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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덩굴'
삶의 터전을 뜰이 있는 곳으로 옮기면서 들고나는 대문에 무엇을 심을까 한동안 고민이었다. 덩굴장미를 심어 붉은 꽃을 볼까도 생각했는데 남의 집 얹혀사는 어색함이 들어 이내 포기하고 고르고골라 심은 것이 어린시절 추억의 열매가 열리는 이 으름덩굴이다. 이 식물을 들고나는 대문에 심은 것은 오가는 사람들 얼굴에 꽃 닮은 미소가 번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소박한 것도 아니다. 꽃이 전하는 색감이 가슴에 차분하게도 담긴다. 이리저리 살펴보는 눈길에 새색시 붉은 볼이 떠오르는건 시집가던 고모의 볼연지 그것을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으름덩굴은 우리나라 산지에 자생하며, 낙엽지는 덩굴나무다. 골짜기나 계곡가에 주로 군집으로 서식하며 이웃 나무에 감아 올라가거나 바위에 기대어 자란다. 꽃은 한 꽃이삭 속에 수꽃과 암꽃이 섞여 있는데 암꽃은 크고 수꽃은 작다. 열매는 맛이 달고 식용이지만 씨가 많이 들어 있다. 생김새나 맛이 바나나와 비슷하여 '토종 바나나’로 부르기도 한다.


잎, 열매, 줄기 등을 사람들의 일상에 쓰임새가 많은 으름덩굴은 '재능'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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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다소 늦은 계절따라 노루귀 만큼이나 애를 태우던 꽃이다. 자생지를 발견하고 꽃을 관찰하면서 기록된 옛 날짜를 따라 몇번의 발걸음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애를 태우던 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의외의 곳에서 무더기로 만났다. 개발을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한 복판이라 다시 볼 수 있을지 반가우면서도 염려되는 마음이다.


연보라 꽃잎이 어떤 조건에서도 제 값을 한다. 햇살 받아 환하게 빛나며 설렘을 주고, 비를 맞아도 맺힌 물방울과 함께 분명한 색감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진한 꽃술과 어우러지는 색감이 최고다. 작은키에 올망졸망 모여서 나고 가늘고 긴 꽃대에 보라색 꽃을 피우며 연잎처럼 생긴 잎을 가지고 있다.


왜 깽깽이풀일까?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풀을 강아지가 뜯어먹고 환각을 일으켜 ‘깽깽’거렸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고 불렀다고 하고, 개미에 의해 씨앗이 옮겨지고 깨금발거리에 꽃이 핀다고 하여 깽깽이풀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농사를 준비하는 바쁜 철에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난 모습이 마치 일 안 하고 깽깽이나 켜는 것 같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말이니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이쁜 꽃에 보는 이의 마음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꽃쟁이들이 찍어 올린 사진을 보면 꽃술이 노란색을 띤 것과 진한 보라색의 다른 두 종류가 보인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지만 막 피어난 꽃과 지는 꽃이 같은 꽃술의 색을 가진 것으로 보아 종류가 다른듯 하다. 간혹 흰깽깽이풀도 보인다고 한다.


야생에서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가 파괴되는 수난을 겪는 대표적인 야상화 중 하나다. 그것을 알았을까. 이곳에 다시오면 또 볼 수 있다는 듯 '안심하세요'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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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껏 멋을 부렸다. 꽃의 사명이 매개체를 유혹하여 결실을 맺는데 있다지만 독특한 자태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꽃잎을 젖힌 모습은 넋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봄 곁이 숲 숲이르다 깊숙히 들어오는 이른봄에 피는 봄꽃치고는 제법 키도 크고 꽃도 크면서도 과도한 몸짓을 하는 이유가 있을텐데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신비의 세계다.


얼레지라는 이름은 두 장의 다소 큰 잎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잎은 녹색 바탕에 자주색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얼룩덜룩해서 얼룩취 또는 얼레지라고 부른다.


햇볕을 좋아하는 얼레지는 아침에는 꽃봉오리가 닫혀 있다가 햇볕이 들어오면 꽃잎이 벌어지는데, 불과 10분 이면 활짝 피고 오후가 가까워지면 꽃잎이 뒤로 말린다. 꽃 안쪽에는 암자색 선으로 된 'W'자 형의 무늬가 선명하게 나 있다.


가재무릇이라고도 하는 얼레지는 숲에서 홀로 고고한 자태를 한껏 뽑내는 모습에서 비롯되었는지 '질투', '바람난 여인'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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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나무를 심는 마음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고 한다. 더디고 오랜시간이 걸려야 비로소 주어진 사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손바닥만한 뜰에ㅈ다양한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유독 그 다음을 생각하며 심은 나무가 이 살구나무다. 딱히 간식으노 먹을것도 없었던 어린시절 보리타작할 즈음에 노랗게 노랗게 익어 떨어진 살구를 주워다가 아껴가며 먹었던 기억이 다음 누군가에게도 그런 추억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기에 묘목을 고르고골라 심었다.


묘목을 심고 2년이 지났는데 제법 키를 키우더니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꽃으로 보면 앵두나무, 자두나무와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비슷비슷하지만 살구나무 만의 특성을 발견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나무의 수형이 갖춰지면서 더 빛나는 나무로 기억된다.


"청명 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길 가는 행인 너무 힘들어/목동을 붙잡고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손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행화촌)을 가리키네"


당나라 시인 두보가 읊은 시에 등장하는 살구나무다. 살구나무는 이렇듯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다. 어린시절 나고자란 시골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듯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닌 것이 아득하다.


살구꽃 피면 봄이 무르익어 간다는 신호다. 무렵 잎보다 먼저 연분홍색으로 피고 동그스름한 잎을 펼친다. 초여름에 들면 다른 과일보다 훨씬 먼저 붉은 기가 살짝 들어간 노란 열매가 열린다. 시큼함이 입안에 멤도는 살구다.


내가 이사 온 마을 한구퉁이 집 담벼락에 오래된 살구나무 한그루 서 있다. 오며가며 언제 꽃이 피나 살피는데 더디기만 하다. 담장 넘어 누군가 훔쳐보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이리라. '처녀의 부끄러움', '의혹'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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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색'
세상엔 같은 게 하나도 없다. 꽃을 보는 동안 생김새가 오묘한 것 뿐아니라 색깔 역시 천차만별 임을 늘 확인하며 놀란다. 같은 종류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한 범주안에 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꽃쟁이들 사이에서는 멸치 또는 종달새라는 애칭을 가진 현호색이다. 연하늘색에서 농담을 달리하며 간혹 하얀색도 보인다. 어찌 이런 모양을 가지게 되었을까. 알 수 없는 식물의 신비로운 세계다.


현호색은 양지 혹은 반그늘의 물 빠짐이 좋고 토양이 비옥한 숲에서 자란다. 군락을 형성하여 피기 때문에 무리를 만나면 장관을 이룬 모습 앞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현호색玄胡索이란 이름은 씨앗이 검은 데에서 유래한다. 작고 가녀린 꽃대에 비해 제법 큰 꽃을 피운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작은 물고기가 유영하는듯 보이기도 한다.


찬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 숲에서 신비로운 모습으로 피어 이를 봄 소식을 전해주는 현호색은 '보물주머니',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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