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에서 정치를 걷다 - 조선 시대의 옛 그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허균 지음 / 깊은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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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중세의 그림을 보려면 서양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알아야 한다. 물론 알지 못해도 그림을 볼 수는 있지만 그 그림에 나타난 의미, 상징 등을 알아보려면 신화를 알아야만 할 때가 더 많다. 그만큼 서양 사람들에게 그리스-로마 신화는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그림을 보려면 우리나라 사상과 문화를 알아야 한다. 그 문화와 사상을 알지 못하고는 그림을 잘 이해할 수 없다.

 

그림에 드러난 표현들이 그냥 사물이 아니라 당시 사회의 사상과 문화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그림을 제대로 읽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옛그림은 본다기보다는 읽어야 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림에 나타난 상징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파악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옛그림 읽기다.

 

오죽하면 옛그림에는 그림뿐만이 아니라 글이 함께 했겠는가. 그림을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고자 했던 것이고, 그림을 통해서 무언가를 서로 통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그림들에서 우리나라 정치를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림에 나타난 정치의 모습, 정치를 좁은 의미로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삶 자체가 정치일테니 말이다.

 

여러 그림이 나오는데 이 책의 첫그림으로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나온다. 그림은 안견이 그렸지만, 이 그림의 주인공은 안평대군이다. 그리고 이 그림은 조선시대 내내 사대부에게는 소장하고 싶은 그림이 될 수 없었다.

 

이상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사대부들이 품은 생각이지만 이 그림의 주인공인 안평대군은 수양대군에 의해 숙청된 인물. 즉 정치적으로 이 그림은 안평대군과 연계되어 환영받지 못한 그림이 된 것이다.

 

이렇게 그림을 놓고 당시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통해 정치를 읽어내게 하고 있다. 또 하나의 그림은 김정희의 '세한도'와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둘 다 유배라는 극한 상황에서 나온 그림. 즉 이들은 그림을 통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했다고 하는 면에서, 이 그림들에서는 당시 정치 상황을 읽어내고, 그 상황 속에서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유배라는 상황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그림들이리라.

 

이렇게 정치를 읽어내게 하는 설명들이 나오는데, 2부는 궁궐에서 통용된 그림들이니 당연히 정치적이고, 3부에서 시대의 고민을 담았다는 주제로 그림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대표적인 그림이 낚시하는 그림인 '조어도'이다. 낚시를 한량이나 하는 것으로 치부하지만 아니다. 낚시는 바로 물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낚는 것이다. 세월을 낚는다는 것, 그것은 양반들이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벼슬에 나아가서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과 물러나서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 그 상황에 맞는 처신을 해야 함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조어도'라는 것이다.

 

그러니 양반들은 이 그림을 보면서 그 당시 상황에서 자신은 어떤 처신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했으리라. 단순한 낚시 그림에 당시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렇듯 옛그림은 읽어야 한다. 그림 속에 나타나 있는 사상, 문화들을 바탕으로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읽어내면 현재,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

 

옛그림을 통해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 속의 나를 생각하게까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옛그림 읽기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옛그림 읽기 중에서 특히 정치에 중점을 두고 옛그림 읽기를 보여준 책.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덧글

 

사실 관계 바로잡기.

 

이 책 62쪽에 정약용을 설명하면서, '... 정재원과 윤선도의 손녀인 해남 윤씨 사이에서 4남2녀 중 4남으로 태어났다.' 고 되어 있는데, 윤선도의 손녀가 아니라 윤두서의 손녀다. 윤두서는 윤선도의 증손자이고, 그러니까 정약용의 어머니 해남 윤씨는 윤선도의 5대손인 셈이다.

 

여기에 아버지 정재원과 어머니 해남 윤씨 사이에 4남 2녀라는 말도 이상하다. 다른 책에 의하면 정재원은 결혼을 세 번 하는데, 두번째 부인이 바로 해남 윤씨인 것이다. 그리고 해남 윤씨와의 사이에는 3남 1녀를 낳았다고 되어 있다. (이덕일,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1. 35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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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ulp 2017-01-1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에 정말 관심이 많으시네요.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꼼꼼하시구요. 여러모로 배웁니다.

kinye91 2017-01-13 10: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정약용이 워낙 유명하고, 윤선도 역시 유명한 분이라 그 관계를 여러 곳에서 본 적이 있어서요. 책을 쓸 때 역사에 관해서는 사실 관계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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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관한 책은 재미있다.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림을 통해서 화가의 삶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림을 통해 그 당시의 사회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가의 삶과 당시의 사회, 역사를 만난다는 것, 그림을 통해 통합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와 상통한다. 여기에 미적 감상을 통해 감수성을 키울 수도 있으니, 인문학도 이런 인문학이 없다.

