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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피터 베일리 그림, 유영만 옮김 / 나무생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기적을 만들어 온 사람의 힘
세상에는 불가능을 현실로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법 많다. 모두가 살지 못하고 떠난 땅에 남아 삶의 터전을 일군 사람들도 그중 주목받는 사람들이다. 우리 역사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일제 식민지 지배를 피해 시베리아로 떠났던 사람들이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에 내몰렸고 그곳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탈바꿈 시켰다. 하지만, 그들은 집단이었다. 사람이 살아가기에는 모진 환경이었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쩜 의지되고 살았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혼자의 힘으로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 등장하는 사람도 역시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프로방스 언덕에 살던 나이 든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가 그 사람이다. 늙은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는 양을 돌보면서 황량한 언덕과 폐허가 된 마을에 나무를 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바깥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도 없이 오로지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몰두하여 황무지를 숲으로 가꾸어 사람들이 들어와 살 수 있는 숲으로 가꾸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이미애의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를 담은 ‘사막에 숲이 있다’(서해문집, 2006)가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인위쩐과 바이완샹은 사막 한가운데 달랑 두 사람만 남겨졌고 그곳에서 살아야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갈 수도 없었다. 떠날 수 없다면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사막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첫발은 나무시장에 가서 일해주고 그 품삯만큼의 대가를 나무로 가져온 것이다. 그것도 두 사람이 등에 지고서 사막을 건넜다. 그렇게 시작된 나무심기는 현재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의 도토리 100개나 인위쩐과 바이완샹 부부의 나무묘목 600그루에서 비롯된 기적의 출발은 미약해보이지만 결코 멈추지 않았던 행보에 기적을 일군 힘이 있었다. 황폐해진 환경을 도망가거나 피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던 것이다. 사막이나 황폐한 언덕은 자연의 환경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기에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오고 미래를 희망으로 가꿔갈 단초를 만들어 간다. 닮이 있는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생명의 씨앗으로 대변되는 나무를 심었다는 점을 매개로 미약한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일이 기적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역자 유영만이 주목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황폐한 언덕과 사막은 다연환경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과 알 수 없는 내일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 역시 그 황폐한 언덕과 사막에 다름 아니다라는 시각이다. 결국 사람들은 그곳에서 감동하고 희망을 발견한다. 황무지에서 희망을 일군 기적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