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부쩍 책구입이 늘었다.

돈이 많아져서 책 구입이 늘었다면 참~~~~좋을텐데, 그건 아니고. 이사를 하고 나니 생각보다 거실이 넓었다. 휑한 거실이 좀 뭣해서 책장을 두 개 더 샀다. 새 책장 비어있는 자리에 딸롱이 방에 있는 책들이 거실로 이사 오면 될 텐데, 이번이 기회다 싶어 굳이 다른 책들을 사게 된다. 새 책장엔 새 책.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의 출판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다. 나는 한국의 출판 시장에 별 생각이 없다. 예전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그랬다. 이전의 페이퍼에서 말했듯, 새로 생긴 도서관 가까이에 살고 있고 (새 도서관이 4개), 도서관에서 신간을 많이 구입하고 있으며,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들은 2주안에 구입해 찾아가시라는 문자메시지를 수도 없이 받는 사람이다. 하지만, 저번주엔 이런 기사를 봤다.

‘책 너~~~무 안 읽는다’

가구당 월 2만원도 안 써… 13년 만에 최저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도서구입비가 2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9년 전보다 소득이 55% 늘어났음에도 책값 지출 비중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독서의 해'행사를 열고 각종 독서운동과 독서진흥정책을 내놓았던 노력에 비하면 참담한 결과다. (2013년 3월 4일, 한국일보)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 아무래도 안 되겠다. 숨은 독자, 책 안 사는 독자, 내가 나서야겠다. 그래서, 최후 마진 노선으로 한 달에 2만원 이상씩은 책을 구입하기로 과감히(!) 결정했다. (웃고 계시는 분들, 계속 웃으시라~~~~하핫!)

마지막으로, 내가 이 책을 구입한 정확한 이유는,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이 상황에서, 내가 그의 책을 구입함으로 해서 그에게 작은 응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2. 나는 강풀을 좋아하고, 그를 응원한다.

나는 그의 귀엽고 깜찍하며 엽기적인 다른 작품들을 보진 못 했지만, 영화 ‘26년’을 통해 그의 메시지를 들었다. 1980년대 광주를 잊었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외침을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직도 계속되는 ㄴㅃ ㄴ들의 편안한 노후에 분노했다.

나는 밤마다 내 트위터라인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그의 아름다운 사진 때문에 웃고, 또 웃는다.

자신의 첫 아이 은총이에게 선물하는 그의 첫 그림책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쓴 이야기는 어쩌면 아이가 읽을 동화책에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읽을 동화책인데, 세상은 아름답다거나,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너는 최고다, 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뭔가를 하려다가 잘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결국 이 이야기로 동화작업을 했다.

난 내 아이가 누구보다 최고이기를 바라지도 않고, 세상은 사실 아름답고,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내 아이가 공부를 잘 하건 못하건 어떤 뭘 하고 싶어하건 상관없다.

알아야 할 것을 미리 알기를 바라지도 않으며

자라나면서 스스로 경험하고 알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저 진심을 담아서 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삶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거면 충분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처음 부모가 되었을 때는 누구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 “내가 어렸을 땐 말이야...”라고 말하기 쉬운데, 그는 그렇지 않아 좋다.

아기 고양이의 집을 찾아주려 집을 나섰다가 너무 멀리 와 버려, 아기 고양이의 집을 찾지 못 하고는 서로 헤어져, 물어물어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의 이야기. 이 이야기의 전부다.

고양이와 아이는 서로 마주 보았습니다.

고양이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와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어.

개와 쥐 심지어 다른 고양이랑 이야기한 건 처음이야.

누군가에게 말을 걸면 나도 혼자 집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이와 고양이, 큰 개와 쥐 그리고 도둑 고양이가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를 무서워하고, 서로를 경계하다가, 서로에게 말을 거는 사이가 된다. 아이가 그들에게 먼저 말을 걸었을 때, 그런 일이 가능했다.

누군가 먼저 말 걸어,

서로를 알게 된다면,

도움을 줄 수 있고,

걱정해 주는,

그런 사이가 되는 시작이 될 수 있다면,

내가 먼저 말 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주로, 거의, 대부분~~~ 먼저 말 거는 사람이다. 이힛!)

3. 강풀을 좋아하긴 해도

무서운거를 못 봐서...