 

단순한 그림의 역사와는 다르게 책을 신과 왕, 그리고 민중의 3부로 나누어 그림의 역사를 알 수 있고, 그림들이 사회적 변화에 어떻게 맞물려 변하는지도 알 수 있게 해주었지만, 그 시대에 유행했던 미술사조로 국한시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한 사람에게서는 딱 하나의 특징만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특징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여러 특징들 중에서 화가의 말년에 또는 맨 마지막 그림에 나타난 정신, 기법, 모습, 사회, 역사 등을 고찰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렇다고 화가의 마지막 그림만 나오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화가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그림도 나오며, 그 화가의 생존시에 유명했던 화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따라서 읽다보면 자연스레 미술사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편제를 신과 왕, 민중으로 한 이유도 그것이다. 또 등장하는 화가도 연대순으로 배치하여 자연스레 미술사를 익히게 된다. 여기에 화가의 삶을 통해서 단 하나의 사조가 아닌 여러 사조가 그의 그림에 나타남을 보여주기도 하고.

 

먼저 화가와 신 편에는 보티첼리, 라파엘로, 티치아노, 엘 그레코, 루벤스가 나온다.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보았음 직한 화가들이다. 그들의 대표작도 직접 미술관에서 보지는 못했더라도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았을테고.

 

이들이 말년에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그때의 상태는 어땠는지, 특히 보티첼리 같은 경우는 화려하고 기교가 넘치는 그림에서 그 기교를 쪽 뺀 그림이 말년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들어 한 화가에게 공존하는 여러 모습에 대해, 화가를 한 유파로만 정리해서는 안됨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화가와 왕 편에는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고야, 다비드, 비제 르브룅이 나온다. 소위 궁정화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의 그림에 궁정의 모습이 많이 나오는 것은 그들이 속한 지위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 나름대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으며, 고야의 경우에는 어느 하나로 국한시킬 수 없는 다양한 그림들이 나오고 있다. 그 점을 볼 수 있는 장인데... 비제 르브룅이란 작가에 대해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이 고맙다.

 

궁정화가가 되어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가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여성 화가. 당시 여성에 대한 차별이 극심했음에도 자신의 실력으로 당당하게 이름을 날렸던 화가. 이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어느 부인의 초상'도 그의 그림이라고 하니, 편견을 딛고 우뚝 선 화가라 할 만하다.

 

또한 이들로 인해 왕가의 사람들이 역사에 남았다는 사실, 별 볼 일 없는 왕이나 왕족이 이들의 그림으로 영원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당시에는 왕가가 갑이었겠지만, 지금은 화가들이 갑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로 남기도 한다.

 

마지막 편인 화가와 민중에서는 브뤼헐, 페르메이르, 호가스, 밀레, 고흐가 나온다. 이제는 시민사회가 시작되는 것이다. 시민들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그림도 변한다. 궁정화가들의 시대는 끝났고, 시민화가들의 시대, 시민들에게 그림을 팔아야만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럼 그들이 그릴 수 있는 작품은 시민들의 의식에서 관심에서 멀리 벗어나면 안 된다. 그렇게 그림은 시민사회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때 활약했던 화가들 중에 몇 사람을 뽑아 그들 그림의 마지막 작품에서 작가의식과 사회를 읽게 해주고 있다.

 

얼마나 다양한 그림들이 나오는가. 얼마나 다양한 기법과 소재가 동원되는가. 이제 그림은 어느 한 분야로 국한되지 않는다. 화가에 따라 수천 수만의 그림이 나오게 된다.

 

이런 식으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책을 읽어가는 중에 그간에 읽었던 미술사에 관한 내용들과 더불어 새롭게 한 화가에게 들어 있는 많은 특성들을 읽어가게 된다. 더불어 그 시대의 특성 등도 함께.

