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바람 그리고 너
박재훈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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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은 없습니다, 『물 바람 그리고 너』

 

 

 

 

 

『하나, 책과 마주하다』

​시골에 갈 때면 도착하지 않아도 마음이 뻥 뚫린 것 마냥 기분이 상쾌하다.

뒤로는 울창한 산이 있고 앞으로는 시원하게 흐르는 강이 있으니깐.

노트와 펜 그리고 카메라만 있다면 순간의 쏟아지는 감성을 다 담을 수 있다.

계단에 앉아 올곧게 흐르는 강물만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펜을 쥔 내 손은 멈추지 않는다.

조금 더 가까이 강물에 다가서면 맑은 물 아래에 행진하는 물고기들을 보고있자면 셔터를 멈출 수가 없다.

그리고 느낀다. 시원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안은 지금 산과 물만 보고있어도 하루가 알차다는 것을.​

저자의 하루는 물을 보고 시작하여 물을 보고 마친다고 한다.

물은 혼자 흐르지 않는다. 낮이면 해님이 밤이면 달님이 비춰주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들이 물 위에는 새들이 함께 하니깐.

그의 시를 읽고나니 문득 외가집에 가고 싶어졌다.


하루

차마 넘어가지 못하는 하루

물속에 물들고

차마 넘어갈 수 없어

철교에 매달려 있는 하루.

쉬 지나 버린 하루가 차마 아쉬워

나! 너에게 붉게 물들고 싶다.

 

함께

물가에 어스름이 내려앉으면

사람의 길도 함께 어둠에 물들고

서쪽 하늘 먹구름 깔리면

사람의 집도 함께 어둠으로 물든다.

너에게 아픔 혹은 슬픔이 찾아들면

나도 함께 아픔 혹은 슬픔에 물든다.

 

만남

물에는 줄기가 있어 물줄기라 부르고

나무에는 뿌리가 있어 나무뿌리라 부른다.

물줄기도 나무뿌리도 보이지 않지만

서로 은밀히 만나 연푸르게 물들어 간다.

연푸른 계절에 줄기와 뿌리로 만나

더 푸르러질 내일의 희망을 은밀히 나눈다.

 

가끔은

물은 가까이 보는 것보다

가끔은 멀리 보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물은 가까운 곳의 풍경보다

가끔은 먼 곳 풍경이 더 보기 좋을 때가 있다.

사람도 가까이에서만 볼 때보다

가끔은 거리를 두면 더 보고플 때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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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도시
은기에 지음 / B&P Art&Culture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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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식물화가 되는 세계, 그 곳에서의 인간의 감정·행동, 『녹색도시』

 

 

 

 

 

『하나, 책과 마주하다』

 

어둠이 지나면 아침이 밝아오는 법. 이 불변의 법칙은 누군가에게는 축복이지만,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재앙과도 같다.

 

식물의 공격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적의 공격 루트를 집요하게 되새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빈틈은 곧 죽음이고 종말의 시작이기에, 여기 세계에선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문 앞에 'X'자가 표시된 곳은 '여기엔 없음' 혹은 '이미 털었음'이라는 표식으로 생존자들만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여기저기 굳게 닫혀진 문 앞에 표식이 있다.

물러설 수 없는 곳. 오직 무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녹색도시다.

정태우, 바로 그가 녹색도시에 살고 있다.

 

엄마의 비명소리에 태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침까지 밥 차려주던 엄마였는데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입으로는 거무튀튀한 피를 한 움큼 쏟아내고 계셨다.

엄마의 하체를 잠식해 들어오던 뿌리를 칼로 휘둘러보지만 이미 늦었다.

이내 그 뿌리들은 엄마의 전부를 앗아갔다.

 

단순히 '녹색도시'라 함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겠지만 그 반대다.
식물이 세계를 지배하였다. 인간에게 뿌리를 내린 뒤 그 피를 빨아 목숨을 유지한다. 인간이 식물화가 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식물에게 무서움과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전혀 없는데 이 책을 읽고선 난생 처음 살짝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식물이 인간을 흡수하는 행동 자체도 무서운데 그보다 인간의 행동이 더 무서웠다.
책에서 '농장'이라는 곳이 나온다. 명목상 '농장'이라고 칭한 이 곳은 인간을 일부러 식물화시키는 곳이다. 인간이 인간을 식물화시키다니!