<26년>과 <아파트>, <이웃사람>은 자신이 없고, <순정만화>랑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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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3-03-1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풀 좋아해요!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아내가 강풀의 [순정만화]를 열심히 보더라구요.
그땐 그림체도 별로였고, 내용도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26년]을 보고 나서야, 강풀을 좋아하게 되었고,
앞선 작품들도 모두 찾아 보게 되었어요.
물론 그 후로도 연재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찾아보고 있어요.

출판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갑을 여는 결단을 취하셨군요.
단발머리님의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

단발머리 2013-03-12 09: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솔직히 강풀 그림이 그렇게 예쁘지는 않죠. *^^* 강풀이 말하길, "만화 못 그리는 만화가"라고 하더라구요. 근데, 많이 정겹죠~~~~ 저는 이런 작품들이 연재되는 건지도 몰랐구요. 강풀이란 이름만 알고 있다가, '26년' 통해서 강풀을 좋아하게 됐어요.

박수까지 보내주시니, 쑥쓰럽~~~~습니다. 아직은 구입해서 읽는 책보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는 책이 많은데요, 지갑을 여는 결단을 취하고 나니, 아~~~ 은근히 사고 싶은 책들이 많은 거 있죠.
감은빛님, 즐거운 화요일 되세요~~
 

1. 한 해의 시작은 3월 4일이다.

일년의 시작은 1월 1일이 아니다.

학교 다닐 때는 한 해의 시작이 3월 4일이다. (가끔 3월 3일이 되는 경우도 있고, 2일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올해는 3월 4일이다. 텔레비전에서 아무리 새해가 시작되었다느니, 올해가 계사년이라느니 떠들어대도 소용없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 4일이 곧 1월 1일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그렇다. 그러다 회사에 들어가서 보니, 일년의 시작은 3월 4일이 아니라, 1월 1일이었다. 1월 2일, 하루 쉬고 회사에 나가면 1월 2일자 서신이 속속히 들어와 책상 위에 착착 올려진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1월 2일인데, 일하는구나.

그러다 퇴사를 하고 아이들 시간표에 내 시간표를 맞추다 보니, 다시 새해의 시작은 3월 4일이 되었다. 그제는 3월 4일, 아롱이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딸롱이는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했다.

2. 작년 3월인가, 4월부터 딸롱이가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이름난 학원의 논술 수업이나 족집게 고액 과외가 아니라, 문화센터에서 발레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 한 명, 언니 한 명과 함께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어가는 모임이다. 이제 4, 5학년이 되는 세 명의 아이들은 수영이나 발레, 미술 같은 예체능을 제외하고는 ‘학업’ 관련 수업을 듣지 않는, 이른바 ‘학원’을 안 다니는 아이들이다. 요즘엔 학원 안 다니는 얘들을 찾기 어렵다. 그건 엄마가 직장맘이냐, 전업주부냐와 별로 상관이 없는 듯하다. 학과 공부가 조금씩 어려워질 때, 엄마와 아이들은 학원을 택한다. 우리, 학원에 다니지 않는 엄마와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책 한권씩을 추천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읽을 책을 중심으로 간단한 독후감을 한 쪽씩 쓴다. 모임이 가능했던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제일 중요한 요소는 엄마들이 서로를 ‘좋아한데’ 있었다. (*^^*) 아래는 최근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들이다.

 

 

 

 

 

 

 

 

 

 

 

 

 

 

엄마들이 ‘읽히고 싶은’ 책들이 있고, 아이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들이 있다. 엄마들은 ‘고전’을 좋아하고, 아이들은 ‘만화책’을 좋아한다. 엄마들은 ‘성의 있고 정제된 독후감’을 원하고, 아이들은 ‘다시는 이 책을 읽고 싶지 않다.“로 독후감을 마친다. (’빨간 머리 앤’과 ’동물농장’이 아쉽게도 이런 평가를 받았다.)

