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가기를,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며 보냈던 수많은 날들이 떠오른다. 

할말이 너무 많아 아무 말도 쓰지 못할 것 같다. 상황과 환경에 확연한 차이가 있음에도 몇몇 장면은 『82년생 김지영』과 겹쳐진다. 

여자의 삶이 똑같이 하나의 모습이라는게 슬프다.  



내가 네 살 때, 스웨터 소매가 팔 위로 말려 올라가지 않게 손으로 소맷자락을 붙들고 코트 입는 법을 가르쳐준 아버지에 대해서는 오직 자상함과 배려의 이미지만 남아 있다. 그의 말이 곧 법인 가장,식구들에게 호통을 치고, 말대꾸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가장, 전쟁 영웅이나 일터의 영웅, 그런 아버지는 나는 모른다. 나는 그저 내 아버지의 딸이었다. - P26

게다가 어머니는 정리해야 할 영수증, 맞이해야 하는 부인네들, 풀어놓아야 하는 상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장미 나무 밑의 야생초를 뽑고, "이렇게 하면 피부가 좋아진단다"라고 말하면서 5월의 아침 이슬로 내 뺨을 문질러 나를 깨우는 여유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어머니는 언제 어디서나 독서에 몰입한다. - P33

그 점에서 나는 지역 소식을 알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저녁 식사 후에 신문을 훑는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나를 벗어나, 우리를 벗어나, 굳어진 낯선 그 얼굴이, 어머니가 빠져드는 그 침묵이, 꼼짝도 하지 않는 완벽한 부동자세에 빠져 무거워진 그 몸이, 나는 부럽다. 오후마다, 저녁마다, 일요일마다, 어머니는
신문이나 시립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때로는 새로 산 책을 꺼내 든다. 그러면 아버지는 "내가 말하고 있잖아, 그 소설책들 지겹지도 않아!" 하고 고함을 치는데, 어머니는 "이 이야기 다 읽게 좀 내버려둬"라고 대꾸한다. - P33

나는 나의 파렴치한 행동, 예를 들면 좋은 점수를 받으며 느끼는 기쁨, 보지 말아야할 것을 보는 즐거움, 어머니에게서 사탕을 훔치는 즐거움 같은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하지만 내 타고난 장난기, 나의 조심성 부족은 어떻게 해도 숨길수 없다. 공책에 얼룩을 묻혀놓고, 식탁에서 공부했다는 말을 어찌 감히 할 수 있겠는가. 바느질 천에 묻은 얼룩진 손가락 자국들, "청결은 영혼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여러분!" 내 본모습이 드러난다. - P78

이야기 속 여자들은 언제나 속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실패하고, 결국 행복은 와지끈 부서지고 만다. 브리지트는 그 부분에서는 실패했고, 나는 더는 브리지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게다가 완전한 헌신에 대한 그녀의 열광,한 남자를 사랑하면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그의 똥도 먹을 수 있다는 그런 열광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P96

아주 어려운 수학에 관해서,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어에 관해서, 예를 들면 루소에 관해서 그들에게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그들은 지루해한다. 여자아이들의 대수학 문제는 남자아이들의 문제와 견줄 수 없다. 우리 집에서나 학교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격려하지만, 그들과 함께 있으면 그런 성공은 오히려 결점이 되어버린다. - P125

내가 원하는 곳 어디든 자유롭게 가고, 점심은 먹지 않고, 방해받지 않고 내 방에서 공부하는 그런 자유를 누리는 처녀 시절. 결국 나는 고독을 상실할 것이다. 둘이 사는, 가구가 딸린 조그만 방에서 우리가 쉽게 격리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는 하루에 두 번 식사하기를 원할 것이다. 온갖 종류의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결국 재미없는 삶. 나는 이런 생각들을 내몬다.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자아를 걱정하고, 근본적으로 버릇없는, 외동딸이 하는 생각, 부끄럽다. - P171

점잖은 사람들은 비웃는다. 결혼의 결과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면 아예 결혼하지 마, 남자도 결혼하면 손해다, 주위를 둘러봐, 최저임금만 받는 사람들, 공부할 기회도 없었던 사람들, 종일 볼트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고, 아니야, 세상의 불행을 모두 다 긁어모아한 여자의 말문을 막아버리기란 너무나 쉬운 일이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내가 입을 다물 수밖에. - P206

시시포스와 그가 끊임없이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바위, 지평선을 등지고 산 위에 우뚝 서 있는 남자는 그럴듯하게라도 보이지만, 부엌에서 1년에 365번 프라이팬에 버터를 던져넣는 여자는, 멋지지도, 부조리하지도 않다. 그냥 여자의 삶이다. 그러면 대체, ‘당신은 체계적이지 않아‘는 무슨 말인가. 체계적, 여성들을 위한 멋진 말, 모든 잡지에는 조언들로 넘쳐난다. 시간을 버세요, 이렇게 저렇게 하세요, 내 시어머니 같다. 만약 내가 여러분이라면 좀 더 빨리하기 위해 이렇게 하겠어요, 하지만 사실 이런 비결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고, 우울해하지도 않으면서 최단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할 수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 P214

공원에서 우리는 여자들끼리 벤치에 조용히 앉아 있거나, 오후 한창때 오솔길 사이로 한가롭게 산책을 한다. 시간을 죽이며,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며. 여자들이 내 아이의 나이를 물어보았고, 그들의 아이와 치아, 걸음, 청결 상태를 비교했다. 나중에 아이가 걷게 되고 다른 아이들과 놀게 되었을 때, 우리는 날카롭게 감시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 P218

