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 - 독서 인생 12년차 윤 지의 공부, 법, 세상 이야기
윤지 지음 / 나무의철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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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주는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응원, 『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작가의 이력이 실로 대단하다.

민사고를 졸업한 뒤 듀크대학교에서 1년 조기졸업한 후 현재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다.

민사고의 하루를 쭉 보니 철창없는 감옥이란 말이 살짝 떠올랐다. 규율과 규칙대로 움직이며 절대로 흐트러져서는 안 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있다.

 

민사고 졸업, 하버드 로스쿨생이란 말만 들어도 엘리트의 발자취를 밟고 있는 저자가 다들 부럽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불안과 우울을 앓았으며 남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 저자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넨 것은 바로 '책'이었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통해 법과 정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앨리스 워커의 「더 컬러 퍼플」을 통해 사회에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민사고는 도서관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책을 빌려 읽기에 좋았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나도 중, 고등학교 때 도서관을 잘 이용하긴 했지만 (분야별로 다양하지 않아서) 중고서점을 더 이용했던 것 같다.

몇 년 전 저자의 후배가 대학 생활을 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동문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던 소식이 저자의 귀에까지 들렸고 한동안 먹먹함에 잠겨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누구나 질식해 죽을 것만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이 단 한 번이거나 찾아오지 않는다면 행운이겠지만 대부분 한 번 혹은 두 번 혹은 열 번 이상일 수도 있다.

내가 주변 사람들의 평안과 행복을 바란다고 매 순간 따스한 감정만 가지고 사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여서 더 절실하게 지인의 행복을 바라는 게 아닐까.

우리 다 같이 늪에 빠지지 말자는, 이 축축하고 싶은 곳에 갇혀 울면서 허송세월하지 말자는, 나를 밟고서라도 올라가서 햇빛을 보라는, 네가 먼저 올라가서 나에게 밧줄을 내려달라는, 네가 올라갈 때까지 나는 더 기다리겠다는 이런 이타적인 마음을, 후배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도 갖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순간에 '그냥 잊어버려라.', '뭘 그런 걸 가지고 신경을 쓰냐.', '그런 거에 자꾸 신경쓰지 말아라.' 등의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공감은 나중이고 일단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진심을 다해 열심히 들어준 후에 아무 말 않고 고개만 끄덕여줘도 힘이 된다.

 

어려움에 부딪힐 때면 저자는 문학작품을 읽는다고 한다.

한창 길을 잃고 헤매던 그녀에게 마음의 지도가 되어준 책이 있다면 바로 김영하 작가님의 「오직 두 사람」이다.

김연수 작가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불신 가득한 세상에서 누굴 의지하며 살아야할지 고민하던 저자의 걱정을 해소시켜 주었다.

친구와의 애정결핍, 불균형한 관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느꼈을 때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

 

저자가 위로를 받았던 북토크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을 것 같다. 당인리책발전소에서 열렸던 북토크는 우연히 응모한 사연이 당첨되어 가게 되었다고 한다. 사연이 당첨되어 가게 된 북토크지만 그녀에게 충분한 만족스러움을 가져다주었다.

그 날은 마음 한 켠에서 솟아온 용기 덕에 자신의 사연을 당당히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북토크를 마치고 사인을 받았는데 김소영 작가님이 '충분히 멋져요. 지금!'이라는 구절을 써준 것을 보고 위로받았다고 한다.

 

걱정해본 사람이 걱정하고 있는 사람을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질식할 것만 같은 순간들이 찾아올 때면 나는 제대로 털어놓지 못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했기에 싫어하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나를 힘들게 한 이들을 싫어하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나 자신을 미워했던 것 같다.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인데 말이다.

그 때마다 손에 꼭 쥔 것이 바로 책이었다. 책을 통해 나 자신을 위로하고 더 사랑하려 노력했다.

저자 또한 그렇지 않은가! 역시 책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힘은 실로 대단하구나를 다시금 느낀다.

 

며칠 전, 친구가 평소 내가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알고 북모임을 가지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이렇게라도 한 달에 한 번씩 가지게 되면 일 년에 열 두권은 거뜬히 채우는 것이니깐. 꾸준히 독서하려는 친구가 대견하고 멋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를 위해 알짜배기 책들을 선정하여 한 달에 한 권씩 제대로 채워주려고 한다.

