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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구술붕이'
딱히 대상을 정해두고 길을 나선 것은 아니다. 숲에 들어 그 때에 맞는 만남이면 좋다. 그것이 풀이건 나무건 특별히 구분은 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들어가고 싶었던 숲에 들어 걸음을 멈추고 숲의 공기와 소리, 색과 빛에 내 눈과 귀가 익숙해지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보이는 것들에 주목하면 되는 것이다.


볕이 잘드는 땅 가까이에서 하늘 향해 속내를 마음껏 풀어냈다. 과하지 않은 보라색의 꽃잎에 햇볕을 품에 제 본연의 색을 발한다. 여리디여린 꽃대에 어찌 저렇게 큰 꽃잎을 달고 있을까. 땅에 바짝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구슬처럼 자줏빛 꽃이 뭉쳐 피어 구슬이 송송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일까. 구슬붕이에 비해 크다고 해서 큰구슬붕이라고 한다. 비슷한 모양으로 꽃을 피우는 것으로 구슬붕이, 봄구슬붕이 등이 있는데 구분이 쉽지 않다.


숲으로 깊숙하게 내려않은 햇볕이 봄 숲에 기쁜 소식을 던해주듯 큰구슬붕이는 보는이에게 꽃말 처럼 봄의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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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꽃다리'
참으로 이쁜 이름이다. '꽃이 마치 수수 꽃처럼 피어 있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핀 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꽃과 향기에 반해 이 나무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던 중 어느 농장 뒷켠에 자라던 나무를 데려왔다. 이 나무가 토종 '수수꽃다리'인지 수입종 '라일락'인지는 모른다. 그냥 수수꽃다리가 맞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이라는 노래 일부다. 라일락이라고 하면 우선 이 노래가 생각나지만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잊을 수 없는 기억에 눈부신 슬픔이라 노래하는 것이 꼭 이 나무의 슬픈 사연을 담은 듯하다.


미 군정청에 근무하던 엘윈 M. 미더는 북한산에서 우리 토종식물인 '털개회나무' 씨앗을 받아 본국으로 가져갔고, 이후 싹을 틔워 '미스킴라일락'이라 이름 짓고 개량하여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 퍼져나갔다. 그 나무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었다. 우리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아픈 현실이다.


'속동문선續東文選'에 실린 남효온의 '금강산 유람기'에는 "정향 꽃 꺾어 말안장에 꽂고 그 향내를 맡으며 면암을 지나 30리를 갔다"라는 구절이 나온다고 한다. 수수꽃다리 형제나무로 개회나무, 털개회나무 등이 있는데 구분이 쉽지않아 꽃을 좋아한 옛사람들은 따로 구분하지 않고 중국 이름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향丁香이라 불렀다고 한다.


내 뜰에 들어와 자리잡아 이제 내 키보다 크고 튼실하다. 올해도 이쁜 꽃과 향기로 함께하고 있다. 라일락의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 '사랑의 싹이 트다', 수수꽃다리는 '우애'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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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물'
왜 자꾸 마음이 그곳으로 가는 것일까. 몇 년 전 어느 시인의 억울한 영혼들이 묻힌 곳에는 어김없이 피어난다는 피나물에 대한 이야기와 그곳 피나물 사진을 보고난 후 기회만 엿보다 얼레지 필 때 찾아갔다. 지천으로 핀 얼레지 보다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피나물 곁에서 더 오랫동안 머물르다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더디게 옮겼다. 그 후로 눈에 밟히는 그곳의 피나물 모습에 기어이 다시 찾아갔다.


샛노랗다. 꽃잎도 꽃술도 온통 노랑색이어서 더 강한 울림이 전해지는 것일까. 과한듯 하면서도 한없이 포근한 온기를 전해주는 것이 할 수만 있다면 저 무리 속에 누워 한동안 안겨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피나물'이라는 이름은 연한 줄기와 잎을 꺾으면 피血와 비슷한 적황색의 유액이 나와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여름이 되면 잎과 줄기는 없어지고 무 열매를 닮은 열매를 맺는다. 유사한 종류로 '애기똥풀'과 '매미꽃'이 있다. 주의깊게 관찰하면 구분이 어렵지 않다.


노랑매미꽃, 선매미꽃으로도 부른다. 홀로서도 빛나지만 무리지어 그 빛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숲에서 마주하면 나비가 날아가는 듯한 연상이 되는데 '봄나비'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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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초'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땅에 풀들이 나서 파릇해질 무렵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보라색 꽃들이 여기저기 뭉쳐있다. 초록색의 풀들 사이에 있으니 더 빛난다. 어느덧 제 자리를 잡아가는 나무 사이사이 빈 공간에 민들레, 제비꽃, 광대나물들 틈 사이에 자리잡았다. 유독 작은 키지만 금방 눈에 띈다.


서리가 이슬로 바뀐 봄날 아침 털어내지 못한 이슬을 쓰고 피었다. 이슬방울과 어울어져 더 짙은 색으로 싱그럽게 다가온다. 무리지어 있기에 더 주목하게 된다. 하나하나 뜯어봐도 개성이 살아있지만 모여 그 특별함을 돋보이게 한다. 나약하고 여린 생명들이 사는 방법이다.


가지조개나물, 금란초, 섬자란초라고도 부르는 금창초金瘡草는 쇠붙이로 된 창, 화살, 칼 등으로 입은 상처가 난 곳에 이 풀을 뜯어 발라 치료 했다고 한다. 이름은 여기에서 연유한 듯 싶다.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때가되면 피고진다. 지금 내 뜰에 지천으로 깔렸다. 땅과 붙어서 자라는 쓰임새가 다양한 금창초는 '참사랑', '희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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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괭이밥'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물 보면 크게는 두가지 반응을 보인다. 이쁘게 찍은 사진보다 실물이 주는 감동이 커 환호성을 지르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사진은 주변 구성요소를 배재하고 주인공을 돋보이게끔 주목하여 찍기 때문에 왜곡된 인상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 하여, 막상 야생에서 실물을 보고도 몰라보는 일이 생기곤 한다.


큰괭이밥은 야생이나 사진이나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비슷하다. 첫만남에서 단번에 알아보았다. 다른 이르게 피는 봄꽃들에 비해 요란하게 꾸미지 않았으면서도 은근히 매력적인 그 순수함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괭이밥이라는 이름은 고양이 밥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고양이가 먹는다고 한다. 큰괭이밥은 괭이밥보다 잎이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은 4~5월 흰색으로 피는데, 꽃잎 가운데 붉은색 줄이 여러 개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큰괭이밥은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시들 무렵 잎이 올라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에는 괭이밥속에 포함되는 종류로 애기괭이밥, 큰괭이밥, 괭이밥 세 가지가 있다. 흔히 사랑초라고도 불리우는 괭이밥의 '당신을 버리지 않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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