그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길거리의 사람들을 밀치면서 안시를 돌아다닌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벤치에 앉아서, 오후가 흘러가기를, 아이가 어서 자라기를, 기다려본 적도 절대 없었다. 그는 일이 끝난 후,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조용히 안시를 구경했고, 그에게는 모든 공간이 자유로웠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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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아롱이가 모든 학생이 필히 가입해야 하는 특별활동반에 들어갔는데, 원하던 반(바둑반)에 들어가지 못하고 과학실험반에 가게 됐다. 외출하고 돌아오니 엄마, 내가 가려던 반이 마감됐어요, 3분만에, 하길래, 원래 1분 안에 마감이야, 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원치 않은 과학실험 반에서는 하필이면 손이 많이 가는 생태기둥 테라륨 만들기가 과제였다. 1.5리터 패트병이랑 고운 흙은 개인이 준비하고 씨앗과 자갈, 물풀, 송사리 3마리는 학교에서 준비해줬다. 집으로 오는 중에 한 마리가 죽었다. 굿바이, 송사리. 



뚜껑을 양파망 같은 망으로 막고 자갈, 흙을 깔고 씨를 심었다. 손으로 간신히 잡을 만한 씨를 네 칸으로 나눈 흙 위에 종류대로 심었다. 그 아래에는 물을 받아 물풀을 넣고, 송사리 2마리를 풀어줬다. 이틀이나 지났을까. 얇게 깔린 흙을 뚫고 새싹이 자라났다. 생명은 얼마나 위대한가. 얼마나 놀라운가. 씨가 너무 작아 넉넉하게(?) 묻었는데, 세상에, 작은 새싹들은 흙을 밀어내고, 서로 어깨를 걸고 세상을 향해 얼굴을 내밀었다. 이 작은 씨앗들이 살겠다고, 빛을 보겠다고, 자라나겠다고, 어기영차 힘을 내는 모습이 신기했다. 한편으로는 끈질긴 생명력이 부담스러웠다. 손으로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씨앗이, 죽은 것처럼 보였던 작은 씨앗이, 흙 속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영양분을 섭취하고 물을 마시고 햇볕을 쏘고 나서는, 새로운 존재로 변신했으니 말이다. 예전의 씨앗은 잊어라. 나는 새싹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작은 새싹들이 너무 당당해서 조금 무서웠다.

 


그렇게 생태기둥 테라륨 2층이 번성하는 와중에 1층에 살던 송사리 두 마리가 죽었다. 볕이 너무 잘 들면 물이 뜨거워질까 베란다 한쪽에 잘 보관했는데. 부지런한 물질이 안 보여 물풀 속에 숨었나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물풀에 걸려있는 송사리를 발견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활기차게 움직이며 즐겁게 수영하던 송사리들이 이제는 죽었다. 썩고 있었다, 송사리 두 마리가.

 


생명이 있을 때는 그 작은 씨앗조차도 그렇게나 활발하고 당당하고 예쁘건만, 생명을 잃은 송사리는 무서운 흉물이 되어버렸다. 생명이 있을 때와 생명이 없을 때. 그 얇은 간극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사는 것과 죽는 것. 생명있음과 생명없음. 삶과 죽음

 

 


죄 많은 사람을 공격할 때, 죽음은 진정 공포의 제왕답다! 동정심 많은 사람은 어떤 위로도 찾지 못하고, 영원히 헤어지는 것을 두려워할 뿐이다. 살아남은 자들도 각자의 길을 마쳐야 하니, 다시 만나자는 인사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검다! 무덤은 진정 망자를 받아들인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죽음의 고통이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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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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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이 상상하기 어려운 두 사람의 시간은, 은영과 인표가 함께 보냈던 시간과 닮아 있을지 전혀 다를지 궁금했다.

마음속에서 부실한 선반 같은 것들이 내려앉는 소리가 났다. 어두운 곳에서 낡은 나사에  매달려 있던 것들이 결국에는 내려앉는 그런 소리였다. 여기 계속 있을 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도 있을 듯한데,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47)

 


외국소설과 한국소설의 좋음지점이 다르다. 외국소설의 경우는 시대나 배경, 주인공의 성, 인종 등의 점프를 통한 ‘새로운 경험이 소설 읽기의 중심이 된다. 나는 흑인이고, 남자아이고, 고아이다. 나는 미혼모의 딸이고, 그 동네에서 제일 가난한 집 막내딸이며, 그리고 워킹맘이다. 여기는 대학교 캠퍼스이고 여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고 여기는 미국이어서, 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나를 상상한다. 한국소설은 다르다. 한국소설을 읽는 나는, 작가가 말하는경험을 이미 경험한 사람이다. 나는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알(것 같), 이상한 일인지 알면서도 왜 그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작가가 말하는마음속의 선반이 내려앉는 소리가 뭔지 안다. 그래서 좋다.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고등학교 동창과 통화하는 그런 기분이다.