독서는 물론 꾸준히 하면 좋지만 책 한 권이라도 읽어보려는 마음가짐에 의의를 두는 편이다. 그래서 친구들이 책에 관해 도움을 청하면 무조건적으로 도움을 주곤 한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이들이 내가 책에서 읽으며 얻었던 위안, 격려 그리고 감정들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세상에 언젠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끄적거리는 것도 굳이 분류하자면 '독서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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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서 봄
수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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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여행을 꿈꾸는 당신에게, 『유럽에 서 봄』

 

 

 

 

 

『하나, 책과 마주하다』

 

책을 펴는 순간, '여행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여행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단순히 관광이 목적인 것 외에 행복, 힐링, 삶의 원동력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더 넓어지고 싶어진다.

동유럽, 서유럽, 남유럽을 여행하며 남긴 저자의 발자취를 쭉 읽어보니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더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모래알만큼 작아지고 공기처럼 가벼워지고 싶었다. 다시 떠난 지구의 반대편에서 숨을 쉬고 달렸다. 그것은 시작이었고 끝이었으며 존재와 부재의 어디쯤이었다.…… 삶에서 겪었던 모순과 갈등이 물방울이 되어 반짝임 속에 사라졌다. 감사와 행복감만이 포도송이처럼 손 안에 가득 담겨 있는 듯 했다. 남은 시간들 속에서도 작고 가벼운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 또 다시 떠나는 꿈을 꾼다. -작가의 「서문」 中

 

체코에서 헝가리, 크로아티아까지, 동유럽의 매력으로.

 

체코(체스키크롬로프·프라하) · 헝가리(부다페스트) · 크로아티아(트로기르·두브로브니크·자다르·스플리트)

체코의 체스키크롬로프는 작아서 볼 것이 많았던 곳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난 대개 새로운 곳을 갈 때면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 명소와 같은 굵직굵직한 곳도 가지만 아기자기함이 가득한 숨은 골목 골목 사이를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곳이야말로 숨겨진 곳(place)의 미학이랄까.

체코하면 역시 프라하다!

실은 이 프라하를 보고선 스크래치북에 있는 프라하성이 문득 생각나 슥-슥- 완성시켰다. (완성한 프라하성은 곧 업로드할 예정이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는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한 곳이다.

저자는 부다페스트를 이렇게 말한다.

도시의 전망대는 늘 이야기가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혼자이고 함께였다. 지키고 싸우며 고독했고 살아남았다.

시간을 품고 있는 도시의 얼굴은 그 나이만큼 슬프고 맑다. 모든 것이 가라앉은 강물처럼. _p.16

꽃보다 누나의 여행지이기도 한 크로아티아는 맑고 깨끗함이 가득한 곳인 것 같다.

한때 여행에 대한 갈망때문에 여행 관련 책뿐 아니라 꽃보다 누나와 꽃보다 할배를 자주 보곤 했다.

특히 꽃보다 누나에서 나온 크로아티아는 내 마음을 매료시킬 정도로 충분히 맑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네덜란드에서 벨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까지, 서유럽의 매력으로.

 

네덜란드(암스테르담)·벨기에(브리쉘)·영국(런던)·프랑스(파리)·독일(프랑크푸르트·뮌헨·로텐부르크)·스위스(체르마트·뮈렌·루체른·취리히)

역시 서유럽하면 프랑스와 영국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대형선이 지나갈 때면 다리가 올려지는 런던 타워 브리지부터 대영 박물관까지!

이전에 런던과 관련된 여행책을 읽는 도중 한 달 혹은 길게 일 년 정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행책을 쭉 살펴보니 역시나 유럽 관련된 책이 많았다. 그 중 파리에 관련된 책이 우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음악적, 미술적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동경한다.

빨간 USB 안에는 나의 인생 영화들이 담겨있다. 그 중 파리와 관련된 영화가 있으니 바로 「미드 나잇 인 파리」와 「오페라의 유령」이다.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가 상영되었을 때 영화관에서도 보고 이후 따로 다운받아서 지금까지도 종종 보곤 하는데, 당시 좋아하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여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였다.

 

낮에 보는 것, 밤에 보는 것이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 에펠탑은 여기서 찍어도 저기서 찍어도 예쁘다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살아가는 것이 모험이 되고 별이 되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상황을 익숙하게 하고 신호를 빛나게 하며 주위를 밝게 하는 힘이 된다. 창을 열면 엄청난 신호를 반짝이는 에펠탑은 별이고 꿈이었다. 이루어질 수 있는 꿈. _p.54

 

이제는 맥주 한 잔에도 알딸딸하지만 독일하면 역시 '맥주 축제'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보다 많이 마신다는 그들의 맥주 사랑을 나 또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다. 아, 취하고 싶어라♬

 

 그리스에서 몰타,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남유럽의 매력으로.