3. 스스로 원해서 자발적으로 읽는 자율독서

 

 

 

 

 

스스로 원해서 자발적으로 읽는 ‘자율 독서(Free Voluntary Reading)’란 원해서 읽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자율 독서‘란, 독후감을 쓸 필요가 없고, 한 장(chapter)이 끝난 다음에 퀴즈에 답하지 않아도 되며, 단어의 뜻을 모두 사전에서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 독서는 좋아하지 않는 책은 그만 읽고, 원하는 책을 읽는 것을 의미한다. 읽기와 쓰기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늘 이런 식으로 읽는다. (15-6쪽)

이 부분을 읽다가 ‘아!’하고 탄식이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 독서 모임은 읽기와 쓰기 수준이 높은 사람들의 ‘자율 독서’에 반하는가? 우리 (엄마들은) 도서 목록에 (엄마들이) 좋아하는 책을 넣으려 애쓰는데, 이것은 원하는 책을 읽는 것을 의미하는 ‘자율 독서’에 반하는게 아닌가?

사실, 아이들은 '만화책‘을 독서목록에 넣어 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번번이 엄마들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 했다. 그러다 결국엔 두 명의 아이들이 더 이상 모임을 하지 않겠다고 반기를 들었고, 그래서 얻게 된 대안이 “아이들이 선택한 책 한 권, 엄마가 추천한 책 한 권, 그리고 만화책”을 번갈아 읽기로 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만화책이 독서능력 향상에 미치는 긍정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즉, 만화책이 독서에 있어 교량 역할을 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여러 연구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128쪽)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는 “토론 및 문학 서클”이 있다. 제1장에서 지적했듯이 학생들은 읽은 내용에 대해 짝이나 모둠원과 토론을 하면서 성취도가 높아졌다. 아주 흥미로운 사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교사와 학생이 일대일로 만나 학생이 읽은 내용에 대해서 토론하고 앞으로 읽을 책을 계획하는 활동은 그다지 성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106쪽)

그렇다면 우리 독서 모임은 “아이들이 책 읽는 것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걸까. 토론을 하면서 성취도가 높아진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도 그러할까.

매주 월요일, 아이들은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독후감을 발표하고, 그 후에 엄마들의 간단한 코멘트를 듣는다. 엄마들의 설명이 길어질 때, 엄마들의 질문이 길어질 때, 아이들은 싫어하지만 다음 시간이 간식시간이라 억지로 듣는 척 한다. 그리곤 즐거운 간식시간을 갖는다. 간식 시간이야말로 우리 모임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자, 추진체이자, 중심체이다.

책 선택이 고민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읽게 하는 것과 엄마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게 하는 것. 어떤 것이 좋은 걸까. 아이들이 엄마가 추천한 책을 보고 ‘엄마, 이 책 정말 재미있어!“ 하는 경우도 사실 많은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쌍둥이 바꿔치기 대작전>이 이런 평가를 받았다.)

정답은 없는 것 같고, 내 고민은 점점 길어진다. 이따 내가 좋아하는 언니들을 만나 다시 한 번 상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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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03-06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들과 아이들이 꾸려가는 독서모임 좋네요. 울아이도자라면 해보고싶어요. 먼저 좋은이웃을 만나야겠지만요^^

단발머리 2013-03-07 11:1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책만먹어도살쪄요님~~ 반갑습니다. 독서모임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워요. 그래도 조금씩 차곡차곡 책들이 쌓여가는게 좋네요. 또 뵐께요~~~

순오기 2013-03-0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자발독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과 어른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책이 일치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단발머리 2013-03-07 19:1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근데, 아이들이랑 엄마들이랑 책 선정 씽크로율이 영 낮네요.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다음달에는 회식이나 한 번 해야겠어요.ㅋㅎㅎㅎ
 

 

1. 안나 카레니나 세트가 할인을 많이 하네요. 아직, 레미제라블 2권인데, 그래도 지금이 기회일 것 같아 사고 싶습니다. 문제는 어떤 출판사 것으로 구매할지 결정을 못 하겠다는 거예요. 어제 밤새 고민하다가 이렇게 페이퍼 올립니다.

2.

저는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을 좋아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죠. 민음사 판형 싫어하시는 분도 많던데, 저는 손에 잡기도 편하고, 가볍고, 무엇보다 여러 권 쭉~ 꽂아놓았을 때 예쁩니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젊은 번역자 연진희가 21세기의 감수성에 맞는 새로운 번역을 선보인다.”고 되어 있네요.

3.

민음사의 안나 까레니나 표지가 안 예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문학동네 표지를 따라갈 수는 없겠죠. 전체가 검은색으로 너무 우아하고요. (이 외모 지상주의란...) 출판사 소개에서는 “톨스토이 권위자 박형규 명예교수가 번역한 국내 최고의 번역본”이라고 되어있어요.

