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의 갈망 속에서 내가 아직도 마음 속 깊이 사랑하고 싶은 단어가 있다면 바로 오늘이라는 아름다운 꽃이 시들어가는 완숙함이 되겠죠.”
시간보다 기억을 지워내는 속도가 앞지르기 시작한다.
덧없는 세월, 아름다운 것들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세상…
‘시를 쓸 수가 없어요. 시를 어떻게 써야 하죠. 아름다움이 시를 쓰게 하는데 나는 도저히 쓸 수가 없어요’
어찌 아름다움만으로 채울 수 있겠습니까. 추한 것들로 하여금 아름답게 하고, 어둠이 빛을 눈부시게 합니다. 시를 쓰려면 보아야 합니다. 제대로 봐야만이 비로소 쓸 수 있습니다. 늙어감이 죽어감이 아니고, 망각이 퇴행이 아닐 수 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의 자식의 죄를 묻습니다.
인정하기, 받아들임, 보고 싶은 것만 보던 인간의 성장은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짐승도 지 흔적을 지운다고 했어!!!”
그 흔적들을 지우고, 새로운 것들로 채우려고 합니다.
이 어울리지 않는 세상에 홀로 남겨지기 싫어 나는 강물과 하나가 됩니다.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이것은 죽음이 아닙니다. 생에 대한 간절함입니다.
여백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이 깊고 순수한 여백의 문을 열겠지만, 그 한가운데에 핀 붉은 꽃의 화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가 죽어가는 세계, 시가 죽어도 마땅한 시대… 창조는 늘 파괴의 고통을 뚫고 자라난다는 것을 알 것도 같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시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게 더 어려운 거죠”
쥐를 몰아내자.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