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친절한 미술이야기
안휘경.제시카 체라시 지음, 조경실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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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라는 말이 들어가면 어렵다. 현대시도 그렇고, 현대미술도 그렇고 현대음악도 그렇다.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들이 지내온 역사와 더불어 예술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딛고 일어서야 했기 때문이리라.

 

시가 갈수록 어려워져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해석을 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음악은 너무도 빨라져 음들을 따라잡기도 버거워졌고, 클래식이라는 음악은 자주 접하기가 힘들어 그것과 멀어지고 있으며, 오랜만에 미술관에 가면 현대미술이라고 전시된 작품들이 도저히 무엇을 말하는지, 어디서 감흥을 얻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그렇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그래도 예술은 여전히 존재하고, 예술가들은 더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어들지 않는다. 이토록 많은 예술가들이 자기만의 예술을 하려면 정말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예술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예술은 인간이 지닌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려야 예술로 존재할 수 있다. 오로지 자기 만족으로만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추상미술이라도 관객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 자기 표출로만 그치고 만다.

 

이 얘기를 거꾸로 뒤집으면 현대예술은 아무리 어려워도 인간이 지닌 보편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어떤 공통성, 공통분모. 이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을 찾아내면 현대예술을 잘 감상할 수 있다. 감상만이 아니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미술 분야로 국한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영어 알파벳으로 A부터 Z까지 미술에 관련된 것들을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차근차근 작품에서부터 미술관, 또 미술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기에 현대미술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그냥 어렵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미술이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설명해주고 있고, 또 미술이 단지 예술가 개인만의 작품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미술과 관련된 수많은 관계들이 있음을 설명해 주고 있다.

 

그래서 미술이 좀더 쉽게 다가온다. 한번쯤 미술관에 가보고 싶은 생각, 현대미술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대미술을 보러 가는 것이겠지. 자꾸 보아야 어느 순간 현대미술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게 되겠지. 그런 자극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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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미술 - 아름다움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세계사 가로지르기 17
정연심 지음 / 다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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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제목이 '아름다움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인데... 책을 읽으며 아름다움이 인간을 변화시켰다기보다는 세상의 변화에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령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을 통해 일상적인 기성품이라도 작가의 생각이나 의도에 따라서 예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하는데, 이는 뒤샹이라는 한 작가로 인해 기성품이 예술로 들어오게 되고, 그것은 워홀의 팝아트를 가능하게 한 것도 있지만, 세상이 이미 기존의 예술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변화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 시대에 맞는 예술을 하는 작가들이 등장한다. 그 작가들로 인해 예술은 과거의 예술과 결별하고 새로운 예술의 세계로 들어간다.

 

르네상스 예술도 그렇고, 인상주의도 그렇고, 초현실주의도, 또 아방가르드 작품도 그렇다. 이렇게 예술은 사회와 떨어질 수가 없다. 사회의 발전을 주도하든, 사회의 발전을 따라가든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세상을 바꾼 미술'은 읽으면서 사회의 변화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동서양 미술의 교류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미술과 종교가 어떻게 만났는가도 살필 수 있고, 미술 속에서 여성의 위치가 어떻게 변화했는가, 특히 나체와 누드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누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으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으니, 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고야의 '벌거벗은 마하'라는 그림도 당시에는 문제가 될 정도였다고 했으니,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나체와 누드를 수치심 여부로 명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는 미의식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이런 이야기, 미술은 특정한 종류의 예술이 계속 유지되어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자연을 그대로 모방하는 단계에서, 사람을 그리게 되는 단계, 왕족, 귀족, 성직자들을 그리던 단계에서 일반 서민을 그리는 단계로 변화하는 과정 등을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데...

 

이 책을 참조하여 이제 다가올 시대에는 어떤 미술이 나타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어렵지 않게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기 때문에, 또 그림들이 참고로 잘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미술의 역사에 관한 책으로 먼저 읽으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도처에 아름다움이 있다. 이 아름다움이 작가들을 통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그것이 사회의 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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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30 0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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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30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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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미술기행 - 인간과 예술의 원형을 찾아서
편완식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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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적절히 있어서 읽기에 편하다. 사진으로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전문적으로 어느 화가 한 사람이나 아프리카 미술 경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보다는, 아프리카를 주욱 여행하면서 만나게 된 미술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화가 두 명과 함께 한 여행이라서 그런지 우리나라 화가들의 그림도 종종 이 책에 보인다.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받은 충격과 감동이 우리나라 미술과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를 이 그림들을 통해서 볼 수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을 보면 아프리카는 원색과 단순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프리카에 가보지 않았기에 모르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은 원색의 향연이라 할 만하다. 게다가 아프리카 그림들이나 조각을 보면 참으로 단순하다.