 

 

4.

 

펭귄 클래식은 예약 판매중이라 3월 11일 이후에 배송된다 하네요. 펭귄과는 안 좋은 추억이... 펭귄 탓은 아니겠지만, 끝까지 못 읽은 책들이 몇 권 있어요.

 

로쟈님처럼 “개인적으론 이 세 종을 다 갖고 있기에 따로 고민할 필요는 없는 처지다. 모쪼록 이번 기회에 톨스토이의 소설, 더 나아가 러시아 문학이 더 많이 읽히기를 바랄 따름...” 이라며 끝을 맺는다면 얼마나 우아하고 멋있을까.

난 굳이 하나를 택해야만 한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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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3-0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민음사 살 것 같아요. 워낙 민음사로 많이 오래 샀어서 외도는 을유 정도네요. 문동 검은표지는 첨엔 좋았는데 좀 질려요. 펭귄이랑 민음 디자인 짬뽕이라는 ㅎㅎ 펭귄은 펭귄클래식코리아를 싫어하는 관계로 왠만하면 안사니 패스. 이 정도네요. ^^

단발머리 2013-03-01 14:37   좋아요 0 | URL
아, 하이드님, 안녕하세여~~ 저도 세계 문학은 민음사꺼로 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완전 고민되네요. 전 지금 처음이잖아요. 문학동네 검은표지가 너무 예/뻐/요.

다락방 2013-03-0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학동네로 읽었어요. 민음사는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제가 읽어본 문학동네 안나 카레니나는 좋았어요. 물론 문동이라 좋다는게 아니고 안나 카레니나가 좋다는거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3-03-01 23:23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해요. 다락방님은 문학동네 걸로 읽으셨군요. 아, 어떤 거든 읽는다는게 중요할텐데, 저는 꽂아놓는 걸 많이 생각하다보니, 고민은 깊고, 알라딘 노트 떨어질까 심히 조바심 나네요.

어떤 거든 사게 되면, 즐겁게 읽고, 아름답게 꽂아놓으리라~~
 

 

 

 

 

 

 

‘레 미제라블 1‘

얼마나 오랫동안 읽었던지, 얼마나 여기 저기 들고 다니며 읽었던지, 책이 많이 더러워졌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이 다 그러하듯 나는 책을 깨끗하게 읽으려 하고, 책이 깨끗하게 꽂혀진 모습을 좋아한다. 고로 모서리가 닳아지고, 손때로 얼룩덜룩해진 레미제라블 1권이 속상하다. 울적하다.

그렇지만 주교에게는 옛날의 소유물 중에 은식기 여섯 벌과 커다란 스푼 하나가 남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마글루아르 부인은 날마다 허름한 흰 식탁보 위에서 유난히도 반짝거리는 그것들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 이 은그릇 외에, 그가 어느 대고모로부터 상속받은 두 개의 커다란 은촛대가 있었다. 평소 이 촛대는 양초가 꽂혀 주교의 벽난로 위에 놓여 있었다. 저녁 식사 손님이 있을 때면, 마글루아르 부인은 양쪽 초에 불을 켜서 두 개의 촛대를 식탁 위에 갖다 놓았다. (46-7쪽)

책 처음부터 계속해서 주교님의 인품과 행동, 그리고 그의 숭고한 성직 수행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에 와서야, ‘은그릇’과 ‘은촛대’가 등장하고 나서야, 내가 읽고 있는 ‘레 미제라블’이 내 기억 속 ‘장 발장’ 이야기와 겹쳐지기 시작한다. 속도를 내자.