 

그러니 단순히 그림만을 감상하는 책이 아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화, 적응해 가는 예술에 관한 책이다. 그것은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예술이 어떠해야 하는 것과도 통한다. 너무도 난해해지는 현대미술이지만, 언제까지 난해할 수만은 없다.

 

난해함 속에서도 사람들 곁으로 다가오는 미술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사조가 역사 내내 지속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 우리 시민들 속으로 들어올 예술은 어떤 예술일까, 그런 생각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풍부한 그림을 통해 눈요기도 맘껏 하고, 다양한 삶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기도 하고,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화가의 모습을 통해 시대와 예술가에 대한 공부도 하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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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
이석우 지음 / 북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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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하면 진경산수화가 떠오른다. 우리나라 그림이 중국의 그림을 모방하던 단계에서 조선의 그림으로 넘어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그런데 진경산수화라고 해서 있는 그대로를 그렸다고 보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진경이란 사실에 바탕을 두되 자신의 의지를 반영해서 그린 그림이라고 봐야 한다.

 

즉 진경은 실경과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정선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모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그 자연의 배치를 다시 한다든지, 생략하거나 첨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진과는 다른 그림만의 특성을 드러내게 된다. 그렇게 정선의 그림을 이해하면 된다. 마치 사진처럼 정선의 그림에서 똑같은 풍경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럼에도 진경에는 실경이 포함되어 있다. 실경을 완전히 왜곡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정선의 그림에는 18세기 조선의 모습이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

 

그의 그림에서 우리는 조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조선이 정선의 그림에 들어있다. 이것이 바로 진경산수화의 진면목이다.

 

이 책은 정선의 그림을 주제별로 나누어서 보여준다. 그냥 정선하면 떠오르는 그림, '인왕제색도, 금강전도'뿐만이 아니라 처음 보는 그림도, 또 정선이 이런 그림도 그렸나 싶은 그림도 있다. 그가 화훼영모도를 그렸다는 것. 참... 화훼영모도 하면 신사임당만 떠올렸는데, 정선의 그림이 이렇게 정교할 수가 있구나 싶은 그림들이었다.

 

여기에 폐허가 된 경복궁의 그림에서 당시 사회의 모습을 알 수 있고, 부임지에서 그린 그림들을 통해서 조선시대의 모습을 살필 수도 있다.

 

정선의 화가로서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었던 책이었고, 정선의 그림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그의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었고, 정선이 도화서 출신이냐 아니냐와 같은 논쟁이 있다는, 정선의 생애와 관련된 논쟁도 알 수 있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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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6-11-2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천구에 정선 박물관이 좋았습니다 ^^

kinye91 2016-11-27 15:56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전철역에서 가깝다니 한번 가보려고요.
 
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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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기독교에서 교회나 성당에 그려 붙였던, 또는 천장에 그렸던 수많은 성서화들.

 

또 하나는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역사화라 불리는 그림이 없을까 하는 생각.

 

첫번째 생각은 이 책에서 소개하고 그림들이 대부분 신화시대 또는 성서에 기반한 그림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뒤에 보면 역사적 사실들, 인물들을 그린 그림도 있지만, 기본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서양 사람들은 그리스-로마 시대의 영광을 그림으로 그려왔고, 또 성서에 나타나는 내용들을 그림으로 많이 그려왔다.

 

특히 교회에서 그림을 그렸던 것은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계명에 의해 그림이 파괴된 적도, 성상이 파괴된 적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성화나 성상이 우상이 아니라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미술품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이런 그림들은 그림 자체의 훌륭함도 있겠지만 신의 권능을 잘 드러내어 사람들로 하여금 감화를 받게 하는데도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들이 살아남았는데... 이 그림들이 지금은 우리들에게 감명을 주고, 또 고대나 중세의 역사를 보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그림들 역시 이런 서양의 역사,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그림들이 많다. 따라서 이 그림들을 통해 당시 서양의 문화, 역사를 알 수 있게 되는데, 반대로 서양의 문화, 역사를 더 잘 알고 있다면 이 그림들에서 또다른 풍성한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게 된다.

 

그림과 역사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그림이 존재했듯이,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그림이 역사를 알아보게 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그림에 대한 소개가 끝나면 각 장마다 간략하게 역사에 대한 서술을 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역사를 접할 수 있다.