 

원색의 화려함과 단순함이 아프리카 미술을 보여주고 있다면, 예술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그들의 삶에서 떨어질 수 없으니,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삶. 그야말로 단순하다. 그들은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를 살아간다. 적어도 이 책에 나오는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그들은 정해진 출발시간이 없다. 있어도 사람들에게 맞춘다. 운전사 맘대로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삶을 살아간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이런 삶이 미술로 표현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특별한 경향이나 유파의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다. 그들 삶이 미술에 체현되어 나타나고 있을 뿐이니까.

 

다만 그들의 색채에 담겨 있는 의미, 구성에 담겨 있는 의미들을 안다면 아프리카 미술에 대해서 좀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아프리카 화가는 아프리카의 피카소라는 말을 듣고는 그 말에 대해 부정적이라는데, 그만큼 그들에게는 그들의 미술이 있는 것이고, 이를 굳이 서양의 유명 화가의 이름을 붙여 그를 칭찬하는데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자체로 아프리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프리카 미술은 아프리카 미술일 뿐이기 때문에 굳이 서양의 유명 화가나 유파에 끼워맞춰 넣으려는 시도는 할 필요가 없다.

 

아프리카, 가기 힘든 곳인데, 한 번 간 사람들이 다시 가고 싶어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고 하니... 하긴, 이 책에 나와 있는 사진들을 보아도 참으로 강렬하니, 이런 책을 통해서 아프리카를 간접 체험하고 있는 것에 만족할밖에.

 

김중만의 "아프리카 아프리카"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게 되는 아프리카 예술이야기다. 글과 사진을 통해 그 강렬하고도 단순한 아프리카 미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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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 08: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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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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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예술로 걷다 - 가우디와 돈키호테를 만나는 인문 여행
강필 지음 / 지식서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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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외국 여행을 할 때는 두려움이 앞서고, 또 언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한 번에 여러 곳을 돌아야지 하는 욕심을 부리게 된다. 일주일에 한 다섯 나라 정도를 죽 훑어보는 여행을 하든지, 아니면 혼자 돌아다니지는 못하니까 패키지 여행을 하면서 그냥 주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든지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 외국 여행의 식작이 이렇다. 그러다가 여행에 대해 어떤 갈증을 느낀다. 이렇게 다니는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나라의 수를 줄이고, 도시의 수도 줄이고, 패키지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주마간산(走馬看山)식의 외국 여행에서 집중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여행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가 여행의 참맛을 알기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첫 외국 여행을 한 도시에서만 보낸 사람이 있다. 어쩌면 그것은 색다른 경험을 넘어 외국 여행의 참맛을 처음부터 느낀 경험이었으리라. 이런 사람에게는 여행은 '빠르게 대충'이 아니라 '느리게 자세히'가 된다.

 

친구 덕에 첫 외국 여행을 프랑스 파리에서 8일을 보냈다는 저자.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다음부터 하는 외국 여행에는 한 도시에서 며칠씩 머무르는 방식을 택한다. 그냥 유명 관광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한복판에 직접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삶을 함께 경험하면서 그가 택한 여행방식은 '예술과 인문 루트'(11쪽)다. 여행이 단지 돈을 쓰면서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좀더 살지우는 그런 과정이라면 그가 말하는 '예술과 인문 루트'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정신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삶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것, 세계의 다양한 예술을 감상하는 것, 그것이 그가 목표로 한 여행이다.

 

이런 여행을 하면서 그가 우리에게 알려준 '예술 인문 루트'의 첫번째 모습이 바로 이 책이다. 스페인... 축구와 투우로 유명한 나라. 그러나 그만큼 예술, 특히 미술로도 유명한 나라.

 

스페인에 대해 많은 것을 다 알려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여행 방식에 따라 몇몇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 삶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스페인을 예술과 함께 집중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 미술과 관련이 되지만 독립된 분야로 여기고 있는 건축도 이 책에는 나와 있으니...

 

우선 마드리드에서는 세 개의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많은 작가들과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화가들, 벨라스케스, 고야를 만날 수 있으니 좋고.

 

마드리드를 떠나 톨레도에 가면 이번에는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다. 돈키호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도 너무나 잘 알려진 돈키호테에 관한 여러 가지를 만날 수 있는 곳, 톨레도. 그리고 여기서 엘 그레코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엘 그레코 미술관'에서만이 아니라 그 곳에 있는 성당 곳곳에서 엘 그레코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이 도시 자체가 세르반테스와 엘 그레코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축구로 유명한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 하면 축구, 어쩌면 축구보다 더 유명한 가우디의 건축을 볼 수 있는 곳.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그의 건축물들.

