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주미힌님, 제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주세요.
사실은 제가 하이쿠에 강합니다.
'아이쿠가 되어버린 하이쿠'란 카테고리를 만들었던 멍든사과님도 계셨지만,
할머니가 일본에 사시는 덕분에 어릴 적부터 하이쿠를 지으며 놀았답니다.
님의 이벤트에 참가하길 꺼렸던 이유가 바로 그래서지요.
하이쿠가 생활화된 제게 이런 종류의 이벤트는 너무 쉽잖습니까?
아마추어 마라톤 대회에서 은퇴한 황영조가 1등을 하고,
1등 소감을 말하면서 "여러분들 진짜 못뛰더군요. 평소에 연습 좀 하세요."란 말을 했을 때
제가 느꼈던 배신감을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라주미힌님께서 댓글로 네번이나 참가를 종용하시고
평소에 라주미힌님의 미모와 인격을 존중해오던 터라
생활화된 하이쿠가 어떤 건지 보여드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첫번째 그림.
이봐 원숭아
그만 좀 떨어져라
꺼끌꺼끌해!
정말 대단한 하이쿠 아닙니까? 이거 생각하는데 7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그림.
살이 많은 나
뼈만 남은 애한테
미안하구나.
자유 부문 그림입니다.
다코타 페닝
웃음 뒤 그늘 있다.
숙제 안해서.
놀랍지 않습니까. 생활화된 하이쿠의 진수를 보여주는 제 글 때문에
참가하려던 분들이 포기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