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매 探梅
타고갈 나귀도 없다. 눈길에 지필묵 지고갈 시종도 없고 매향나눌 벗도 청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못 볼까봐 조바심이는 마음하나 뿐이어서 더 깊고 그윽하다. 매화를 보러가는 마음이 그렇다.
눈 내리는 겨울 날, 봄소식을 기다리며 매화를 찾아나섰던 중국의 맹호연이나 그 이야기를 그린 조선의 심사정이나 심중 소회를 시로 읊은 김시습의 마음이 지금 길을 나선 내 마음이 다르지 않다.
大枝小枝雪千堆 대지소지설천퇴
溫暖應知次第開 온난응지차제개
玉骨氷魂雖不語 옥골정혼수불어
南條春意最先胚 남조춘의취선배
큰 가지 작은 가지 눈 속에 덮였는데
따뜻한 기운 응당 알아차려 차례로 피어나고
옥골빙혼이야 비록 말하지 않더라도
남쪽 가지 봄뜻 좇아 가장 먼저 망울 맺는구나
-김시습, ‘매월당집(梅月堂集)’ 중에서-
탐매는 눈으로 보는 것이나 향기로 맡는 것보다 빛과 향기 모두를 품는 마음이 먼저다. 마음으로 봄이라 부르면 일렁이는 기운이 눈길을 나서게 하는 이유다.
간밤에 내린 눈 이미 햇살에 사그라지고 없다. 간신히 가지에 걸린 눈 속 매화를 가슴에 품었다.
당신에게 입춘立春날에 입춘첩立春帖을 대신하여 섬진강에 핀 매화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