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첫 책으로 고른 책이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였다. 계획을 잘 세우지도 않거니와 지키기는 더 못하는 사람이라 이제 더 이상 실망하지도 않지만, 아무튼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10만 부 기념판을 올해의 첫 책으로 계획하기는 했다. 구입만 해놓고 저 구석에 보관(?)해 뒀는데 유키즈에 출연한 정세랑을 봤다. 유키즈를 자주 보기는 하지만 정세랑 작가가 출연한 건 몰랐는데 알라딘 이웃님이 알려주셨다.(^^) 유재석 옆에 앉은 정세랑은 한없이 유쾌하고 명랑해서 모니터 밖의 나마저 기분이 좋아져 금방 웃게 하는 긍정적인 기운이 충만했다. 지금 읽는 책은 『보건교사 안은영』.
속도 없는 젤리피시만 보건실에서 너울거렸다.
“심한 곱슬머리면 가끔 이상한 영향력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서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빗나갔네.”
은영은 당황스러웠다. 민우와 지형이 둘 다 곱슬머리라는 점이 제일 유력했는데 말이다. 민우는 물론 수세미 같은, 대책이 서지 않는 곱슬머리였고 지형은 줄리앙 석고상 같았지만…… (69쪽)
어제밤에 이 문단을 읽는데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심한 곱슬머리면 가끔 이상한 영향력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는데(소설가의 말을 믿는데 진심인편), 나는 심한 곱슬 정도가 아니라 미용실 3-4곳의 원장님들로부터 강력 악성 곱슬 판정을 받았던 사람으로서, 내게는 이상한 영향력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를 생각하는데, 간만에 커피 2잔을 마셔서 그런 거 같기도 하면서, 하여튼 가슴이 두근두근 쾅쾅 두근두근 쾅쾅했다. 아침에는 소설 안 읽는데 오늘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정세랑을 모르고 지냈다니. 세상에, 정세랑을. 이런 정세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