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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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 자서전, 회고록, 평론 등등. 한 인간을 다루는 방식은 여러가지다. "소싯적 일을 말하자면 소설책 한두권은 거뜬하다"는 일반인들의 허풍을 떠올린다면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의 인생은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그런 이야기에 극적인 구성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게 된다. 간혹 그것이 과해 초인적인 모습까지로 나아갈 때도 있긴 하지만.  

<희망을 심다>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있는 박원순 씨의 삶을 담고 있다. 인터뷰 전문 작가 지승호씨와 박원순씨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 책은 박씨 삶의 궤적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담담한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꾸려가다 보니, 과장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차 한잔을 사이에 두고 인생 선배의 재미나고 유익한 인생 지혜를 듣는 기분이라 편안하다. 

참여연대를 거쳐 아름다운 가게,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라는 이력은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역사, 발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이사는 남들이 걷지 않은 이 길로 어떻게 접어들었고, 또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갔는지를 본인의 입을 통해 풀어나간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후회가 있기 마련인데 그의 입에선 자랑과 당당함이 가득하다는 것에 놀랄 뿐이다. 

책에서 밝히고 있는 그의 생활자세를 통해 그가 누구 앞에서든 떳떳한 이유를 알 수 있게된다.  

불안이라는 것은 자기가 열심히 안 할 때 생기는 거잖아요. 물론 열심히 한다고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죠. 인간이 전지전능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인간의 일은 최선을 다하면 두려움은 사라진다고 봅니다. 시간 차이는 있을 수 있겠죠. 73쪽  

또한 이렇게 열심히 하다 실패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단순히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실천 즉 행동이며 그 과정에 실수나 실패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또다른 기회일 뿐이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거든요. 실수를 처음부터 안 할 생각을 하면 성공 못합니다. 393쪽 
배우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실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416쪽

앞서 나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열린 자세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행동화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 그랬을 때 자신의 길을 뒤돌아보면 어느새 자신이 산봉우리 근처에 올라가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가 확실하면 남하고 비교할 이유가 없죠.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거니까요. 우리는 그런게 없으니까 늘 휩쓸려 다니는 거죠. 또 하나는 다양성에 대한 훈련입니다. .. 절대 진리가 어디 있습니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것도 정당한 것일 수 있어야 합니다. 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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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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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나 욕망이 결국은 뭔가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지에 달려 있어요. 174쪽 

개인이든 사회든 열려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신선한 관점에서 진실을 보려는 용기나 자세, 태도,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 끊임없이 배웁니다.  194쪽 

익숙해져버리면 안 보이는 거죠. 모든 게 신기한 상태라야 새로운 것들이 보입니다. 또 한국사회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갔기 때문에 더 잘 보이는 겁니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보이는 법이죠.  197쪽 

컨설턴트가 3개월 동안 자료 조사를 해서 평생 그 사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에게 당신은 그렇게 하면 안돼. 이렇게 해야 돼 라고 조언을 주는 거잖아요. 우리가 생각하기에 평생 일한 사람한테 3개월 조사한 사람들이 어떻게 답을 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데 답을 내준다는 겁니다. 답을 구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가 관계된 전문가들을 깊이 있게 인터뷰 하는 것이라고 해요. 그래서 우리 연구원들에게 한 분야에서 1등부터 5등까지 최고의 전문가들을 만나 심충 인터뷰를 해봐라 인터뷰가 끝나면 당신이 1등이다. 당신이 최고의 전문가다라고 얘기합니다. 198쪽 

미세해져야 합니다. 큰 틀에서 패기만만한 것도 중요하지만 미세한 부분을 그려내고ㅡ 고려하고ㅡ,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은 실수가 큰 것을 망칠 수 있어요. 저는 작은 결점이라도 발견되면 무조건 다시 해오라고 말합니다. 미세한 결점이 큰 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떄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챙기길 요구합니다. 200쪽 

