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모리 히로시 지음, 안소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고독과 외로움은 닮은듯 다르다. 고독은 한없이 스스로에 침잠하는 한편 외로움은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고독은 군중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외로움은 군중 속에서 처절해진다. 고독은 스스로 고독해지지만 외로움은 타인으로부터 심리적 격리다.

소설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는 고독에 대한 찬가다. 고독이 얼마나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지 특이하게 말하고 있다. 친구의 실종, 갑자기 떠오른 실종된 친구의 추천 식당. 간판도 장소도 일정한 곳이 없는 식당. 오직 전화번호만 알고서 그때그때 바뀌는 장소로 찾아가는 곳. 그곳의 메뉴는 조금 특이한 아이와 조금 더 특이한 아이, 아주 조금 특이한 아이, 그리고 조금 특이한 아이, 더더욱 조금 특이한 아이, 그저 조금 특이한 아이, 아직도 조금 특이한 아이 등이 있을뿐이다. 식당은 절대 혼자서만 가야한다. 그곳에서 함께 식사를 해주는 여인이 있다. 사적인 질문은 일절 금지. 그 메뉴에서 주인공은 위안을 얻는다. 삶의 힘을 얻는다. 그리고 어느새 그도 그의 친구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그가 이 식당에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던 동료가 이 식당을 찾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특이한 아이는 원상 회귀다.

그래서 추측한다. 주인공과 그 전에 사라진 친구는 어디로 갔는지를. 고독을 추구하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홀연히 산속으로 사라져간 것일까. 그들이 어디로 사라졌을지는 분명 중요하지 않다. 오직 그 자리엔 고독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건 허무와 다르다. 허무는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진다. 고독은 세상 속에 있되, 세상과 떨어져 있다. 그런 기분을 소설은 차분히 이야기한다.

부끄럽지 않도록 사는 건 상당히 어렵지만 그것만이 인생의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몹시 개구쟁이였던 내가 이렇게 온화한 사람이 된 이유를 가만 따져보니 아무래도 세상에는 부끄러운 게 너무나도 많다는 결론에 다다른다.(44쪽)

맞다. 고독은 수줍다. 그 수줍음이 사람을 온화하게 만든다. 버럭 소리한번 지르지 못한다. 그래서 쉽게 고독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원래 대화라는 건 모두 그때뿐이다. 상대의 인간성이나 배경이란 정보가 축적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소한 인상 하나로 그 정도의 축적은 싹 변할 수 있다. 날마다 다른 사람을 만나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다.(55쪽)

이것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정말 쉽지않다. 친분이라는 속성이 대화를 끈끈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친분이 비밀을 폭로하게 만들고, 또는 뱉어내도록 유도하고, 그 비밀의 공유가 서로를 얽어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 한꺼번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 관계의 거리를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거리는 항상 적당하도록 유지된다. 그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감이 고독을 쉽게 찾아오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 고독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은 의사소통을 원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죠...그래서 왠지 모르게 자신의 내면을 조금은 공개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64쪽) 다정한 배려는 상대를 향한 것뿐만이 아니라 단순히 나 자신이 원만하게 지내고 싶었던 이기심 때문은 아니었나.(68쪽)정보는 얼마든지 날조할 수 있다. 우리는 평소 그런 정보에 얼마나 마음을 빼앗기고 있을까(88쪽)예술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은 첫째, 인간이 이룬 것이어야 하고 둘째, 쓸데없는 소비여야 한다는 점이다.(93쪽)조용함은 즉 관계없음의 축적이고, 몇가지 영향을 하나씩 정성 들여 차단해서 마지막에 가까스로 얻을 수 있는 고립이다.(104쪽)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 앞에서는 이런 식의 나로 있어야겠다고 일찌감치 역할을 결정해버려요.(120쪽)우리는 장식된 것, 만들어진 것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으므로.(148쪽)사는데 가치가 있는게 아니라 살아있음으로써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서 가치를 발견해내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만(169쪽)내 안에 바로 지금 존재하는 의식이, 현재의 나를 의견에 따라 움직이게 할 뿐이고 사실은 변하지 않는 덩어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와 잠시 닿은 손 때문에 나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192쪽)옆에서 보기에 무리한 일을 하는듯해도 자기 자신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달리고 있다.(221쪽)서로 마음이 맞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타인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자신의 세력을 조금이라도 넓히려고, 이 사람에게 빌붙으면 손해는 없겠군, 일단 지금은 고개를 숙여두자고 생각하며 그저 웃는 얼굴일 뿐이다. 그런 웃는 얼굴의 집합을 즐거움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240쪽)

두서없이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그었던 부분을 써봤다. 무엇이 떠오르는가.

가식없는 대화의 어려움, 고정불변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조차도 항상 변한다는 진리, 일정하면서도 지속적인 관계맺기가 가능한 것인지 등등 책을 읽는 자체를 고독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다. 그리고 깨닫게 한다. 세상은 혼자라는 것을. 하지만 절대적 고독이 아니라 언제나 상대적 고독임을. 그래야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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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2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07-07-04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