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교보문고에서 5년 정도 전에 산 것 같다.
사진 섹션에 있는 책을 모조리 뒤져 여러 권 샀을 때 구매한 것 같다.
미국 아이들은 새로운 개념을 적용하면서도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사진 앱들을 어떻게 그렇게 기가 막히게 만드는지에 대한 답을 준 책이 '사진 그 후'이다. 사진의 미래에 대해 쓰여있었고, 한참 애플 스토어에서 주목받던 앱들의 거푸집이 거기에 있었다.
그날들은 제목처럼 표지처럼 참 '그날들'스러운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글의 책이다.
책의 표지를 제하고, 펼쳐진 책은 대부분 여백과 글뿐이어서 글을 읽어 들이지 않으면 감상을 느낄 수 없지만, 사진이 가득한 책은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사진 감상과 간접 독서를 할 수 있다. 글은 머리에 안 들어오는데, 책은 느끼고 싶은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지친 몸이 책에 기대고 싶은 날 말이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살 때부터 헌책 느낌이 나서 그런지, 그때 모습 그대로이다. 깨알 같이 써놓은 포스트잇도 그대로이고, 정신없이 그은 줄들도 그대로이다. 내 차도 그대로인데, 그 그대로에 저렇게 털썩 동승한다.
그 해 남이섬에서 찍은 사진을 추억한다.

하늘은 숨 막힐듯한 노란색이 자욱했고, 땅에는 질식 할 것 같은 사람들이 일으킨 먼지가 가득했다.
책도 사진도 이미 출발점을 상실한 지 오래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