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차 이야기 1 지리산에서 보낸 시리즈
전문희 지음, 김문호 사진 / 이른아침 / 2011년 5월
구판절판


산에 들어가 약초나 캐지 뭐.
시골서 농사나 짓지 뭐.
무언가 앞을 콱 틀어막고 있을 때면, 더이상 물러날 때가 없다고 느껴질 때면, 삶의 비상구인냥 산이나 시골을 불러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건 무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니, 저런 탄식들은 이제 죽어가는 말이 되고 있다. 50대 중후반 이상쯤은 되어야 어렸을 적 가졌을 법한 추억의 끄트머리에서 꺼낼 수 있는 산과 시골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위의 푸념은 철모르고 하는 소리인 것이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일 속에 보물은 숨겨져 있는 법이다. 하나의 차를 만들고 그것을 마시는 일이 고단함을 필요로 하지만 여유와 풍요로움도 함께 묻어있기 때문이다.

이책은 지은이가 지리산에 들어가 차를 만드는 이야기다. 차 만드는 이야기 속에 삶의 여정이 잔잔히 끓고 있다. 아니, 책을 읽는 이의 가슴을 천천히 끓이고 있다는 것이 옳겠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서 기쁨도 슬픔도 나온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게 고통스럽기만 할 때도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만나는 지점에서 나의 인내심, 능력, 연약함을 찬찬히 살펴보고 겸손히 마주하고 싶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내 존재가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자유로운 실존의 나와 조우하는 것, 나한테는 듬직한 친구가 있다는 듯 산의 품으로 들어간다. (75쪽)
수시로 바뀌는 마음과 그들을 괴롭히는 현실, 그리고 팍팍한 시간들 속에서 위안이 되어주는 것은 지리산이다.(77쪽)
사람으로 인해 다친 마음을 자연에 기댄다해서 탓할 사람이 있을까.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내버려두기, 그것은 관계의 핵심일지 모른다고. 돌보는 이 없어도 저 혼자 아름다운 산. 헤아릴 수 없는 그 깊이는 나를 의탁하기에 모자람이 없다.(79쪽)

산을 풍성하게 했던 꽃과 열매와 이파리들은 차 한 잔이 되어 긴 겨울 우리 곁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281쪽)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조차 무엇이 급한지 허겁지겁일 때가 있다. 잠시 찻잔을 내려놓자. 찻잔 속에 담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자. 침묵 속으로 빠져보자. 그러면 그 침묵이 나의 내면으로 인도할 것이다. 차가 바로 나일 때. 차는 물에 녹아들어 자신의 향을 내뿜는다. 내가 고집해온 그 기준을 돌아보게 만든다.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차 이야기는 그렇게 차를 마시도록 유혹한다. 가슴 속에 잊혀지지 않을 잔잔한 향을 남겨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취미의 권유 - 무라카미 류의 비즈니스 잠언집
무라카미 류 지음, 유병선 옮김 / 부키 / 2012년 2월
절판


이 책은 무라카미 류가 비즈니스맨을 위한 잡지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리더로서의 자질이나 업무와 관련된 품격, 부하나 상사와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 일상을 살아가는 자세와도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다.
그는 리더의 자질, 품격, 부하와의 관계맺기에 신경쓰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하등 업무처리를 하는데 있어 도움을 주는 것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치있는 목표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가의 여부다. 즉 뚜렷한 목표가 있고, 그것이 가치가 있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일을 처리해 간다면 그만인 것이다. 리더란 이런 것을 제시하는 사람이면 되는 것이고 이 과정에 품격이 들어갈 여지는 없다. 이런 목표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은,또는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은 제외를 시켜야 하며, 실수하고 잘 못하는 사람들은 가르치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런 직업내의 관계는 사업의 동반자는 물론 부부와 같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신뢰와 전망을 공유할 때 이상적인 동반자로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26쪽)는 것이다. 즉, 뚜렷한 목표와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전제된다면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구체적인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며, 일의 진행은 고정관념을 벗어난 도약을 필요로 하겠지만 말이다. 또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핑계삼아 한번 해보자는 식이면 곤란하다. 이런 말은 성공한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것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실패란 곧 나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철저한 우선 순위를 두고 온힘을 다해 쏟아부을 수 있는, 하지만 유연한 마음과 정신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미래의 성공을 위한 희망 속에서 자신의 길을 또박또박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은 무수한 시도 속에서, 그 시도란 것 또한 틀에 박힌 평범함을 벗어난 새로움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천재적인 작품(일) 즉 걸작이란 그 많은 시도된 것들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의 지리학 - 최창조의 망상록 妄想錄
최창조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자생풍수가라 할 수 있는 최창조씨의 땅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생풍수라 함은 도선국사 이래로 전해져 온 도선풍수라고 할 수 있겠다. 그 기본 생각은 결함이 있는 땅에 대한 사랑이다. 그렇기에 고침의 지리학, 치유의 지리학이기도 하다. 결함이 있는 곳 즉 문제 있거나 좋지 않은 것에 대한 지고지선한 사랑이 있어야하기에 비보 풍수이기도 하다. 즉 고치고 치유하겠다는 인간의 의지가 개입되어야만 비로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생풍수의 입장에서 명당이란 완벽한 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풍수무전미(風水無全美). 완전한 땅이란 없는 것이다. 자연은 말 그대로 본래 있는 그대로의 것을 받아들이는데 뜻이 있다.

