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드디어 러브크래프트를 읽기 시작했어요.

 

 

오래전에 동서에서 나온 '공포의 보수'를 읽고 그의 작품을 모두 읽지 않고 한권으로 끝낸 이래로 계속 숙제처럼 그의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던것 같아요. 그리고 책과 내가 '케미'가 잘 맞는 시기가 있는것 같은데, 러브크래프트의 책을 그때 말고 지금 읽어서 더 좋았던것 같아요. 당시 동서에서 읽었던 책은 그의 작품이 4편 수록이 되었었는데, 그때에 비해 '황금가지'에서 출판한 책은 더 훌륭했던것도 재미를 증가 시켜주었던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보기와 다르게(?) 공포와 엽기적인 스타일 좋아해요. 그래서 영화나 만화, 소설을 선택할때 공포를 자주 찾는편인데, 그의 작품은 몇편 읽은후로 계속  피해왔던것 같아요. 굉장히 나쁘지는 않았지만, 읽는데 무척 힘들겠구나..라는 선입견이 생겼었던것 같아요. 하지만 점점 그의 소설에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만나다보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그가 왜? 공포계의 톨킨인지 이해가 갔습니다. 묘사가 너무 리얼해서, 읽다보면 기력이 쪽쪽 뽑히는데, 책을 덮을때는 너무 재미있어서 막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다시 기운이 났어요. 재미있는 책만큼 삶의 큰 활력이 되는것이 없는것 같아요. 뽑혔던 기력을 다시 충전 시키고 남을만큼 저는 좋았습니다만... 확실히 '호불호'가 있는 작품인것은 인정합니다. 워낙 요즘 자극적인 공포들을 접하다보니 '러브크래프트'의 공포가 막 다가오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의 공포는 병적인 고독감과 상실감으로 무기력하게 만들면서도 머리속을 광포하게 휘젓고 다니며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아직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2권까지만 읽었지만, 저처럼 러브 크래프트 초심자를 위해 이야기 들어가기전 설명이 있는것도 좋았어요. 다만 그 설명 역시 스포가 될수있기 때문에 다 읽은후에 읽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각권마다 연계성이 있는 글을 출간순서대로 배열한것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아래 내용은 스포일수있는 글이 있습니다.

 

 

 

1. <데이곤 Dagon>(1917)

- 1917년 7월 작품이니 대략 100년전의 작품을 읽는거군요. 그렇게 오래된 작품인데, 이상하게 시대적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데이곤'을 읽으면서 묘하게 데쟈뷰가 느껴지면서 너무 생생하게 상황이 제 눈앞에 펼쳐져서 놀랐습니다. -.-;; 어류인간은 기존에 읽었던 이미지(인스머스 그림자)때문에 남는다 하지만, 나머지 설명은 아마도 이런 스타일의 그림이나 영화를 본적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만해봅니다. 설마... 진짜 묘사가 잘되어서 제 눈앞에 그려진것은 아니겠지요.^^;;

 

 2. <니알라토텝 Nyarlathotep>(1920)

처음에는 감흥이 없었지만, 그후 계속 '니알라토텝'이 등장하면서 관심이 가는 혼돈과 공포의 신.


 3. <그 집에 있는 그림 The Picture in the House>(1920)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 낯선것에 대한 공포, 불쾌감이 전염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4. <에리히 잔의 선율 The Music of Erich Zann>(1921)

악마의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인만큼, 눈 앞에 그려지는 심연의 소용돌이와 악마적 선율이 소름끼치도록 매혹적이게 느껴졌습니다.

 

*2년전 cyrus님 글에 비올이 아닌 바이올린으로 번역이 되었었나보네요. 최근 구매한 20쇄판은 비올이라고 명시된것으로 보아 번역을 수정한것 같습니다.


 5. <허버트 웨스트 리애니메이터 Herbert West - Reanimator>(1922)

연작 스타일의 6개의 단편을 읽으면서 이토준지의 만화와 최근에 읽은 모로호시의 시오리 시미코 시리즈의 만화가 떠올랐어요. 아마도 반복적으로 나오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기 때문에 연상이 되는것 같아요. 두 만화가의 그림체가 딱 어울릴것 같은 생각.


