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잘하게 되면 빨리 하게 되는 것 같다. 세계 최고 수준의 피아니스트들은 누구보다 빨리 치고, 독서 훈련이 된 애독가는 빨리 읽는다. 청소, 빨래, 설거지에 능숙한 살림꾼에게 손이 빠르다고 하는 것도 같은 경우다. 후다닥 만든 음식이 맛이 없거나, 금방 해치운 설거지 상태가 엉망이면, 빠르다고 할 수 없다. ‘대충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나는 청소, 빨래, 요리가 모두 느린 데다가 미루는 습관까지 있어, 말 그대로 살림 못해 3종 세트를 구비한 사람인데, 오늘 아침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문 앞에 쌓여있던 습기제거제를 정리했다.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붙어있는 플라스틱 칼로 종이를 제거하고, 그 안의 용액을 하수구에 버리고, 플라스틱 통을 통통 털어 재활용함에 넣어 두었다. (내가 사는 중부지방에서는 장마철이 6월 말에서 7월 중순이고, 이 친구들은 여름이 끝나갈 무렵 임무를 마치고 퇴역했다. 그리고 오늘은 영하 11도의 12월 30일) ‘특수 마대에 넣어 배출해야 하는 지저분한 물건들은 그것대로 정리하고, 세탁실 옆면에 자꾸 결로가 생겨 바닥에 깔아 두었던 신문을 새 것으로 갈았다. 생활쓰레기 모인 것을 들고 나가 음식물 쓰레기와 같이 내다 버리고, 작은 아이 출석체크 & 자가진단 하라고 깨워 두고 제육볶음 휘저은 뒤, 상추를 씻는다.

 

상추 봉투에 검은 게 보여 자세히 보았더니 무당벌레. 너무 예쁜데 함께 살 곳이 없어 그럼 이만, 안녕을 고한다. (여러분, 한살림 상추에는 무당벌레 있습니다. 주황색 바탕에 검은 땡땡이 무당벌레 보고 싶으신 분들 한살림 애용해주세요) 잠깐 앉아 작은 아이 밥 먹는 거 바라보고, 친구 블러그에 들어가 동영상 하나 감상하고. 설거지를, 우리 집 식구 도대체 몇 명인가요. 아침만 먹었는데 설거지가 산 같아. 설거지를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10 20.

 


예전에 미니멀리즘 실천하시는 분이 동영상에서 살림살이가 적으면 살림에 사용하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하셨다. 나같은 경우 모든 살림을 줄여야 하는데, 냉장고, 냉동고의 식재료, 수납장 속 정체 불분명 물건들, 사용하지 않는 컵, 접시, 그릇들, 화장대 속 옛날 화장품, 옷장 속 옷들, 그리고 책장의 책들이 그렇다. 지상 과제다.

 


살림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니 마음에 쏙 드는 책이 이 책이다. 3배속 살림 처리되면 모두에게 알려 드리리.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은 이런 책들. 코끼리 빨강 색연필 새로 샀다. 정확한 색상명은 보르도. 보르도로 줄을 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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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0-12-30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림못해 3종 세트 여기에도 있습니다.ㅋㅋㅋ
저는 어제 상추 씻다가 작은 민달팽이 나와서 얘를 죽여 말아 1초간 고민하다가 마당에 방생했어요. 텃밭 아닌 텃밭으로 흉내 내본 경험으로 달팽이들은 무조건! 텃밭의 적임을 알게 되었는데 지금은 안 하니까 그래 너도 살아라, 방생.ㅎㅎ
무당벌레는 우리집에도 가끔 집안에서 출몰하는데^^;; 그거 아세요? 등에 점이 칠박이 이하면 농사에 이롭고 그 이상으로 많으면 농사에는 해충이래요. 그거 알고 난 뒤로는 등에 점 갯수 보며 어 너는 착한 애 어 너는 나쁜 애 이런 선입견이 생겨버렸다는요. 하하하.

단발머리 2020-12-31 19:59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 댓글 읽고 마음이 너무 편안해졌어요. 그 무당벌레는 점이 아주 많았습니다. 아주 작은데 아주 많았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앞으로도 상추 씻을 때 조심히 봐야겠어요.
살림못해 3종 세트 참여를 매우 감사드립니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수이 2020-12-30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림못해 3종 셋트 여기 🤚 번쩍! 달팽이는 싫지만 단발머리님은 좋아. 🥰 앤 헤서웨이 닮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앗 앤 헤서웨이닷! 소리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내년에는 프랑스어 조금 영어 조금 더 잘하면 좋겠습니다. 살림은 영원히 못할 거 같아 잘하고픈 마음이 안 생긴다고 합니다. 보르도 보르도 하면 와인 마셔야 하는데!!

