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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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한다거나 공감한다는 말을 과연 쓸 수 있을까? 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이해와 공감으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성으로 평가한다면 이 책은 많은 사회적 문제 (자살)를 일으켰으니 말이다. 그리고 약혼자가 있고 시간이 지나 결혼까지 하지 않았는가? 사실만 본다면 성실하게 사랑하며 잘살고 있는 로테와 알베르트의 가정에 풍파를 일으킨 격이 아닐까? 성실하게 사랑하는 알베르트도 죄가 될 수 없을 것이며 로테에게 불장난 같은 사랑을 일으키려 한 베르테르도 찬양될 수 없다. 그런데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훌륭한 고전이며 그 시대에도 지금의 시대에도 많은 이들의 진한 공감을 받는다. 마지막 즈음 로테에게 남기는 편지는 그 하나하나가 가슴을 저미게 한다. 그 편지를 대하는 모든 이들의 - 추신에 정신없는 속물로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 가슴을 녹이고 눈가를 적시게 한다. 작가로서의 괴테가 아닌 사랑을 했던 괴테로서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타인에 대한 공감을 넘어 타인에 대해 자기 자신처럼 해석하며 이야기 속의 인물을 자신과 거의 완벽에 가깝게 일치시키는 것 같다. 거의 완벽한 이입.

왜 거의 완벽한 이입일까? 역시 허구 (fiction)이니 거의 대부분의 독자가 그렇게 권총으로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랑에 말 그대로 눈이 멀어 사인을 저지른 사람을 옹호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거의 완벽한' 이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의 완벽한' 이입이기 때문에 우리는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완벽하게 이입해서 자신과 동일했다면, 그것은 자신의 일기를 읽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 하지 못했던 것, 그것들을 베르테르는 했기 때문에 우리는 몰입해서 읽는 것 같다.

그래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거의 완벽하게 이입하지만, 대리만족할 수 있기 때문에 위는 몰입해서 읽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소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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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23 08: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책은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베르테르가 보이는 감정과 행동은 과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초딩님 말처럼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줬던 것 같아요~!

초딩 2021-05-23 12:10   좋아요 3 | URL
아 네 맞아요. 과잉~!
그래서 더 극적인 같아요. 언제나 리뷰에 더 좋은 의견주셔서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05-24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름만 봐선 이미 읽은 책 같은데 사실 안 읽었네요~ 저도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요!ㅎㅎ

초딩 2021-05-24 09:08   좋아요 2 | URL
ㅜㅜ 정말 유명한 고전인데, 그래서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안 읽은게 많더라구요 ^^ ㅎ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mini74 2021-05-24 1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 새로운 계급인 독일청년들의 고뇌도 담겨 있어 저는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샤로테를 좋아해서 롯데라고, 카드이름은 샤롯데로 지었다는데 ~ 아주 기분 나빴습니다 ㅎㅎ

초딩 2021-06-05 18:17   좋아요 1 | URL
ㅜㅜ 맞아요 독일청년들의 고뇌!
그리고 카드 이름에 샤롯데는 ㅜㅜ 좀 밉네요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서니데이 2021-05-25 0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이 책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생각해보니 오래전에 읽어서요.
고전은 시간 지나서 다시 읽으면 새롭다는 말도 생각나고요.
초딩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초딩 2021-06-05 18:18   좋아요 2 | URL
정말 고전은 두고 두고 재독해도 좋은 것 같아요.
영혼을 짜낸 그 많은 텍스트 하나 하나를 모두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니 :-)
그리고 한 텍스트도 자신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새롭게 보이는 것 같고요 ^^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