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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 - 시인 유종인과 함께하는 ㅣ 나남신서 1919
유종인 지음 / 나남출판 / 2017년 5월
평점 :
시인의 언어로 만난 조선의 그림
같은 사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얻게 되는 감흥이 다르듯 그림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의 그림을 만나며 여러분들의 눈을 전전하다 오주석 선생의 눈에서 제법 자리를 잡았다. 그후 이종수, 허균, 손태호, 고연희, 손영옥 등에서 조선의 그림에 대한 마음을 이어가다 최근까지 손철주에 와서 멈칫하였다. 그림 읽어주는 책도 흐름을 타는 것인지 요사이는 뜸하더니 다시 특유의 눈을 찾아간다.
'시인의 언어로 만난 조선의 그림'이라는 말에 우선 붙잡혔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싶다. 처음 들어보는 시인이니 시인도 모르고 더욱 시인의 시도 모른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알아갈 기회다. 유종인은 ‘문예중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조선일보’신춘문예에 미술평론으로 당선, 시인으로 미술평론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인이 조선의 그림을 보는 눈의 창으로 삼은 것이 독특한 분류를 보인다. 신윤복, 김홍도, 강세황, 이인문, 최북, 이명옥, 이정, 심사정, 김득신, 이재관, 조희룡, 김정희 등 조선의 화가들의 다양한 이유로 익숙한 그림을 풍속, 모임의 정경, 풍류, 산수, 문인에 이어 죽음과 삶의 응시에 이르기까지 15가지 시선으로 분류하여 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의 그림에 담긴 사의寫意를 찾고자 한다. 이는 그동안 그림을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어렵고 딱딱한 이론을 지양하고 그림에 담긴 화가의 마음을 때론 감성적으로, 때론 아름답게, 그러나 쉽게 이야기” 하고자는 의미라 읽힌다. 공감하는 바가 많아 좋은 시각으로 우선 환영한다. 그렇다면 시인은 어떻게 그림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종요롭다, 버성기다, 옥생각하다, 듬쑥하다, 던적스럽다, 도도록하다, 옥말려들다, 머드러기, 조리차하다>
독특한 언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단어가 품고 있는 뜻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흐름을 끊어버리는 작용도 한다. 이는 그림과 관련된 전문 용어나 사조, 기법 등에서 어려움을 느낀 기존의 그림이야기를 벗어나 화가의 품은 뜻을 읽어가는 저자가 사용하는 독특한 언어들이다. 순우리말의 사용이나 오롯하게 그림을 그렸던 화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하는 접근방법도 공감한다.
어렵게 읽혀 더디다, 그림의 사의를 파악하기에 다소 생소한 언어의 사용이 이를 가로막기도 한다. 때론 화론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오히려 난해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들여다본 그림을 통해 공감을 불러오는 것은 결국 그림을 읽어주는 저자와 이를 읽는 독자의 공감을 통한 소통이라고 본다면 저자의 의도가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더라도 저자의 15가지 시선에 공감하며 김명국의 인하독서도, 은사도, 유숙의 오수삼매 등과 같이 자주 볼 수 없었던 그림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