 

그리스(아테네)·몰타(음디나·고조섬·몰타섬)·스페인(바르셀로나)·이탈리아(로마·소렌토·시칠리아_타오르미나, 체팔루, 팔레르모, 아그리젠토, 시라쿠사·아말피·카프리·포시타노·폼페이·피렌체)

 

사람의 아름다움에 지칠 때가 있다. 여행을 시작한 것은 그쯤이었던 것 같다. 사람에게 거는 기대와 사람과 도모하는 희망 같은 것들이 지겨워질 때, 시간을 거스르고 언어의 벽을 넘어 낯선 지구와 나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_p.150

 

남유럽에 다녀온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또 가고 싶은 여행지, 또 가도 질리지 않는 여행지' 중 두 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리스라고 한다.

그리고선 찍은 사진들을 내게 보여주었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머지 한 곳은 바로 이탈리아다.

우스갯소리로 이탈리아 남자들은 모두가 잘 생겼다는 말이 있었는데 광고로도 쓰여졌던 것 같다.

그런 말이 묻힐 정도로 이탈리아는 아름다운 도시들을 품고 있는 나라라고 한다.

로마하면 역시 오드리 햅번의 「로마의 휴일이 생각난다.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한 켠에 사람들이 손을 집어넣는다. 하수도 뚜껑이었는데 중세 시대 사람들이 심문하기 위해 서약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린다는 말에 오드리 햅번이 깜짝 놀라 손을 빼는 장면은 아직도 선하다.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트레비 분수, 전세계의 사람들이 각자의 소원을 빌며 던져넣는 동전의 양은 그야말로 어마무시한데 정기적으로 기계를 이용하여 엄청난 양의 동전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순간이 축복이다. 가방에 설렘과 기대를 채우고 길을 나서는 순간이, 푸른 바다의 공기를 마시며 달콤한 커피 한잔의 여유가 축복이다. 길고 긴 비행과 팽팽한 시간의 흐름은 지금의 성찬을 위한 서막이었다. 낯선 마을의 햇살이 다정하고 다시 땅을 밟고 서는 순간이 감사하다. 오늘밤엔 다르게 빛나는 별을 보고 다르게 뜨는 달을 볼 것이다. _p.193

 

밖은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카페 안 테이블 위에는 얼음 동동 띄워진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 놓여있다.

그렇게 책 한 권을 통해 유럽 여행을 간접적으로나마 보낸 시원한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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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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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만큼 아빠는 너를 사랑해, 『가시고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당신이 읽었던 소설 중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느꼈던 소설이 있습니까?

 

엄마 가시고기가 알을 낳고 떠나면 아빠 가시고기는 알을 낳고 떠난 엄마 가시고기를 대신하여 새끼들을 돌보고 결국 자신의 몸까지 내어준다.

자신의 몸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부성애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소설이 바로 『가시고기』다.

 

씩씩하고 밝은 다움이는 많이 아프다. 곧 3학년 여름방학이 다가오지만 2년 전부터 입, 퇴원을 반복하면서 다움이는 학교에 여섯 달도 못 가봤다.

똑똑한 다움이는 알려주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빠가 다움이에게 무슨 병명인지 말해주지 않아도 백혈병 환자들만 가득한 병실을 보고선 스스로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깨우쳤고 원무과에서 아빠를 부르는 일이 잦아진 것을 보고선 병원비가 밀렸다는 것을 눈치챘다.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지 못해서.

그 또한 어린 시절 참 지독한 아픔이 있다. 외발이 되어 목발을 짚은 채 나타난 그의 아버지는 근처 여인숙에서 자장면을 먹고 소화제라며 알약을 건넸다.

쥐약이었다. 쥐들이 그 약을 먹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봤던 그는 아버지에게 기겁하며 먹지 않겠다고 저항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지폐 몇 장을 찔러놓고선 역전 파출소 앞까지 그를 데려갔다.

"애비로선 어쩔 수가 없구나. 어떡하든 네 힘으로 살아가거라."

그는 그런 아버지를 생각하며 다움이를 보고있자니 가슴이 미어진다.