단발머리 2020-12-31 20:01   좋아요 0 | URL
제발 이제 그만을 외치는 나의 이 절규를 수연님은 반드시 들어야 하며.... (무슨 이야기인지 알 거에요)
전 살림을 잘하고 싶지는 않지만 빨리 하고 싶기는 한데, 잘해야만 빨라진다면 어쩌지.... 메롱인 건가 ㅠㅠ

비연 2020-12-30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림을 해보니 세상에 에너지와 시간 소모 최강자가 이것이로구나 싶어, 얼른 AI 집사가 나오거나 그 전엔 각종 현대식 전자제품으로 도배를 하거나 해야겠다 싶은. 먹고 쓰고 버리고의 연속선상에서 그저 먹고 쓰는 것만 좋아라하는 게으름 대명사 비연은 요즘 더더욱 괴롭고 말이죠. 배달시키면 버릴 게 세 배는 나오고. 살림보다 독서를, 내년엔. ㅎㅎㅎ

단발머리 2020-12-31 20:02   좋아요 0 | URL
세상이 아무리 나아져도 할만큼은 남아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건조기는 혁명이고요 ㅠㅠ
살림보다 독서를,를 저에게 주시는 말씀이라 믿으며 반드시 실천하리 다짐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12-31 0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1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0-12-31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림을 잘하기 위해 책을 사는 단발님, 그치만 그거 잘할 수록 하게 되는 거니까 못한다고 하고 최소화하시길!! 내년에는 단발님의 “살림을 책으로 배웠습니다?” 페이퍼를 기다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단발머리 2020-12-31 20:09   좋아요 1 | URL
이 댓글의 의도를 마음에 새길께요. 잘할수록 하게 된다는 말은 완전 맞습니다. 그래서 살림을 최소화하겠어요!! 개이득!!!!!!!!!
올 한 해 같이 웃었던 순간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우리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요.
새해 복 많이 왕창 받아요, 쟝쟝님!!!

han22598 2020-12-3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림보다는 독서에 한표 추가입니다 ^^ 올해 알라딘 활동을 본격적으로 (^^)으로 시작하면서 다정한 단발머리님 알게 되어서 감사했어요. 2021년에도 따뜻한 좋은 글 많이 많이 써주세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단발머리 2020-12-31 20:11   좋아요 1 | URL
살림보다 독서에 주신 한 표, 소중한 한 표, 제가 잘 간직하겠습니다. 올해 알라딘에서 han님을 알게 되어 너무 좋았어요.
내년에는 더 자주 뵈었으면 좋겠구요.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n님!!!!

psyche 2021-01-05 0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일 화날 때가 진짜 간단하게 대충 먹었는데 설거지가 산더미일 때!! 아이들이 다 떠나고 셋이 살다 코로나로 다섯이 모이니 설거지가 한 세배로 느는 것 같아요. ㅜㅜ
저는 사실 설거지를 좋아하는 데요.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하고 나면 깨끗하게 안 된 게 너무 많거든요. 그 이유는 설거지할 때 항상 드라마를 보면서 하기 때문이라는... ㅎㅎㅎ 블루투스 헤드폰 끼고 노트북을 옆에 두고 그거 쳐다보면서 하니까 그릇이 깨끗한지 어쩐지 상관없이 대충대충.

단발머리 2021-01-07 21:1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전 원래 점심을 잘 안 먹는 편인데 아이들이 있으니 먹어야 하고 먹으니 치워야 하고ㅠㅠㅠ 저도 하루 중에 설거지 하는 시간이 젤 많은 것 같아요. 차린 게 없는데 설거지만 커다란 산입니다.
전 원래 매사가 대충대충이라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팟캐스트 들으면서 설거지 하는데요. 좀 진지하고 공부도 되는 거 들으면 좋겠지만서도 하릴 없이 히히대는 거 듣습니다. 저도 드라마 보면서 해볼까 싶어요!

유부만두 2021-01-06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색연필을 사야겠어요. 어제 단발님이 색연필 두 자루 비싼거 새거 막 자랑하고 그르더라구요.

