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잘하게 되면 빨리 하게 되는 것 같다. 세계 최고 수준의 피아니스트들은 누구보다 빨리 치고, 독서 훈련이 된 애독가는 빨리 읽는다. 청소, 빨래, 설거지에 능숙한 살림꾼에게 ‘손이 빠르다’고 하는 것도 같은 경우다. 후다닥 만든 음식이 맛이 없거나, 금방 해치운 설거지 상태가 엉망이면, 빠르다고 할 수 없다. ‘대충’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나는 청소, 빨래, 요리가 모두 느린 데다가 미루는 습관까지 있어, 말 그대로 ‘살림 못해 3종 세트’를 구비한 사람인데, 오늘 아침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문 앞에 쌓여있던 습기제거제를 정리했다.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붙어있는 플라스틱 칼로 종이를 제거하고, 그 안의 용액을 하수구에 버리고, 플라스틱 통을 통통 털어 재활용함에 넣어 두었다. (내가 사는 중부지방에서는 장마철이 6월 말에서 7월 중순이고, 이 친구들은 여름이 끝나갈 무렵 임무를 마치고 퇴역했다. 그리고 오늘은 영하 11도의 12월 30일) ‘특수 마대’에 넣어 배출해야 하는 지저분한 물건들은 그것대로 정리하고, 세탁실 옆면에 자꾸 결로가 생겨 바닥에 깔아 두었던 신문을 새 것으로 갈았다. 생활쓰레기 모인 것을 들고 나가 음식물 쓰레기와 같이 내다 버리고, 작은 아이 출석체크 & 자가진단 하라고 깨워 두고 제육볶음 휘저은 뒤, 상추를 씻는다.
상추 봉투에 검은 게 보여 자세히 보았더니 무당벌레. 너무 예쁜데 함께 살 곳이 없어 그럼 이만, 안녕을 고한다. (여러분, 한살림 상추에는 무당벌레 있습니다. 주황색 바탕에 검은 땡땡이 무당벌레 보고 싶으신 분들 한살림 애용해주세요) 잠깐 앉아 작은 아이 밥 먹는 거 바라보고, 친구 블러그에 들어가 동영상 하나 감상하고. 설거지를, 우리 집 식구 도대체 몇 명인가요. 아침만 먹었는데 설거지가 산 같아. 설거지를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10시 20분.
예전에 미니멀리즘 실천하시는 분이 동영상에서 살림살이가 적으면 살림에 사용하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하셨다. 나같은 경우 모든 살림을 줄여야 하는데, 냉장고, 냉동고의 식재료, 수납장 속 정체 불분명 물건들, 사용하지 않는 컵, 접시, 그릇들, 화장대 속 옛날 화장품, 옷장 속 옷들, 그리고 책장의 책들이 그렇다. 지상 과제다.
‘살림’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니 마음에 쏙 드는 책이 이 책이다. 3배속 살림 처리되면 모두에게 알려 드리리.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은 이런 책들. 코끼리 빨강 색연필 새로 샀다. 정확한 색상명은 보르도. 보르도로 줄을 칠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