이 불행한 사건에서 잘못은 나 한 사람에게만 있는가? 먼저, 노동자인 나에게 일거리가 없었고, 부지런한 나에게 빵이 없었던 것은 중대한 일이 아닌가? 다음으로, 과오를 범하고 자백하기는 했지만, 징벌이 가혹하고 과도하지는 않았던가? 범죄인 쪽에서 범행에 잘못이 있었던 것보다도, 법률 쪽에서 형벌에 더 많은 잘못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 과중한 형벌은 범죄는 조금도 없애지 못하고, 입장을 뒤집어, 범죄자의 잘못을 억압의 잘못으로 바꾸어 놓고, 죄인을 희생자로 채무자를 채권자로 만들어 놓고, 바로 권리를 침범한 자 쪽에 결정적으로 권리를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던가? (163쪽)

지독한 가난, 가난한 자에게 더 엄격한 법률,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 탈옥 그리고 과중한 형벌. 이렇게 시골뜨기 '장발장'은 장기 복역수, 중대한 범죄자, 위험한 인물이 되어 간다. 사실 그가 한 나쁜 행동이란 '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친 것뿐인데. 누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나. 그 자신의 잘못이라고만 말하기에는 그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다.

1862년, 장발장의 질문이다.

이 불행한 사건에서 잘못은 나 한 사람에게만 있는가?

2013년 2월 23일 토요일, 한겨레 ‘표창원의 죄와 벌’이라는 칼럼의 제목은 이렇다.

‘무기징역+22년 6개월’은 마땅했을까

희대의 흉악범이 등장할 때마다 같이 등장해 범인의 심리를 추리 및 설명해 주었던 국내 최초 범죄심리분석관 ‘표창원’ 교수의 새로운 칼럼 첫 번째 이야기다.

신창원은 15살 때 소년원 감호를 시작으로, 16살엔 절도죄로 검거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22살 때, 공범 3명과 함께 한 주택에서 강도질을 하다가 공범 중 한 명이 피해자를 살해하는 바람에 ‘강도치사죄’의 공범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수감 7년 만에 탈옥을 감행한 신창원은 탈옥 2년 6개월 만에 검거되었다. 이후 기존의 무기징역에 더해 22년 6개월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표교수의 지적은 이렇다. 신창원 사건의 경우, 피해자를 살해한 자는 명확히 밝혀졌고, 신창원은 그 살인행위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사실도 명확하게 확인되었음에도, 그에게 ‘공동정범‘ (2명이상이 함께 범죄를 저지를 경우)으로서의 책임을 물어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것이 정의로운 판결이었을까? 또한 신창원이 태어나 자란 과장에 교육과 복지, 소년사법 등의 국가·사회적 기제가 잘못 작동된 책임은 전혀 없을까? 22년 6개월이라는 추가 형량 역시, ’경찰과 국가제도를 우롱하고 장기간 도주에 성공한‘데 대한 ’괘씸죄‘라는 ’감정‘이 작용한 측면은 없을까? (한겨레신문, 2013년 2월 23일, 표창원의 ’죄와 벌‘)

신창원을 장발장에 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발장이 사는 사회와 신창원이 사는 사회는 너무나 닮아 있다. 1800년대 프랑스에서 새로운 장발장이 계속 만들어진 것처럼, 2013년 한국에서도 신창원은 이렇게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신창원은 신분세탁이 불가능하기에 ‘마들렌 시장’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차이라 할까.

우리는 떠나오. 떠났소. 우리는 라피트의 품에 안기고 카야르의 날개에 실려 도망하오. 툴루즈의 역마차는 우리를 구렁텅이에서 꺼내 주었소. 그 구렁텅이란, 오, 우리의 귀여운 미인들이여! 그것은 바로 당신들이오. 우리는 사회 속으로, 의무와 질서 속으로 한 시간에 30리씩을 달려 돌아가는 것이요. (261쪽)

한여름밤의 꿈과 같았던 날들이 지나가고, '빅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는 듯 손 흔들며, 웃으면서 떠나간 그들은 그녀들에게 편지 한 장을 남긴다.

'우리는 떠나오. 떠났소.'

그들은 떠난다. 어디로부터? 그들의 귀여운 미인들, 구렁텅이로부터. 악의 구렁텅이, 파멸의 구렁텅이, 어둠의 구렁텅이로부터. 그리곤 어디를 향해 가는가? 사회 속으로, 의무와 질서 속으로, 그들이 원하는 자리로, 그들이 갈구하는 모습으로, 점잖고 위엄에 찬 모습으로, 건전하고 도덕적인 모습으로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떠났을 때, 이젠 남겨진 그녀들이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그들은 구렁텅이에서 떠나고, 그녀들은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누가 그녀들을 욕할 수 있을까? 왜 사랑의 속삭임에 넘어갔냐고, 왜 그렇게 쉽게 그들을 믿어버렸냐고, 왜 모든 것을 걸고, 육체까지도 걸고 그들을 사랑했냐고, 왜 그렇게 부주의했냐고, 왜 이별을 예상하지 못했냐고, 왜 일의 결국을 가늠하지 못했냐고, 그렇게 그녀들을 탓할 것인가.

