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여행 - 내가 꿈꾸는 강인함
정여울 글.사진, 이승원 사진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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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에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물었다. 성인은 이렇게 시력이 떨어질 일이 없는데 왜 이렇게 떨어지는거냐고. 지난번보다 조금 더 시력이 떨어진 모양이였다. 의사선생님은 시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컴퓨터와 휴대폰 사용때문이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아니라는 대답을 하면서도 차마 책때문이라는 말은 내뱉지 못했다. 무슨 고시공부를 하는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책을 보느라 시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비웃을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으면서도 나는 차마 손에서 책을 완전히 놓아버리진 못했다. 처음엔  그저 재미있어서 시작된 독서가 이젠 습관이 되어버렸고, 나를 지탱해주는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 나는 나를 지탱해주는 습관이 독서와 글쓰기임을 얼마 전에 알았다. 아무리 힘들 때도, 아무리 아플 때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습관이 몸에 젖어버렸다. 예전에는 그것이 '좋아서하는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단계를 넘어 글 읽기와 글쓰기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만약 여러 가지 이유로 글을 쓸 수 없다면, 글을 쓸 수 없을 체력과 영감이 소진되는 날이 온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독자로서의 삶은 버릴 수 없을것만 같다. 열렬한 독자로서 누릴 수 있는 삶의 희열까지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살아있는 느낌'을 지속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p182"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독자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정여울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 좋은 독자로서의 삶을 평생 포기할 수 없을것만 같다. 삶은 내가 나를 데리고 가는 '그림자 여행'이라던 그녀의 속삭임처럼, 삶을 이끌어가는 내가 선택하지 못한 수 많은 일에 대한 불안감이 소망으로 변절되어 더 많은 집착과 간절한 소망들로 뒤바뀔지라도. 

 

 

' 오직 달빛에 의지해 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오래전 칠흑 같은 밤길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나는 오로지 캄캄한 밤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꽃들의 사생활을 목격했다. 달빛 아래 고요히 드러난 처연한 낙화의 풍경은 할로겐 조명 아래 다이아몬드 보다 더 눈부셨다. 그때 나는 눈을 아프게 하는 압도적인 불빛이 아니라, 사물이 지닌 본래의 빛깔을 끌어내는 '어둠속의 빛'을 보는 법을 배웠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도 어엿한 빛깔이 있었다"p175

 

' 가장 알찬 여행 준비 중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고향을 고른 뒤, 그의 작품을 차분히 읽는 것이다. 어떤 여행 준비보다 값진 마음에 워밍업이다. 프라하에 가기전 카프카를 읽고, 런던에 가기 전 디킨스를 읽고, 파리에 가기전 위고를 읽을 수 있다면, 우리의 여행은 더욱 풍요롭고 따스해질 것이다. p171'

 

그녀가 읽은 책들, 그녀가 걸었던 산책길들, 그녀가 여행하며 느낀 낯선 공기들의 나라를 나도 꿈꾸게 되는 간절한 소망들. 그런 소망 앞에 밤길이 두려워 산책을 나서지 못하고, 낯선 공기가 두려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내게 그녀의 그림자는 너무 아름답고 찬란하고 멋져보였다. 그 자유로운 그림자 속에서 스스로 옥죄고 있던 걱정과 불안들로 점철된 내 그림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내가 하지 못할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는 기준은 온전히 내가 정하는 것임에도 마치 다른 기준이 있는냥 핑계대고 숨어버리는 못난 내 모습들.

그러니 소망한다. 나를 옥죄는 나로부터 벗어나 무한한 세계를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작가의 집을 찾아가고, 좋아하는 밤산책을 다녀오고, 좋아하는 책들을 마음껏 읽고 마음껏 느끼게 될 수 있기를.

 

 

실은 정여울 저자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던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 작은 편견 때문에 이렇게 좋은 이야기들을 놓칠뻔한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한 마음이 든다. 인생 도처에 고수가 있다던 유홍준 교수님의 말씀처럼, 그녀역시 그녀가 살아내는 삶에 있어 누구보다 훌륭하고 멋진 고수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작가 너무 좋아~' 라는 외침을 자제하자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좋아지고 닮고싶은 작가가 너무나도 많은고로 너무 헤퍼보이는 독자는 되지 말자고, 소리없이 묵묵히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듬직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열렬한 독자가 되어보자고  생각해본다.  무튼 그녀가 꿈꾸는 노년의 모습까지도 닮아가고 싶은 나는 그녀의 이야기로 마무리 한다.

