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
이명곤 지음 / 에디썸 / 2019년 9월
평점 :
♡ 복잡한 세상 속, 그 순간의 끄적거림, 『하루』 ♡
『하나, 책과 마주하다』
우리는 희노애락의 일들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상에 멈춤이 없듯이 우리 삶의 초침 또한 멈춤없이 그렇게 흘러간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도중에 문득 그 순간의 생각이나 감정을 다이어리에, 글쓰기 노트에 끄적거리곤 한다.
파우치 안에 항상 화장품 외에 꼭 들고 다니는 게 있다. 바로 색색의 메모지와 펜이다.
끄적거림이라는 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감정이 고스란히 펜을 통해 글로 옮겨지는 것이기에.
『하루』 또한 그런 끄적거림이 한데 모아진 게 아닐까? 순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짤막한 구절로, 시로 표현되어 있다.
문학 작품 중 가장 흥미로운 분야가 있다면 바로 '시'를 꼽을 것 같다.
'시'는 참 흥미롭고도 매력적이다. 짤막한 구절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감정선을 충분히 따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제목처럼 『하루』 또한 그 날 있었던 생각이나 감정들이 고스란히 짤막한 구절로, 시로 담겨져 있다.
저자의 끄적거림이 나 혹은 다른 이들의 끄적거림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밝지 않다.
기억에 남았던 시 4편을 옮겨보았다.
틈
세상과 나 사이엔 무엇이 있나?
내가 다가서면 안될
세상이 다가와선 안될
그런 틈?
다가 가기엔 두렵고
다가 오기엔 곤란한
그런 틈?
작고 좁은 틈일 듯
나누고 덜어주면 줄어들 듯도 한데
"과"자 하나의 간그이
"∞"처럼 느껴지는 한계
"틈 틈"이 공부를 더해
"틈"을 메워야 겠다
어쩌면
"틈"이 아니고
"금"이 간건 아닐런지?!
아 픔
나의 아픔이 더 큰 것은
치유될 수 없음이더이다
아물 수 없는 상처위로
그 입술이 다가온다 한들
쓰라림만 더 할 뿐이더이다
누구나가
가슴속에 멍 하나씩은 품고 살지만
내 가슴속은 비어
속살 하얀 아픔만이 가득할 뿐이더이다
아픔이 아픔으로만 존재하지 못함은
이 때문이더이다
눈 높 이
누워서
앉아서
서 서
마주한 세상
"이 놈아!
세상을 제 눈높이에만
맞춰 살아 왔구나"
천상의 언어
혀에서 태어난 말은
대중잡지가 되고
머리에서 태어난 말은
교과서가 되고
마음에서 태어난 말은
시집이 된다
그러나
침묵속에서 태어난 그 언어만이
진정한 내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