의무 속으로 돌아간 남자들에게 돌아오는 건 환대이고, 사랑을 믿어버린 그녀들에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시선과 모욕 그리고 지독한 가난이다. 팡틴의 운명이 그러했다.

그야 어쨌든, 누구한테 불행이 온들 그것은 추호도 내 탓이 아니다. 모든 것은 주님의 뜻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주님의 뜻이다! 주님이 정하시는 것을 방해할 권리가 내게 있을까? 지금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에 간섭하려 하는가? 이건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뭐? 어쩐지 후련치가 않다고! 그러면 도대체 내게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허구한 세월 내가 열망해 온 목적, 야밤중의 몽상, 하늘에 축원하던 대상, 일신의 안전, 그것을 나는 달성하고 있다! 주님은 그렇게 되기를 원하시는 거다. (397-8쪽)

1권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자신을 닮은 샹마티외가 붙잡힌다. 그는 ‘장발장’으로 오인받고 재판을 받게 되는데, 그가 ‘장발장’이라는 전제하에 그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될 것이다. 샹마티외가 장발장으로 오인받고 감옥에 가게 된다면, 장발장은 남은 생애를 ‘마들렌 시장님’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자베르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장발장은 이것이 주님의 뜻이라 믿고 싶다. 주님이 하셨기에 이 일이 가능한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런데...

운명과 인간의 오류가 이루어지게 내버려 두는 것은, 그것을 막지 않는 것은,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것에 찬동하는 것은, 요컨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그것은 무엇이고 다 하는 것이다! 그것은 위선적인 비굴의 최후 단계다! 그것은 비열하고, 비겁하고, 엉큼하고, 야비하고, 추악한 죄다! (400쪽)

그 때 그는 하나의 목소리가 자기 속에서 외치는 것이 들리는 것 같았다.

“장 발장! 장 발장!”

그의 머리칼이 곤두섰다. 그는 마치 무슨 무시무시한 것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처럼 되었다.

“오냐, 잘한다! 어서 해라!” 그 소리는 말하고 있었다. “네가 하는 짓을 마저 해라! 그 촛대를 부숴라! 그 기념품을 없애라! 주교를 잊어라! 모든 것을 잊어라! 샹마티외를 죽여라! ... 그럼 됐다. 너는 신사로 있어라, 너는! 시장님으로 머물러 있어라. 명예롭고 존경을 받는 사람으로 머물러 있어라. 이 도시를 번영시켜라. 가난한 사람들을 먹여 살려라. 고아들을 길러라. 행복하고 유덕하게 칭송을 받으며 살아라. ... 그 모든 축복은 하늘에 이르기 전에 떨어지고, 오직 저주만이 주님에게까지 올라가리라!” (412-3쪽)

침묵함으로써 운명과 인간의 오류가 이루어지도록 내버려두려 했던 장발장은 자신에게서 나와 자신의 바깥에서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자신의 파멸을 재촉하는 소리, 영혼을 팔아 육신의 안락을 취하라는 소리, 모멸과 치욕 대신에 존경과 명예를 선택하라는 소리, 팡틴과 코제트를 도우라는 소리.

장발장은 그 소리를 거부하고, 재판장에 가보기로 결정한다. 마차를 타고, 다른 마차로 갈아타고, 말을 빌리고, 그리고 도보로, 걷고 또 걸어서 재판장에 도달한다. 자신이 ‘몽트뢰유쉬르메르의 시장 마들렌’임을 밝히고 방청권을 얻어 법정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곤 말한다.

“배심원님 여러분, 피고를 석방해 주십시오. 재판장님, 저를 포박해 주십시오.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람은 저 사람이 아니라 저입니다. 제가 장발장입니다.” (485쪽)

인제야 1권이 끝났다. 내가 너무 팡틴에게 빠져 있었나. 1권에서 팡틴이 죽어버리니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싶다. 이후로는 ‘프랑스 혁명사’가 계속 나오는 건지 어쩐건지. 나도 학교다닐때는 ‘프랑스 혁명사’에 대해서 ‘줄줄이’ 꿰고 있었는데, 이젠 가물가물.  2권 초반에는 나폴레옹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다른 책도 찾아봐야 되나 어쩌나 생각중이다.