어느 사회든지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 선하다고 믿어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악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거든요. 그런 것을 사전에 견제하는 시스템이 미국의 제도들입니다. 215쪽 

운동이라느 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인데, 남들이 다하고 있고, 100퍼센트 동의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할 일이 없습니다. 운동은 언제나 마이너리티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마이너리티로만 머무른다면 그것도 곤란하죠. 선비나 학자들은 주장만 하면 되지만 활동가는 실천을 통해서 절대다수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운동이죠.  233쪽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좋은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줄을 잘 서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좋은 일거리나 관계가 저절로 형성되는 것 같아요. 235쪽 

집단적인 바겐 파워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죠. 더 나아가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될까, 이것도 여러 정보나 자료를 모아서 제공해 줄 수 있잖아요. 278쪽 

조직의 자발적인 힘을 200퍼센트 끌어내는 다섯 가지 핵심 키워드로 관계, 배움. 신뢰, 진심, 명분을 꼽으셨는데요... 처음부터 공유되는 명분이라면 재미가 없죠. 누구나 다 아는 명분을 새삼 내세울 필요도 없고, 그런 명분을 위해서는 일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명분이고 누구나 동의해야 될 명분인데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거나, 동의하지 않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명분을 채택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동의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제가 할 일이죠. 304쪽 

이외수 - 우리나라의 경우 예술한다고 하면 다 굶어 죽는다고 그러는데 아니에요. 공부 아무리 잘하고 아무리 좋은 대학 나와도 실력이 어중간하면 어느 분야든 굶어 죽게 되요. 상위 10퍼센트에 들어가면 먹고살 걱정 안하지만 어디가든 10퍼센트 되기는 힘듭니다. 그렇다면 남들 따라서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 곤란하죠. 너도나도 다 영어할 떄, 나도 영어하면 바보된다고 그래요. 남들 다 하는 것 나도 하면 뭐해요. 경쟁률만 높아지고 돋보일 리가 없잖아요. 남들 다 영어할 떄 파푸아뉴기니어를 해라, 그럼 거기서도 요긴하게 쓰이고 여기서도 대접받는다. 이게 바로 실제로 말하는 틈새시장이고, 정말 자기가 자기 인생을 창조하는 거 아니겠는냐는 거죠. 구두를 닦아도 상위 10퍼센트에 들어가면 굶어 죽지 않고 그는 이미 자기 인생을 창조했다는 말이 됩니다. 346쪽 

기대를 접어버리면 서로 편한 부분도 있다. 뭐든지 과도한 기대 때문에 싸우고 불만이 생기고 갈등하는지도 모른다. 일정하게 상대방을 이해해주고, 기대를 접어버리면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는 천박한 꿈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서 자기 일생을 한번 바쳐보겠다는 꿈을 꿔봤으면 좋겠어요. 380쪽 

절대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원칙이 어디 있습니까? 결국 인간관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관계를 우리 사회가 잘 풀어야 하는데, 잘 못 푸는 거예요. 최소한의 예의와 진실된 행동과 서로간의 신뢰, 이런 것들이 쌓이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봅니다. 388쪽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가 확실하면 남하고 비교할 이유가 없죠.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거니까요. 우리는 그런게 없으니까 늘 휩쓸려 다니는 거죠. 또 하나는 다양성에 대한 훈련입니다. .. 절대 진리가 어디 있습니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것도 정당한 것일 수 있어야 합니다. 390쪽 

사람은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거든요. 실수를 처음부터 안 할 생각을 하면 성공 못합니다. 393쪽 

배우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실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뭐든지 보면, 저것을 어떻게 실천할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 그런데 이론과 실천이 두 개가 아니고 하나라는 겁니다. .. 사상체계가 정립되고 나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현장을 먼저 가보라고 하고 싶어요.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많은 경우 정리가 됩니다. 책상머리에서 하는 정리는 사상누각이에요. 현장 속에서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허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습니다. 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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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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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인생상담기다. 사람들의 고민이라는 것이 대부분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선택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키워드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김어준은 상담하는 곳곳에서 선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선택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로로 만들어달라고 한다면 그건 삶에 대한 응석이다. 158쪽 

