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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가지 않은 길
김용만 지음 / 창해 / 2017년 4월
평점 :
조선사 비틀어 보기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다. 그 과거의 기록을 통해 주목하고자하는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와 그 현재의 결과로 만들어질 미래다. 역사적 기록을 통해 이미 과거에 일어난 일의 결과까지 알 수 있기에 전후 사정의 고찰을 통해 현재의 다양한 문제해결의 지혜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역사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역사도 역사를 보는 방법을 목적하는 바에 따라 다양한 시각과 경로가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각의 하나가 ‘가정법의 도입’이다. 이미 결과까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과거의 일에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라고 가정한다거나, 결과를 다른 방향으로 설정해 보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는 과거완료형의 사건을 가지고 현 시대 우리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재검토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하는 이유가 크다고 보인다.
이 책 ‘조선이 가지 않은 길’은 조선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과학, 사회제도 등 20가지 키워드로 조선이 걸어왔던 길에 바로 그 가정법을 대입하여 새롭게 바라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역사는 인간이 선택한 결과다. 그때 조선은 왜 이런 길을 선택했을까? 그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조선이 선택한 길을 되돌아보며, 오늘 우리는 과연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물어보게 된다.”
‘왜 인간이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살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저자의 시각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물질문명의 토대와 그 기반 위에 운영된 사회제도, 구성원의 삶 등을 대표할만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운용했던 당시의 시각의 한계를 설명한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화약과 함포, 연은분리법, 조선의 건축물, 온돌, 과거시험, 족보, 사대봉사, 덕치사상, 배움, 축제, 모피사치, 황칠나무, 노비제도, 과부재가금지법, 양성지의 꿈, 문순득, 사대주의, 원구단, 선조의 파천” 등을 살피며 조선이 어떤 선택을 통해, 어떤 정책을 펴왔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조선사회를 바라보며 가정법을 도입하여 역사적 사실의 가치를 현재적 시점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에는 고구려를 재대로 계승하지 못한 고려와 세계적인 가치를 가졌던 조선의 문명이 왜 더 커다란 꿈으로 실현되지 못했는가에서 출발하고 있다. 과거 완료형에 가정법을 도입하는 것은 대상을 주목하는 방점이 과거에 있지 않고 현재에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것은 살피는 대상의 조건과 결과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올바로 모색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이 걸어간 길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듯이, 오늘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우리 후손의 삶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의 의미를 되세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