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인간 거짓말 탐지기 나루세, 최고의 달변가이가 괘변가 교노, 오차율 0%의 생체내 시계를 지닌 유키코, 소매치기의 천재이자 동물애호가 구온. 이렇게 4인방이 모여 은행을 턴다. "이 시대 로망을 위하여"라는 외침과 함께. 그리고 이들의 은행털이는 실제로 로망이다.

이 4인조 은행털이단의 만남부터 비겁한 은행차량털이 잭인 갱과의 두뇌싸움 등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숨가쁜 전개와 잘 짜여진 얼개가 쉽게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은행털이범이라는 범죄집단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갖게 만든다는 점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 수 있다.

 아무 연관이 없는듯하던 인물들이 모두 한 그물안으로 들어오는 쾌감은 통쾌 그 자체이다. 추리소설에서 최초의 우연은 허용되지만 그 이후의 우연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한편,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고 말하는 주인공 사이에 충돌이 없다는 것도 재미있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는 나루세와 괘변을 펼치는 교노의 말 덕분이다.

더군다나 가끔씩 뱉어내는 독설은 따끔한 충고가 되거나 비수를 찌르는듯한 아픔을 건넨다.

인간은 후회는 해도 마음을 바로잡을 줄은 몰라.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하지.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은 그런 인간들의 속성에 대한 변명이야.(227쪽)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얼마나 속아 넘어갈까(368쪽)

제복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 진짜 총 하나만 있으면 가짜 총도 모두 진짜로 여겨지는 것. 힘이란 속성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힘과 주변을 둘러싼 가짜 힘들의 총합으로 말이다. 즉 1+30개의 0은 1이 아니라 31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내면에 감추어진 비겁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비겁함의 진수는 유키코의 전남편으로 표현되어진다.

돈에 대한 풍자도 엿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은행을 터는 것이 범죄가 아니라 로망일 수 있는 것은 돈이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갱의 돈이 맡겨진 은행의 비밀금고는 결국 우리 돈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4인조 엽기드림팀의 생각에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고정관념, 정치가와 공무원, 부시와 권력 남용, 은행과 보험의 관계 등등에 대해 마음대로 주무르는 작가의 재치와 위트에 감탄한다. 그리고 로망을 위해 은행 속으로 들어간 드림팀처럼 우리 인생의 로망,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난 재미로운 삶은 어디에 있을지 상상해본다. 유쾌, 통쾌, 발칙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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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2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07-07-0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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