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이보그가 되다
김원영 외 지음, 최승훈 외 낭독 / 사계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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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사람. 이 말을 줄여 말하기가 망설여진다. '장애인'과 '장애우' 아니면 다른 어떤 말? 장애인보다는 장애우가 더 존중하고 함께한다는 뜻이었던가? 그런데 장애우는 예전 한때 그렇게 불렀던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청중도 독자도 아직 없고, 글을 저장하지 않았는데, 단어의 선택이 소설가의 첫 문장 선택만큼이나 어렵다. 아무렇게나 부르면 안 될 것 같고, 배려하고 어떤 존중을 해야 할 것 같고. 이것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제마저도 아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일기에 쓸 때도 같은 망설임이 생길 것 같다.

그래서 김초엽 작가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 - 나는 이렇게 길게 풀어 쓰기로 했다 - 에 대해 이 책을 쓸 때 조심스럽다고 고백한다.

지나치게 사변적이지 않을까? 현실과 동떨어진 주제를 이야기하지는 않는지 초반에 걱정했고, 초고 이후 글을 쓰다 보니 그런 걱정이 덜했다고 한다.


이 책은 말 줄임에 고민하듯이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끊임없이 고려하고 가정하고 그것들을 또 수정하며 읽게 된다. 수긍을 하다가도 비판을 하게 되고 어느새 고개를 흔들며 지우개로 글씨를 지우듯이 생각들을 지워서 불어 버린다. 비판적 사고를 하고 나면 무언가 잘 못 한 것 같고,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될 것만 같아서 세차게 지운다.


장애를 고칠 수 있는 약이 있어도 약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일본 장애인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부정적인 면은 모두 감춘 채 희망 고문처럼 슬로건을 내걸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하는척하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회사나 정치인 운동가들을 강하게 비난하며 얘기했을 것인데, 이 책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일관한다. 그렇게 말하는 장애인 운동가를 20대의 목 척추 이하 전신 마비 환자가 그런 약이 있으면 간절히 먹기를 바라지 않겠냐고 대조하는 의도는 잘 모르겠다.


소프트웨어 기능을 개발할 때는 성능과 같은 비기능을 고려할 수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 기능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온통 그것에 매달려  비기능을 함께 생각하며 기능 개발도 제대로 못해 지연될 뿐만 아니라 어설프게 비기능을 고려한 코드는 결국 전체 구조 조정 (리팩토링)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두 작가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고려하지 못한 최신 기술의 한계나 맹점을 지적할 때, 그들이 아직 부족해서 그래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돌봐야 하는 사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 사랑으로 대해야 하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기업의 캠페인에 대해서도 두 작가는 불편함을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 관심과 애정은 동정이 되기 쉽고, 그것은 곧 다름을 틀린 것 부족한 것으로 보고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더라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캠페인을 많이 하는 것 자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신자유주의의 시대에 영리를 추구하고 온갖 전략으로 경쟁하는 기업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일 것이다.


두 작가님이 장애를 가지지 않았다면 이 책은 나에게 어떻게 읽혔을까? 두 분이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좀 더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면 어땠을까? 또 정반대로 더 장애와 관련한 역사와 기술, 철학, 사상에 대해서 다루면 어땠을까?


그리고,

내가 만약 장애인이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이 책을 어떻게 읽고 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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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6-11 00:2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읽고파요. 지금은 장애우라 하지 않고 장애인이라고 해요. 저는 둘째가 경계선지능이라 장애 강의를 몇번 들었고 장애인 엄마들과 모임도 했답니다. 장애는 병이 아니에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요. 그래서 고치는 게 아니고 개선하는 거라고 말해요. 암세포처럼 떼어낼 수가 없거든요.
동정적인 시각은, 흠, 사라지진 않겠지만 서서히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도 하고요. 기술발전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를 기대한답니다. ^^

초딩 2021-06-11 10:48   좋아요 2 | URL
장애인이라는 말과 개선이라는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박하다’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리고 또 우리는 과거에 지배를 받고 얽매이기도하잖아요.

그래서 주위 환경 (정치, 경제, 사상 등) 이 많이 변했는데,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원하는 쪽으로만 변화를 인지하는 편향이 있는 것 같아요. 더 다양하게 보지 못한 것들을 봐야할 것인데요.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참 좋은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6-11 07: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초딩님의 소프트웨어 관련 전문가 의견이 인상적이네요~!! 실제 보는것과 체감하는건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긴하네요. 역시 이북 낭독을 들으신거군요. 낭독자가 눈에 들어오네요 ㅋ 운전할때 저도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초딩 2021-06-11 10:47   좋아요 2 | URL
앗 격려 감사합니다 :-)

이북 들으면서, 종이책도 함께 보는데요,
이북의 최대 좋은 점은 모든 것을 다 듣는다인 것 같습니다. 책을 ㅜㅜ 읽다 흥미가 떨어지거나 딴생각이 많이 나면, 눈으로만 쓱 보고 지나가기도하는데, 오디오북은 내용을 놓칠까봐 더 신경쓰게 되더라구요 ㅎㅎㅎ
근데 이 책 종이책도 정말 좋아요 ^^ 오디오북에서는 볼 수 없는 사진도 많고요 ^^

그리고 운전할 때 정말 좋아요 오디오북 :-)

바람돌이 2021-06-11 14: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편견과 한계를 깨주는 이런 책 정말 좋아요.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생각의 방향을 틀어볼 수 있는 글들이 나오는 듯합니다. 좀 더 올바로 바라보고 행동할 수 있도록요.

초딩 2021-06-15 23:52   좋아요 0 | URL
독서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책 저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생각을 아주 많이 하게 해주는 책들이요 ^^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1-06-15 0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되면 그걸 무척 안 좋게 여기고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겠지만, 처음부터 장애인이었던 사람은 그걸 그렇게 불편하게 여기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불편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소설이 현실과 같지 않을지 몰라도 어떤 소설을 보니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아이는 그게 괜찮았는데, 엄마가 귀가 들리게 해주려고 해요 지금은 귀가 잘 들리지 않을 때 하는 게 있다고 하던데, 그걸 한다고 비장애인과 똑같이 듣는 건 아니더군요 예전에 저는 그런 거 하면 똑같이 들린다고 여긴 듯합니다 소설속 아이가 사는 세상은 조용했는데, 나중에는 시끄러운 세상에 살게 됐습니다 다른 장애는 기술이 좋아지면 좀 나아질지... 나아지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것도 있겠습니다 좋은 쪽이 되기를 바랍니다


희선

초딩 2021-06-15 23:53   좋아요 0 | URL
아! 말씀하신 것과 똑같은 사례가 이 책에서도 다루어집니다. 비장애인들이 그들의 입장과 잣대로 장애인이 원래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강제함으로써 야기되는 이슈에 대해서 다룹니다.
그리고 고치는 것이 아니고 개선하는 것이라고 행복한 책읽기님이 말씀해주셔서 또 아주 좋습니다.
^^ 좋은 밤 되세요~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