사람들이 선택을 못 하는 진짜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니까. 그에 따르는 비용을 지불하기 싫어서니까. 185쪽 

선택이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거다. 224쪽  

선택은 다시말해 경제 용어로 쓰이는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들이 기회비용을 최소화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합리적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기회비용이 0인 적은 없다. 중요한 무엇인가를 희생하고서 다른 중요한 무엇인가를 택하는 것이 바로 선택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둘을 모두 가지려 하기 때문에 고민에 빠지고, 선택이 주는 비용과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고 넘어가려 하는데서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그 고민이라는 것도 우스운 경우가 많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양자의 갈림길에서 혼동스러워하는지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길이 자신이 택한 길이 아니라 부모나 형제, 가족, 친구 등 남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임을 모르고서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고민에 앞서 그 기대를 저버리고 진짜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고민은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주게 된다.  

그런데 그 길이 겁나고 무서운가. (언제나 이미 이긴 경기만 이기는 법이다. 272쪽)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선 자신이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행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게 될 지라도 그 실패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얻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온실 속의 화초조차 되지 못한다.    

개인적으론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사랑에 대한 상담에서다.

사랑이란 모든 걸 내"뜻대로 할 수 있어 하는게 아니라, 어떤 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건만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어서, 하는 거다. (257쪽) 와 같은 금쪽같은 말보다도 더 깊게 내면에 와 닿은 것은 여자들이 남자를 선택할 때 기준을 말하는 거였다. (여기서도 선택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 그래서 이것은 꼭 애정의 문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인생으로 확대해도 무난하다) 

저자가 배낭여행 가이드로 나서면서 만나게 된 커플들 중 60~70% 정도가 여행 중 또는 여행 후 귀국하고 나서 이별하게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배낭여행이라는 것이 계획된 대로 움직여지기 보다는 우연한 사건 사고와 끊임없이 마주치기 떄문이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돈은 없고 주위엔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위기를 어떻게 넘어서는냐가 바로 그 사람의 능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가장 밑바닥에서 마주치는 사람의 모습이 어떠하냐가 진정 그 사람의 모습을 제대로 알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대부분의 남자는 모든 사건의 원인을 여자에게로 돌리거나, 사건이 발생된 것에 대한 핑계를 대는 데 바쁜 모습을 보인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럴 때 보여주는 선택을 포함해 갈등 상황에서, 또는 여러 갈림길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선택해 온 모든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못나면 못난대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자신을 떳떳하게 바라봄으로써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단 내 길을 간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마저 저버려서는 안될 일이다.   

PS 책을 읽다보면 신해철의 노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가사가 자꾸 떠오른다. 경쟁의 구도 속에 갇혀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채 사다리만을 오르려 하는 모습이 자꾸만 거울 속에 비쳐진다. 혹 꿈을 꾸고 있다면 꿈이라는 단어로 불가능함을 위로하지 말고, 또 핑계거리를 찾지 말고,  목표를 세워 그 목표점을 향해 한발 한발 나가도록 해보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남보다 앞에 있어야 하는 길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다. 다만 그 목표점은 아스팔트여야 할 필요가 없으며, 수많은 갈래길로 이루어진 오솔길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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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생각한다 - 집이 갖추어야 할 열두 가지 풍경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 다빈치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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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위기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비롯해 한국 경제의 위기 속에는 주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집이라는 것이 돈으로 계산되면서 부동산이라는 투자처로 경제를 움직이는 한 축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집은 탐욕을 빨아들이는 거주처가 된 셈이다. (물론 옮겨다니지 않고 안주할 수 있는 자신의 집을 갖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 있지만)

언제부터 집은 이렇게 물적 대상이 되었을까. 이 책은 집이라는 것이 본래 가지고 있던 거주지로서의 참된 의미를 되짚어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12가지 요소로 집을 바라보며 집이 가지고 있어야 할 충족조건을 제시한다.

