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제목 <대홍수>를 들었을 때, 그리고 예고편을 봤을 때 이 영화의 장르는 재난영화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홍수가 발생하고, 도시의 고층 아파트까지 잠기는 위기가 닥친다는 설정이지 않을까 싶었다. 생존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탈출할 지에 대한 긴장과, 그 과정에서 나타날 다양한 갈등 상황이 흥미를 끌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반전 아닌 반전을 맞는다. 대홍수가 일어나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곳에서 감성적 인공지능(심장)을 담당하는 연구원이 아이를 들쳐업고 아파트 3층에서 고층으로 피난한다. 이때 그 연구원의 가이드팀원이 연구원을 구하기 위해 이 아파트에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의 탈출은 안타깝게도 성공하지 못한다.(이 과정에서 말 안 듣는 아이가 얼마나 짜증나고 답답한지.... 하지만 나중에 왜 이 아이가 그렇게도 답답한 캐릭터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상황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아파트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재난영화가 아닌 타임루프 영화로 장르를 변경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타임루프 영화도 아니다. 다시 한 번 반전이랄까.(충격과 재미를 주는 반전은 아니다. 그냥 이야기를 틀어버리는 반전.) 지금까지 봤던 것, 그리고 계속 보여지는 것은 연구원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임무를 완성하는 과정이었다. 마치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톰 크루즈가 계속되는 타임루프를 통해 목표를 향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듯 말이다. 다만 이 시뮬레이션은 인류 종말을 맞이한 인간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고, 이들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감정이라고 확신하고, 인공지능에 모성을 가르치기 위한 과정이었다. 


결국 영화는 인공지능이 모성을 배우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아이는 그다지도 답답했던 것이고. 하지만 영화가 상정하는 이 모든 전제는 그다지 설득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재미도 감동도 선사하지 못하고 있다. AI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제프리 힌턴은 인간을 넘어선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키지 않게 하려면 이들에게 모성 본능을 프로그래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홍수>가 차라리 이런 주제로 모성 본능을 AI에게 입력하는 과정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었다면 보다 흥미진진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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