 

 

 

' 저 모습이 내 30년 후였으면' 하고 꿈꾸게 만드는 얼굴들이 있다. 자기 안의 세계에 깊이 침잠한 얼굴로 책을 읽고 있는 노인들을 보면, 무턱대고 닮고 싶어진다. 나도 저렇게 고요하게 늙어가고 싶다. 나도 저렇게 당당하게 늙어가고 싶다. 책을 읽는 그녀의 표정에서는 어떤 고결함과 위엄이 뿜어져 나온다. 세상 누구도 그녀만의 책 읽는 시간을 방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깨달았다. 강인함이란 곧 고결함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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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9-15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건강 조심하셔야 됩니다. 저는 군대 가기 전만 해도 밤새서 책 읽을 수 있었는데, 이제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새벽에 책을 읽으면 눈이 피로해져요. 그래서 눈 건강을 위해서 수면을 일찍 취하는 편입니다.

해피북 2015-09-16 18: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cyrus님!! 이젠 나이를 무시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예전에는 늦게까지 읽어도 종이에 눈이 부셔보이거나 하진 않았는데 요즘은 좀 피곤하다 싶으면 눈이 먼저 반응하는거 같아요 ㅜㅜ 수면을 일찍 취하신다니 저도 수면시간을 조금 앞당겨봐야겠어요 ㅎㅎ 그리고 cyrus님두 결명자나 블루베리 많이 챙겨드세요 ^~^

프레이야 2015-09-15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솔하고 멋진 리뷰에요 해피북님. 담아갑니다. 표지도 참 단정하니 좋습니다. 저도 요새 눈이 부쩍 피로해요. 컴과 폰 영향이 크겠지요. 간이 나빠져도 그렇다고합니다

해피북 2015-09-16 18:1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감사합니다^^ 칭찬해주시니 부끄러워요 꺅~~!! ㅎㅎ
아무래도 책을 읽고 컴퓨터와 폰 사용이 잦다보니 눈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거 같아요
간이 나빠도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니 ㅜㅜ 눈과 간에 좋은 영양제를 챙겨먹어야겠어요.
프레이야님도 눈 피로가 많으시다니 함께 챙겨먹어요 ㅎㅎ 저녁 식사 맛있게 드세요^^

yureka01 2015-09-15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산히산할 때 늦어서 달빛에 걸어 본적 있죠.그냥 짜릿.ㅎㅎ요즘 말로 심쿵이라고도 합니다.눈은 몸이 백냥이면 구백냥...조심하셔야죠.

해피북 2015-09-16 18:17   좋아요 0 | URL
와~~ 달빛에 걷는 지리산길은 얼마나 멋질까요? ㅎㅎ 심쿵이란 단어가 참 설레이가 하는것 같아요^^
몸이 백냥, 눈이 구백냥 꼭 명심해야겠어요 ㅎ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저녁 식사 맛있게 드세요^~^

인디언밥 2015-09-1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때문은 아니지만.. 저도 인공눈물을 달고 살아요. ㅜㅠ 매일 웁니다

해피북 2015-09-16 18:18   좋아요 1 | URL
에궁. 인디언밥님도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시겠어요.
인공눈물 사용하는것만 해도 눈이 피로해지는 느낌이더라구요 ㅜㅜ
인디언밥님두 결명자차와 블루베리를 많~~이 챙겨드시면서
구백냥짜리 눈을 지켜보아요 ㅎㅎ 맛있는 저녁식사 하세요^^

[그장소] 2015-09-16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빛에 글을 읽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리뷰이지뭐예요?!^^

해피북 2015-09-16 18:20   좋아요 1 | URL
오호호호~ 눈빛에 리뷰를 읽으셨군요 ㅎㅎㅎ
저녁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장소님^^

hnine 2015-09-16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읽기 전에 한번도 눈여겨 본 적 없는 책이었는데, 안 읽어볼 수 없게 쓰셨네요. 저 지금 주문하러 가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 제가 읽기 딱 좋은 책 같아요.

