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채로 지는 능소화凌霄花

“서울에 이상한 식물이 있는데, 나무에는 백송(白松)이 있고 꽃으로는 자위(紫葳)가 있다. 자위는 달리 능소화라고도 하는데, 중국이 원산이다. 수백 년 전에 조선 사신이 연경에 가서 가져다가 심은 것이라 한다. 그다지 아름다운 꽃은 아니지만, 매우 보기 드문 꽃으로 유명하다.”

화하만필 능소화 편의 머릿글이다. 중국 원산으로 매우 보기 드문 꽃으로 소개한다. 여기에 더해 이동운(李東芸)이 소장한 《한성지략(漢城識略)》 하권 각동조(各衕條)와 사묘조(祠廟條)에 능소화에 대해 이러한 기사가 실려 있다고 전한다.

“백운동은 인왕산 아래 있다. 월성위궁(月城尉宮)이 이 거리에 있다. 월성위 궁에는 능소화가 있는데, 6,7월 사이에 꽃이 피니 주황색이다. 덩굴이 노송 위로 나온다. 또 북송현(北松峴)의 두실(斗室) 심상규(沈象奎) 대감 댁에 홀로 능소화가 있다.”

“덕흥부원군의 사당은 사직동에 있다. 적장손(嫡長孫)이 대대로 대원군의 제사를 받드는데, 사당의 앞 뒤에 능소화가 있다.”

화하만필에서는 능소화에 대한 식물학적 특성도 빼놓지 않고 설명하고 있다.

“능소화는 덩굴로 자라는 나무다. 다른 나무나 담벽을 타고 올라가 거기에 붙어서 산다. 그 잎은 등나무 잎과 같고, 꽃은 주황색으로 나팔꽃과 비슷하게 생겼다. 6,7월 복중(伏中)에 피어 꽃 피는 기간이 한 달 반에 이른다. 꽃이 질 때는 꽃받침 채로 떨어지므로 시들지 않고 싱싱한 채로 떨어져 땅에서 시든다. 이것이 이 꽃의 한 가지 특징이다.”

*지금 사는 집을 마련하고 능소화 가지 하나를 얻어와 들고나는 대문 옆 담장아래 심었다. 몇 년 사이에 담장 위로 자란 능소화가 하나 둘 꽃을 피우더니 지난해부터는 여름 동안 풍성하게 꽃잔치를 벌린다. 능소화가 주는 매력을 보고자하는 마음이 시작이었지만 한편으로 집을 찾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꽃을 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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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7-1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닥에 진 능소화를 한참 봤는데 이런 꽃이었군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