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카너먼이란 이름은 너무나 생소하기도 했고, 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들과, 그들의 연구 결과에 대한 책이다보니 내용이 너무 심오할까 두려웠던 책. 혹시나 내용이 무척 어려워서 읽지 못할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그들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어도, 조금은 더 그들과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도와준 책. 이제 그들을 차례대로 만나보려고 한다.
얼마 전 노트북을 샀다. 기쁜 일이지만, 어머니의 제약으로 인해 과연 내가 이것을 산 일이 잘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노트북을 오래동안 쓰지 않으면 속도가 매우 느려진다는 온갖 루머들을 주워 들은지라 지금도 방 한구석에서 레이더망아래 철저히 감시되고 있는 이 물건이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 뿐이다. 가격은 70만원대였지만, 성능은 데스크톱 못지 않게 좋았다. 넷북 광고에 홀려서 휴대성에 마음이 끌려 이 좋은 상품을 놓칠 뻔했지만, 매장 직원의 도움으로 적은 가격차에 노트북을 구입했다.
내 애물단지 노트북에 관해 언급한 이유는 이 책도 같은 이야기로 비유를 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모든 노트북을 비교, 분석해서 내게 필요한 것을 찾는 것보다 적당히 살펴보고 물건을 사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한다. 왜 그럴까? 노트북에 대해 조금만 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더 좋고 더 싼 노트북을 살 수 있을 텐데? 카너먼은, 모든 노트북에 대한 정보를 흭득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노트북은 업데이트와 가격의 변동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정보들을 계속 모으기란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적당히 알아보고 구입하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이 책에는 간단한 테스트지가 있는데, 극대화자와 만족주의자, 아니면 그 중간에 관한 부분이다. 두 심리학자들은 만족주의자일때 제일 좋다고 말했다. 위에서 노트북을 위해 쓸데없이 새로 들어오는 정보를 계속 찾는 극대화자보다는, 적당히 만족하고 넘어가는 만족주의자가 오히려 더 많은 이점을 흭득할 테니까. 중용이라 했지만, 결국 난 최하위 점수에 가까이 나와 만족주의자로 판명되었다. 좁은 집에 살아도 만족하면 그만이고, 컴퓨터가 구려도 쓸 수 있으면 그만이지, 뭐...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어느새 두려워진다.
도박꾼의 마인드, 곧 '지금까지 졌으니 이제는 딸 차례지'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잘 알게 되었다. 도박에서 이길 확률이 얼마나 적은지 잘 알면서도,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는 논리를 세우면서 실제 확률은 그대로 정지해있지만, 그의 마음속에서 당첨될 확률은 그만큼 높아져 있다는 것이다.
지식인들과의 대화에서, 정말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얼마나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지식인들과 소통하며, 각 분야별로 지식을 쌓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