해피북 2015-09-16 18:23   좋아요 1 | URL
아궁 도움이 되셨다니 기뻐요 hnine님! ㅎㅎ
지난번 김서령님을 소개해주셔서 저 역시 정말 재밌게 읽고
좋았는데 hnine님께도 좋은 책이 되기를 바랄께요!!
맛있는 저녁식사 하세요 ㅎㅎ
 
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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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려운 책을 읽는것보다도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감동으로 책을 덮어도, 한 꼭지씩 꾹꾹 눌러 읽느라 느린 독서를 해도 마무리 단계의 글쓰기 시간이면 내 입에선 짜증섞인 신음소리가 튀어나오고야 만다.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거나, 절절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원대한 꿈 보다도 그저 내가 읽었던 책을 '내 느낌'과 '내 생각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을뿐이건만, 엉클어져버린 실타래처럼 두서없고 느낌도 없고 생각도 없이 써지는데다 알맹이마져 없음을 체감하는 날이면 '이걸 꼭 써야하나' 하는 포기심 마져 생겨버리고 만다. 이런 답답한 마음으로 찾게 된 책이 <서평 글쓰기 특강>이였고 그중 김미영씨의 사례가 가장 인상적이였다.

 

 

'직장인 김미영 씨의 예를 볼까요,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읽어주는 남자>(시공사,2013)를 읽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말 그대로 멘붕이 되어버렸습니다. 책을 잘못 읽었다는 자책 때문이었지요. 다른 사람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문제, 독일 전후세대의 고백, 한나 아렌트가 말한 '무사유의 죄' 등을 이야기하는데, 그녀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겁니다. ' 저는 로맨스로만 봤는데....., 정말 충격이었어요. 제 눈에는 전차 장면에서 여자가 남자를 외면해서 상처주고 상처받는 부분이 가장 가슴 아프고 와 닿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봤던건 왜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까요?'

p21~22

 

 

김미영씨의 사례처럼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 줄거리 위주로 정리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작가의 색깔과 의도, 가치관, 문제의식까지 줄줄이 꿰뚫어 놓는것일까 하는 의문을 나역시 갖곤 했다. 왜 같은 책을 읽고도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며, 전자에 해당하는 나는 무엇이 부족하기에 허무함을 느끼는지 궁금했다. 저자는  '출력 독서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출력독서법이란, 독후 활동(글쓰기)을 생각하며 독서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들어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밑줄과 발췌, 메모를 통해 기록을 남기는 1차 독서와. 1차 독서가 끝나면 발췌해 놓은 문장, 메모와 밑줄등을 토대로 책의 목차를 살펴 작가의 의도가 빠짐없이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이어 2차 독서를 하며 놓친 부분은 없는지 살피는 과정을 의미했다.

 

 

' 하지만 우리가 글을 쓸때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떠올려 본다면 출력 독서법에 공감할 수 밖에요. 바로 생각, 문제의식, 남다른 관점 부족이 결정적 한계잖아요? 더 이상 쓸 것이 없다고 느낄 때, 더 이상 생각이 나아가지 못할 때, 내용이 빈약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생각의 한계를 느낍니다"p45

 

 

'책은 최소 두 번은 정성 들여 읽어야 합니다. 1차 독서 후엔 밑줄과 표시를 따로 빼서 정리합니다. 필사나 발췌 연습이 되겠지요. 1차 독서 후에는 '조사' 단계로 들어갑니다. 무엇을 조사할까요? 그렇쵸. 이 작품의 배경, 작가 연구, 작품론, 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해석해보려 했는데 관련 자료와 리뷰에 휘둘린다면 조사 결과를 생략해도 됩니다. 하지만, 다른 리뷰를 보고 오히려 보는 관점이 넓어졌다면 조사 과정을 거쳐야 겠지요. 다른 글을 읽으면서도 나의 감각을 깨워야 합니다. 내 생각을 단단히 곧추세우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표시한 부분을 다시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인지 집필 의도가 잘 반영된 부분인지, 아니면 내 생각을 잘 표현한 구절인지 객관적으로 봐야 합니다. 또한 표시하지 않는 부분을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는 공감을 하지 못했거나 어려워서 넘어가게 되니까요. 내가 알지 못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꼼꼼히 2차 독서를 하면서, 빠른 독자는 서평의 얼개를 짜기도 합니다. 그게 어려운 분들은 2차 독서에서 발견한 이 책의 주요 키워드 혹은 내 서평에 담고자 하는 주제 키워드를 찾으시면 됩니다' p47

 

 

2차 독서가 마무리된 후에는 글을 쓸 '키워드'와 '개요'를 짜면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글의 특성을 구분하는 일이다. 감동, 재미, 유익, 의문에 초점을둔  주관적 발췌는 독후감(독후 에세이)에 가깝고, 작품의 주체나 작가의 메세지, 작가의 주장과 근거등에 초점을 둔 객관적인 발췌가 이루워진다면  '서평과 비평'에 가깝기에 책을 읽기전 어떤 특성으로 글을 쓸것인지 미리 생각하는게 좋다.