 6. <벽속의 쥐 The Rats in the Walls>(1923)

 

이번편은 읽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읽은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처음 접했던 러브크래프트를 건성하게 읽었나봅니다. 다른건 몰라도 확실히 러브 크래프트는 묘사를 너무 잘하는것 같아요. 웅장한 뼈무더기의 동굴은 계속 상상이 되는데, 무섭기 보다는 경의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녀의 피가 흐르고 있나.... ^^;;


 7. <크툴루의 부름 The Call of Cthulhu>(1926)

 

크툴루 신화의 대표적인 이야기라죠. 그동안 무수히 들어왔지만, 이번에 제대로 '크툴루'에 대해서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크툴루 신화가 두려움을 주는것은 인간사에 있는 신들은 인간들에게 자비심이 있는 반면에, 크툴루 신은 인간에게 무관심함으로써 원초적인 공포를 선사하는것 같아요. 우리와 동등하지 않은 힘을 가진자가 인간에게 자비가 없다는것만큼 공포스러운 상황은 없을것입니다.

 

 

러브 크래프트 전집 1에 수록된 컬러판 크툴루예요. 처음에는 좀 실망스러운 그림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크툴루의 그림을 찾아서 보니 책속의 그림이 점점 마음에 들어요.


 8. <픽맨의 모델 Pickman’s Model>(1926)

 

충분히 예상되는 전개지만, 역시나 러브의 묘사법을 따라가보다며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9. <네크로노미콘의 역사 History of the Necronomicon>(1927)

 

그의 이야기속에 자주 등장하게 되는 '공포의 책'인 '네코로노미콘'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야기.


 10. <더니치 호러 The Dunwich Horror>(1928)

 

'요그 소토스'라는 '시오리와 시미코'에서 나오는 쿠트르(역시 크툴루의 일본식 발음이 아닐까?)의 애완동물이 '요그'예요. ㅎㅎ 그래서 '요그'의 등장이 무섭기보다는 무척 반가웠습니다.


 11. <인스머스의 그림자 The Shadow Over Innsmouth>(1931)

 

이 이야기가 제가 러브 크래프트를 처음 만났을때 읽었던 내용이었네요. 줄거리는 기억이 안나다가 읽으면서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그전까지 내용보다 하나의 이미지가 계속 떠올랐어요. 썩은 생선 냄새를 맡을때면 계속 떠오르게 될것 같아요.


 12. <현관 앞에 있는 것 The Thing on the Doorstep>(1933)

 

'바디 스내처'가 떠올르는 이야기.


 13.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 The Haunter of the Dark>(1935)

 

 

 

 

.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러브 크래프트의 공포를 읽다보면 워낙 묘사부분이 많아서 영화처럼 막 상상하면서 읽으면 더 재미있는데, 묘사가 많은점이 단점이기도 해요. 천천히 상상하면 재미있지만,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그의 대부분의 글들이 개인이 어떤 사건을 관찰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하다보니 광인 일기를 읽는 기분이 왠지 함께 광인이 되어가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의 책이 약 80~100년전의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이야기가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것에 놀라곤합니다. 그래서 그 당시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악몽일수도 있고, 축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편은 인류의 기원보다 오래된, 인류에게 적대적인 우주적 존재에 대해서 나옵니다.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알아왔던 진실이 거짓속에서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을 안다면 제 정신을 갖기에는 무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의 이성과 상상을 넘어선 존재는 신망각의 세계로...

 

 

 

아래 내용은 스포일수있는 글이 있습니다.

 

 

1. <저 너머에서 From Beyond>(1920)

- 가끔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을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함께 나눠 사용하고 있는데, 그 존재를 내가 인식하는 순간 미지의 것도 나를 인식하게 된다면? 숨을 쉬고 있어도 쉬고 있는 기분이 들지 않을것 같아요.


 2. <금단의 저택 The Shunned House>(1924)

- 드라큐라를 연상케하는 글인데, 독특하게 후각적인 공포가 느껴졌어요. 곰팡내나는 지하실 싫어!!!


 3. <냉기 Cool Air>(1926)

- 아주 가끔 유혹이 생길것 같아요. 저 냉기 속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각이 난다면...


 4. <우주에서 온 색채 The Colour Out of Space>(1927)

- 영롱하고 아름다워보이는 색이기에 더 공포스러운 느낌. 우주의 미지의 존재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배려할 생각없이 무자비하다.


