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8월 8일 맑음 25도~35도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지난번 장마로 무너진 사면에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어제 면사무소에 들러 복구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다시 알아보니, 오늘 중으로 1차 복구를 해 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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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포클레인이 들어왔다. 지난번 수해를 입었을 때 응급복구를 위해 왔었던 포클레인이다. 당시 옆집 복숭아밭지기와 다툰 경험 때문에 다소 불쾌한 기분으로 찾아왔다. 기분을 풀고 잘 복구해달라 부탁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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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있던 흙을 쌓아 올려 1차 복구를 끝냈다. 원 상태로 복구를 하려면 덤프트럭 1대 분량의 흙이 부족한 상태다. 현재 마른 흙이 없어 흙이 생기면 마무리하기로 했다. 일단 무너진 모습을 다소나마 복구시켜 놓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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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대비해 다시 비닐을 덮었다. 혼자서 비닐을 펼치고 핀을 박고 돌을 올려놓으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ㅜㅜ 태풍을 잘 견뎌내고 굳건하게 버텨낼 수 있으면 좋겠다.
23년 8월 12일 맑음 22도~26도
태풍이 지나갔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얌전하게 지나가긴 했지만, 비가 상당히 많이 왔다. 다행히 바람이 거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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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입은 곳이 없나 둘러보았다. 지난 주 복구를 했던 곳은 얼핏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하단 1/3 지점 쪽에서 일부 흙이 쓸려 내려 온 것이 보인다. 비닐은 1미터 가량 찢겨진 상태였다.
태풍으로 인해 바람으로 비닐이 찢기고 이곳으로 비가 몰려 흙이 쓸린 것인지, 아니면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 흙이 쓸려간 쪽으로 물길이 나서 새어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전자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후자라면 보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위에 흙을 덮는 작업을 한다면, 비가 많이 올 때 다시 무너질 위험이 있다. 전자이기를 바라지만, 후자라면 과연 어떻게 땅 속 물길을 잡을 수 있을지 고민 된다. 참, 쉬운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