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콩트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정재곤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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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소설이나 범죄 영화 속에 등장하는 범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아! 물론 모든 범인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연쇄 살인범이나, 살인이라는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살인범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범인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공통점이라는 것은 대부분 어렸을 적 기억하지 못하는 충격으로 인한 무의식의 잔재, 또는 그 경험이 주는 충격으로 정신병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영화나 소설은 이들이 정신병으로 인해 감옥에도 들어가지 않는, 또는 사형으로부터 면제되는 상황을 설정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주는 폐해는 정신병이라는 것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최근의 잇따른 자살을 바라보는 시각도 우울증이라는 것으로 접근하고, 또 우울증에 대한 원인도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접근하고 만다.

이책 <정신과의사의 꽁트>는 바로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또한 실제 사례를 꽁트형식으로 그려내면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책을 읽는 것이 즐겁다.

한 예를 들면, 우울증에 걸린 중년의 회사 간부를 치료하는 부분에서 단순히 우울증 약을 준다거나, 주위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결론짓지 않는다. 우울증에 대한 원인이 과거의 어떤 경험때문이라고 확정짓지도 않는다.

먼저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현재의 상실에 대한 감정이 과거 그가 아기였을때 느꼈던 감정(퇴행)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 즉 어린 시절과 무의식에 관심을 쏟는 것이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바라보는 원인은 대부분 이런 관점으로 집중된다. 다음으로 행동주의 분석이 있다. 이것은 환자가 현재 처해 있는 환경과 그 환경에 적응하려고 기울였던 노력에 주목한다. 즉, 행동에 따른 긍정적 강화와 부정적 강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라본다. 다음으로 생물정신의학적 관점이 있다. 이것은 생물학적 개념을 빌려와 설명하는데, 신경전달물질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울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세로토민, 도파민, 호르몬 등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환경적 요인이나 과거 병력, 유전적 요인 등이 거론된다.

즉 어떤 병의 원인은 어떤 이유 때문이라는 대증적 요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원인들을 따져봄으로써 종합적인 치유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접근 속에서 그 치유 방법도 보다 다양하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책의 장점이다. 그리고 열가지 정신병이라고 불리는 증상에 대한 실제 예와 함께 치유과정이 재미있게 쓰여졌다는 것도 딱딱할 것 같은 이야기를 가볍게 읽도록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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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다큐 인> 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발레리나, 한국무용에 빠지다>라는 타이틀로 방송된 2부작이었다.

한국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 (31세. 現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이 정동극장의 2007 ‘아트 프론티어’ 2번째 주자로 선정된 다음,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그녀의 무대에 동참하는 사람 중의 하나는 동갑내기 한국무용가 이정윤.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인 정윤은 이번 공연에 안무가이자 무용가로 참여해 색다른 무대를 준비중이다. 다큐 인은 이 두명의 무용수들이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발레와 한국무용이라는 것은 선이 달랐다. 끊김과 이어짐의 모습도 천지차이다. 그 느낌도 다르다. 이런 차이를 서로가 극복해가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다큐였다. 특히 1차 최종연습이 끝나는 부분이 나오는 2부 첫 장면은 가슴이 뭉클했다. 둘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부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정윤의 까다로운 요구와 비평은 주원의 눈에 눈물을 맺게 했다. 그 눈물을 보는 순간 왠지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난 눈물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드라마든 영화든 다큐든 눈물을 보게 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서 왠만하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보지 않으려 한다. 현실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 도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몰라 굳어버린다. 위로? 과연 위로가 가능하던가. 내가 눈물을 흘릴 때 누군가 옆에서 위로를 해주면 더 나았던가. 말없이 어깨를 두드려준다. 글쎄, 이것도 허물없는 사이였을 때나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냥 옆에 있어준다. 아~ 이건 또 얼마나 무안한 일이던가. 그래서 눈물은 참 어렵다. 흘리는 일도, 흘려지는 것을 보는 일도. 그래도 실컷 울면 나아진다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에겐 오직 해줄 수 있는 것은 실컷 울도록 그냥 놔두는 일이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이지만 그래도 참 당혹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주원의 눈물이 그친 후, 정윤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발바닥이 보여졌다. 쩍하니 갈라진 발바닥. 난 그 고통을 안다. 그렇게 깊게 찢어진 피부를 간직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정윤의 발바닥은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물면 다시 찢어지고, 또 아물면 찢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 찢어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그 행동을 해야만 하는 열정.

