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정원 - 숲의 사계를 통해 배우는 삶과 사랑
손진익 지음 / 북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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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더불어 빛나는 삶의 여정

손바닥 만 한 크기의 뜰에 나무를 골라 심고 풀을 가꾸면서 아침과 저녁으로 달라지는 빛의 그림자와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정성을 들여 뜰을 가꾼다는 것은 지금 당장의 그 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하는 일이다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야 뜰에 담겨진 시간과 정성이 드러나며 그 미래를 위해 지금의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이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내 삶의 가치를 그 안에서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그런 의미에서 조그마한 정원을 가꾸는 일이나 화분의 꽃이나 나무 한그루를 가꾸는 것 역시 나무와 풀온갖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숲을 찾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책 '내 인생의 정원'은 저자가 은퇴 후 강원도에 정착해 로미라는 이름의 수목원에서 숲을 가꾸며 살아가는 이야기다삶의 우여곡절을 함께해온 아내와 함께 수목을 가꾸며 수목원의 숲길을 걷으며 인생의 노년기를 충만하게 채워가는 이야기가 소소하게 담겨 있다.

 

봄 햇빛여름 사랑가을 마음겨울 당신과 나라는 테마를 통해 숲의 변화와 그 숲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함께 누려가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숲이 담고 있는 이야기만큼이나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앞서거니뒷서거니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 듯하다걷다가 적당한 곳에 앉아 바람의 소리를 듣고 청솔모의 엉뚱한 몸짓도 보며 구름 흘러가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어께를 기대기도 하는 다정한 부부의 모습에서 숲에 어우러지는 삶이 무엇을 전해주는지 알 것도 같다.

 

숲에서 자연의 변화를 보며 인간의 삶이 가지는 이기적이고 단편적인 삶의 방식과 숲이 다양한 생명들의 어우러짐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한없이 넉넉함을 비교하기도 한다자연이 주는 지혜를 통해 사람들의 삶의 원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의 제시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공감하는 이야기다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자연의 법칙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사람들의 일상과 숲의 모습을 단편적인 비교하는 것은 사람들이 삶 속에서 찾아지는 긍정적인 작용을 축소하는 듯한 이미지를 전해주기도 한다.자연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얻은 교훈으로 보다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숲의 진면목을 보려면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 변화를 다 지켜보아야 한다생명이 나고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 맺고 마지막엔 낙엽지고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는 겨울까지 지켜보며 숲이 전하는 생명의 숭고함을 알아갈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사람도 마찬가지다삶의 황금기를 보내고 난 이의 여유로움과 미래를 바라보는 느긋함이 숲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

 

"200살 먹은 적송은 나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 보게아직 청춘인데 벌써부터 노인 흉내 내면 안 되지"

적송 아래 있으면 정말로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200년은 못살겠지만 백 년은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와 적송이 나누는 정담의 향기가 내에로 전해져 가슴에 온기로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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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을 읽는 아침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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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조용헌의 사찰기행',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방외지사', '조용헌의 고수기행', '조용헌의 명문가등으로 만났던 저자의 새 책이다저자만의 독특한 관심분야와 그 분야를 기반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흥미롭다동양사회에서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오던 사주명리학을 바탕으로 하는 세상읽기가 바로 그것이다.그는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것 속에 가득 담긴 한국인들의 독특한 상상력이 만들어온 사주명리학이 가진 상상력이 한국의 미래 문화콘텐츠 사업을 이끌어갈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동양학을 읽는 아침'은 그가 저술해온 다양한 분야의 책과 마찬가지로 사주명리학을 바탕으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를 담았다이 책의 기반이 되는 것은 조선일보에 13년째 연재 중인 칼럼 조용헌 살롱글을 모아 엮었다.