 5.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 The Whisperer in Darkness>(1930)

- 이런 글을 읽을때마다 오지에서 사는것이 두려워지게 되요. 민간 설화나 전설들이 그냥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기원전까지 거슬러올라 사실을 진실이 아닌냥 꾸미며 사람들의 관심을 벗어나게 하는 술수 같은 느낌. 마지막 한문장은 눈앞에 진짜 그 모습이 떠오를정도로 뚜렷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6. <광기의 산맥 At the Mountains of Madness>(1931)

- 아서 코난 도일의'잃어버린 세계' 때문에, 가끔씩 지금의 세계와 분리되어 아직도 멸종되지 않은 원시세계가 지하동굴이나 발견되지 않은 장소에 있을거란 상상을 해본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상상을 하면서도 미지의 세계가 무서움보다는 호기심과 놀라움의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 러브 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 덕분에 미지의 세계는 더 이상 호기심과 놀라움보다는 무서움이 자리를 하게 된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오리와 시미코'에서 쿠트르가 데켈리-리! 데켈리-리 외치는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이번에야 말로 '모로호시'가 정말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았구나..하고 느꼈어요.^^

 


 7. <시간의 그림자 The Shadow Out of Time>(1935)

 

순차적으로 읽다보니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이 점차 자리 잡혀가는 것 같아요. 인류의 기원보다 더 오래전에 존재한 존재가 하나뿐만이 아니고, 그레이트원, 크툴루, 미고등 다양한 존재가 등장합니다. '어둠속에 속삭이는 자'를 읽은후에 읽으니 더 이해가 빠른것을 보면 출간순서로 목차를 배치한것이 좋았던것 같아요.

 

그나마 '시간의 그림자'에서는 그래도 인간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존재가 등장하지만, 아쉽게도 살아남은 종족은 학문적인 종족보다는 전투적인 종족이 생존률이 더 높나봅니다.

 

 

 

 

크툴루문어 머리, 용의 날개, 비닐이 덮힌 인간의 몸을 형상화 했는데, 확실히 우리가 상상했던 신의 모습보다는 악마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그래서 더 공포를 느끼는지도...

 

 

 

크툴루의 부름을 연상케 하는 그림

 

 

카리비안 해적에서 나왔던 유령해적이 미니어처 크툴루를 연상케하네요. ^^

 

                                                                                                                          

러브 크래프트가 직접 그린 크툴루의 모습은 왠지 피곤에 쩔은 듯한 느낌 -.-;;
                                                                                

 

 

 

 

 

 솔직히 지금읽고 있는 고급스러워보이는 '러브크래프트 전집' 표지보다 동서에서 출간한 B급스러운 표지 은근 제 취향이예요.

 

 

 

   계속 재미있으면 좋겠어요~~~ ^^

 

 

  

 

박스 예상보다 잘 끼어넣기 불편해서, 패쑤.

'클라크 애ㅐ슈턴 스미스'는 러브크래프의 작품이 아닌데, 평이 좋아서 기회가 되면 읽어보기로 하고, '현대문학'은 읽은 책중에 뽑은거라 읽지 않겠지만 번역이 좋다고 하니 좀 관심이 가네요.

 

 

 

 

  그외 크툴루에 관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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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성은 익히 들었는데 자꾸 후순위로 밀리게 되네요..
보슬비 님 독서 취향이 저와 비슷하니
제가 읽어도 무지 재미있겠습니다.
올해 안으로 완독해야 겠습니다..

보슬비 2016-07-28 16:00   좋아요 0 | URL
저도 자꾸 밀고 있었던 책인데, 이번 여름에 잘 읽고 있어요. 아직 2권까지는 좋았는데, 계속 이렇게 좋았으면 좋겠어요. 곰발님과 은근 공포쪽으로 취향 비슷한 면이 있으니 재미있으실거란 생각이 들긴합니다. ^^

cyrus 2016-07-27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황금가지 책에 있는 크툴루 그림에 실망했어요. 일단 문어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잖아요. ㅎㅎㅎ

보슬비 2016-07-28 09:58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처음엔 이상했었는데, 자꾸보니 괜찮은것 같아요. 문어 다리처럼 꼬였으니 문어 살짝 닮은거 아닐까요? ^^ 자세히 보면 빨판도 있고, 다리(촉수)도 8개고.... ㅎㅎ

페크pek0501 2016-07-28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의 정성 가지고는 쓸 수 없는 페이퍼네요. 덕분에 많은 정보 얻어 갑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슬비 2016-07-28 20:26   좋아요 0 | URL
어수선한 글인데도 칭찬해주셔서 힘이 불끈 솟습니다.~~ ㅎㅎ
저도 감사합니다. 페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