주원의 눈물과 정윤의 발바닥은 프로가 무엇인지를 깨우쳐준다. 아니, 프로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열정이라고 말하는 것이 낫겠다. 열정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뜨거운 사람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온 몸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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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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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자본주의를 동력으로 해서 움직이는 세계경제를 타이타닉으로 비유하곤 한다. 즉 지금과 같은 세계화 추세로 나아가다가는 침몰하고 만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오직 세계화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있다. 일단, 이 책은 타이타닉에 승선한 채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약간의 방향수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면 될 듯 싶다. 그리고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 <세계는 평평하다>는 타이타닉이 올바로 나아가고 있으니 오히려 그 선상 위에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시한다고 여겨진다. 반면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등 반세계화를 주장하는 책은 당장 타이타닉호를 멈추고 배를 갈아타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보면 될것 같다. 아무튼 이 책 <빈곤의 종말>은 타이타닉이 침몰하지 않으면서 행복의 나라라는 목표를 향해 어떻게 항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라보면 재미있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빈곤의 종말>은 남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절대적 빈곤이라는 것은 상대적 빈곤과는 달리 생존 자체마저 위협받는 심각한 상태를 말한다. 절대적 빈곤 상태의 나라들에서 벗어나 개발 상태로 진입한 나라들을 분석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빈곤에서 탈출했는지를 참고로 한다. 러시아, 중국, 인도의 경우가 그러하다.(만약 이 책이 2005년 출간됐을 때 읽었더라면 해외펀드에 투자해 한몫 잡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흔히 절대적 빈곤에 처한 국가들은 그 국민들이 게으르기 때문으로 치부해 버리면서 동냥이나 바라는 사람들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들 쉽게 오해하는 많은 자식들에 대한 문제도 그 방법만이 가난을 탈출할 수 있는 로또의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질병에 노출돼 유아 사망률이 엄청 큰 상태에서 한두명의 자식만이 있다면 그들의 노후를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자식들이라는 생각이 아이를 자꾸 낳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절대적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선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안된다. 누군가 살짝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한 빵 한조각을 주거나 환자들에게 주사 한방 놓아주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그들이 스스로 땅을 경작해서 살아갈 수 있을동안, 그리고 유아 사망률을 줄여 경제적 활동이 가능할 동안 까지만 꾸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빈국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여건만 갖추어지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여건이란 식량과 교육, 의료 분야에서의 기본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식량이란 녹색혁명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녹색혁명을 통해 자본이 축적되면 비로소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을 이루게 된다. 녹색혁명은 땅을 기름지도록 만들어주는 비료와 함께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개량된 종자가 보급되어져야 한다. 의료분야는 선진국 중심의 치유연구와 별도로 지원을 통해 빈국들이 가지고 있는 풍토병과 에이즈, 말라리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져야 한다. (이런 식량, 교육, 의료에 대한 기본 조건에 대한 생각은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라는 책을 통해 깨우칠 수 있다)

