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꽃다리'
참으로 이쁜 이름이다. '꽃이 마치 수수 꽃처럼 피어 있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핀 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꽃과 향기에 반해 이 나무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던 중 어느 농장 뒷켠에 자라던 나무를 데려왔다. 이 나무가 토종 '수수꽃다리'인지 수입종 '라일락'인지는 모른다. 그냥 수수꽃다리가 맞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이라는 노래 일부다. 라일락이라고 하면 우선 이 노래가 생각나지만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잊을 수 없는 기억에 눈부신 슬픔이라 노래하는 것이 꼭 이 나무의 슬픈 사연을 담은 듯하다.


미 군정청에 근무하던 엘윈 M. 미더는 북한산에서 우리 토종식물인 '털개회나무' 씨앗을 받아 본국으로 가져갔고, 이후 싹을 틔워 '미스킴라일락'이라 이름 짓고 개량하여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 퍼져나갔다. 그 나무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었다. 우리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아픈 현실이다.


'속동문선續東文選'에 실린 남효온의 '금강산 유람기'에는 "정향 꽃 꺾어 말안장에 꽂고 그 향내를 맡으며 면암을 지나 30리를 갔다"라는 구절이 나온다고 한다. 수수꽃다리 형제나무로 개회나무, 털개회나무 등이 있는데 구분이 쉽지않아 꽃을 좋아한 옛사람들은 따로 구분하지 않고 중국 이름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향丁香이라 불렀다고 한다.


내 뜰에 들어와 자리잡아 이제 내 키보다 크고 튼실하다. 올해도 이쁜 꽃과 향기로 함께하고 있다. 라일락의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 '사랑의 싹이 트다', 수수꽃다리는 '우애'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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