 




넷플릭스 예고편과 유튜브 클립을 몇 개 보았는데 안은영 역에 정유미가 너무 잘 어울려 이 책은 정유미 때문에라도 영화화 됐어야 했다, 는 생각이 들었다. 한문 선생님이 좋아하는 배우인 건 감사한데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한문 선생님과는 많이 달라서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졌을지 그것도 궁금하다. 안은영이 힘이 딸릴 때마다 충전하는 게 좋았다. 충전 방식이 뽀뽀나 키스, 섹스가 아니라 한문 선생의 손을 잡는 것이어서 더 좋았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시간 속에서 손을 잡는 것만큼 매력적인 접촉방식이 있을까 싶다. 가장 떨리고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오랫동안 사용 가능한 사랑 충전 방식, 손잡기. 손잡기를 애용하자.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자. 그 손을 잡고 내 삶을 충전해가자. 이상 안은영식 손잡기 캠페인.

 


결말이 너무 안전한 선택 아니었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 일부러 뺀 것처럼 로맨스적 장치를 뺀 듯했지만 마지막 그림은핑크빛 사랑이 담뿍 담긴 커플이었으니 말이다. 한 사람만을 위한 심장을 믿지 않았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가끔 폭풍우가 불어닥칠 때는 어깨를 파묻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인간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에게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듯 내게 필요한 사람도 딱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 사람, 딱 한 사람. 바로 그 사람.

 

 

요즘 고딩 사이에서는 곱창이 유행이다. 먹는 곱창 아니고 굵은 머리끈 곱창이다. 20년 전 유행이 다시 돌아온 듯하다. 아니다, 어쩌면 20년 내내 유행했는데 나만 몰랐을 수도 있겠다. 하여튼 유행에 민감한 우리 집 패션 리더에게 곱창을 몇 개 사줬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놀랐다. 검색 전문가 패션 리더는 링크를 보여주며 여기에서는 곱창 30개에 11,000원이라 굳이 알려주기에 심기 관리 차원에서 주문해줬다. 30개 중에서 내가 고른 게 이렇게 4개다. 며칠 전만 해도 나는 정세랑 덕분에 신비한 능력을 소유한 초강력 곱슬머리였는데, 이번 문단을 지나오면서 세련되지 못하고 정신없이 산만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결론적으로는, 이상한 능력을 소유한 초강력 곱슬머리의 정신없이 산만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인표는 꽃무늬를 싫어했다. 꽃에 반감이 있다기보다는, 그게 너무 쉬운 선택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꽃무늬를 고르는 사람들은 대체로 세련되지 못하고 정신없이 산만한 편이라는 게 인표의 속생각이었다. 꽃무늬 원피스도 꽃무늬 가방도 싫다. 신발이라면 더더욱 싫다. 은영에겐 열대의 꽃이 다홍색으로 크게 번지는 블라우스가 있었고, 잔꽃들이 바랜 색으로 가득한 어정쩡하게 긴 원피스도 있었고, 복주머니처럼 힘없이 생긴 인조가죽 가방 안쪽은 뜬금없이 꽃무늬 안감이었고, 지갑조차 낡은 꽃무늬의 비닐 코팅 장지갑이었다. 별로 여성성을 강조하는 타입도 아니면서 은영은 늘 꽃무늬를 골랐다. (239)



 


 

은영은 다른 종류의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가, 어느새부터인가는 보상을 바라는 마음도 버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친절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만약 능력을 가진 사람이 친절해지기를 거부한다면,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치관의 차이니까.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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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5-17 2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기만 하고 글은 못 쓴 책... ㅎㅎㅎ 다시 읽어야 겠네요.(언제쯤?) 막 단발머리님 말씀 뭔지 알겠고 막 막 .. ㅎㅎㅎ

곱창끈 유행 돌아온 거 맞네요! 20년도 전에 했던 건데!! 오래된 곱창 얼마전에 하나 버렸음.ㅎㅎ 근데 곱창 이름 바꿀 수는 없나 급 생각이... 듭니다...ㅎㅎㅎㅎ

청아 2021-05-17 20:29   좋아요 2 | URL
그쵸?!! 채식 이름으로요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17 20:32   좋아요 2 | URL
난티나무님 / 다시 읽어도 좋으실듯합니다 ㅎㅎㅎ 유행은 돌고 돌아서 말이지요. 오래된 거는 다 레트로라 하대요.

미미님 / 채식적 이름으로 뭐가 좋을까요. 꼬불꼬불하면서도 동그란 거니까.... 어니언링?
실용편: 너 어니언링 새로 샀구나! 완전 이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5-17 20:33   좋아요 1 | URL
으핫! 어니언링 너무 좋은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17 20:35   좋아요 2 | URL
괜찮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님도 다른 거 추천해주세요! 채식으로다가요!!

청아 2021-05-17 20:38   좋아요 2 | URL
음...채식은 아니지만 꼬불이 어때요? 야채조차 다치지 않게ㅋㅋㅋㅋㅋㅋㅋㅋ그저 관념만으로ㅋㅋㅋㅋㅋ
난 어제 꼬불이 두개 샀잖아ㅋ

단발머리 2021-05-17 20:39   좋아요 1 | URL
와아아아아!! 꼬불이 괜찮은데요!! 👍🏼👍🏼👍🏼👍🏼👍🏼근데 저는 왜 꼬북칩 생각나지요? 🤔