아이를 진정으로 돕는 길은, 끝없는 투병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떠나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옛날 그의 아버지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다움이의 병세는 심각해졌고 결국 골수이식이 유일한 희망의 끈이었다.

다움이에겐 병실 친구인 성호가 있었는데 항상 부러웠다. 성호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엄마라는 존재를.

그러던 어느 날 성호는 거품을 물고 중환자실로 내려가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며칠 전 퇴원하면 놀이동산에 가자고 약속했는데 말이다.

대신 성호 엄마는 다움이가 엄마라는 존재 다음으로 부러워했던 성호의 장난감인 해적선 레고를 꺼내며 성호가 갑자기 퇴원하는 바람에 인사도 못했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레고를 건넸다. 다움이는 알고 있다. 성호가 먼 길을 떠났다는 것을.

다움이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빠와 엄마가 크게 다툰 후 서로 헤어졌다는 사실을 다움이는 분명 알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 엄마가 한국으로 잠시 귀국하여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에 그녀를 찾아갔다.

다움이 엄마는 초라한 행색의 남편을 보며 쏘아댔고 파이프를 문 한 사내를 남편이라 소개했다.

퇴원하기 전 아이와의 만남을 주선하려 했지만 그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퇴원한 후 아이와 함께 차를 끌고 여행을 다니던 도중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노인 또한 아팠던 사연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선 다움이와 잠시 노인의 집에 머무르며 노인을 따라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 다움이는 지독한 병을 떨쳐낼 수 있을까? 내신 엄마의 사랑이 그리웠던 다움이는 과연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대개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 그 날에 끝나기 마련인데 이틀이나 걸렸다.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된 『가시고기』를 읽고선 정말 오랜만에 읽은 건데 그 때나 지금이나 눈물나기는 매 한 가지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자신의 몸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숭고하고 숭고하다.

며칠 전에 철없는 부모들이 아기를 방치하여 죽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제목만 보고선 마음이 아파 일부러 보지 않아서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예전에는 국내 뉴스는 물론이고 CNN, BBC와 같은 국외 뉴스 그리고 국내 신문과 뉴욕 타임즈를 꼭 챙겨볼 정도였는데 지금은 잘 보지 못한다. 솔직히 일부러 안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나 저러나 세상에 추악한 사건, 사고들이 잠잠해지기는 커녕 잦아지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눈, 귀 닫고 살 수는 없기에 자세한 내용은 보지 않고 제목만 보게 된 것 같다.)

참, 그런 부모들을 보면 책임감 0.000001%도 없는 것 같은데 왜 귀한 생명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여 힘들게, 고통스럽게 방치한건지 모르겠다.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이들은 정말이지 인성교육이 무조건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가시고기』 속 다움이 아빠일 것이다. 사랑한다고 표현하지 못해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며, 내 목숨 바쳐도 아깝지 않은 귀한 나의 자식.

『가시고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다움이 아빠의 진한 부성애에 몰입되어 울컥할 것이다.

『가시고기』 마지막 부분까지 읽는 내내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모른다.

두 눈에 가득 담고 싶고 어루만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다움이를 씩씩하게 보내려는 아빠의 마음은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큼 참 절절하다.

에필로그까지 읽고나니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여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예전에 어린이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아마 다큐 3일이었던 것 같다.

한 간호사가 그런 말을 했다. 어른들은 음주, 흡연 혹은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후천척으로 병을 얻는다지만 아이들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그렇다.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있는 아픈 아이들을 보고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또 다른 간호사의 인터뷰 또한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백혈병을 큰 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아이들은 백혈병을 감기라 생각하며 무조건 나을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용기있고 씩씩하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아픈 아이들이 하루빨리 낫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기도해본다.

마지막으로, 다움이 아빠가 다움이의 침대 머리맡 벽에 볼펜으로 썼던 구절과 다움이 아빠가 후배인 진희에게 발병 사실을 알아차린 그 날 했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 

"이런 말 알아? 사람은 말이야, 그 아이를 세상에 남겨 놓은 이상은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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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바람 그리고 너
박재훈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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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은 없습니다, 『물 바람 그리고 너』

 

 

 

 

 

『하나, 책과 마주하다』

​시골에 갈 때면 도착하지 않아도 마음이 뻥 뚫린 것 마냥 기분이 상쾌하다.

뒤로는 울창한 산이 있고 앞으로는 시원하게 흐르는 강이 있으니깐.