 

 

 

이렇게 정리해봤을때 내 글은 '독서 에세이' 쪽에 가깝다는 것과 그동안 짚어내지 못했던 내 문제들은 정확히 느낄 수 있었는데, 독서를 하며 열심히 발췌했던 문장들과 메모들을 다시 확인하거나 정리하지 못하고, 단순히 기록했다는 것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니 저자가 말하는 '출력 독서법'은 단순히 책을 읽고 기록하는 것을 넘어 한 호흡 멈춰 기록들을 되돌아보고, 살펴보며 책을 더 꼼꼼히 점검하는 습관임을 느낀다. 더불어 글은 몇번씩 묵히고 봐야 좋다는 말처럼 p134 조급한 성질을 누르며 차분히 들여다 보는 습관으로 구부진 내 삶에 든든한 이정표 역할이 되어주길 소망해본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쓴 김민영 저자가 낯익다 했더니 전작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에서 이미 만나본 작가였다는 사실에 반가움을 느낀다.

 

 

글쓰는게 너무 좋아 잘다니던 증권회사도 박차고 나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기까지 고난의 시간을 거쳤다는 저자는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는 책을 통해 글쓰기의 온전한 즐거움과 글쓰는 방법을 정말 알차게 전하고 있어 추천할만한 책이다. 특히나 4년전쯤 읽은 이 책이 아직까지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6하 원칙'에 입각한 글쓰기를 시도해보라는 부분이였다.

 

 

' 여기서 팁을 하나 들이자면, 줄거리 역시 6하 원칙에 따라 요약하면 쉽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설명하죠. 어디서? 서울역에서. 누가? 엄마가 . 무엇을? 실종되는 이야기. 왜? 자식들이 배웅을 나오지 못해서. 6하 원칙 중 네 가지 요소만 활용해도 이처럼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왜'에 해당하는 항목을 찾을 차례입니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 즉 집필 의도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지요. 실제로 신경숙 작가는 며칠간 어머니와 동거를 해보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그 시간을 통해 가까운 거리에서 어머니를 관찰하면서 어머니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거죠. 이런 내용을 덧붙여 < 엄마를 부탁해>의 탄생 경위를 설명하면 됩니다. 다른 요소 역시 같은 방법으로 채워넣으면 친절한 독후감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죠."p140~141

 

 

이 책에는 글을 구성하는 개요부터 퇴고하기까지의 글쓰는 전과정을 살펴보고 각 단락마다 실전연습을 통해 독자들이 실제 참여해볼 수 있는 부분 역시 인상적이였다. 또  부록편에 실린 서평, 독후감, 에세이까지의 7편의 글을 실제 첨삭해보는 과정을 통해 글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부분들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첨삭되어진 글이 다 내 입맛에 맞는것은 아니지만, 단어의 미세한 변화의 차이에 따라 글에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필 수 있었던게 인상적이였다. 또 <서평 글쓰기 특강>에 담겨있는 서평과 독후감, 비평을 구분할 수 있는 내용은 물론, 여행에세이, 리뷰, 영화평등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길잡이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두 권을 놓고 살펴본다면 나는 전작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를 더 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서평 글쓰기 특강>에는 전편보다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담이 담겨있지만, 실천편에서는 좀 약하다는 생각, 그러니까 집을 짓는다고 봤을때 <서평 글쓰기 특강>은 설계도에 해당한다면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는 집의 설계도와 사용해야하는 공구와 마감재, 벽지, 가구 배치도 까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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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마전부터 눈이 침침하고 간질거리고 뿌옇게 보이는게

심상치않아 안과를 다녀오게 되었어요. 진찰을 받아보니

봄과 가을이면 주기적으로 알레르기가 생긴다시면서 

약을 처방해주셨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오고  귀뚜라미 소리

방안 가득한 시간이면 책을 펴들고 정신 없이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다가, 그 재미를 잠시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생기니 삶의 일부분이

떨어져나간듯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이럴때 오디오북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하게되는것 같아요. 외국도서에는 오디오북이

다양하게 구비되어있는것 같던데, 우리나라 책중엔

오디오북이 거의 없는거 같아 아쉬웠습니다.