 

내가 좋아하는 글은 강호동양학江湖東洋學이다명리학풍수보학집안[門中]에 관한 분야다강단동양학의 교과 과목에는 빠져 있던 부분이다강단에서 배우지 못했지만실전에 들어와 보면 아주 필요한 부분이다남들은 강단동양학을 할 때 나는 강호를 낭인처럼 떠돌면서 강호동양학을 연구하였다중년이 되면 직장 떨어지고 돈 떨어지는 낭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 작금의 세태다강호동양학은 이 낭인의 시대에 맞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조용헌이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을 잘 나타내는 문장으로 읽힌다그는 이 책을 대학의 기본 가르침인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순서에 따라 총 네 장으로 구분하고 있다몸과 마음을 닦다라는수신’ 편에는 나 자신을 수양하는 가르침을집안을 정제하다라는 제가 편에는 유명 인사의 집안과 집터를 바탕으로 가정과 가족을 이끄는 지혜를 담았고나라를 다스리다라는 치국 편에서는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천하를 평정하다라는 평천하에서는 명당이라는 키워드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신문 독자를 주 대상으로 하기에 어렵지 않은 서술방식으로 전개한다특히독특한 저자의 시각만큼이나 자신의 생각을 거침이 없이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이러한 점은 일관된 사고로 자신의 지향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읽힐 수 있으나 저자의 생각과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유아독존적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저자의 시각과 그것을 통해 바라본 자신의 이야기가 그만큼 독특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다양한 시각 속에서 무엇을 취사선택할 것인가 역시 다양할 것이다세상을 보다 폭넓게 바라보고 현실에서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풀어갈 삶의 지혜 역시 다양할 수밖에 없다조용헌의 사주명리학을 바탕으로 바라보는 세상읽기 또한 그 다양한 세상읽기의 한 방법으로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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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디테 - 감각의 향연
이사벨 아옌데 지음, 정창 옮김 / 영림카디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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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요리처럼

아프로디테여성의 성적 아름다움과 사랑의 욕망을 관장하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와 사랑의 여신이다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사랑에 있다대상을 두고 나와 대상 사이에 벌어지는 감정과 육체의 향연이 바로 아프로디테의 중심 내용일 것이라 짐작한다사랑 역시 상호 관계지만 한발 더 들여다보면 결국 대상과 상호작용에서 얻는 나의 감정에 어느 정도 만족하느냐의 여부가 핵심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맥락에서 '감각의 향연'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아프로디테역시 중심 주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기만족에 있다고 보인다그 자기만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환경을 조성해가는 중요한 고리고 선택한 것이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리에 두었다즉 오감五感을 작동시켜 음식과 에로티시즘을 연결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인 실례를 수집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스스로 주장하는 바를 증명해가고 있다저자는 세상의 모든 식재료에는 무한한 쾌락을 안겨주는 최음제가 담겨 있고그 안에서 우리는 북받치는 감정과 사랑하는 사람의 욕망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열린 마음즉 공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소박하지만 서로를 사로잡고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자세로 음식을 만들고 사랑을 나누는 게 곧 쾌락이라는 것이다또한자신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에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모파상의 단편소설까지 동서고금의 역사와 신화문학예술에 담긴 음식과 사랑에 관한 담론을 위트와 해학을 담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이야기를 보면 의외로 음식을 대하는 문화적 가치의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심을 성적 흥분을 불러오는 최음제에 두고 바라본다는 것이 가져오는 편견을 인정하더라도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한다.

 

부록처럼 첨부된 판치타의 최음제 레시피에서 제시하는 음식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끼리 육체적 사랑을 진행해가는 과정과도 같은 소스에서 드레싱(전희로 가는 길목), 오르되브르(처음 간지럼 태우고 깨물기),수프(서서히 달구기), 애피타이저(사랑의 유희), 메인요리(카마수트라), 후식(행복한 결말)으로 이어지는 음식의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특별히 음식에 관심이 없는 사랑일지라도 그럴싸한 모습으로 잘 차려진 음식을 보면 어떤 맛일까궁금증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그런 음식처럼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것과도 같이 사랑의 과정을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지극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요리 잘하는 남자가 사랑받는다는 말이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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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가지 않은 길
김용만 지음 / 창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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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비틀어 보기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다그 과거의 기록을 통해 주목하고자하는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와 그 현재의 결과로 만들어질 미래다역사적 기록을 통해 이미 과거에 일어난 일의 결과까지 알 수 있기에 전후 사정의 고찰을 통해 현재의 다양한 문제해결의 지혜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역사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역사도 역사를 보는 방법을 목적하는 바에 따라 다양한 시각과 경로가 있을 것이다그런 시각의 하나가 가정법의 도입이다이미 결과까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과거의 일에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라고 가정한다거나결과를 다른 방향으로 설정해 보는 것 등이 그것이다이는 과거완료형의 사건을 가지고 현 시대 우리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재검토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하는 이유가 크다고 보인다.