청아 2021-05-17 20:41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간식먹을 시간인거죠😆 딩동딩동!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17 20:43   좋아요 2 | URL
전 방금 팥죽 한 그릇 때린 사람이라는 사실과 요즘 꼬북칩 중에는 웬일인지 초코꼬북칩이 계속 할인중이라는 사실을 알려 드리는 바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5-17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 소설과 한국 소설의 좋은 점 다른 거 비유 참 좋네요~👍
저는 당분간 한국 소설은 안 읽을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지만, 언제가 문득 그리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손잡으면 충전되는 거 너무 좋아요~ 멀리 있으니 저는 리모컨 하이파이브로 단발머리님께 충전을 받겠어요~🙏

단발머리 2021-05-21 10:34   좋아요 1 | URL
좋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기뻐하고 있습니다요^^
기회가 된다면 붕붕툐툐님과의 더 격렬하고 화이팅 넘치는 실사 하이파이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근데 왜 당분간 한국 소설 읽지 않으실 거라 느끼시는지 좀 궁금하네요~~~~

붕붕툐툐 2021-05-21 11:07   좋아요 0 | URL
실사 하이파이브~😍
어쩌다보니 쌓아놓은 읽을 책 리스트가 다 외쿡 작가라서요~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21 11:13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외국 여행 무사히 마치시고 곧 돌아오시어요!🤗

psyche 2021-05-18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외국소설과 한국소설의 좋은 지점이 다르다는 설명이 정말 찰떡이네요. 딱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안그래도 저 작년에 한국에서 곱창 사 왔어요. 첨에 동생이 언니 곱창 사가라길래 먹는 곱창을 사가라는 줄 알고 뭔 소린가 했다는... ㅎㅎ 영어로는 scrunch라고 부르더라고요.

단발머리 2021-05-21 10:37   좋아요 1 | URL
프시케님도 그렇게 느끼셨다니 저의 느낌이 맞은 걸로 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
한국에서 곱창이 유행이 맞긴 하네요. 미국까지 물 건너 갔군요. scrunch는 곱창머리끈이라고 나오네요. 미미님이랑 저는 어니언링이랑 꼬불이를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5-20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 너무 좋다. 인용하신 문장도 좋아요. 이 책 이미 읽은 책인데, 그리고 이미 정세랑 한껏 좋아하다가 이젠 좀 시들어진 편인데(시선으로부터 에서 저는 좀 매력이 반감됐어요), 근데 이 페이퍼 너무 좋고 인용문 너무 좋고, 맞아 정세랑이었지, 역시 좋아.. 했네요.

곱창 30개에 11,000원이라니. 그것도 좋네요. 뭐, 저는 이제 곱창 필요없는 사람이지만..


아니, 그리고 저 역시도 손잡기를 예찬합니다. 손잡기 너무 좋지 않나요? 손잡는게 짱이에요. 손잡는 걸로 다 돼요.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손잡기로 판가름 나는 것 같아요. 크-
충전을 뽀뽀로 하면 진짜 제가 책 속으로 들어가서 다 부숴버리고 말았을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1-05-21 10:40   좋아요 1 | URL
저는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 너무 좋다‘를 위해 이 페이퍼를 쓴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시선으로부터 읽는데 매력이 반감되고 있어 나 왜 이러지? 하고 있었단 말이지요. 무려 그 책은 제 책인데 말이에요. 역시나 나의 느낌은 옳았어요. 전 그래도 정세랑 몇 개 더 읽으려고 해요. 제가 애정합니다, 정세랑!!!

손잡기 충전법은 많이 장려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연애 초기에만 많이 애용되지 않나 싶어요. 지긋한 부부들이 손잡고 걸으면 의심의 눈초리가.... 진짜 부부라면 손을 잡지 않을텐데.... (허걱)
 














































올해의 첫 책으로 고른 책이 정세랑의시선으로부터였다. 계획을 잘 세우지도 않거니와 지키기는 더 못하는 사람이라 이제 더 이상 실망하지도 않지만, 아무튼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10만 부 기념판을 올해의 첫 책으로 계획하기는 했다. 구입만 해놓고 저 구석에 보관(?)해 뒀는데 유키즈에 출연한 정세랑을 봤다. 유키즈를 자주 보기는 하지만 정세랑 작가가 출연한 건 몰랐는데 알라딘 이웃님이 알려주셨다.(^^) 유재석 옆에 앉은 정세랑은 한없이 유쾌하고 명랑해서 모니터 밖의 나마저 기분이 좋아져 금방 웃게 하는 긍정적인 기운이 충만했다. 지금 읽는 책은 『보건교사 안은영』.



속도 없는 젤리피시만 보건실에서 너울거렸다.

심한 곱슬머리면 가끔 이상한 영향력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서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빗나갔네.”

은영은 당황스러웠다. 민우와 지형이 둘 다 곱슬머리라는 점이 제일 유력했는데 말이다. 민우는 물론 수세미 같은, 대책이 서지 않는 곱슬머리였고 지형은 줄리앙 석고상 같았지만…… (69)



어제밤에 이 문단을 읽는데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심한 곱슬머리면 가끔 이상한 영향력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는데(소설가의 말을 믿는데 진심인편), 나는 심한 곱슬 정도가 아니라 미용실 3-4곳의 원장님들로부터 강력 악성 곱슬 판정을 받았던 사람으로서, 내게는 이상한 영향력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를 생각하는데, 간만에 커피 2잔을 마셔서 그런 거 같기도 하면서, 하여튼 가슴이 두근두근 쾅쾅 두근두근 쾅쾅했다. 아침에는 소설 안 읽는데 오늘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정세랑을 모르고 지냈다니. 세상에, 정세랑을. 이런 정세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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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14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정세랑도 책이 꽤 많군요. 사람들이 정세랑 참 좋아하던데, 그 매력이 뭘까 궁금하지만 아직 한 권도 안 읽어본 저... ㅋ

