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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도시
은기에 지음 / B&P Art&Culture / 2019년 4월
평점 :
♡ 인간이 식물화가 되는 세계, 그 곳에서의 인간의 감정·행동, 『녹색도시』 ♡
『하나, 책과 마주하다』
어둠이 지나면 아침이 밝아오는 법. 이 불변의 법칙은 누군가에게는 축복이지만,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재앙과도 같다.
식물의 공격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적의 공격 루트를 집요하게 되새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빈틈은 곧 죽음이고 종말의 시작이기에, 여기 세계에선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문 앞에 'X'자가 표시된 곳은 '여기엔 없음' 혹은 '이미 털었음'이라는 표식으로 생존자들만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여기저기 굳게 닫혀진 문 앞에 표식이 있다.
물러설 수 없는 곳. 오직 무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녹색도시다.
정태우, 바로 그가 녹색도시에 살고 있다.
엄마의 비명소리에 태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침까지 밥 차려주던 엄마였는데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입으로는 거무튀튀한 피를 한 움큼 쏟아내고 계셨다.
엄마의 하체를 잠식해 들어오던 뿌리를 칼로 휘둘러보지만 이미 늦었다.
이내 그 뿌리들은 엄마의 전부를 앗아갔다.
단순히 '녹색도시'라 함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겠지만 그 반대다.
식물이 세계를 지배하였다. 인간에게 뿌리를 내린 뒤 그 피를 빨아 목숨을 유지한다. 인간이 식물화가 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식물에게 무서움과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전혀 없는데 이 책을 읽고선 난생 처음 살짝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식물이 인간을 흡수하는 행동 자체도 무서운데 그보다 인간의 행동이 더 무서웠다.
책에서 '농장'이라는 곳이 나온다. 명목상 '농장'이라고 칭한 이 곳은 인간을 일부러 식물화시키는 곳이다. 인간이 인간을 식물화시키다니!
솔직히, 자세히 묘사되는 부분은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허구적인 내용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을수록 집중하게 되니 무서움이 스멀스멀 올라왔기에.
책 속 주인공 '정태우' 또한 남을 배려하는 인물로서 '농장'을 소유하는 인간들과는 다른 인물이라 여겼지만 극한 상황에서 그의 행동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물론 인간이 극한 상황에 치닫게 되면 무슨 일이든 한다지만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은 그 자체로도 벌써 슬프고 암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