 

 

그러던중에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상단에 '오디오 북'이라는 글자를 보고 아차 싶었습니다.

예전에도 눈이 아팠을때 도서관 오디오북이 있는걸 알고

지나쳤던적 있던지라 이참에 활용해보자 싶어 앱을 사용해보니

이건 기대이상으로 좋은 서비스라 소개하고 싶더라구요.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성우분들이라 내용도 맛깔스럽고,

책과 어울리는 배경 음악도 깔려 있어서 즐겁게 청취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인데 의외로 많이 활용하지 못하는듯 합니다.

이렇게 좋은 시스템에 사용자가 많아져서 오디오북

도서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 가득담아

소개해봅니다^~^

 

★ 오디오 북 사용법!

 

1.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로그인 합니다.(로그인 필수!)

2, 도서관 홈페이지 상단에 있는( 빨간색 동그라미) 오디오북을 클릭합니다.

   ※ 도서관 홈페이지마다 위치가 달라요. 눈 크~~게 뜨고 찾으셔야해요 ㅋㅁㅋ,,

 

 

 

 

3. 오디오북 화면에서 매뉴얼 아래쪽 (빨간 화살표 참조)

'스마트폰 사용자 등록' 버튼을 클릭합니다.

 

4. 사용자 등록에서 요구하는 정보란에 정보를 기입한 후

휴대폰에 맞는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끝!!

 

 

듣고 싶은 도서를 선택하여 청취할 수 있는데요

의외로 도서가 다양하고 꾸준히 업로드가 되는것 같아요.

희망도서목록도 있는걸 보면 듣고 싶은 도서를 신청할 수

있는것 같아 앞으로 자주 활용하고 싶은 아이템입니다.

제가 처음 들었던 책은 역시나 이덕무의 자서전

<책에 미친 바보>입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낭독해주시니

책을 읽으면서 놓쳤던 부분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다음으로 들어본게 김려령저자의 책 <완득이>인데요,

성우분들의 맛깔나는 연기와 적절한 배경음악들이 어울어져

큭큭거리며 듣게되는것 같습니다.^^

 

 

 

 

예전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독자들은 소비자로

생각하지 않았던 출판사들이 요 근래에들어 책을 빌려읽은

독자일수록 좋았던 책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서관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좋았던 책은 구입하고 또

선물하기도 하니 뒤늦게나마 독자의 마음을 알아준

출판사의 참여소식이 반가운데요. 출판사들이  이런 오디오북 서비스에

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해줬으면 하는 바램을 갖어봅니다.

선선한 가을날 책에 집중하기 힘드시다거나, 이동하는 시간이

아까웠던 분들에게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은 오디오북 앱!

많이 활용해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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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9-1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 완전 꿀정보예요 :) ㅎㅎㅎㅎㅎ

해피북 2015-09-16 18:3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도움이 되신다니 기뻐요!!
오디오북이라서 이동중에 활용하기 좋은거 같아요 ㅎㅎ
자주 활용하시길!! 쁘니님 맛있는 저녁 식사 하세요 ㅋ

