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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아침놀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도올의 단상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굳이 핵심테제를 찾는다면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정치일 것 같다. 모든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사회체제를 만드는 것이 바로 여민동락의 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을 위해 정부와 기업은 도덕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타인의 공통에 대하여 감각이 마비된 불인(不仁)의 기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선해야 한다는 것일 터인데, 선이란 고정적 개념이 아니라 실천적 행위를 통해서 발현되는 과정으로 본다. 타인과의 교섭 속에서 더불어 형성되는 것이 바로 선인 것이다. 단순한 시혜적 발상으로 그쳐서는 안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위의 단상들이 아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조카를 설득하던 도올의 탄식이 오래도록 아른거린다. 게임 중독에 대한 비판에 앞서 자신의 끝없는 식탐에 대해 고백한 모습이다.
최근 1일 1식과 같은 소식을 통한 건강서가 유행하고 있다. 꼭 1식이 아니더라고 배가 터지도록 먹지 않는 습관이 건강과 장수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유전자는 오래도록 배가 고픈 시절을 보냈기에 일단 먹을 수 있을때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양의 130% 정도까지를 취하게 된다고 한다. 즉 소식은 유전자의 욕망을 거스르는 강인한 의지가 작동했을 때 가능한 일인 것이다. 한의학을 공부한 도올마저도 이 식탐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는 고백을 할 정도이니, 소식은 얼마나 지난한 일일 것인가. 그의 고백이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식이 몸 건강의 지름길임을, 무소유가 정신건강의 핵심임을, 알지만 제대로 행하지 못함을 날마다 후회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