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서다 - 민중의 카타르시스를 붓 끝에 담아내는 화가 홍성담, 그의 영혼이 담긴 미술 작품과 글 모음집
홍성담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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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카타르시스를 붓 끝에 담아내는 화가 홍성담. 그의 영혼이 담긴 미술 작품과 글 모음집'

 

책 표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예술은 논란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상식적이면 예술이 아니다. 상식이면 왜 그리고 만들겠는가? 예술가는 항상 사회적 금기와 터부를 마음껏 넘나들어야 한다. 국가의 운명이 파시즘으로, 독재로 흐를수록 풍자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치인들을 신성시하고 절대화하면 국가주의 파시즘이 번식한다.' (222쪽)

 

화가, 홍성담. 참 험난한 시대를 건너왔다. 그는 늘 길 위에 있었다. 길 위에 있어야 민중과 함께 할 수 있다. 자신의 작업장에만 있는 예술가는 민중과 함께 할 수 없다.

 

길 위에 있는 예술가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는 늘 진실을 마주하고 그 진실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가는 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예술가는 진실을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그것이 풍자든 해학이든 자신의 작품으로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 작품을 가지고 이렇다저렇다 말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진실이 불편한 권력자들이거나 권력자를 추종하는 자들 뿐이다.

 

이런 자들에 의해서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예술을 정치에 종속시키려 한다. 그렇게 엄혹한 시절을 겪기도 했다. 그런 시대에 미술가들은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침묵을 지키고만 있었던가.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홍성담과 같은 화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끊임없이 진실의 편에 서서 진실을 표현하려 했다.

 

책은 모두 여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우리나라 민중미술인 걸개 그림에 대해서 보여주고 이야기한다. 시작부터 민중과 함께 한다. 그 다음,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작품으로, 글로 보여준다.

 

세월호, 일본제국주의 침탈로 인한 비극들, 우리 현대사들 통해 겪어 왔던 일들, 환경 파괴, 그리고 촛불...

 

이 책에 실린 그림들, 글들은 길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모두 길 위에 있다. 길 위에서 민중과 함께 한다. 마치 예술은 민중과 함께 해야 한다는 듯이.

 

하여 책을 읽으며 보며 우리 현대사를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예술이 어떠해야 하는지, 왜 정치권력을 쥔 자들이 예술에 대해서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이 책을 보면서 알 수 있게 된다.

 

천박한 정치인들은 예술과 외설을 구분하지 못하고, 예술적 표현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고 겉모습만 보고 탄압하려 들지만, 오히려 그것이 민중에게 예술의 효과를 보여주는 역할만 하기도 한다.

 

신랄한 풍자를 통해 민중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자신들의 마음 속에 응어리져 있던 것들을 예술을 통해 풀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주는 예술가야 말로 민중들에게 사랑받는 예술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성담은 민중들에게 사랑받는 예술가다. 그의 그림을 보며 통쾌함을 느낀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예전에 보았던 그림을 책에서 다시 보는 내내 나 역시 그런 통쾌함을 느꼈다. '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선' 화가 홍성담, 그의 그림과 글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책, 한 번 보길 권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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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미술관 - 그리고 받아들이는 힘에 관하여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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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도대체 나는, 우리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우리들의 삶이 방향을 잃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중심의 지구 생활이 최악의 재난을 일으키고 있는데, 우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 저자는 그림을 찾는다. 그림에서 희망을 발견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이 책의 저자인 강상중은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한국인이다. '자이니치'라고 하는 경계인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일본 방송에서 미술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을 책으로 엮어냈다. 그림과 조각, 도자기 등을 통해서 인간에 대해서, 자연에 대해서 생각한 것을 풀어낸 책이다. 서양의 작품들과 일본 작품들을 융합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중심 인물은 '뒤러'다. 그래서 책의 처음 시작은 뒤러의 '자화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역시 뒤러의 '멜랑콜리아1"로 맺고 있다. 강상중은 뒤러의 자화상을 보는 순간, 그 그림이 자신에게 '나는 여기에 있어.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19쪽)라고 묻는 듯했다고 한다. 어쩌면 강상중은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자리를 뒤러를 통해서 발견하고 위안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해야 한다.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자신을 성찰하다보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구원에 이르게 된다.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찰하는 삶,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사회 속에서, 역사 속에서, 또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사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처럼 '구원의 미술관'에 가게 되는 것이다. 미술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 구원을 받는 것. 이것은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그림이 우리에게 던져준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주제로 나누어 미술을 우리 곁으로 데려다 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주제로 나누고 그에 해당하는 미술들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설명하고 있는 그림을 수록하고 있으므로, 그 그림을 보면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해도 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상해도 된다.