단발머리 2021-05-14 10:22   좋아요 3 | URL
우앗! 저 잠자냥님 서재에서 아름다운 글을 읽고 있었는데 여기 다녀가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어제부터 정세랑 좋아하게 됐어요. 역시 다는 아니겠지만 5권 정도는 읽어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무척 바쁘고 즐겁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5-14 10:26   좋아요 2 | URL
제겐 신나고 재밌는 이야기의 작가에요. 읽고나면 에너지 드링크 (새콤달콤) 처럼 기운이 나거든요. 근데 밥이랑 다른 메인 디쉬랑 차이는 있죠.. 보약까지는 아니고, 하지만 가방에 하나는 있으면 좋고 마시면 기분 좋고! ^^

단발머리 2021-05-14 10:28   좋아요 1 | URL
그거에요, 그거!! 제가 어제밤에 그랬다니까요. 매일 9시 30분부터 식탁에서 병든 닭처럼(닭 미안) 꾸벅꾸벅 조는데 11시 넘어서도 책장을 넘기고 있었더니, 식구들이 무슨 책이냐고. 왜 안 자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너지 드링크 마시고 있어서 오늘도 기운빵빵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5-14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만큼 가까이...만 읽어봤는데, 호밀밭이나 노르웨이 숲보다 좋았습니다. 근데.. 그땐 야 좋다, 했다가 이 사람 이름을 잊어버려 한 권도 더 읽지 않았다는 거. ㅋㅋㅋ 반성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05-21 10:41   좋아요 2 | URL
이 댓글 정세랑 작가가 꼭 봐야하는데 말이지요. 당신은 호밀밭과 노르웨이 숲의 경지를 넘은 사람입니다. ㅎㅎㅎㅎㅎㅎ
반성은 하지 마시고요, 앞으로도 정세랑 사랑해주세요! 전 이만큼 가까이 읽으러 갑니다^^

독서괭 2021-05-14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프티피플 한권 있는데 아직 안 읽었네요.. 단발머리님이 다섯권 얼른 읽으시고 리뷰 써주시면 저도 피프티피플을 꺼내어 읽겠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1-05-21 10:42   좋아요 1 | URL
제가 엄청 부지런해져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지금은 시선으로부터 읽고 있고요. 다음은 이만큼 가까이인데, 정세랑 작가책이 인기가 많네요. 기다려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5-14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다는 그 정세랑!! 근데 제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아직까지 피프티피플 딱 한 권만 읽음~ㅋㅋㅋ 보건교사 안은영 읽고 싶은 타이밍은 대출 대란이어서 못 읽고 그 시기 지나니 저도 시들해져서 못 읽고 있었네용~ 단발머리님 애정 작가에 추가할까용?ㅎㅎ

단발머리 2021-05-21 10:44   좋아요 1 | URL
일단 보건교사 안은영은 절대 추천합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작가가 들인 노력에 비해 금방 읽을 수 있어 미안하고 아쉬운 책입니다. 전 시선으로부터-이만큼 가까이-피프티피플, 일단 요 순서로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당근!!! 으로 정세랑 제 애정 작가에 추가해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an22598 2021-05-16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만큼 가까이]이 별로여서 정세랑작가가 안중에 없다가.[보건교사 안은영] 읽고 너무 좋아서 그 이후로 2권 더 읽었었어요...이야기 너무 재밌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귀염귀염하고 유쾌해서..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ㅎㅎ 비타민 같은 작가. 정세랑!!

단발머리 2021-05-21 10:45   좋아요 1 | URL
아.... 이만큼 가까이에도 서로 다른 평가가 공존하는 여기는 아름다운 알라딘 나라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전 캐릭터가 좋더라구요. 안은영 같은 경우 자기가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보상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일이니 내가 한다, 이런 느낌 너무 좋았어요. 비타민 같은 작가, 정세랑! 비타오백이 되어라!!!

물까치 2021-05-17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선으로부터 읽고 너무 좋았고 이어서 피프티피플도 읽었어요! 뭔가 나혜석 같기도 한 멋쟁이 심시선 할머니.. 정세랑 작가님은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이 풍부하신거같아요.

단발머리 2021-05-21 10:47   좋아요 2 | URL
네, 전 지금 시선으로부터 읽고 있는데, 보건교사 안은영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좀 다른 느낌이 나는 건 사실입니다. 이제 반 정도 남아서 앞으로가 기대되기도 하구요. 더 많은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작가인거 같아요, 정세랑 작가는. 유키즈에서 허리가 안 좋다고 하던데 운동도 열심히 하고 그래서 오래오래 작품활동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알라딘 이웃님이 극찬해 마지않는보이지 않는 잉크』를 읽고 있다. 알라딘 이웃님은 여러 번 모리슨 읽기를 권했는데, 사고의 폭과 깊이에 크게 감명받은 듯했다. 내게는 좀 어렵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어렵네라고 말하는 순간, 내 안의 편견도 같이 드러난다. 토니 모리슨의 말, 인터뷰, 에세이는 어렵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추정. 그녀가 흑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배제하고 내가 이렇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 나는 어려운 책을 읽고 있다.