단발머리 2021-01-07 21:14   좋아요 0 | URL
이 색연필은 아주 아름답고 고운 색상을 자랑하오며 훌륭한 그립감이 강점입니다.
가격이 유일한 단점이죠. 다 쓰려면 10년도 더 걸릴텐데 두 자루나 샀습니다. 허허허.

icaru 2021-01-15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책인데, 탁자가 탐나요~~~ 헤헷.. 굴곡이 예술~~

단발머리 2021-01-18 10:40   좋아요 0 | URL
탁자가 정확히는 식탁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꺼라며 샀는데 전 아직도 식탁이고 식탁 이름을 가진 저 책상은 둘째가 사용합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듯 하더군요. 쩝쩝.....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
알렉산드라 해리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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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이 책을 알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알라딘이었을 거라 추측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해서라면 책 읽기를 권하는 가정 분위기에, 일찍 어머니를 여읜 것, 이복 오빠들의 성적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다는 정도를 알고 있는데,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해 말 그대로 소상히 기술하고 있다.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전할 때는, 몇 년, 몇 월, 몇 일자 일기인지, 혹은 그녀가 누구에게 보냈던 편지에서 나온 것인지를 소상히 밝히고 있어 더욱 신뢰할 만하다.

 

그녀의 일상과 일기와 편지와 만남이 어떻게 소설과 에세이, 비평 작업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자신의 눈으로, 자신만의 기준으로 보기 원하는 독자라면 작가의 해석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나같은 경우는 몇 달 전에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올랜도』, 『파도』, 『세월』등을 어떻게 읽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기에 이런 작가의 도움이 무척이나 고맙다. 내년에 버지니아 울프 전작 읽기 계획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이 책을 꺼내 해당 부분을 다시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이다.

 


버지니아는 결혼 상대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엄청난 힘으로 생동하는, 항상 살아 숨 쉬고 항상 뜨거운결혼 생활에 대한 기대를 전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계획하는 삶은 작업하는 삶, 대화하는 삶, 자유로운 삶이었고, 두 사람의 사랑은 공감에 기초한 즐거운 사랑이었다. (65)

 


똑똑한 아내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내조하는 남편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그러한 내조를 받았던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전형적인 주부의 삶을 살았던 언니 바넷사를 보며 자신에게도 그런 삶이 가능할지 갈등했던 그녀, 독신 여성이자 이모이자 여성작가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했던 버지니아 울프에게 레너드 울프는 좋은 남편이자 훌륭한 동료였던 것 같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특히 <서문>을 좋아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 문단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허마이오니 리 Hermione Lee버지니아 울프를 읽은 것은 십 대 후반에등대로를 처음 읽은 직후였다. 그때 나에게는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 책이자 영문학을 공부하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었다. 내가 울프를 대하는 마음에 형태를 잡아주는 책인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의 짧은 전기가 허마이오니 리의 전기에 어떻게 빚지고 있는지는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다. 이 지면을 통해 깊은 감사를 전하면서, 함부로 갖다 쓴 부분이 너무 많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8)



십대 후반에 버지니아 울프의등대로』를 읽고, 그리고 허마이오니 리의버지니아 울프』을 읽었던 알렉산드라 해리스의 경험은 이 책으로 결실을 보았다. 창작자로서의 고통, 지루한 자료 조사, 숱하게 지새운 밤들, 열정과 땀방울이 한곳에 모인다. 버지니아 울프에게서 시작된 생각과 기록들이 허마이오니 리를 거쳐 알렉산드라 해리스에게 전해져 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고, 보통의 독자인 나는 그 모든 노력의 결실을 편안하게 받아 누린다. 부지런한 사람들의 지식이 축적되고, 새로운 발상들이 지구 반대편의 이곳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놀랍고 고마운 일이다.




 







* 이 책의 원제는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이고, 허마이오니 리의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는 『버지니아 울프 (책세상, 2011)』로 번역되었는데, 현재는 품절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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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29 0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읽어볼래요! 내년에 단발님은 버지나 울프 전작 읽기가 목표입니까? 너무 근사해요! >.< 응원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쏙 담아가요!

단발머리 2020-12-29 08:08   좋아요 1 | URL
전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럴까요?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라면 이 책의 접근법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너무 가깝게 가지 않으면서도 울프 그녀의 말로 상황을 설명하려는 게 느껴집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차근히 함 읽어보렵니다^^

수이 2020-12-29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따라쟁이는 버지니아 울프 책 하나씩 모으고 있어요. 우와 떨린다 기대된다.