노트와 펜 그리고 카메라만 있다면 순간의 쏟아지는 감성을 다 담을 수 있다.

계단에 앉아 올곧게 흐르는 강물만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펜을 쥔 내 손은 멈추지 않는다.

조금 더 가까이 강물에 다가서면 맑은 물 아래에 행진하는 물고기들을 보고있자면 셔터를 멈출 수가 없다.

그리고 느낀다. 시원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안은 지금 산과 물만 보고있어도 하루가 알차다는 것을.​

저자의 하루는 물을 보고 시작하여 물을 보고 마친다고 한다.

물은 혼자 흐르지 않는다. 낮이면 해님이 밤이면 달님이 비춰주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들이 물 위에는 새들이 함께 하니깐.

그의 시를 읽고나니 문득 외가집에 가고 싶어졌다.


하루

차마 넘어가지 못하는 하루

물속에 물들고

차마 넘어갈 수 없어

철교에 매달려 있는 하루.

쉬 지나 버린 하루가 차마 아쉬워

나! 너에게 붉게 물들고 싶다.

 

함께

물가에 어스름이 내려앉으면

사람의 길도 함께 어둠에 물들고

서쪽 하늘 먹구름 깔리면

사람의 집도 함께 어둠으로 물든다.

너에게 아픔 혹은 슬픔이 찾아들면

나도 함께 아픔 혹은 슬픔에 물든다.

 

만남

물에는 줄기가 있어 물줄기라 부르고

나무에는 뿌리가 있어 나무뿌리라 부른다.

물줄기도 나무뿌리도 보이지 않지만

서로 은밀히 만나 연푸르게 물들어 간다.

연푸른 계절에 줄기와 뿌리로 만나

더 푸르러질 내일의 희망을 은밀히 나눈다.

 

가끔은

물은 가까이 보는 것보다

가끔은 멀리 보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물은 가까운 곳의 풍경보다

가끔은 먼 곳 풍경이 더 보기 좋을 때가 있다.

사람도 가까이에서만 볼 때보다

가끔은 거리를 두면 더 보고플 때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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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도시
은기에 지음 / B&P Art&Culture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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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식물화가 되는 세계, 그 곳에서의 인간의 감정·행동, 『녹색도시』

 

 

 

 

 

『하나, 책과 마주하다』

 

어둠이 지나면 아침이 밝아오는 법. 이 불변의 법칙은 누군가에게는 축복이지만,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재앙과도 같다.

 

식물의 공격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적의 공격 루트를 집요하게 되새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빈틈은 곧 죽음이고 종말의 시작이기에, 여기 세계에선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문 앞에 'X'자가 표시된 곳은 '여기엔 없음' 혹은 '이미 털었음'이라는 표식으로 생존자들만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여기저기 굳게 닫혀진 문 앞에 표식이 있다.

물러설 수 없는 곳. 오직 무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녹색도시다.

정태우, 바로 그가 녹색도시에 살고 있다.

 

엄마의 비명소리에 태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침까지 밥 차려주던 엄마였는데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입으로는 거무튀튀한 피를 한 움큼 쏟아내고 계셨다.

엄마의 하체를 잠식해 들어오던 뿌리를 칼로 휘둘러보지만 이미 늦었다.

이내 그 뿌리들은 엄마의 전부를 앗아갔다.

 

단순히 '녹색도시'라 함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겠지만 그 반대다.
식물이 세계를 지배하였다. 인간에게 뿌리를 내린 뒤 그 피를 빨아 목숨을 유지한다. 인간이 식물화가 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식물에게 무서움과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전혀 없는데 이 책을 읽고선 난생 처음 살짝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식물이 인간을 흡수하는 행동 자체도 무서운데 그보다 인간의 행동이 더 무서웠다.
책에서 '농장'이라는 곳이 나온다. 명목상 '농장'이라고 칭한 이 곳은 인간을 일부러 식물화시키는 곳이다. 인간이 인간을 식물화시키다니!

솔직히, 자세히 묘사되는 부분은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허구적인 내용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을수록 집중하게 되니 무서움이 스멀스멀 올라왔기에.

 

책 속 주인공 '정태우' 또한 남을 배려하는 인물로서 '농장'을 소유하는 인간들과는 다른 인물이라 여겼지만 극한 상황에서 그의 행동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물론 인간이 극한 상황에 치닫게 되면 무슨 일이든 한다지만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은 그 자체로도 벌써 슬프고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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