이런 여건들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이런 자본은 부국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기부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빈국들이 경제체제 속으로 들어오면 자신들의 무역상대국이 늘어나고, 또한 가난에서 벗어나면 테러의 온상이었던 환경이 사라지면서 평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G8 등 소위 선진국이라 부르는 국가들이 유엔등을 통해 약속했던 GDP의 0.7% 원조를 지켜야만 한다. 현재 미국의 경우 겨우 0.2%를 넘길 뿐이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라 명명된 이 계획을 위해 엉거주춤 발빼려고 하는 미국을 비롯해 부국들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도 원조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아마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진정 행복의 길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물론 善撻퓸沮야 한다. 경제성장률에 사로잡혀, 물질적 풍요에 빠져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않았으면 한다. 그 길은 타이타닉의 방향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멈춰설 필요가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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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3-1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글러스 스미스의 타이타닉과는 다르게 배를 타고 잘! 가야 한다는 얘기군요.
오랫동안 보관함에 두고, 좋다는 리뷰만 다 훔쳐보느라고 정작 책은 안샀어요.
모처럼 시간의 여유가 생기신 듯하여 반갑습니다^^
봄에요.

하루살이 2007-03-1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유가 불안하게 여겨지더군요. ㅠㅠ
저 잘살고 있는 건가요? ^^
 
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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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자서전에 가까운 것 같다. 릴리 프랭키로 불리는 일본인 나카가와 마사야의 삶이 그려져 있다.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 작사 작곡가이며 방송인, 구성 연출가, 포토그래퍼 등등 그의 이력엔 끝이 없다.

어머니와 자주 이사를 하며 살았던 마사야에게 아버지는 간혹 찾아오는 사람이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는 어머니가 죽고 나서야 비로서 조금씩 알게 된다. 아들을 위해 한없는 사랑을 퍼주은 어머니의 모습은 눈물겹다. 먹을 것 입을 것 하나만큼은 집안이 아무리 어려워도 풍족하게 해주었던 어머니. 아버지는 자신의 스타일대로만 산다. 그것도 가끔씩 찾아오면서. 우리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은 실상 아주 조그만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소설은 그래서 웃음과 울음이 함께 한다. 어영부영 결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진학한 대학. 전공 또한 우연에 가깝게 선택된다. 미술을 전공하고나서 딱히 할 일도 없어 5년 가까이 백수로 전전. 하지만 점차 일거리를 얻게 되고 경제적으로도 자리를 잡아간다. 이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도쿄에서 살아가는 마사야. 어머니는 아들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그릇을 꼭 먹여보낸다. 유쾌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어머니. 손님들은 아들보다도 어머니 때문에 집으로 찾아오곤 한다. 이런 어머니가 암에 걸리고 눈물겨운 투병생활을 하게된다. 가슴이 메어지는 슬픔을 전달하는 이 부분을 읽다보면 더이상 진도가 나가기 힘들다. 어머니가 돌아가고나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된 마사야.

세상은 빙글빙글. 내 삶도 빙글빙글. 사랑도 빙글빙글. 삶과 죽음도 빙글빙글. 원심력에 의해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으려는 발악. 끝까지 버텨내다 결국엔 빙글빙글 도는 세상. 그래도 빙글빙글 즐거운 곳. 책을 읽으면 눈물이 핑, 웃음이 활짝 핀다. 내 정신도 빙글빙글이다.

아이들은 유쾌한 범죄자들이다. 모럴보다 즐거움이 항상 앞선다. 하지만 완전범죄를 관철해낼 만한 지혜는 없었다. ...개구리 꿈에 시달렸다. 그러다 보면 나쁜 짓을 하는 게 점점 무서워진다. (38쪽)

성장한다는 건 그런 걸게다. 즐거움이 두려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가난은 비교할 것이 있을 때 비로소 눈에 띤다. 부자가 없으니 가난뱅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도쿄의 엄청난 부자처럼 유독 두드러진 존재만 없다면, 그 다음은 죄다 도토리 키재기 같은 것이어서 누구든 먹고 살기 힘든 정도가 아닌 한, 필요한 것만 채워지면 그리 가난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47쪽)

상대적 박탈감이야말로 가장 큰 상실감이다. 빈부격차가 커져가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서 자신은 위로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어 살아가는 것이 더 힘겹다. 그 격차를 줄여보는 삶을 꿈꾸는 것은 몽상에 불과한 것인가?