caesar 2015-09-1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동하는 시간이 아깝고, 책을 들고 다니는 일은 번거로워 고민이 많던 저로선 감사한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해피북 2015-09-18 16:42   좋아요 1 | URL
앗! caesar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ㅎㅎ 오디오북 많이 활용하시길 바래요! 즐거운 금요일 오후 보내세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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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 가제본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언급된 페이지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일전에 단양 도담상봉과 고수동굴에 다녀온적이 있다. 한가로운 휴일이였고 ' 단양 가볼만한 곳' 이라는 검색만으로 '단양 8경'과 여러 볼꺼리 먹거리들이 쏟아져 나와 망설임 없이 향하게 되었다. 몇 시간을 달려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여느 관광지처럼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는데, 사진의 포인트가 되는 자리엔 너나 할것없이 포즈를 취하느라 발 디딜틈 없었다. 멀리서 도담 상봉을 구경하고 석문으로 올라가는데, 길목에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설치되어있었고 때마침 어떤 취객분이 목청껏 뽑는 곡조에 두 귀를 틀어막고 올라야 했다. 올라서는 계단마다 풍겨오는 술냄새와 중간쉼터인 정자엔 이미 만취한 취객들의 모습이 어지러이 앉아있어 스치듯 둘러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8권 남한강편은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 주천강을 시작으로 단양, 충주, 원주, 여주, 이천을 거쳐 북한강과 만나는 양수리 두물머리까지의 오백리길을 말한다. 여기서 단양은 8경(옥순봉, 구담, 도담, 석문, 사인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소개하는데 읽다보니 그때의 좋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 교수님의 걱정하는 마음이 이해 되었다. 단양 8경의 아름다움이야 조선시대 문인들이 여러 시화로 전할만큼 빼어나기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아끼면 좋으련만, 하루밤 사이에 달라지는 외관과 부쩍여지는 소음이 왠지 '문화유산'이라는 틀과 어울리지 않아 할수만 있다면 이 책을 꽁꽁 숨겨두고 혼자 읽고 싶은 마음이다. 문화유산을 평가하는건 특정한 외형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자연경관(자리앉음새)과 하나가 될때, 옛 조상들이 아끼고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자꾸만 관광특화단지로 경관이 변하고, 그 변화되어지는 모습만을 간직하게될 후손들의 마음을 한번쯤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게한다.

 

 

특히나 신경림 시인이 노래한 영월의 <주천강가의 마애불- 주천에서>p33편만 읽어봐도 그 익살스럽고 호젓한 그곳이 번잡해지고 복닦거려질 생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참 슬픈일이된다.

 

 

' 전체 높이 3.5미터로 결코 작지 않은 이 마애불은 참으로 기묘한 모습이다. 얼굴만 보았을 때는 통통하고 복스럽게 돋을새김한 것처럼 보이지만 목 아래로는 몸체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이 또한 언뜻 보면 서 있는 입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좌상이다. 양각의 얼굴에 음각의 몸체 표현이 조화롭지도 않은데다 인체비례라는 것은 처음부터 생각도 않은 것이고 자세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미술사가 입장에선 참으로 솜씨 없고 불성실한 조각이라 할 수밖에 없다.p30'

 

 

그동안 답사기를 숱하게 읽으며 교수님의 이런 혹평은 처음이였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불상이기에 이런 평가를 하셨나 살펴보고나서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입상과 좌상의 웃지못할 경계에 도드라진 얼굴이라니. 그동안 근엄하거나 인자했던 오묘조묘 신기한 불상의 모습만 숱하게 보다가, 이런 인간미 넘치는 불상을 만나니 한층 더 살가워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신경림 시인의 시가 더 정답게 느껴지는가보다.

 

 

 

 

' 다들 잠이 든 한밤중이면

몸 비틀어 바위에서 빠져나와

차디찬 강물에

손을 담가보기도 하고

뻘겋게 머리가 까뭉개져

앓은 소리를 내는 앞산을 보며

천년 긴 세월을 되씹기도 한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논틀밭틀에

깊드리에 흘린 이들의 피는 아직 선명한데

성큼 성큼 주천 장터로 들어서서 보면

짓눌리고 밟히는 삶 속에서도

사람들은 숨가쁘게 사랑을 하고

들뜬 기쁨에 소리 지르고

뒤엉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참으려도 절로 웃음이 나와

애들처럼 병신걸음 곰배팔이 걸음으로 돌아오는 새벽

별들은 점잖지 못하다.

하늘에 들어가 숨고

숨 헐떡이며 바위에 서둘러 들어가 끼여앉은

내 얼굴에서는

장난스러운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p33

 

 

저녁이면  삐죽거리며 빠져나와 장난을 치고, 동트는 아침이 오는줄도 몰랐던 마애불이 서둘러 들어가느라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했구나 하는 상상을 해보게되는 곳이다. 이외에도 주천강변은 숙종, 영조, 정조 세 임금이 주천강을 노래한 시가 새겨진 현판이 있을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한다. 그래서 더욱 매스컴에 보도되거나, 책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타게되면 하루아침에 관광특화단지로 조성해버리는 재빠름에 걱정스런 마음이 앞서게된다. 부디 이렇게 아름답고 익살스러운곳이 오래도록 간직되기를, 부디 책을 읽으며 이런 걱정거리로 마음쓰는 일이 없어지기를 간절함을 담아본다.