 

문맹이 많았던 고대나 중세에 그들에게 성서의 내용을 알려주려는 또 하나의 목적으로 성화나 성상들이 제작되었듯이, 너무도 세분화된 역사에 질식될 것 같은 사람에게는 이렇게 그림을 통해 역사를 만나게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 이 책은 역사를 어렵지 않게 친근하게 즐겁게 접근할 수 있어서 이런 식의 책들이 역사와 미술이 융합하는데 나름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번째 생각은 그럼에도 우리나라 그림들은? 하는 생각이다. 서양의 역사만큼이나 우리나라 역사도 굴곡이 많았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역사화나 종교화가 별로 없을까?

 

별로 없을 정도가 아니라 우리나라 화가의 역사는 매우 짧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옛사람들이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그림은 삶의 일부였을 뿐이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여기(餘技)라고 하여 공부하다, 또 일하다 남으면 하는 일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좀 아쉬운 생각이 들기는 한다. 우리나라도 서양처럼 이렇게 그림들이 많이 그려지고 남아 있었다면 우리 역사를 좀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우리 조상들도 윤리를 가르치지 위해서 그림을 활용했는데,(그 유명한 삼강행실도를 보라)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림을 활용한 경우는 적으니, 집에서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자 했기에 격동적인 역사적 장면들보다는 관조적이고 사색적인 자연에 대한 그림에 더 중점을 두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격동적인 70-8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민중미술이 활발하게 창작되었으니, 나중에는 이런 그림들과 우리 역사가 결합한 이와 같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이 책은 서양화를 통해서 서양의 역사를 만나게 되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 서양의 역사를 그림과 함께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유용한 역할을 하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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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0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kinye91님 글을 읽다보니, 같은 의문이 드네요.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서양보다 책의 보급이 보다 대중적이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에 침입한 프랑스군이 놀란 것이 가난한 초가집마다 서적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지요.. 거의 같은 시기에 기독교가 전래되었기에 예술작품을 통한 전교 필요성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kinye91 2016-08-06 11:49   좋아요 1 | URL
여러 가지 원인 중에 책의 보급이 대중적이었다는 겨울호랑이님의 말씀도 타당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 미술산책 가이드 - 미술 따라 골목골목
류동현.심정원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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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미술관, 박물관을 소개하는 책들은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 미술관, 박물관을 소개하는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라서 그런 건지, 소개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아니면 소개하나 마나 별 반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지, 외국의 미술관, 박물관 소개 책보다는 현저하게 적다.

 

그래서 이런 책을 만나면 반갑다. 사실 우리나라 미술관에 가고 싶어도 어디 있는지, 어떤 전시를 하는지, 또 성격은 어떤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 부분에서 시작한다.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이 불어닥칠 때쯤 자연 속을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술 산책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에 대한 소개를 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진 책.

 

'미술 따라 골목골목'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모든 곳을 다룰 수는 없는 일이므로 우선은 서울에 한정해서 알려주고 있다.

 

서울에도 이렇게 많은 미술관, 전시관, 갤러리들이 많이 있다니... 역시 모르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서울 곳곳에 미술관이 있고, 화랑이 있고, 상설전시를 비롯해 기획전시, 또 판매까지 늘상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관심이 있기만 하다면 미술을 일상에서 만날 수가 있다.

 

이제는 외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인사동 거리에서부터 이런 미술산책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요즘은 인사동의 임대료가 너무나 올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인사동은 예전의 명성, 또 이 책에서 소개한 것보다는 변화가 심하다는 생각을 해야 하고.

 

소위 북촌이라고 하는 곳도 미술산책 하기 좋은 곳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 한적한 분위기가 사라졌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했으므로 미술에 관해서는 중심 거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북촌과 더불어 서촌이라고 불리는 곳도 미술 산책하기 좋은 곳이고, 덕수궁을 중심으로도 미술 산책길이 있으며, 하다못해 소비의 중심지라는 강남에도 미술 산책길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면 서울이라는 도시 곳곳에서 미술과 함께 산책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미술 산책과 더불어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또 자신이 작품을 구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술과 관련된 직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등도 알려주고 있어서 여러모로 미술 산책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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