솔직히, 자세히 묘사되는 부분은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허구적인 내용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을수록 집중하게 되니 무서움이 스멀스멀 올라왔기에.

 

책 속 주인공 '정태우' 또한 남을 배려하는 인물로서 '농장'을 소유하는 인간들과는 다른 인물이라 여겼지만 극한 상황에서 그의 행동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물론 인간이 극한 상황에 치닫게 되면 무슨 일이든 한다지만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은 그 자체로도 벌써 슬프고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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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명곤 지음 / 에디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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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세상 속, 그 순간의 끄적거림, 『하루』

 

 

 

 

 

『하나, 책과 마주하다』

 

우리는 희노애락의 일들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상에 멈춤이 없듯이 우리 삶의 초침 또한 멈춤없이 그렇게 흘러간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도중에 문득 그 순간의 생각이나 감정을 다이어리에, 글쓰기 노트에 끄적거리곤 한다.

파우치 안에 항상 화장품 외에 꼭 들고 다니는 게 있다. 바로 색색의 메모지와 펜이다.

끄적거림이라는 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감정이 고스란히 펜을 통해 글로 옮겨지는 것이기에.

『하루』 또한 그런 끄적거림이 한데 모아진 게 아닐까? 순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짤막한 구절로, 시로 표현되어 있다.

문학 작품 중 가장 흥미로운 분야가 있다면 바로 '시'를 꼽을 것 같다.

'시'는 참 흥미롭고도 매력적이다. 짤막한 구절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감정선을 충분히 따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제목처럼 『하루』 또한 그 날 있었던 생각이나 감정들이 고스란히 짤막한 구절로, 시로 담겨져 있다.

저자의 끄적거림이 나 혹은 다른 이들의 끄적거림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밝지 않다.

기억에 남았던 시 4편을 옮겨보았다.


 

 

 

세상과 나 사이엔 무엇이 있나?

내가 다가서면 안될

세상이 다가와선 안될

그런 틈?

 

다가 가기엔 두렵고

다가 오기엔 곤란한

그런 틈?

 

작고 좁은 틈일 듯

나누고 덜어주면 줄어들 듯도 한데

"과"자 하나의 간그이

"∞"처럼 느껴지는 한계

"틈 틈"이 공부를 더해

"틈"을 메워야 겠다

 

어쩌면

"틈"이 아니고

"금"이 간건 아닐런지?!


 

아 픔


 

나의 아픔이 더 큰 것은

치유될 수 없음이더이다

아물 수 없는 상처위로

그 입술이 다가온다 한들

쓰라림만 더 할 뿐이더이다

 

누구나가

가슴속에 멍 하나씩은 품고 살지만

내 가슴속은 비어

속살 하얀 아픔만이 가득할 뿐이더이다

아픔이 아픔으로만 존재하지 못함은

이 때문이더이다

 


 

눈 높 이


 

누워서

앉아서

서 서

마주한 세상

 

"이 놈아!

세상을 제 눈높이에만

맞춰 살아 왔구나"

 


 

천상의 언어


 

혀에서 태어난 말은

대중잡지가 되고

 

머리에서 태어난 말은

교과서가 되고

마음에서 태어난 말은

시집이 된다

 

그러나

침묵속에서 태어난 그 언어만이

진정한 내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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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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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하고 살 순 없지!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1』

 

 

 

 

 

『하나, 책과 마주하다』

 

면접 일정이 빼곡하게 적힌 수첩을 들고 면접을 보러 다닌 한자와 나오키.

그는 한 은행의 문턱을 넘어서게 된다. 그의 앞에 어떤 일이 닥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막상 책으로 읽어보니 10부작으로 된 일드는 얼마나 재미있을지 상상이 간다.

