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 아니 보긴 봤지만 너무 빨리 지나쳐 인식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분명 시각의 대상이지만 대상으로 뇌에 입력되지 않은 것들을 '본다'는 것은 경이다.

KBS <스펀지>에서 등장하는 초고속카메라를 생각해보라. 과연 풍선터지는 모습이, 화살이 날아가는 모습이 저러했던지 놀라울따름이다.

영화 <300>은 철저히 이런 시각적효과를 노리고 있다. 스파르타와 그리스, 페르시아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따지는 영화가 아니니, 이것에 대해 논하는 것은 재미없을듯 하다. 물론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편견, 선입견이 있다면 따져볼 일이다. 그건 역사에 관심많은 다른 이들에게 맡기자. 아니, 영화를 본 이 기회에 공부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지 싶다.

본론으로 들어가 <300>은 눈이 즐거운 영화다. 잔인한 화면들이 가끔 눈에 비치지만, 만화를 원작으로 했던 <씬시티>에 비하면 오히려 덜하다. 이런 눈의 즐거움에 굳이 베드신을 덧붙일 필요가 있었는지 하는 부분이 아쉽다면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근육질의 남자들, 절대 열세라 불리는 상황, 굴하지 않는 정신, 목표를 향한 냉철한 전진의 자세는 근육질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슬로우 모션으로 진행되는 전투장면은 그림 한컷한컷이 된다. 전투는 힘과 스피드의 절묘한 결합임을 이 느린 화면 속에서 깨우친다. 특히 중간에 두명의 전사가 호흡을 맞춰 싸우는 모습은 무용을 보는듯 즐겁다. <매트릭스>의 빠른 손발놀림과 반대되는 이런 느린 장면들은 얼마나 많은 호흡을 맞추어, 또는 NG속에서 장면을 찍었을까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분명 블루스크린을 뒤에 두고, 혹시 쓰러지는 적군조차 디지털로 형상화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더욱 놀라울 일이다. 보이지 않는 적을 대상으로 공중에서 손짓 발짓을 했을터니, 정말 한편의 무용이지 않은가?

원작 만화의 컷을 그대로 옮겨온듯한 화면들. 만화의 장점 중 하나는 그 컷과 컷 사이의 빈 시간을 상상력으로 메꾸는 것도 있다. 영화는 이 상상력을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는다. 정말 눈이 호강한 영화다. 아름다운 근육과 아름다운 육체의 몸짓, 더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걸로 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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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4-0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상평도 눈부셔요!

하루살이 2007-04-0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얘기 얼굴에 머금은 미소가 더 눈부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