 


2011 3 1,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의 특강 프로그램의 강연 제목이 보이지 않는 잉크. 토니 모리슨은 알아보는 독자가 발견하기 전까지 행간에 그리고 행의 안팎에 숨어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 잉크라고 말한다. 또한, 쓰이지 않은 것이 쓰인 것만큼 의미심장하기에 의도적인 공백, 의도적으로 유혹하는 공백을 알맞은독자가 채워가며 텍스트를 온전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21) 능동적이고 활성화된 독자를 쓰기에 참여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방식이다.

 

보이지 않는 잉크가 행간에 숨겨져 있어 독자의 발견을 기다리는 데 반해, ‘흰 잉크는 이미 쓰여 있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의미한다. 엘렌 식수가 말하는 그대로다.

 



여성 안에는 언제나 최소한 약간의 좋은 모유가 늘 남아 있다. 여성은 흰 잉크로 글을 쓴다. (21)

 


글을 쓴다는 것은 행위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여성에게 자기 고유의 힘에 접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여성과 그 성, 여성과 그녀의 여성으로서의 존재와의 탈-검열화된 관계를 실현시킬 것이다. (19)

 

 

인류의 역사는 승자의 역사이며, 백인의 역사이고, 서구의 역사이며, 남성의 역사임을, 사람들은 모른 척한다. 여성에게는 자신의 역사를 기술할 기회가 없었다.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쓸 수 없었고, 종이가 없었고, 잉크는 흰색이었다. 써라. 글을 써라. 너 자신의 글을 써라. 너 자신의 육신을 글로 써라. 남자들의 규칙과 코드를 무너뜨리는 새 언어로 써라. 엘렌 식수의 명령이 귓가에 울린다.

 

 


2013년이니까 본격적으로(?) 페미니즘 도서를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 『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여자, 여자로서의 삶, 여자의 일생, 어머니, 어머니라는 이름, 어머니의 위대함 그리고 엄마. 이런 류의 책에 딱 질색인 내가 그림(그림: 장차현실)에 끌려 무심코 책을 펼쳤고, 내 처지에 딱 맞는 문장을 만났다. 반가웠고 한편으론 절망했다.

 



다음날 아침이 지나면 집은 다시 거짓말처럼 어질러져 있다. 벽에 기대 앉아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다. 어디부터 또 손을 댈까. 아기는 자기만 보아달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옆에서 머리를 바닥에 박아댄다. 집이 나에게도 쉬는 곳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나는 집을 나가서 쉬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30

 








이런 책, 이런 문단은 또 어떤가.

 

아이에 대한 사랑과 직업적 성취 사이에서 자아가 찢기면서 날마다 울었습니다. 남편을 원망하고 미워했습니다. 내가 내 경력을 만신창이로 만들면서 고통받을 때, 남편은 아무것도 잃지 않았으니까요. 같은 학교에서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데, 저는 만신창이가 되고, 남편은 아무런 손실도 입지 않은 책 어엿한 4인 가구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제 모성애로부터 막대한 수혜를 입었습니다. 남성이라는 것 자체가 이토록 강력한 권력이라는 것을 저는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모성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서 아이를 24시간 어린이집에 맡겨도 괜찮으면 좋으련만,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대부분의 엄마가 경력 단절 여성이 되는 이유이고, 절차입니다.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59)

 

 


나는 아이를 둘 낳아 기르면서 인간적으로 성장했다. 부모님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알게 됐고 이 세상을 살 동안에는 도저히 바다와 같은 그 은혜를 되갚아 줄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이미 성숙한 상태로 부모 혹은 엄마가 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안다. 난 그러지 못했다. 축복받은 결혼이었고 예정된 임신이었고 기다리던 출산인데도 그랬다. 포기하되 기쁘게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꾸 행복하다고 말했다. 행복했다. 그 자체로는 진실이다. 하지만 그 시간, 길지 않은 육아의 시간 동안, 남편과 양가 부모님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와중에도 나는 외롭고 슬펐고, 방황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내가 읽었던 책 어디에도 그때 내 실존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답이 없었던 게 아니라, 질문이 없었다. 답변이 미흡한 게 아니라 의문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저번 주에 도서관을 거닐다가 책 제목에 엄마도서관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책을 보게 됐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이고,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반가운 마음에 일단 대출해서 가져왔다. 집에서 살살 넘겨보는데, 내용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도서관을 통한 육아가 중심이었다. 좀 아쉬웠던 건 도서관 영어책을 통한 아이 영어교육 챕터였다. 이런 구성이 일면 이해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전업주부가 도서관에 열심히 출입하고 부지런히 책을 찾아 읽는 것은, 책 육아를 통해 아이를 잘 교육하고, 영어도서를 통해 아이에게 효과적인 영어 학습을 하기 위해서라는 뻔한 결론이, 여기 하나 더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쓰기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업주부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그것뿐인 사회라면 개인으로서는 실내 인테리어, 부동산 투자와 더불어 자녀 교육이라는 임무에 매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쉬움이 남지만, 이것마저 여성의 일이며, 여성에게 맡겨진 것이고, 여성이 기록으로 남겨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부터는 아니 에르노의얼어붙은 여자』를 읽는다. 작가 스스로는 소설로 명명했지만, 독자들은 모두 자전적 이야기로 읽는다는 소설 아닌 소설. 원피스를 입고 나무를 타는 자유로운 에르노는 공부에만 신경 쓰라는 어머니의 격려 속에 자라나지만, 결혼 이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빠진다. 공부하는 여자가 겪는 사소하고 거대한 고민들. 여자가 제대로공부할 때 일어나는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일들을. 에르노는 썼다. 에르노는 자신을 글로 써서 자신이 겪은 불합리함을 세상에 내보였고, 그리고 똑같은 일을 겪고 있는 이 세상의 수많은 여성들에게 그것이 그들의 일이 아님을 밝히 보여주었다. 에르노가 써서 가능했다. 에르노가 보여줬다. 자신을 글로 써서, 에르노가 보여줬다.

