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가 어렵다 보니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문을 닫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숫자도 늘어나 코로나19 시절만큼 자영업자의 수가 줄었다고도 한다.
이렇게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 행위를 미국에서는 노바이(No Buy) 현상으로 말하고, 우리는 요노라고 표현하고 있다. 요노는 You Only Need One 이라는 영문 단어의 첫 글자를 따 온 말이다. 즉 꼭 필요한 것만 사고, 필요치 않는 것은 구매하지 않는 행동을 일컫는다. 노바이 또한 어떤 물건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며 새로운 것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면서 소비가 침체되어지면, 당연히 경기도 침체된다. 자본주의란 소비가 지탱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소비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우리가 '발전'이라고 칭하는 일이 벌어진다. 소비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생산 또한 많아지고, 이렇게 생산된 것은 또 새로운 소비를 욕망하게 만들어 생산과 소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경제발전인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경제발전이 진짜 우리 인류에게 필요한 발전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됐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국경은 폐쇄되고 사람들 간의 교류가 끊어지면서 경제 행위도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공장 굴뚝에서 나오던 연기도, 자동차의 배기가스도 줄어들면서 지구의 공기가 깨끗해졌다. 평상시 보이지도 않던 먼 곳의 설산이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서 발전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달라질 것이다.
이번 소비침체를 통해 인류가 꼭 소비 지향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으면 좋겠다. 욕망을 끝없이 자극해 소비하지 않는 삶을 꿈꾸는 것조차 힘들었던 자본의 세상 속에서, 편의를 찾되 절제할 수 있는 삶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렇지 않다면 지구에서의 인류의 삶이 지속가능할 것처럼 보여지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 이런 삶의 방식이 침체가 아니라 발전으로 인식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더 많이 갖고 소비하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갖고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사회, 경제적 방법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