그 첫번째가 바로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이다. 그리고 건축가는 원룸으로 기억된다,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집의 중심에는 불이 있다, 재미와 여유, 그리고 집, 아름답게 어질러진 주방, 아이들의 꿈이 커가는 집, 손에서 자라나는 애착, 적당한 격식, 효과적인 장식, 가구와 함께 살아가는 집,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집, 두 가지 의미의 빛이라는 재료를 내놓는다.

집이란 이런 것이었다. 혼자이든 가족이 함께 하든 그곳에선 평온함과 행복감, 재미와 여유가 넘쳐흐르는 곳이었다. 물론 이것은 집 자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도 중요할 것이다. 때로는 훤하게 트여진 빛의 공간보다는 조금은 어두우면서도 혼자만의 세계로 침잠할 수 있는 명상의 공간도 필요하다. 집은 그저 들어가 잠자거나 또는 밥만 챙겨 먹는 곳은 아니다. 그 속에선 나의 숨결과 때, 추억과 기억이 혼재하는 곳이다. 아니, 집과 함께 그것들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비록 척박한 원룸의 공간이다 하더라도 말이다.

하숙집처럼 잠깐 머물러 있는 곳이라 하더라도 그곳에서 행복이 자랄 수 있도록 집안 구석구석 손길을 끼쳐봐야겠다. 즐거운 곳에서 나를 오라고 하더라도 내가 가야할 곳은 집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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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8
천경환 지음 / 갤리온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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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몇분의 1초에서 몇천분의 1초까지 찰나의 순간을 담는다. 그 찰나는 온전히 빛이 주는 세상이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빛 속에서 눈깜짝할 새에 지나가는 풍경 속에는 일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 비쳐지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몇백년 몇천년이고 굳건하고 묵직하게 버텨내고 있을 것 같은 바닥을 통해 빛이 주는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지하철 철로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모습, 찬겨울 유리창에 반사된 빛이 바닥에 드리운 빛의 찬가, 지하철 통로의 타일에 부닥친 빛이 어그러진 모습, 유럽 교회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벽과 바닥에 흩뿌려진 아리따운 햇빛 등등. 바닥에 드리워진 빛의 찬가와 함께 바닥 그 자체에 탐닉하고 있는 저자의 눈초리가 매섭다.

건축가인 저자는 건축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바닥이 갖는 의미에 탐닉하고 있다. 아주 짧은 순간이 전해주는 빛의 향연 속에서 삶을 생각한다. 그것은 낯섬이 주는 깨우침이다.

현대미술이 감상자에게 던지고자 하는 감흥의 본질은 낯섦일 것이리라.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보여준다는 것.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정의를 쉽게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예술은 새로운 생각거리, 고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많은 예술가들이 누가 더 낯익은 풍경을 낯선 풍경으로 잘 포장해 내느냐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96쪽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대상으로부터 나오는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낯설고 신비스러운 풍경,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가는 인식의 과정이 머릿속 엔진을 재시동하는 계기가 되는 듯하다. 그래서 내게는 무척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된다. 104쪽 

 

일상은 매우 지루할 듯하고 매일 지나치는 길은 그 일상을 더욱 지루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오늘 걷고 또 걷는 그 길 속에서도 빛은 한번도 같은 방식으로 세상에 쏟아져내리지는 않았고 그렇기에 풍경 또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삶의 길도 마찬가지다. 뚜벅뚜벅 생각없이 걷다보면 일상이라는 이름의 하루하루가 지나갈 뿐이다. 그 속에서 단 한순간의 미묘한 순간을 잡아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눈을 뜨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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