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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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기독교에서 교회나 성당에 그려 붙였던, 또는 천장에 그렸던 수많은 성서화들.

 

또 하나는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역사화라 불리는 그림이 없을까 하는 생각.

 

첫번째 생각은 이 책에서 소개하고 그림들이 대부분 신화시대 또는 성서에 기반한 그림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뒤에 보면 역사적 사실들, 인물들을 그린 그림도 있지만, 기본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서양 사람들은 그리스-로마 시대의 영광을 그림으로 그려왔고, 또 성서에 나타나는 내용들을 그림으로 많이 그려왔다.

 

특히 교회에서 그림을 그렸던 것은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계명에 의해 그림이 파괴된 적도, 성상이 파괴된 적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성화나 성상이 우상이 아니라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미술품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이런 그림들은 그림 자체의 훌륭함도 있겠지만 신의 권능을 잘 드러내어 사람들로 하여금 감화를 받게 하는데도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들이 살아남았는데... 이 그림들이 지금은 우리들에게 감명을 주고, 또 고대나 중세의 역사를 보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그림들 역시 이런 서양의 역사,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그림들이 많다. 따라서 이 그림들을 통해 당시 서양의 문화, 역사를 알 수 있게 되는데, 반대로 서양의 문화, 역사를 더 잘 알고 있다면 이 그림들에서 또다른 풍성한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게 된다.

 

그림과 역사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그림이 존재했듯이,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그림이 역사를 알아보게 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그림에 대한 소개가 끝나면 각 장마다 간략하게 역사에 대한 서술을 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역사를 접할 수 있다.

 

문맹이 많았던 고대나 중세에 그들에게 성서의 내용을 알려주려는 또 하나의 목적으로 성화나 성상들이 제작되었듯이, 너무도 세분화된 역사에 질식될 것 같은 사람에게는 이렇게 그림을 통해 역사를 만나게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 이 책은 역사를 어렵지 않게 친근하게 즐겁게 접근할 수 있어서 이런 식의 책들이 역사와 미술이 융합하는데 나름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번째 생각은 그럼에도 우리나라 그림들은? 하는 생각이다. 서양의 역사만큼이나 우리나라 역사도 굴곡이 많았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역사화나 종교화가 별로 없을까?

 

별로 없을 정도가 아니라 우리나라 화가의 역사는 매우 짧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옛사람들이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그림은 삶의 일부였을 뿐이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여기(餘技)라고 하여 공부하다, 또 일하다 남으면 하는 일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좀 아쉬운 생각이 들기는 한다. 우리나라도 서양처럼 이렇게 그림들이 많이 그려지고 남아 있었다면 우리 역사를 좀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우리 조상들도 윤리를 가르치지 위해서 그림을 활용했는데,(그 유명한 삼강행실도를 보라)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림을 활용한 경우는 적으니, 집에서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자 했기에 격동적인 역사적 장면들보다는 관조적이고 사색적인 자연에 대한 그림에 더 중점을 두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격동적인 70-8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민중미술이 활발하게 창작되었으니, 나중에는 이런 그림들과 우리 역사가 결합한 이와 같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이 책은 서양화를 통해서 서양의 역사를 만나게 되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 서양의 역사를 그림과 함께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유용한 역할을 하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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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0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kinye91님 글을 읽다보니, 같은 의문이 드네요.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서양보다 책의 보급이 보다 대중적이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에 침입한 프랑스군이 놀란 것이 가난한 초가집마다 서적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지요.. 거의 같은 시기에 기독교가 전래되었기에 예술작품을 통한 전교 필요성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kinye91 2016-08-06 11:49   좋아요 1 | URL
여러 가지 원인 중에 책의 보급이 대중적이었다는 겨울호랑이님의 말씀도 타당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