어린 아이의 하루와 한 해는 농밀하다. .. 그들에게는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 같은 건 없다.... 어른의 하루와 한 해는 덤덤하다. 단선 선로처럼 앞뒤로 오락가락하다가 떠민 것처럼 휩쓸려간다. ... 순응성은 떨어지고 뒤를 자꾸 돌아보고 과거를 좀체 끊지 못하고 광채를 추구하는 눈동자는 흐려지고 변화는 좋아하지 않고 멈춰서고 변화의 빛이라고는 없다.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81쪽)

또하루 지나가고 있다.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간다. 어린 아이였던 시절, 농밀한 하루가 가능했던가 돌아본다. 그때처럼 알찬 하루가 주어질까, 아니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미 노쇠해졌을까

이제 겨우 뛰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가 닿을 곳, 그 끝에 과연 행복이 있을것인가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능력이 성공을 가져다 준다고 해도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는 할수 없지 않은가. 그런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이미 끝장이다....결국 파랑새는 내 집 새장속에 있다. 이법칙에서 인간은 도망칠 수 없는 것일까?(86쪽)

파랑새만을 원하는 사람 속에서 불새 한마리 원한다면 세상은 또 행복으로 가지 못하는가? 가끔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무엇이 알 수 없어진다는 작가의 고백은 나의 고백과 맞닿아있다.

꿈을 만들어낸 방법은 대략 저기 저 텔레비전이나 잡지 책에 자신의 너절한 욕망을 대충 갖다 붙인 것뿐. ..도쿄에 올라가면 뭔가 달라질 거라고, 내 미래가 활짝 열릴 거라고, 그러면서 기실은 도망쳐온 것뿐이다.(161쪽)

내가 도대체 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뭘 찾아 이곳에 온 것이지? 모른다. 그냥 도망쳐왔을 뿐인지도 모른다.

취직 결혼 법률 도덕. 귀찮고 번거로운 약속들. 금을 그어 갈라놓은 룰. 자유는 그런 범속한 곳에서 찾아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자유의 냄새를 풍풍 풍기는 곳에는 기실 자유 따위는 없다. 자유 비슷한 환상이 있을 뿐이다. (191쪽)

그래서 탈출하기보다는 이 자리에서, 묶여있다고 생각하는 이곳에서 자유를 갈구하고 찾아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탈출의 장소 또한 사슬은 있다. 현실은 살아있다는 것은 결코 완전한 자유를 주지 않는다.

인생, 항상 한 탕을 노리며 살아온 사람이 이제야 착실하게 쌓아가는 것에 승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들, 그걸 과연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더 먼 곳을 꿈꾸었기 때문에 비로소 그 희생에 존재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317쪽)

도대체 이건 무슨 소리인가.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 덕분에 착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것인가.

좋은 집이라는 건 으리으리한 저택 같은 게 아니라항상 사람들이 찾아주는 집이라고...(377쪽)

수양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이것은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고요와 적막 속에서 고독과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무리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깨쳐가는게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혜는 시장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행복한 집이란 사람들로 시끌벅적 하는 곳이 맞을성 싶다.

사람의 마음이란 매 초마다 변화한다. 언뜻 말을 흘린 참에 뒤바뀌기도 한다. 굳게 결심했던 일도 때로는 흔들리고 번복하고 원래로 돌아가기도 하고, 늘 그런 일이 되풀이된다.(405쪽)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항상 행복은 흔들흔들 거린다. 그래도 바람이 잠잠해지면 마음도 잠잠해진다. 이때 행복은 저 깊숙히 감추었던 모습을 드러낸다. 간혹 그 행복을 보는 순간 입가엔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어머니는 아들 앞에서 항상 웃음을 띄우려 했다. 어머니의 미소가 그립다면 당신은 그래도 행복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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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2-07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 요즘 주로 머리를 쓰지 않는 책을 읽으시는군요.
뇌의 주름을 쫘악 펴주고 싶으신건가 싶기도^^
제가 전혀 읽지도 않은 순수문학류는 여전히 낯설어요.
언제나 저도 순수문학에 문을 열수 있을지..가끔 50쪽 미만의 그림책은 즐기면서.
샛노란 밑줄로 보건대 아주 괜찮게 읽으신 듯하여 보관함에 담습니다^^