 


 

소꿉장난 같은 식사 때문에. 대학 식당은 여름에 문을 닫았다. 정오와 저녁에 나는 냄비 앞에 혼자가 된다. 나는 그보다 더 요리를 잘하지 못했다. 그저 빵가루 묻힌 송아지고기 커틀릿, 초콜릿 무스나 할 줄 알았지, 특별한 것은 할 줄 몰랐다. 그나 나나, 어머니 치마폭에서 요리를 도운 과거가 없었다. 왜 둘 중에서 나만 이것저것 해봐야 하나, 닭은 얼마나 오랫동안 삶아야 하는지, 오이의 씨는 제거해야 하는지, 그런 걸 알아보려고 왜 나만 요리책을 탐독해야 하고, 그가 헌법을 공부하는 동안 당근 껍질을 벗기고, 저녁을 먹은 대가로 설거지를 해야하는가? 어떤 우월성의 명목으로 이런 일이 가능한가?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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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3 0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3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3 0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3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3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5-13 09: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토니 모리슨 전작에 도전하고 있
습니다.

일단 11편의 소설은 모두 섭외해 두었
습니다. 심지어 <홈>도 원서로다가...
번역서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읽은 소설은 모두 7개네요. <자비>는
인연이 있는 책이라 재독해야 하는데
게으름 탓에 미루기만 하네요.

물론 <잉크>도 7월에 중고서점에서
업어올 예정입니다.

단발머리 2021-05-13 09:35   좋아요 3 | URL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레삭매냐님의 전작 도전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음이 갑니다. 11권을 미리 준비하는 그 치밀함에도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구요. 전 모리슨 작품은 두 권 읽었거든요. 저도 모리슨 전작읽기 도전! 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작년에 외쳐둔 버지니아 울프 전작 읽기!가 아직도 지지부진해서 모리슨 작가님을 잠깐 미뤄두려 합니다.
레삭매냐님의 잉크 입수기도 기다리겠습니다^^

잠자냥 2021-05-13 1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단발머리 님 말씀에 공감. 좀 쉬운 에세이 생각하고 집어들었다가 어려워서 콰쾅- 놀랐어요. 그런 한편 아, 토니 모리슨 역시... 멋진 여자, 똑똑한 여자... 강의도 한 번 들어보고 싶다 막 이랬다능.

단발머리 2021-05-13 11:22   좋아요 3 | URL
네 그러게요. 저는 읽다가 책을 다시 쳐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 글쎄, 표지도 책 모양새도 두께도 크기도 모두 ‘나 어렵다, 어려운 줄 알아라‘ 이렇게 생긴 거에요. 저의 무지와 센스없음을 새삼 깨닫고 있는 독서 중입니다.

그나저나 전 오늘 알게 된 정보 중에 잠자냥님 소세키 작품 다 읽으셨다는, 그 정보가 제일 놀라운데요. 게다가 한 번 더 읽기도 하신다고요? 잠자냥님은 혼자 48시간을 사시는 겁니까? 이게 질문 1이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세키 전집 읽기를 추천하시나요? 이게 질문 2입니다^^

잠자냥 2021-05-13 11:29   좋아요 1 | URL
제가 서른 초반... 아 나 스무살 잠자냥이지;; 10대 초반부터 읽기 시작해서 야금야금 하나씩 읽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소세키 전집 읽기 추천합니다... 오, 생각난 김에 페이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05-13 11:41   좋아요 2 | URL
스무살 잠자냥님!! 어쩜 이리 이른 나이부터 읽기의 즐거움을 아셨는지요. 특히 스무살이시라니. 이런 독해력에 이런 끈질김에 더해 젊음이라는 강력한 자원을 소유하고 계신 잠자냥님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저는 <마음>이랑 <문>이랑 한 권 더 읽었는데 기억은 안 나네요. 심심한 소세키를 좋아합니다만 <산시로>에서 좀 헤매고 그랬습니다. 페이퍼 올려주신다니 기대만발입니다. 박수치는 사람 저 혼자 아닙니다. 제 옆에, 그 옆에, 옆에 옆에 사람들, 떼로 박수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1-05-13 12:00   좋아요 2 | URL
저는 소세키 취향 딱히 아니지만 어쨌거나 잠자냥 님의 소세키 특집 페이퍼 기다리겠습니다. 벌써부터 증거사진 기다려져요. 증거사진을 내놓으세요!! >.<

잠자냥 2021-05-13 12: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증거 사진 집에 가서 찍어야 하니까 페이퍼는 낼 올리겠습니다! 사진과 함께-

단발머리 2021-05-13 13:08   좋아요 1 | URL
우아하하하하하하하!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기대만발 소세키 특집 페이퍼!!!!