 

명당을 찾는다는 것은 안온한 삶, 근심걱정없는 안정에 대한 욕구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복을 비는 묘자리 같은 음택풍수가 아니라 살아갈 집, 절터, 도읍지 같은 양택풍수라는 점이 자생풍수의 특성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터를 잡는다는 것은 땅과 생명체가 기를 상통시킬 수 있는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조화로운 감정과 안정을 선사하는 곳이다. 즉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땅을 찾는 것이다. 그 방법은 본능과 직관, 사랑이라 할 수 있다. 복잡하고 미묘한 방법론(간룡법, 장풍법, 득수법, 정혈법, 좌향론)보다는 이러한 순수함을 찾아가는 것이 자생풍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이걸 인정하면 명당은 우연이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이곳에 나는 어떻게 정착하게 됐는가. 지금 이곳이 편안하다면 바로 명당이지 않겠는가. 좋은 점은 부각시키고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은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바꾸도록 한다. 이 바꾸려는 시도가 바로 비보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과 공명할 수 있다면 비로소 명당이 완성되는 것이다. 나와 땅의 문제만이 아니라 나와 타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벽을 쌓고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래야 평안함이 찾아온다.

 

명당은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이 되지 못하는 한 어떤 수단으로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욕심으로 잡은 자리는 그 욕심만큼의 재앙을 땅 임자에게 주는 법이다. 그렇기에 비보풍수, 즉 안좋고 떨어지는 것을 바꾸려는 노력을 들이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명당은 나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족

우리 자생풍수는 혁명이나 개벽사상의 기반으로도 기능했다. 권력의 폐해가 극심해지면 기득권의 기반을 없애고 새로운 정치를 꾸려가기 위해 새로운 터가 필요했던 것이다. 새로운 터에 대한 기반이 바로 자생풍수였다. 그 기반을 바탕으로 기득권과 싸우고 새로운 삶을 도모했던 것이다. 홍경래의 난이나 전봉준처럼 개벽이 실패했을 땐 정감록과 같은 도참사상이나 민족적 신흥종교 속으로 들어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올의 아침놀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올의 단상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굳이 핵심테제를 찾는다면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정치일 것 같다. 모든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사회체제를 만드는 것이 바로 여민동락의 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을 위해 정부와 기업은 도덕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타인의 공통에 대하여 감각이 마비된 불인(不仁)의 기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선해야 한다는 것일 터인데, 선이란 고정적 개념이 아니라 실천적 행위를 통해서 발현되는 과정으로 본다. 타인과의 교섭 속에서 더불어 형성되는 것이 바로 선인 것이다. 단순한 시혜적 발상으로 그쳐서는 안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위의 단상들이 아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조카를 설득하던 도올의 탄식이 오래도록 아른거린다. 게임 중독에 대한 비판에 앞서 자신의 끝없는 식탐에 대해 고백한 모습이다.

최근 1일 1식과 같은 소식을 통한 건강서가 유행하고 있다. 꼭 1식이 아니더라고 배가 터지도록 먹지 않는 습관이 건강과 장수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유전자는 오래도록 배가 고픈 시절을 보냈기에 일단 먹을 수 있을때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양의 130% 정도까지를 취하게 된다고 한다. 즉 소식은 유전자의 욕망을 거스르는 강인한 의지가 작동했을 때 가능한 일인 것이다. 한의학을 공부한 도올마저도 이 식탐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는 고백을 할 정도이니, 소식은 얼마나 지난한 일일 것인가. 그의 고백이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식이 몸 건강의 지름길임을, 무소유가 정신건강의 핵심임을, 알지만 제대로 행하지 못함을 날마다 후회하며 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용헌의 백가기행 조용헌의 백가기행 1
조용헌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풍수학이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바로 명당이다. 명당을 찾아서 거기에 집 짓고 살면 된다. 그렇다면 어떤 곳이 명당인가? 무릇 명당이란 일단 거기에 살면 사람이 건강해져야 한다. 그다음에는 영성이 밝아져야 한다. 명당은 건강과 영성이다. 영성은 뭔가? 자유다. 영성이 밝아질수록 자유가 확대된다. 영성과 자유는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식으로 이야기하면 명당에 살면 구원에 가까워진다. ... 자기에게 맞는 집터는 어떻게 구하는가? 어떻게 그 장소가 명당인지를 확인한단 말인가? 이 같은 의문에 대한 필자 나름의 해답은 두 가지다. 우선 그 장소에서 잠을 잘 수 있으면 한번 자봐야 한다는 것이다. .. 잠을 자고 나서는 숙면을 취했는가가 관건이다. 깊이 잠들고, 자고 난 후 몸이 개운하면 그곳은 나에게 맞는 터 또는 명당이라 볼 수 있다. 205쪽 
  

이 책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집들을 직접 찾아 그 집의 내력을 담고 있다. 집값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서울 평창동의 럭셔리한 집에서부터 한적한 시골의 2평 남짓한 흙집까지 그 스펙트럼이 광범위하다. 그런데 이들을 묶어주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명당이 아닐까 싶다. 