하루살이 2007-02-0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들켜버렸네요. 실은 책 읽을 시간이 짜투리 시간밖에 없어서 진중한 책을 진중하게 읽을 처지가 못됩니다. 주로 출장중 이동시간, 차 안에서 보는게 요즘 책읽기의 전부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튼 이책 정말 읽어볼만 합니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그래도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슈퍼마켓 스타
가쓰라 노조미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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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0년차 공무원 노무라 사토시. 새로운 정책으로 1년간 민간기업에서 특별연수를 받게된다. 하지만 부임처는 시 외곽의 할인마트점. 종업원 72명이 근근히 버티고 있는 곳이다.
소설은 주인공 노무라와 종업원들간의 충돌을 재미있게 묘사한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오는 소설은 웃음 뒤에 숨은 교훈을 하나 남겨준다. 쳇바퀴 같이 돌아가는 일상, 그냥 묻혀 지내면 쳇바퀴를 굴릴 뿐이지만 자신이 변한다면 쳇바퀴도 변하다고 이야기한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복지부동의 표산 공무원 노무라. 다 쓰러져가는 할인마트의 꿈도 없이 그럭저럭 하루를 버텨나가는 종업원들. 노무라는 진급을 하고 싶고, 종업원들은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고싶지 않다. 하지만 예전처럼 살아간다면 결과야 뻔한 일. 노무라는 민간기업을 대하던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정말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우치게 된다. 종업원들은 하루하루 포기하던 삶에서 꿈을 하나 둘 찾아간다. 포기하고 있었던 삶 속에서도 실은 나름대로 가치를 찾으려 했던 사람들은 노무라의 패기와 뭉쳐 일을 저지른다. 매출의 가파른 성장세. 인간의 의지가 구조마저 바꾼다는 소설의 내용은 현실 속에서 가능한 일인지 더듬어 볼 일일테지만, 희망을 품게 만든다.
엄마는 친구 있어? 친구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건 미숙한 어린애들이나 가지는 환상이다. 평생의 친구가 되자고 굳게 맹세한들 생활환경이 바뀌면 눈 깜짝할 사이에 마음에서 지우ㅝ져버린다. 대체 친구가 있어 뭘 하겠다는 거야.(40쪽) 마트의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지만 마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니노미야. 생각도 말도 모두 쌀쌀맞지만 정작 마음은 따뜻하다. 그리고 노무라에 의해서 그 마음이 활짝 빛을 발하게 된다.
모순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어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어떻게 이 애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135쪽) 니노미야의 지독한 비관적 자세. 하지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자세야 말로 바로 희망으로 가는 첫 발일 수도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첫 발은 살아가는 그 정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까, 지난번과 똑같은 일만 계속하겠지. 책임지면 되잖아.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자기 생각대로 해서 그냥 책임을 지면 폼 나잖아.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의문을 가져봐.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243쪽)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변화는 바로 이 말부터다. 관례대로 전례대로 살아가는 삶은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로부터 나온다. 내가 책임지면 어때? 새롭게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잖아. 만약 당신이 지금 이 현실이 못마땅하다면 말이야...
죽음이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거야. 우린 지금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어. 잘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만.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까 오늘을 즐기며 살아야 하지 않겠어?(280쪽)
책임지는게 괴로울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내 일을 만들어 그것을 즐겨보자. <슈퍼스타>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괜찮아, 잘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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