 

그 건축물들 내부까지 보려면 상당한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건축물이 이렇게 아름답게 하나의 예술로 삶에 다가오게 한 것, 가우디 건축의 특징이 아니던가. 외부의 화려함만이 아니라 내부도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그의 건축물.

 

우리나라 도시건축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주는 가우디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스페인에서 주요 도시라고 하면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이지만, 여기서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괴짜 '살바도르 달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미술관이 있는 피게레스도 소개하고 있다.

 

달리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달리 극장미술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림만큼이나 삶 자체도 특이했던 달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책은 빌바오란 도시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소개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스러져 가는 도시였던 빌바오를 살게 만든 미술관.

 

경제적으로 쇠퇴해가는 도시를 문화의 힘으로 되살린 미술관. 어쩌면 이제는 문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 대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생계가 아닌 생활의 시대다. 우리나라 역시 8시간 노동제가 아니라 6시간 노동제로 가고 있지 않은가. 뉴스에서 본 독일에 관한 내용... 휴일에 근무를 하려면 시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그런 제도.

 

그만큼 유럽에서는 노동만큼 여가도, 문화도 중요시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스러져가는 도시였던 빌바오를 살릴 수 있는 길로 미술관을 건립한 것 아니겠는가.

 

이제는 문화가 중요해졌다는 것, 우리나라도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그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의 끝부분이었는데...

 

스페인을 예술과 함께 여행한다는 것, 참 즐거운 일이면서도 영혼이 맑아지는 여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직접 스페인에 가지는 못했지만, 스페인의 미술관에서 여러 화가들의 그림과 건축을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다음에 외국에 갈 때는 여러 곳을 욕심내지 않고 한 곳에서 느리게 깊게, 직접 생활과 문화를 경험하는 그런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통해 하는 즐거운 스페인 여행이었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즐겁게 잘 읽었다. 고맙다.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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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7 1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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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7 1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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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 현대예술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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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공감한다. 사실 현대미술은 너무도 어렵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미술이 아니라 눈으로 보되 머리 속으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정서에 호소하기보다는 이성에 호소하는, 그것도 고도의 지능을 요구하는 그런 미술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자주 가보는 편이 아니지만 마음 먹고 가본 미술관에서 현대미술을 보고는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적이 있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으니 마음 속에 다가오지 않고, 미술에 대한 흥미도 생기지 않는다. 이런 것을 현대인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래도 나같은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미술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현대미술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도무지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에서 가장 유명한 앤디 워홀이라든지, 릭텐슈타인의 그림을 누가 아름답다고 느끼겠는가. 그냥 상품을 나란히 배치했다든지, 만화를 조금 더 크게 그렸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잭슨 플록의 그림을 보면서 감흥을 느끼는 사람,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냥 물감을 흩뿌린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어떻게 감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지...

 

마찬가지다. 청계천 앞에 서 있는 커다란 스프링, 우리 눈에는 기껏해야 대형 고동이나 다슬기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그것을 수많은 돈을 주고 세웠다니.

 

이 책의 저자가 비판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현대미술을 하는 작가들이 자신들이 좋아서 하는 것은 뭐라 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엄청나게 많은 돈을 들여 사들이는 지역자치체들이 문제다. 이에 영합하는 비평가들까지.

 

이들에게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은 자신들의 지식을 드러낼 가장 좋은 기회다. 돈을 더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이렇게 현대미술은 돈이라는 것에 의해 오염되었다고 보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꼭 돈에 오염된 것이 현대미술만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것만은 사실이지 않을까 싶다.

 

현대미술의 추상성에 대해서 풍자하고 있는 이 책은, 현대미술 앞에서 주눅이 들었던 나같은 사람에게 위안을 준다. 나만이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미술이 어떠해야 할지 더 생각해 보는 계기도 마련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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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0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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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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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7-11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책이네요. 키숀 작가의 책을 좋아해서 부러 찾아서 봤던 기억입니다. 미술이 자본과 결탁하면서 더 이상, 예술의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피카소는 자본에 영혼을 판 대표적인 선수가 아닐까 싶네요.

kinye91 2017-07-11 09:45   좋아요 0 | URL
예술이 삶과 동떨어져 자본으로 전환되는 시대가 현대인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럼에도 예술을 자본과 독립된 자신의 삶에 직결시키는 현대예술가들도 상당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 점을 구분하게 해주는 것이 비평가의 몫이지 않을까 싶고요.

하나 2017-07-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정 수준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많네요.

2017-07-11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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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ye91 2017-07-11 10: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