비단 소설에만 국한되는 내용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소설이야 허구적 공간이지만 현실은 현실이기에 그렇게 당하고나면 더 참혹하게 와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자와 나오키는 게이오대학 출신으로 능력있는 열혈 은행원이다.

은행원도 아닌 '열혈 은행원'으로 표현한 이유는 은행에 인생을 건 사람 마냥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점장의 강요로 인해 대출을 승인해준 서부오사카철강이 부도가 나고 만다.

도쿄중앙은행 오사카 서부 지점에서 융자과장으로 발령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시기에 말이다.

대출금 5억 엔이 순식간에 먼지가 될 위기에 처하자 그의 상사 나아가 은행은 온전히 그에게로 책임을 돌린다.

그러나 한자와 나오키가 누구인가! 앞서 말했듯이 분명 열혈 은행원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는가!

보통 사람이었으면 그저 고분고분하게 처분받고선 조용히 있겠지만 한자와 나오키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한자와의 입행 동기인 도마리 시노부는 한자와에게 사내 정치 행각을 귀띔해주며 그를 돕는다.

계획적으로 부도낸 것 같은 의심 정황까지 파악한 한자와 나오키는 어떻게든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여 대출금 5억 엔을 회수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무조건 돈을 되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사자와 강아지의 싸움인 것 마냥 한자와 나오키는 홀로 기업에 맞서야 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소설이 아니다. 충분히 우리 주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미 한자와 나오키처럼 희생양이 된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개미와 코끼리의 싸움마냥 거대 기업에 우리는 맞설 수 없다. 승산도 없을 뿐더러 돈과 사람이 없다면 비리를 밝혀내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대리만족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소설 속 한자와 나오키는 어떻게든 밝히고 만다는 의지와 열정이 장착되어 있고 무엇보다 그를 지지하고 도와주는 가족과 동료가 있기에 버티고 버텨내어 맞설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있자면 어느새 우리 또한 그를 위해 열렬히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시원하게! 통쾌하게! 사회적 악들을 응징해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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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문화에 뜬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하나, 책과 마주하다』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나요?

 

책을 읽기 전 항상 저자에 관한 간단한 소개도 꼭 챙겨보는데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당시 이 책이 출간했을 때 저자의 나이가 14살이었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 정도로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나 싶었다.

 

초등학생 6학년인 다나카 하나미. 다나카에게는 엄마밖에 없다.

말그대로 엄마와 다나카, 그렇게 가족은 둘 뿐이다.

다나카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가 5편으로 이루어진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은 읽는 내내 뭉클함을 자아낸다.

 

나에게도 엄마는 특별한 존재이다.

가족 중에 엄마도 나를, 나도 엄마를 가장 의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밑으로 동생이 둘이나 있는 장녀이며 엄마도 밑으로 동생이 둘이나 있는 장녀이다.

두 동생들은 아빠와 혈액형이 같은 반면에 나는 엄마와 혈액형이 같다.

그 외에 클래식을 좋아하는 음악적 취향부터 성격까지 비슷한 편이다.

 

다나카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엄마를 향한 다나카의 사랑이 느껴져 나 또한 엄마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엄마도 나를, 나도 엄마를 가장 의지해서 그런지 책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모녀의 모습을 보니 괜스레 뭉클해져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며칠 전, 우연히 BBC에서 하는 다큐를 보았는데 바로 "9.11테러"에 관한 것이었다.

사상 최악의 참사로 분류되는 9.11테러는 비행기를 탈취하여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자살테러로 모두가 알다시피 이로 인해 월드트레이더센터 및 미 국무성이 큰 타격을 입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많은 이들이 희생된 만큼 사연 또한 많았는데 그 중 자식을 잃은 엄마의 인터뷰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차라리 날 데려가지, 내 새끼는 놔두고.", 그렇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마음은 이렇다.

 

부모님은 목숨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자식에 대한 사랑이 깊다.

특히 엄마의 경우는 무려 열 달이나 뱃속에 품고 낳았기에 그 사랑은 가히 초월적이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다.

표현하지 않으면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없듯이 오늘 엄마에게 '사랑합니다.'라고 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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