독서괭 2021-05-13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문장 한문장 모두 공감하며 읽었습니다ㅜㅜ 저도 두아이 키우는 엄마인지라..휴....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읽고 있어서 다 읽고 <보이지 않는 잉크> 읽어보려 했는데 단발머리님이 어렵다고 하시니 많이 어려울 것 같아 고민되네요.. <얼어붙은 여자>도 찜해 둔 책이예요!

단발머리 2021-05-13 11:24   좋아요 2 | URL
<보이지 않는 잉크> 어렵지만 꼭 끝까지 읽어보고 싶어요. 저도 아직 읽는 중이거든요. 친구는 원서를 사고싶다! 이런 이야기도 했더랬습니다. <얼어붙은 여자>도 찜해 두셨다니 반가워요. 저는 친구들이 노래하는 ‘에르노‘, 이 책도 에르노 이름만 보고 대출해왔는데, 이틀을 에르노와 함께 했습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유부만두 2021-05-13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리슨 책이 어렵군요. 아직 안 시작했..... (하하하, 온라인 보관함 뿐 아니라 오프라인 우리집 보관함에도 책이 많다우)
그런데 소세키 책 전 두 권 밖에 안 읽었는데요, 찌질한데 은근 안 미워요. ‘그후‘는 애정합니다. 그래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길티 플래저) 좋아합니다.

단발머리 2021-05-13 11:43   좋아요 1 | URL
전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평소와 다름없이 말이지요) 읽었는데 구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렵지만 좋으네요.
앗! 그리고 제가 기억 안 난 그 책이 <그 후>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님 댓글보니까 생각납니다.
제가 유부만두님 오프라인 보관함을 엄청 부러워하잖아요. 그 우아한 자태를 말이지요.

- 2021-05-13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페미니즘 공부하며 보이지 않는 잉크와 흰 잉크라는 단어가 너무 슬퍼서 애간장이 녹았었어요. 이제 우리는 우리를 써요. 잘 모르겠는 마음을 써요. 흰종이에 마음이 마음대로 안되더라도. 저도 보이지 않는 잉크도 읽겠사와요. 그리고 그리고 이 페이퍼 너무 슬프고 아름답고 소중하게 읽었어요..

단발머리 2021-05-13 12:12   좋아요 2 | URL
이 페이퍼가 그렇게 근사하고 뭐 그렇지는 않지만 이 페이퍼 제목은 꼭 쟝쟝님한테 바치고 싶어요.
엘렌 식수의 당부....잊지 말아요.

그대 자신을 글로 써라.

- 2021-05-14 18:17   좋아요 0 | URL
그릅시다. 그대 자신들을 글로 써보입시다!!! 뭐랄까. 고스란하게 전해졌어요. 어떤 언어에도 정착을 하기 어려웠을 (심지어 그게 페미니즘이라고 하더라도) 단발님의 마음이.

다락방 2021-05-13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니 모리슨 책 저도 (아마) 샀는데, 아아 어렵다니. 각오 단단히 하고 읽겠습니다.
게다가 아니 에르노의 인용하신 문장 참 좋네요. 아니 에르노.. 크- 아니 에르노 저 책도 사서 읽겠습니다.
아 왜이렇게 살 책 많아요. 어제였나 그제였나 10만원어치 주문한 책 아직 박스 도착도 안했는데요.

<내 날개옷은 어디갔지?>의 인용하신 문장도 절절하네요.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또 한참 곱씹었을 단발머리님을 떠올려봅니다.

단발머리 2021-05-13 12:10   좋아요 1 | URL
저는 아니 에르노 여러분들이 그렇게나 외치실 때 왜 안 읽었는지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아니 에르노 이름 보여서 도서관에서 들고 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제가 거의 다 읽어가서요. 다음 리뷰도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 책 엄청 많지요 ㅋㅋㅋㅋㅋㅋ책이 얼른 도착해서 아름다운 책탑 사진 볼 수 있었음 하네요.

저는 이제 날개옷은 없어졌다는 걸 확인해서요. 다른 옷 찾고 있어요. 날씨가 더워져서 반팔에 반반지도 괜찮을거 같고요.
다락방님의 응원과 응원과 응원, 항상 감사해요.

다락방 2021-05-13 1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태그 보고 꼭 댓글 달고 싶네요.

고! 추!

단발머리 2021-05-13 12:11   좋아요 1 | URL
라고 제가 명시적으로 태그 달았다는 것을 알아주는 다락방님의 세심함에 기립박수 보냅니다. 짝짝짝!!!

잠자냥 2021-05-13 12:33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 북플로 보다가 꼭 다시 서재로 와서 확인한 1인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13 12:38   좋아요 1 | URL
언제나 환영합니다!!! 꼭 다시 서재로 봐주시는 센스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5-1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러비드>도 읽다 어려워서 포기했는데, 이 책도 어렵다니, 전 토니 모리슨을 읽기엔 능력이 부족한가 봅니다. 저런~ 언제쯤 다시 도전을 해야할지..ㅠㅠ

단발머리 2021-05-14 10:36   좋아요 1 | URL
저도 빌러비드 어려웠어요. 이 책은 그런것 같아요. 어렵지 않겠지,라는 예상을 깔고 시작했거든요, 저는요. 그래서 어려웠던 거 같아요. 토니 모리슨의 문학론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오히려 어렵다는 생각없이 접근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