 제작을 확정하고 프로덕션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 원작의 명성을 뛰어넘어 스크린으로 되살아난 최고의 感動!

앤드류 로이드 웨버 본인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밝힐 만큼 제작기간 내내 심혈을 기울인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공연이 보여줬던 파격에 가까운 연출을 능가하며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판타지로 다시 태어났다. 우선 원작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시공간적 제약으로 무대에서는 표현할 수 없었던 팬텀의 과거, 라울의 회상 장면 등 등장인물들의 사이드 스토리를 첨가함으로써 처음 <오페라의 유령>을 접하는 관객들은 물론 이미 원작을 관람한 이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완벽한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주요 삽입곡 전체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새롭게 단장한데다가 오직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15분 분량의 신곡까지 삽입해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유려한 음악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벌써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대를 모으는 것은 바로 조엘 슈마허가 연출하는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화면. 1870년대의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거대한 세트와 그 안에서 펼쳐지는 성대한 오페라 공연 장면 그리고 팬텀과 크리스틴의 비극적인 로맨스가 펼쳐지는 팬텀의 지하 은신처 등은 좁은 무대에서 꿈꿀 수 없는 화려함의 극치를 선사하고 있다.



총 제작비 1억 달러에 육박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다시 태어난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양과 질에서 원작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들으며 올 겨울 전세계 <오페라의 유령> 팬들을 또 한번 마법의 판타지에 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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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머리속에 떠나지 않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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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1905년,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경매가 열린다. 음침한 분위기. 각자 사연이 있음직한 물건들이 하나 둘씩 새 주인에게 팔려나간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70세의 노인, 라울이 휠체어에 기대어 앉아 있다. 이윽고, 원숭이가 장식된 음악상자가 나오자 그는 거액을 들여 낙찰을 받는다.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멜로디에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녀가 말했던 정말 그대로의 모양이구나... 이제 우리 모두 죽어가는데 그래도 너는 계속 노래하겠지..." 이윽고 수십 년 전 정체 모를 괴인, 오페라의 유령이 망가뜨렸다는 대형 샹들리에가 새롭게 복원된 전기장치로 불을 밝히면, 무대는 어느새 과거로 돌아간다.

경매가 있기 수십 년 전의 오페라 하우스, 새로운 오페라 '한니발(Hannibal)'의 리허설이 한창이다. 무대 한 편에서 오페라 하우스의 매니저인 르페브르가 등장하고, 그는 단원들에게 새로운 경영자인 앙드레와 피르맹을 소개한다. 그러나 웬일인지 르페브르의 표정에서 자신의 은퇴에 대한 아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새로운 매니저들의 요청에 프리마돈나인 칼롯타는 '나를 생각하세요(Think of me)'를 부른다. 그러나 1절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무대장치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오페라의 유령이 한 짓이라고 수근대고, 화가 난 칼롯타는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무대에 설 수 없다고 선언하며 극장을 떠난다.
당황하는 새 매니저들. 설상가상으로 발레감독인 지리 여사는 어디에선가 자신의 월 급여와 특정 박스 좌석을 비워둘 것을 요구하는 유령의 메시지를 가져와 매니저들에게 전달한다. 그때서야 앙드레와 피르맹은 유령의 존재를 알게 된다. 한편 지리 여사의 딸인 맥은 새 경영진에게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 무용수인 크리스틴이 칼롯타를 대신해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한다. 급박한 공연 날짜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신참 매니저들은 그녀에게 오디션의 기회를 주고, 크리스틴은 멋지게 이 역할을 소화한다.
공연은 큰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객석에는 오페라 하우스의 새로운 재정 후원자인 귀족청년 라울이 앉아 있었다. 그는 한 눈에 크리스틴이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친구였음을 알아본다. 공연을 마친 후, 맥은 크리스틴의 성공을 축하하며 혹시 새로운 음악 선생님이 생겼는가를 묻는다. 그러자 크리스틴은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음악의 천사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으며, 마치 그에게서 음악 수업을 받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축하객들이 돌아가고 대기실에 혼자 남은 크리스틴은 갑자기 거울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정말 아버지의 유언대로 거울 속에서 음악의 천사라 자칭하는 사나이, 유령이 나타난 것이다. 반쪽 얼굴을 하얀 가면에 가린 채 연미복 차림의 유령은 마치 마법이라도 걸듯이 크리스틴을 이끌고 미로같이 얽힌 파리의 지하 하수구로 사라진다. 검은 돛단배의 선수(船首)에 앉아 크리스틴은 묘한 두려움과 매력에 사로잡힌다. 낮과 밤의 구분조차 모호한 지하세계의 어둠 속에서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자신의 음악을 가르치겠노라고 노래한다.
이튿날 아침, 크리스틴은 유령의 오르간 소리에 잠에서 깬다. 그리고 호기심에 유령에게 몰래 다가가 가면을 벗긴다. 흉한 몰골에 놀라는 크리스틴. 유령은 분노와 슬픔에 떨며 자신에 대한 두려운 감정은 사랑으로도 바뀔 수 있다며 흐느끼고 크리스틴은 그런 그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크리스틴의 실종으로 오페라 하우스는 혼란에 빠진다. 이윽고 크리스틴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과 함께 새로 공연될 오페라 '일 무토(IL Muto)'에서 칼롯타 대신 크리스틴을 주인공으로 기용하라는 유령의 메모가 전달된다. 그러나 극장 매니저인 앙드레와 피르맹은 유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유령의 급여는 커녕 그가 요구한 박스석도 비워두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일 무토'의 무대는 강행되었지만 무대는 온통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칼롯타는 유령의 저주를 받아 개구리 울음소리만을 내게 되고, 유령의 존재를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던 무대 담당자 죠셉 부케는 공연 도중 목이 매달린 시체로 발견된다. 이어지는 혼란 속에 크리스틴은 라울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으로 잠시 피신한다.
크리스틴은 라울에게 유령과의 괴이한 경험을 털어놓지만, 라울은 유령이란 존재하지 않는 환상일 뿐이라며 그녀를 달랜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둘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한편, 유령은 천사 조각상 뒤에서 둘의 대화를 엿듣게 되고, 크리스틴에 대한 사랑과 질투에 싸여 복수를 다짐한다. 이성을 잃은 유령은 '일 무토'의 마지막 커튼 콜에서 극장 위 샹들리에를 객석으로 떨어뜨려 산산조각을 내버린다.