지은이는 명당을 건강과 영성으로 말한다. 이때 건강과 영성은 개인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집단적, 사회적 차원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백가기행에 소개된 한옥 중에는 집안대대로 내려온 것들이 많다. 역사적 사건을 수두룩하게 겪으면서도 온전하게 집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집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과의 공존을 꾀했기 때문이다. 즉 자신만의 안위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안위를 생각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또다른 한편으론 유독 혼자 사는 남자들의 집이 많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사회라는 울타리로부터 벗어나 철저히 혼자로 산다는 것은 외롭다는 의미와 함께 자유롭다는 뜻도 포함된다. 영성의 확장이라는 뜻의 자유는 소유욕의 감소와도 관련이 깊다. 즉 갖고 싶은 것이 적을 수록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자유가 확장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 할 수 있다.(가족이 생긴다고 해서 욕망이 확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이라는 의무가 욕망의 테두리를 넓히는 것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욕망을 줄이려면 삶이 간소해야 한다. 군더더기를 다 털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간소함을 추구하다 보면 궁색하게 보일 수도 있다. 궁색은 자칫 속됨으로 갈 수 있다. 이 또한 바라는 삶이 아니다. 소박하면서도 궁색하지 않고 품격이 느껴지는 집. 이 집 주인인 오여 김창욱 선생이 품은 인생관이다. 51쪽 

두려움과 근심이 없는데 점을 쳐서 무엇하겠는가. 그만큼 세상살이에서 독립(홀로 있어도 두렵지 않다)과 둔세(세상에 나가지 않아도 근심이 없다)는 어렵다. 166쪽 

어떤 삶이 바람직한 것인가? 돈을 쓰지 않는 삶이 바람직하다. 돈을 적게 쓰면 돈을 적게 벌어도 된다. 돈을 적게 벌면 시간이 남는다. 남는 시간에 인생을 즐겨야 한다. 어떻게 인생을 즐긴단 말인가? 나무, 꽃, 돌, 물고기, 구름, 석양, 한가롭게 흩어져 가는 연기를 보면서 즐겨야 한다. 이런 것이 다 나를 즐겁게 해준다. 쾌락의 근원인 셈이다. 174쪽 -하동 시인 박남준 
  

책을 덮고 나니 연립주택과 아파트에서 살아온 내 주거환경이 답답해져 온다. 궁색하지 않으면서 품격을 유지할 수 있는 삶, 과연 가능할까. 어떻게 살아야 이런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가.  

공간을 바꾼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생각과 업보, 나아가서는 운명까지도 관계되는 부분이 바로 이 공간의 문제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려면 공간을 전환해야 한다. 여행이 주는 매력이 여기에 있다. 공간을 바꿔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활의 불편함이 따른다. 156쪽 
  

불편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위해 한발 나아가보자고 새삼 다짐해본다.  

----------------

이야기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내 경험에 의하면 금기에 대한 도전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금기에 달려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금기를 금기로 여기고 무서워하면 이야기는 없다. 금기에 달려들어야 이야기가 생긴다. 왜냐하면 스파크가 튀기 떄문이다. 스파크가 이야기인 것이다. 맨땅에 헤딩을 해야 들을 만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러자니 이마에 피가 맺힌다. 81쪽 

동정일여라는 말이 있다. 동과 정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것인가? 이것이 동양의 신비가들이 평생 동안 추구한 목표였다. 움직이는 가운데서도 어떻게 하면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왜 고요함이 중요하단 말인가? 고요함이 있어야만 긴장이 풀리고, 긴장이 풀려야만 내면 세계로 깊이 침잠할 수 있고, 침잠을 해야만 신비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비 체험은 깊은 행복감을 동반한다. 그러므로 이 모든 체험의 기본은 정이다. 고요함이 바탕이 되어야만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현대문명은 구조적으로 이 고요함을 얻기 어렵게 되어 있다. 휴대폰, 컴퓨터, 자동차와 같은 문명의 이기는 고요함을 파괴하는 무기다. 우리는 고대나 중세인에 비해 동만 있고, 정이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 고요함이 움짃임보다 더 기본이고 우선적인데, 이 고요함이 너무 결핍되어 있는 것이다. 14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