 

어떤 식이든 그림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림은 그 자리에 있다. 그림이 말을 한다면 "나는 여기에 있어"다. 나는 여기에 있다는 말은, 너는 어디에 있냐는 질문이다.

 

그 질문을 미술을 통해서 받아들이게 된다. 곧 삶을 성찰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 미술가들의 작품이 나와 있어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작품을 통해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발견하면 된다.

 

저자 역시 그 점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이 그림을 통해 느꼈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느끼기를. 그래서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발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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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Art Travel 1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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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덜 알려진 러시아 미술에 대해서 소개해주는 책이다. 사실 우리나라 미술 시간에 배우는 화가들은 몇 나라로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미술을 배우고 나서 머리 속에 남아 있는 화가들은 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또는 인상파, 피카소로 대표되는 몇몇들 뿐이다.

 

러시아 화가들은 거의 미술 시간에 배우지 않을 것이다. 배워도 러시아 화가로가 아니라 세계적 미술의 흐름에서 그들의 이름과 작품을 언급하는 정도로 넘어간다. 적어도 내가 다닌 학교에서는 그랬다.

 

대표적인 러시아 화가라고 할 수 있는 샤갈을 누가 러시아 화가로 생각하겠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아마도 그를 프랑스 화가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러시아 미술은 우리에게는 너무도 먼 나라 미술이었다.

 

최근에 러시아 화가로 일리야 레핀에 대한 책을 읽고, 그의 그림을 보고, 알게 모르게 다른 미술 관련 책에서 러시아 화가들의 그림을 많이 보았다는 생각을 했고, 러시아 미술이 유럽 미술에서 변방에만 치우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러시아 미술을 체계적으로 소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준다.

 

특히 통사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주욱 설명을 하지 않고, 미술관을 중심으로, 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더욱 쉽게 러시아 미술에 접근할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미술관은 두 곳이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과 러시아 미술관. 이 둘은 모두 국립미술관으로 엄청난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러시아 미술의 역사를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뒤에 간추린 러시아 미술사에서도 나오지만 이 책은 '이콘'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17세기-18세기, 19세기의 그림들로 넘어간다.

 

'이콘'에서 시작한 러시아 미술사를 서유럽과의 교류를 통해 유럽화되는 미술의 변천, 그럼에도 러시아 특유의 미술 발전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설명도 간결하고 명료하지만 그림들이 잘 제시되어 있어서 읽고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풍부한 러시아 미술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여기에 두 미술관을 더 소개하고 있는데, 에르미타슈 박물관과 푸슈킨 미술관이다. 그런데 이 두 곳은 러시아 미술과는 좀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이 미술관에도 물론 러시아 미술품들이 소장되어 있겠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두 미술관의 작품들은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 특히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화가들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앞의 두 미술관은 러시아 미술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러시아 작가들과 작품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면, 뒤의 두 미술관은 러시아가 소장하고 있는 세계 미술, 특히 유럽 미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근대 초기까지 러시아 미술은 세계 미술사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그 다음은? 냉전 시대 이후 러시아 미술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아마 그들도 나름 작품활동을 했겠지만, 그것은 좀더 세월이 지난 다음에 정리가 될 듯하다.

 

눈과 피의 나라라고 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는 추운 나라다. 혁명의 나라다. 그런 사람들의 성정이 그들의 그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러시아 그림에 대해서 보고 읽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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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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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조선시대 미술에 대해서 이야기한 책이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은 과거의 '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조선'은 그런 조선이 아니다. '조선'은 바로 우리 민족을 의미한다. 남과 북, 어느 한쪽을 이야기하지 않는, 그렇다고 남과 북을 통합적으로 이야기하는 그런 용어가 아니다.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우리 민족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은 '조선'이라는 말 속에 중심에 있기 보다는 변방에 있는 사람들을 다룬다.

 

미술 순례이기 때문에 미술가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지만 우리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미술가들이 많다. 물론 시대적으로 '조선'시대에 살았던 신윤복도 이 책에 나온다.

 

하지만 신윤복은 '조선'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당시에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새로운 미술을 했기 때문에 다루고 있다.

 

변방은 결국 중심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변방을 무시하면서 배척하면 중심이 중심다워질 수가 없다. 서경식 역시 중심보다는 변방에 있는 사람이다.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삶. 그의 삶이 어쩌면 중심보다는 변방에 있는 작가들에 관심을 가지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가들은 신경호, 정연두, 윤석남, 이쾌대, 신윤복, 미희이다. 그리고 부록에서 홍성담, 송현숙을 다루고 있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들어봤음 직한 이름은 신윤복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고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여기서 다룬 작가들 이름을 모두 들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중심보다는 변방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에 머무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미술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그런 모습들이 서경식의 삶과 겹쳐지면서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오게 된다.