 

이 책 조선이 가지 않은 길은 조선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과학사회제도 등 20가지 키워드로 조선이 걸어왔던 길에 바로 그 가정법을 대입하여 새롭게 바라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역사는 인간이 선택한 결과다그때 조선은 왜 이런 길을 선택했을까그 선택이 최선이었을까조선이 선택한 길을 되돌아보며오늘 우리는 과연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물어보게 된다.”

 

왜 인간이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살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저자의 시각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물질문명의 토대와 그 기반 위에 운영된 사회제도구성원의 삶 등을 대표할만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운용했던 당시의 시각의 한계를 설명한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화약과 함포연은분리법조선의 건축물온돌과거시험족보사대봉사덕치사상배움축제모피사치황칠나무노비제도과부재가금지법양성지의 꿈문순득사대주의원구단선조의 파천” 등을 살피며 조선이 어떤 선택을 통해어떤 정책을 펴왔는지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조선사회를 바라보며 가정법을 도입하여 역사적 사실의 가치를 현재적 시점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에는 고구려를 재대로 계승하지 못한 고려와 세계적인 가치를 가졌던 조선의 문명이 왜 더 커다란 꿈으로 실현되지 못했는가에서 출발하고 있다과거 완료형에 가정법을 도입하는 것은 대상을 주목하는 방점이 과거에 있지 않고 현재에 있을 때 의미가 있다그것은 살피는 대상의 조건과 결과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올바로 모색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이 걸어간 길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듯이오늘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우리 후손의 삶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의 의미를 되세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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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발견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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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작용에 대한 다양한 문장들

사람의 마음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도 쉽게 변할 수 있다반면에 한번 마음먹으면 바늘 꽂을 틈도 없이 닫히고 만다이러한 사람의 마음은 저 혼자 요동치기도 하지만 사물이나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여반장(如反掌)처럼 변하는 것도 문제고 고정 불변하는 것도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그렇다면 이렇게 변하는 마음의 변화를 어떤 시각으로 봐야할까?

 

이렇게 변화무쌍한 마음의 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대부분 선문답처럼 알쏭달쏭하기 마련이다이유는 마음이란 것이 실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늘 제자리 걷는 것처럼 질문만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이 책 마음의 발견은 '새로 쓰는 택리지'(다음생각, 2012)로 우리 땅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를 받는 문화사학자이자 이 땅 구석구석을 걷는 작가도보여행가로 역사 관련 저술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신정일의 새로운 책이다.

 

"촌각을 다투면서 변하는 마음그 마음이 하늘의 마음이기도 하고 땅의 마음이기도 하다그 마음을 다잡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대에게 묻는다그대의 마음은 하루에 얼마나 여러 번 변하고그대에겐 마음의 문을 열어 둘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신정일의 '마음의 발견'은 바로 관계로부터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에 주목하고 있다이렇게 변화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대를 초월한 동서양의 고전들 속의 문장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과 스스로의 마음가짐의 변화 등으로부터 나타나는 현상을 살피며 자신의 마음가짐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하나의 주제에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옛사람들이 남긴 글 속의 관련된 다양한 문장들을 함께 살피는 것이 이 책 '마음의 발견'의 큰 특징이다이러한 점은 지금 우리의 마음의 변화가 가져오는 다양한 문제가 인류의 오랜 경험을 통해서 하나 둘씩 정립되고 그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왔다는 것에 공감을 불러올 계기가 된다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마음을 살피는 것이 실체 없는 마음을 가지고 선문답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전해주기도 하야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시대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그들의 특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긴 마음 작용에 대한 문장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나는 쉽지 않은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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