 

 

물론 특화단지가 꼭 나쁜것만은 아니다. 청령포에가면 관람로가 잘 설치되어 있어 한바퀴 돌아 선착장 모래톱까지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산책할수 있다고 하니 관람객으로써는 호젓한 길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잘 조성되어진 곳이라도 본연의 아름다움까지 담아낼수는 없는바, 답사기에서 담고있는 이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가 변하지 않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이번 답사기 8권은 남한강물을 따라 흐르기 때문인지 아름다움뿐 아니라 애통함과 비통함의 한마져 느껴진다. 특히 단종을 사사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던 왕방연이 읊었다는 시구 (' 천안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밤길 예놋다)나, 전란중에 지었다는 유성룡의 <속 청풍 한벽루>라는 시구가 강물따라 참 애처럽게 느껴진다.

 

' 지는 달은 희미하게 먼 마을로 넘어가는데

까마귀 다 날아가고 가을 강만 푸르네.

누각에 머무는 나그네는 잠 못 이루고

온밤 서리 바람에 낙엽소리만 들리네.

두 해 동안 전란 속에 떠다니느라

온갖 계책 근심하여 머리만 희었네.

일어나 높은 난간 향하여 북극만 바라보네'p130 

 

 

 이런 애잔한마음이 폐사지로 이어져 더 스산한 마음이 생겨났지만, 이전의 답사기에서 볼 수 없던 희귀한 모습의 탑비들이 울쩍한 마음을 달래주며 이번 답사기에 한층 풍미를 더한다. 비두리 마을의 '귀부와 이수' 돌탑은 정면을 응시하던 기존의 탑과 다르게 뒤를 돌아보는 거북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생동감도 느껴지고, 도대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것인지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게 한다. (원주에는 인목대비의 아버지 김제남 신도비가 있는데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한다.)

 

답사기를 읽다보니 훌쩍 떠나고싶은 마음이 일어나면서 애끛은 청명한 하늘만 원망하게 되는것 같다. 이런 마음을 잘 아시는지 교수님은 와유(臥遊)독서를 권한다. 병을 얻은 화가가  산수화를 누워서 감상하는 와유에서 산수화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답사 현장에 다닐 수 없는 사람들에겐 편안하게 누워 답사기로나마 감상해보시라는 자상함이 담긴 이야기다. 그런 자상함의 와유독서를 권하기에 나는 부족하게나마 화답으로 시구를 만들어봤다.

 

' 하늘은 나를 보고 나오라 손짓하고

삶은 나를 보고 앉으라 손짓하네.

풀잎 머금은 바람은 물결따라(남한강) 가자는데

억센 시간은 못난 발걸음 놓아주지 않는구나.

 

무심한 구름은 세월따라 흐르며

인생도처 유상수라 희롱하는데

이내 나서지 못한 애끛은 마음 소쩍새만 슬피 울리네.

 

듣자하니 화가 종병 산천을 와유로 즐겼다기에

답사기 산천삼아 와유독서로 마음달래노니,

외산인 교수님 무병장수 하시여

나같은 천치들 오유지족 하게 해주오''

 

 

교수님이 아니면 이런 책을 어떻게 만날 수 있겠냐며 감사의 마음 듬뿍담아 적어본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시면서 끝없이 이어질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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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9-1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유산을 소개한 교수님의 책을 가지게 된다면 그 책에 나온 장소들을 한 번씩 가보는 방식으로 여행하고 싶어요. 지인이 예전에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하는 답사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인증샷을 봤는데 너무 부러웠어요. 저는 교수님의 책을 배낭 안에 넣고, 혼자 여행을 해봐야겠어요. ^^

2015-09-16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7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8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샘터 2015.9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그옛날, 집집마다 수도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샘터에서 필요한 용수와 식수를 길어야했다.

동이터오는 아침이면 머리에 찰랑이는 물동이를 이거나,

양어깨에 물지게를 지며 오며가며 만난 이웃들과

하루밤사이 안부인사를 나누는것은 물론,

세상사는 이야기부터 자식 자랑꺼리를 풀어놓는

샘터는 그야말로 사랑방같은 공간이였다.