 

미술을 돈으로 가치를 따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부터 미술을 이끌어내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삶으로 확대되어 나가게 되는 그런 과정, 그런 모습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미술순례라는 제목과는 달리 작품이 그리 많이 실려있지는 않다. 작품보다는 인터뷰 내용이 더 많이 실린 책이다.

 

아마도 그 작가들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은 것이 많았나 보다. 그러니 작품을 소개해주기 보다는 작가를 중심으로 책을 엮어나갔지.

 

이런 미술가들이 있다고, 이들이 변방에 있지만, 이들로 인해 우리 미술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고, 좀 알라고 하는 듯하다.

 

그리고 후기에 아직 다루지 못한 작가들, 외국에 있는 작가들에 대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들 역시 변방에 있기 때문이고, 이 책의 목적이 작품을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의 대담을 중심으로 작가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루지 못했다고 한다.

 

서경식, 디아스포라라고 하는 그의 삶을 다른 작가들에 투영해서 읽게 되는 책이었는데, 주류에 환호하기 보다는 주변을 살필 수 있는 눈을 갖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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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 다빈치 art 11
구로이 센지 지음, 김은주 옮김 / 다빈치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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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런 그림이 그려졌다면 그 그림이 전시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화가다.

 

외설스러운 내용이 들어가면 소설도 금서가 되고 작가가 처벌받는 사회에서 - 설마 지금은 아니겠지 하지만 맞을 것이다. 외설의 기준을 판검사가 판결을 하니 원- 이토록 적나라한 그림이 전시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에곤 실레도 당시에 외설스러운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이유로 구류처분을 받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불상사도 있었지만 그의 그림은 계속 전시되었고, 그는 화단에서는 인정받는 화가로 지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그림이 외설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의 화집을 전철 안에서 보기는 조금 민망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겠지만 - 음모까지 적나라하게 그려진 여인의 나체나 남자의 나체 그림을 모르는 대중들이 있는 공간에서 본다는 것은 자신의 그림을 아이들의 눈에 잘 띠는 곳에 걸어놓아 아이들이 보게 했다는 혐의로 구류처분을 받은 실레의 경우처럼 여전히 성에 관해서는 표면적으로는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 남들의 시선이 고울 수는 없을 것이다 - 그의 그림들이 성욕을 자극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다.

 

오히려 비틀린 성에 대한 표현이라고 해야 할까, 뭔가 벌거벗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일그러진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표현을 사용하면 '추함 속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인간의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임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본능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생각이 든다.

 

'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고, 특히 어린아이에게는 가리지 않는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런 '성'에 대해서 에곤 실레는 어린아이의 영혼으로 바라보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이 '영원한 아이'라고 한 이유도 여기서 연유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러한 성적 표현이 아름답지 않고, 거친 선으로, 거친 색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성적 욕구를 자극한다기보다는 우리 안에 숨겨져 있는 욕망을 발견하도록 한다는 생각을 한다.

 

전체적으로 그의 그림은 어둡고, 거칠고, 난삽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모습이기는 하겠지만, 그가 그린 수많은 자화상들을 보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자화상을 통해서 분열된 자신의 모습을 보이려 했는지 몰라도, 그가 그린 자화상들을 보면 기괴하다는 느낌,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정착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영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그가 오래 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자살도 아니고 스페인 독감으로 28세에 세상을 떠난 그지만, 그의 그림에서 이미 그는 다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토록 어두운 그림, 이렇게 분열된 자화상, 벗은 몸을 그렸음에도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추하게 그려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림들, 그런 추함을 통해 아름다움을 찾도록 하는 그의 그림은 바로 에곤 실레의 삶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그의 삶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고 있다. 그렇다고 그림이 순서대로 나온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의 삶을 시간 순으로 이야기하면서 중간 중간 에곤 실레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과 삶을 하나로 보고 설명하는 형식.

 

그리하여 에곤 실레의 삶과 그림을 전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풍부한 그림과 자세한 설명으로 에곤 실레라는 화가를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기에, 에곤 실레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에게도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이다.

 

어쩌면 읽으면서 또 에곤 실레의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게도 한 책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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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4-1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엔나의 벨베데레 궁전에서 에곤 실레의 그림을 몇 점 직접 감상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클림트의 ‘키스‘ 앞에서 훨씬 더 오래 머물긴 했지만, 에곤 실레의 그림들도 코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더랬지요. 비엔나에 가기 전에 남부 보헤미아 지방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작은 마을에도 에곤 실레의 미술관이 있던데, 그 미술관 문앞까지 갔다가 Closed 팻말 앞에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두고두고 아쉽기만 합니다.

kinye91 2017-04-10 13:3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직접 보신 그림이 있네요. 저는 책에서나 봤지 직접 본 그림은 없어서요. 그럼에도 미술관 앞에서 문이 닫혀 감상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참 아쉬웠겠단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