 

제2장


유령의 소동이 있은 후 6개월 동안 오페라 하우스는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러나 그동안 유령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이에 고무된 앙드레와 피르맹은 가면무도회를 열어 오페라 하우스의 새로운 오픈을 축하하게 된다. 크리스틴과 라울은 그 사이 남몰래 비밀 약혼을 한다.
무도회가 무르익을 무렵,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불청객이 나타난다. 축하객 무리 속에서 유령이 나타난 것이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들에게 유령은 자신이 작곡한 오페라 '승리의 돈 주앙'(Don Juan Triumphant)을 내놓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작품을 오페라 하우스의 재개막 공연으로 무대에 상정하라는 협박을 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라울은 유령의 오페라가 공연될 경우, 유령이 무대에 등장하려 할 것임을 간파하고 이 기회에 그를 사로잡을 계획을 꾸민다. 크리스틴은 두렵지만 마지못해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칼롯타와 다른 출연자들의 불만이 높았지만, 연습 도중 저절로 피아노가 반주되는 등 괴이한 현상이 잇따르자 두려움에 아무도 반대 의견을 내놓지 못한다.

 

'승리의 돈 주앙'은 삼엄한 경비 속에 무대에 오른다. 이윽고 순결한 처녀 아민타가 호색한 돈 주앙의 유혹에 빠져드는 장면에 다다른다. 이 순간 크리스틴은 남자 주인공 피앙지가 어느새 유령으로 바뀌어 있음을 느낀다. 극의 절정에서 크리스틴은 돈 주앙의 망토를 제쳐서 유령이 무대에 나타났음을 알린다. 그러나 라울은 유령이 크리스틴에게 너무 근접해 있어 그녀가 다칠 것을 우려해 경관들의 급습을 막아선다.
순간, 적막이 무대를 가르고,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유령의 가면마저 벗겨버린다. 한편, 무대 반대 쪽에서 목이 매어 살해된 남자가수 피앙지가 발견되고, 그 혼란을 틈타 유령은 크리스틴을 납치해 자신의 지하 은신처로 달아난다.

 

유령의 만행에 분노한 군중들이 유령을 잡으러 지하세계로 몰려든다. 유령의 은신처에 가장 먼저 다다른 것은 라울이었다. 흥분한 라울은 그러나 유령이 자신의 뒤에 다가서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결국 유령이 사람을 죽일 때 쓰는 마법의 밧줄에 목이 매달리고 만다.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자신과 영원히 같이 살든지 아니면 라울의 죽음을 선택하라고 요구한다.
흉측스런 외모와는 달리 순수한 영혼을 지닌 유령의 존재를 이해하게 된 크리스틴은 유령에게 다가가 키스를 한다. 그러나 너무도 크리스틴을 사랑했던 유령은 차마 그녀를 안아보지도 못한다. 유령은 라울을 풀어준다. 이윽고 자신을 사로잡기 위해 군중들이 점점 다가오자 유령은 라울과 크리스틴에게 자신을 남겨둔 채 떠날 것을 요구한다. 이뤄질 수 없는 연인을 태운 채 멀어져 가는 돛단배를 바라보며 유령은 크리스틴의 이름을 슬프게 읊조린다. 이윽고 사람들이 유령의 은신처에 다다랐을 때 그곳에 남아 있는 것은 유령의 하얀 가면뿐이었다. 그 후 아무도 그를 다시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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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5-01-1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천재라는 걸 실감나게 해주는 영화였죠...

보슬비 2005-01-18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했어요. 영화를 보고 다시 음악을 들으니 더 좋더라구요.

책읽어주는홍퀸 2005-02-0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정말 영화를 보구 음악을 들으니 감동이 백만배~^^

보슬비 2005-02-09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고 나서도 요즘에도 자주 음악 들어요. 사라브라이트만것도 좋지만 OST도 듣기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