 

 

현대에이르러 집안 구석구석 완비된 수도시설

덕분에 사람들은 더이상 물동이를 이거나, 무거운

물지게를 나르느라 어깨에 시퍼런 멍자국을 남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생겼지만, 이웃끼리 모여

하루밤 사이의 안부인사를 나누고 정을 나누던

공간은 소멸되어버렸다. 그렇게 편리함으로

무장된 현대는 왠지모를 쓸쓸함과 삭막함만이

가득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번 샘터 9월호를 읽으며

우리의 추억속으로 사라져버린 '샘터'라는

공간이 지면을 통해 이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프로에서 부터 아마추어까지 지구촌 곳곳의

정보와 소식을 나누고 소중한 물품을 함께

나눠쓰는 교류의 장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특히나 아버지의 안타까운 죽음을 경험하고

현재의 앰뷸런스를 만들게 되었다는 임요한

총재의 사연이나, 4만점의 축구물품을 수집한

축구광 이재형씨 혹은 맥주가 좋아서 

세계여러나라의 맥주를 하루에 한잔씩

꼭 맛을 본다는 권경민씨의 별난 취미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특집으로

실린 '힐링 레시피'편이였다.

 

 

힐링레시피에서는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공간이였다. 수박, 통닭, 도토리묵,

부대찌개. 소풍도시락, 꿀토스트등 다양한

음식만큼 뭉클한 사연들이 담겼는데,

개중에 어릴적 할아버지댁에서 사연을 담았던

'꿀토스트'와 엄마의 아픔 마음이 담겼던 

'소풍 도시락'이 인상적이였다.

 

 

어린시절 잠시 구례의 외가댁에 맡겨진 유현호씨는

빵이 너무 먹고 싶어 시름시름 앓자 할아버지는

하루에 3번다니는 버스를 이용해 먼 장터까지가서

식빵을 사다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먹고 싶던 빵이

아니였던지라 울며불며 투정을 부리자, 곁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후라이팬에 식빵을 노릇하게 굽고 위로

꿀을 얹어주셔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사연.

손자를 위해  먼길 마다않고 다녀오신 할아버지의

마음과 투정부리는 손자를 혼내지 않으시고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주신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뭉클함을 느꼈다.

 

 

또는 돈이 없지만 자식들 기죽이지 않기 위해

이 끝난 저녁 뒷산에 올라 꽃을 뜯어 화전을 만들고

개망초를 데쳐 시금치 대신 김밥에 넣어 소풍 도시락을

싸셨다는 박성현씨의 사연에  어린시절  항상 자식들

먹는것만 지켜보시던 부모님의 눈길이 떠올라 울컥한

마음이 들었던거 같다.

 

 

마지막으로 아나바다에서는 함께 나눠쓰고 싶은

물품을 기증하고 필요한 분께 전달하는 코너가 인상적이며,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기꺼이 내놓은 문자연씨

사연에 훈훈함을 느낀다. 샘터는 서로 복닥거리며

현대인들의 삭막해진 마음을 구석구석 데워주는

온기와도 같다.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서민교수님,

이해인 수녀님, 성석제 작가님은 덤이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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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9-07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샘터, 참 오랜친구 같은 잡지죠. 잊고있었네요. 오랜만에 한번 사볼까요. 서민교수님도요?!

해피북 2015-09-07 22:20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 처음 샘터를 읽게되었는데 장수하게된 비결을 느꼈어요 ㅎ 짧은 지면이 아쉬웠지만 사람들 정이 느껴지던 공간 ㅎ 오랜만에 프레이야님도 느껴보시길! 서민교수님의 기생충이야기도 재미졌어요 ㅋㅂㅋ

오후즈음 2015-09-07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간 잊고 있었던 잡지였네요. 밑에 열거하신 분들을 만날 수 있다니!! 성적제 작가님까지 있다니 완전 반가운데요!

해피북 2015-09-07 22:23   좋아요 0 | URL
저는 북플 이웃님들이 샘터이야기 자주들려주시길래 이번에 처음 읽어봤어요. 읽어보니 뭉클한 이야기며 사람사는 냄새 물씬 느껴지더라구요 ㅎ 이래서 사랑받는구나 했던. 성석제 작가님 글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역시 하면서 말이죠 ㅋㅂㅋ

cyrus 2015-09-08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군 복무할 때 화장실에 가면 샘터를 챙겼어요. 그땐 변비가 있어서 화장실 안에 있으면 샘터를 3쪽 이상 읽었어요. ^^

인디언밥 2015-09-08 20:48   좋아요 0 | URL
푸흐하하하 공감ㅋㅋㅋ