단발머리 2020-12-31 20:11   좋아요 0 | URL
자자잔!!!!! 짠!!!!

난티나무 2020-12-29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왓 저도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버지니아 울프 부분 읽고 있어요!! ㅎㅎㅎ 전작 읽기 좋아요~^^

단발머리 2020-12-31 20:12   좋아요 0 | URL
자신이 없는데 일단 하겠다고 페이퍼를 써버렸네요. 하나씩 찬찬히 읽어보려고요. 12월에 올랜도인데 이제 12월이 끝나간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caru 2021-01-1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저도요, 저도 이책 읽어볼래요!!! ㅋ 얼마전에 어깨에 생긴 혹을 수술하러 집과 멀리 있는 병원에 예약하고 갔었는데요. 대기하면서 병원 대기실에 비치된 책들중에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에서 나온 자기만의 방, 이 있는 것을 본 거예요... 그리고 나서 나중에 마이클 커닝햄의 책 세월ㅡ을 들춰보고, 영화 디아워스를 다시 봤어요(아 보다 말았지만..) 버지니아 울프를 더 캐봐야겠어요! ㅋ

단발머리 2021-01-18 10:42   좋아요 0 | URL
어깨에 혹이 생기셨다고요? 수술까지 받으셨다면 많이 고생하셨겠어요... 에궁 ㅠㅠㅠ 그런데 그 와중에도 책장을 살피신다니 icaru님 책사랑은 어디에서든 빛이 나네요.
치료는 잘 받으신 거지요? 날이 추워서 병원가는 것이 큰 일인데 무사히 깨끗하게 잘 치료받으셨기를 바래요!!!!!

2021-01-24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4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4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이 책을 꺼낸다.

 


나는 무력하고 우주는 내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생각과, 나는 독재자이며 모든 사람이 나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무력한 신체, 자기애, 유아기적 나르시시즘의 조합이 그 모순을 만들었다. (106)

 


혐오의 기저에 두려움이 존재하고, 이것은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인간 아기의 경험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보복 없이 저항하는 분노, ‘이행 분노에 대해 읽는다(124) .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거부한 검찰총장의 행태가 직무 정지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법원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종편 방송을 주로 보시는 아버지는, 너는 아무 것도 모른다 하시고, 포털만 보는 아이는 엄마가 틀렸다고 말한다. 김어준의 뉴스 공장과 김종배의 시선 집중을 보는 나는, 그냥 말을 안 한다. 어떤 검찰인가. 어떤 검찰총장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고, 박근혜를, 이명박을 구속시킨 검찰 아닌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날카로운 칼을 자신의 조직을 위해서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그런 검찰 아닌가. 중립의 의무를 위반한 채 피의자에게 여권인사의 이름을, 여권인사의 이름만 대라,고 말하는 검찰 아닌가.  

 


보수 쪽 인사가 정치 프로그램에서, 검찰 개혁이 일반인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했다. 맞다. 검찰 개혁이 지금의 내 삶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난 검찰에 불려갈 만큼 큰 사고를 칠 만한 사람도 못 되는데. 하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미쳐 날뛰는 검찰과 검찰 받아쓰기에 충실하게 복무하는 언론을 보면서 검찰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진실을 왜곡하는데 언론이 얼마나 열심인지를 새삼 알게 됐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아무나 욕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도 좋아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중도라는 자리에 있으면 좋을 텐데. 국정 농단일 때는 박근혜를 욕하고, 박원순 시장 사건 때는 박원순을 욕하고, 방역이 잘 될 때는 잘한다 칭찬하고, 백신 문제가 불거지면 문재인을 욕하고. 그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2004,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되지도 않는 이유로 탄핵했던 세력이 야당이었다면, 이제 검찰이 그렇다는 걸,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거스르고 있다는 걸, 기껏해야 자신의 명예를 위해 공부하고 사시에 합격한 한 줌의 검사들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는 걸. 나만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분노한다고, 내가 걱정한다고 바뀌는건 없는데. 그런데도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동지가 지났어도 밤이 길다.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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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0-12-2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이 길어도 반드시 아침은 오지요. 잠들지 않으면 새벽 여명을 보면서 점차 환해지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단발머리 2020-12-27 21:1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저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제이 2020-12-2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분노하면 바뀐다는 걸 믿습니다!! 우리 함께 분노해요!