기다려라, 2, 3, 4, 5. (많이 남았네.)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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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2-27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사두고 아직 시작도 못했어요~~~~ 영화만 보고.
장발장을 만드는 사회, 신창원을 양산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지요.
가진 자가 더 많은 것을 갖게 하는 제도, 없는 자가 더 잃어야하는 사회는 바뀌어야겠지요.

나를 묶어두었던 2012학년도여 안녕, 2월이여 안녕~~~~~ 오늘 이러면서 할랑거려요!^^

단발머리 2013-03-01 14:47   좋아요 0 | URL
아, 순오기님. 전 이제 겨우 1권이라 앞으로도 기나긴 여정이 기다립니다. 가진 사람들이 더 갖겠다고 난리 치는건 인간 본성에 의거 조금 이해도 되는데, 없는 사람들꺼 빼앗아 가겠다고 할 때는 정말 짜증이 많이 나지요.

이제 3월이예요. 얘들은 월요일에 개학하고요. 그럼 저는 비수기입니다!!! 만세~~~

dd 2013-03-16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읽었습니다 ^^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가 아니라, 아들의 권유에 의해 작성된 리뷰입니다.

1. 명절 3일전

나비님의 서재에서 이 책을 소개받았다. (헤헤~~ 안녕하세요, 나비님*^^*)

 

 

 

책 표지를 보자마자, ‘헉!’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영어로 된 책이란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 아름다운 그림들이란. 잠시 감상의 시간~~

 

 

 

 

 

 

 

 

 

 

 

나도, 아들도 당장 책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알라딘에서는 이 책이 ‘일시품절’, 연휴가 끝나는 12일 이후에나 주문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어쩔 수 없이 타 인터넷서점에서 주문을 했다. 주문하면서 내 책도 한 권 주문했는데, 이는 ''명절 3일 전“이었기에 가능했다.

 

 

 

 끝까지 한 번이나 읽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장담도, 확신도 없이 오직 의심만 가득한 상태에서) 일단 구매를 했다. 영풍문고에서 잠깐 서서 두 챕터를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가는데, ‘역시 스티븐 킹‘이었다. 책이 너무 안 돼서, 어제 두 페이지를 읽었다. 한글로 먼저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한글로 읽으면 영어로는 안 읽게 될 거 같은데. 모르겠다.

 

 

2. 내가 너무 알라딘 서재에서 놀았나

알라딘 서재에 들어가, 글을 읽고, 추천을 누르고, 가끔은 킥킥대는 날 보고는, 어제 아침, 아들이 말했다.

“엄마, 알라딘에서 책 쓰는 거 있잖아~~”

“책? 아, 책 쓰는 거 아니야. 리뷰, 감상이지.”

“그래, 그거. 내 책도 좀 해 줘. 우리 아들 <닌자고> 책을 샀다. 좋아했다. 어쨌다. 그렇게. 내용은 엄마가 알아서 하고.”

“음, 엄마가 그거 하면 좋겠어?”

“응.”

“그래, 알았어.”

그래서, 알라딘에서 구매 안 한 이 책들에 대한 페이퍼를 이렇게 쓰고 있는 거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게 아니고, 아들의 권유에 의한 리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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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2-2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아 단발머리님. 초절정 귀여움을 가지고계셨군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3-02-21 18:04   좋아요 0 | URL
귀엽다니요? 저 진지한 사람이예요. 저 알라딘서재에서 책 쓰는 사람이라니까요~~~~~~~~~~~푸핫!

saint236 2013-02-2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의 권유에 의해서...ㅎㅎㅎ 저도 5살난 아들이 닌자고 사달라고 해서 약속은 했는데 이게 왜그리 비싼지...

단발머리 2013-02-21 18:06   좋아요 0 | URL
넹, saint236님도 가격에 훅! 놀라셨군요. 제 아들도 시리즈 몇 개 가지고 있는데, 제 돈으로는 못 사주겠더라구요. 너무 비싸서요. 근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아들 말로는 그게 "꼭 필요하다"고 하네요.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