단발머리 2020-12-27 21:2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믿어요.

psyche 2020-12-28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빽뺵거리는 트럼피들이 있지만 그건 무시하면 되고 이제 드디어 트럼프 시대가 끝났구나 했더니 바로 한국에서 또 분노할 일이....ㅜㅜ

단발머리 2020-12-28 11:2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특히 위의 책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로 그 밤부터 시작되거든요. 그 날의 충격이 이 책을 완성시켰죠.
얼른 새로운 정부가 안정적으로 관리해서 미국도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코로나도 다른 문제들도요 ㅠㅠ

 

















크리스마스에는 좀 달달하고 말랑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데 기어이 노란 형광펜을 찾아 손에 잡는다. 

졸린 눈을 크게 하고 가슴뛰게 하는 사람은 마사 누스바움. 


오늘밤에는 미세먼지 없이 코로나 없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되기를. 

플리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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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4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12-2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단발머리 2020-12-25 09:28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감사해요! 겨울호랑이님도 평화롭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0-12-2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메리 크리스마스!

저는 이제 푸코를 좀 펼쳐볼까 합니다.... 이만 총총.

단발머리 2020-12-25 16:37   좋아요 0 | URL
네네 다락방님!
다락방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길요!
푸코 응원합니다. 저의 따뜻한 사랑을 담아, 🤗
 


















창비 블로그의 사진을 가져와 본다.

 









그 책이 이 책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그 남자가 저자를 앞에 두고 흥분해서 말하던 그 아주 중요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가 부제인데, 그를 통해 격변했던 당시의 사회를 조명하고,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파헤친다. 책표지가 너무 무겁게 보이고, 주제 자체가 흥미롭지 않은데도 저자의 유려한 글솜씨 때문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철도와 사진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열차를 타거나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더욱 가까이 가져다주었다는 점이다. (27)

 


각각의 사진은 사건 자체에서 나온 하나의 증거, 손에 잡히는 증인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젊은 얼굴을 시간이 흐른 후에, 심지어 죽음이나 이별로 그 얼굴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도 마치 물건처럼 소유할 수 있었다. (31)

 

 


손에 잡히는 증인으로서의 사진. 아련한 첫사랑의 현재를 확인할 수 없지만, 그 때 그 순간 그 아이의 모습은 앨범 사진을 통해 지금이라도 다시 볼 수 있으니, 머이브리지 다음 세대인 나는 그저 행운아인가

좀 더 감상에 빠지고 싶은데, 내일이 반납일이다. 서둘러야 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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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1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책이 그 책입니까? 맙소사..
저 방금전에 책이 또 도착했는데(물론 제가 지른겁니다) 또 사야겠네요. 안그래도 다음주에 크리스마스라서 저한테 제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좀 사줄까 하던 참이었습니다만? 후훗.

2020-12-18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12-18 15:46   좋아요 1 | URL
에고고고! 이거 비댓하지 마세요! 엉엉! 리베카 솔닛 한국 왔을 때 사인 받으셨군요. 부러워요!!! 엉엉!

다락방 2020-12-18 15:50   좋아요 1 | URL
저 그 때 거기 가긴 했었는데 사인받는 줄 서는 대신 친구랑 갈비 먹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2-18 16:16   좋아요 0 | URL
저 그때 당첨되긴 했지만 멀어서 안 갔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8 16:31   좋아요 0 | URL
어쩜 이렇게 다 달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2-18 17:32   좋아요 0 | URL
아니..... 그 좋은 기회를.... 눈 앞에서 리베카 솔닛을 볼 수 있었는데 말이지요. 전 뭐하느라 안 갔단 말입니꽈!!! @@

얄라알라 2020-12-18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TENET느낌. 암튼 어떻게든 고리 ㅋ

단발머리 2020-12-18 17:3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 말입니다

수이 2020-12-1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또 사야한단 말인가요 ㅠㅠ 저 진짜 마음먹고 새해부터 책 아주 쪼금 사기로 했는데 알라디너 친구님들 서재 들어올 적마다 사야할 책이 쌓여갑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단발머리 2020-12-19 11:15   좋아요 1 | URL
중간 부분에서 좀 지루합니다 ㅠㅠ 저는 슬퍼하고 있어요. 배경지식이 부족해서요 ㅠㅠ 엉엉

수이 2020-12-19 11:21   좋아요 0 | URL
그럼 안 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2-19 11:3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